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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장
쿠드드드드---
"음?"
요괴들을 죽이고 탑을 실컷 부수던 그랜드 아크는 갑작스럽게 탑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하자, 드디어 무너지는건가 싶어서 잠시 손을 멈추었다.
"!!"
순간, 온갖 전투로 단련된 그의 감각이 경고성을 내질렀다.
신체 강화 10등급이 된 이후론 거의 느낄 수 없었던 경고성.
'죽는다!'
살기가 서려진 공격을 감지한게 아니다.
상대방을 제압하기 위한 위압감도 없다.
단지, 어떤 존재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 것 자체만으로 그랜드 아크는 자신이 죽는다는 위기감에 재빨리 다리를 박차며 탑과 멀어졌다.
쿠드드드드드드----
그와 동시에 엄청난 지진이 일어나기 시작하였고, 진우 또한 사태의 심각성을 이해하면서 탑과 멀어져나갔다.
"도윤! 정신차려!"
그 때, 탑 안에서 마찬가지로 위기감을 느낀 신 일행은 창백해진 안색과 함께 밖으로 빠져나왔고, 상대적으로 약하고 경험이 부족한 도윤은 압도적인 존재감을 지근거리에서 느낀 것 만으로 실신 직전까지 가버린 상태였다.
"하…흐윽……."
신이 곁에서 기운을 불어주지 않았다면, 당장이라도 죽어도 이상할게 없을 정도로 안색이 창백해진 도윤은 신에 의해 안기면서 탑 밖으로 빠져나왔다.
쩌적- 쩌적--!
탑 안에 있던 신 일행이 빠져나오자, 탑을 중심으로 땅이 갈라지기 시작하였다.
마치 진도 8 이상의 지진처럼 땅은 뒤죽박죽 솟구치기 시작하였고, 탑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마냥 흔들렸다.
뚝-
순간, '천지가 개벽한다' 라고 말해도 통할정도로 강렬했던 지진은 거짓말이였다는 듯이 뚝 멈췄다.
하지만, 탑에서 떨어진 모든 이들의 얼굴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탑을 중심으로 압도적이라고 밖에 표현이 불가능한 기운을 감지하였기 때문이다.
주륵……
'땀……? 내가……?'
그랜드 아크는 자신의 몸에서 흐르는 땀을 보고 경악하였다.
11등급이 된 이후로 체력도 기하급수적으로 강해지면서 땀방울을 보는게 그리워질 정도였는데, 지금 그의 몸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땀이 주르륵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본능적으로 탑에서 느껴지는 기운에 몸 전체가 긴장하고 있다는 뜻이였다.
투콰앙---!
그 때, 갑작스럽게 탑의 최정상부터 폭발물에 터져나가듯이 붕괴되기 시작하였다.
쾅- 쾅- 쾅- 쾅-
정상부터 시작된 폭발은 지상을 향해 내려가듯이 순차적으로 탑을 붕괴시켜나갔고, 탑 주변에 있던 인원들은 각자의 무기를 휘두르며 돌 파편들을 공격하거나 피해 나갔다.
다들 뛰어난 실력자들이다 보니 폭발에 의해 붕괴된 파편으로 상처를 입은 이들은 없었으나, 완전히 붕괴된 탑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존재에 의해 창백해진 안색이 더더욱 하얗게 변하였다.
무너진 탑과 똑같은 크기를 지닌 검은색의 거대한 이무기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방금전과는 비교도 안되는 존재감과 압도감을 지니고.
-너희들의 무지는 참으로 한탄스럽도다. 여余의 놀이에 어울렸으면 적당한 포상을 받으면서 끝냈을것을.-
대요괴는 분명히 히든 보스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쓰러뜨려야만 하는 존재는 아니다.
플레이어의 성향에 따라 대요괴를 설득할 수 있고, 그녀의 놀이에 어울리면서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특히, 대요괴에게 칼리 제국의 여제를 상대해달라고 설득에 성공한다면, 게임의 난이도가 급감할 정도의 힘과 존재감을 지니고 있었다.
그렇다고 대요괴가 여제를 이길 수 있다는건 아니고, 칼리 제국이 지구 침공의 최대 난제가 될 수 있는 수준이랄까.
하지만, 진우는 그런 대요괴를 필요 이상으로 모욕하였고, 그로 인해 서로 협력한다는건 불가능할 정도의 관계가 되어버렸다.
-왜들 그러지? 여의 모습을 보더니 얼어붙은 것인가? 겨우 이정도 밖에 안되면서 내 목을 치겠다고 달려들었는가?-
"크…커헉……!"
거대한 크기와 덩치를 지닌 이무기는 붉은색의 눈을 아래로 내려보면서 잭과 눈이 마주치자, 잭은 심장이 날카로운 칼날에 난도질 당하는 고통을 받게 되었다.
"정신차려!"
퍽!
"쿨럭! 쿨럭!"
그 모습을 목격한 신이 잭의 등을 주먹으로 후려치면서 기를 약간 불어넣어주자, 그 충격으로 압박감에 해소 된 잭은 거친 기침을 토해내면서 가까스로 제정신을 차렸다.
"허억! 허억! 뭐…뭐였지 방금……?"
잭은 자신이 느낀것이 무엇인지 몰라 당황하였다.
한가지 확실한것은, 신이 자신의 심장부위에 위치한 등을 때리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주먹에 담겨진 어떤 기운이 자신의 심장을 때리지 않았떠라면 자신은 그 자리에서 죽을 목숨이라는 것이였다.
"의형살인意形殺人……. 설마 그런게 가능할 줄이야……."
의지나 살기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경지인 의형살인.
남궁 신의 전생중 하나이며, 무림 세계의 최강자였던 독고 무린조차 기를 내뿜어 상대방에게 어느정도의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의기상인意氣傷人의 경지에 오른게 전부였으나, 대요괴는 너무나 가볍게 의형살인의 경지를 뽐내고 있었다.
만약, 저 이무기가 민간인이 많은 도심 한복판에서 나타났다면, 단지 시선을 스윽 훑어내리는 것 하나만으로 최소 수십만의 인명을 그 자리에서 죽일 수 있을 정도의 압박감이였다.
"저건 평범한 요괴가 아니다. 최소 재해급의 괴수라고 생각하는게 좋을거다."
"재…재해급……? 그것도 최소라고……!?"
잭은 신의 목소리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였다.
평소라면 '뭔 개소리야' 라고 비웃어 보였겠지만, 단지 눈을 마주한 것만으로 목숨이 날아갈뻔했던 당사자로선 너무나 현실감 넘치는 경고였다.
지금까지 재해급 괴수는 역사상 단 한번만 등장하였다.
중국의 도시인 텐진을 공격하여 순식간에 모든것을 무너뜨리고 모습을 감추면서 어떤 종류의 괴수인지 정보조차 없으나, 분명한 것은 도시 하나를 가볍게 부술 수 있는 괴물이라는 것.
하지만, 눈 앞의 대요괴는 한동안 중국, 러시아, 북한, 남한, 일본이 벌벌 떨던 재해급 괴수보다 월등하게 상위에 속한 괴물이였다.
어떤 공격 행위도 보이지 않고, 단지 존재감을 드러낸 것 자체만으로 재해급 괴수라고 판단될 정도의 요괴.
-그건 그렇고 감히 여에게 헛소리를 날리던 그 인간은 어디있느냐. 감히 내 모습 앞에서도 그런 말을 지껄일 수 있는지…….-
"크오와아아아앗!!"
-음!?-
순간, 대요괴의 뒤쪽에서 요란한 기합성과 함께, 진우가 용광검을 휘두를 자세로 날아오른 모습이 눈에 띄였다.
"뒈져라아아앗!"
몰래 등 뒤로 이동하여 땅을 박차며 날아오른 그는, 몸을 크게 돌리며 용광검을 힘있게 휘둘렀다.
쒜엑-!
카가가각!!
단지 허공에서 강하게 휘두른것 뿐인데, 그 파동으로 인해 바닥에 거대한 검흔이 새겨진다.
하지만, 진우의 공격은 무위로 돌아섰다.
"어?"
거대한 탑 크기와 덩치를 지닌 이무기의 모습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텔레포트?'
그런 거대하고 둔중해보이는 몸이 진우의 속도를 넘는 속도로 회피 운동을 했다곤 믿기 어렵다.
그렇기에 그의 머릿속에 '텔레포트' 라는 단어가 떠오른 순간,
철썩!
진우의 옆에서 이무기의 꼬리 끝이 나타나 가볍게 휘둘려졌다.
그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이무기 꼬리의 공격에 얻어맞아 버렸고,
쒜에에엑---!!
마치 초음속 전투기마냥 빠른 속도로 힘의 방향으로 쏘아져 나갔다.
후웅-
그와 동시에 진우를 꼬리 끝으로 공격한 대요괴는 다시 텔레포트처럼 몸을 이동, 날아가던 진우의 몸을 다시 꼬리 끝으로 파리채를 휘두르듯이 강하게 내리쳤다.
투콰아앙!
"크…커헉……!"
마치 소형 운석이라도 충돌한듯한 크레이터를 형성시키며, 그 중심에 쓰러져 있던 진우는 고통어린 신음성을 흘렸다.
-그 목소리와 얼굴. 감히 여를 모욕하던 놈이 맞구나.-
대요괴는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아니, 정확히는 은은한 분노가 느껴지는 목소리로 자신의 공격에 고통스러워하는 진우의 몸을 내려보았다.
'자신의 모습을 이동시킬 수 있는 텔레포트 능력? 하지만 저만한 질량을 어떻게 저토록 쉽게……!?'
대요괴가 진우를 어떻게 공격하는지 처음부터 확인했었던 그랜드 아크는 경악어린 눈동자로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이동시켜야 하는 물건의 질량이 커질수록 텔레포트 능력자의 부담이 커지는건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아무리 못해도 1km가 넘는 크기, 왠만한 대형 건물의 굵기를 지닌 이무기 요괴가 아주 가볍게, 그것도 연달아서 텔레포트 한 모습은 이능력의 상식을 완전히 파괴하는 일이였다.
그랜드 아크의 이러한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대요괴는 충돌의 크레이터 중심에서 괴로워하는 진우에게 시선이 집중되어 있었다.
"으…으윽……!"
진우는 간신히 몸을 옆으로 굴리면서, 힘겹게 손과 발의 힘으로 몸을 일으키려는 듯이 상체를 올리고 있었다.
-겨우 그정도로 고통에 몸부림 치다니. 그러고서도 감히 여에게 그런 도발을 한 것이…….-
투쾅!
순간, 엉거주춤하게 몸을 일으키다가 스프린터처럼 자세를 잡은 진우가 기습적으로 쏘아져나갔다.
스칵!
'베는 맛이 있다!'
이번에는 예상치 못한 공격이라서 허를 찔렸는지, 아니면 반응 속도가 늦은건지 몰라도 진우의 용광검이 이무기의 몸 일부분을 크게 베어내는데 성공하였다.
"크하하하하! 병신 새끼! 내가 무릎을 꿇었던건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였다!!"
예상치 못한 공격을 받긴 하였지만, 신체 강화 11등급에게 충격을 가하기엔 부족한 공격력이였기에, 진우는 일부러 아픈척을 하면서 지금같은 기습으로 연결한 것이다.
하지만, 분명히 베어낸 손 맛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요괴의 입에서 비명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흠. 꽤 공격력이 뛰어난 검이로군. 내 몸을 베어내면서 불에 태워지는 피해까지 입힐줄이야.-
"……."
방금전까지 비열하게 낄낄 거리던 진우의 얼굴이 굳어졌다.
몸을 베어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강건너 불구경하듯이 검의 성능만을 평가하고 있지 않은가?
-그보다 네 놈의 몸은 꽤나 튼튼하구나. 다행이로다. '조금' 험하게 굴려도 죽지 않는다는 뜻이니까.-
"……!!"
위기감을 느낀 진우는, 일단 아군과 합류하고자 재빨리 몸을 날렸고, 이무기는 오만함이 느껴지는 눈빛으로 한 곳으로 뭉친 인간들을 향해 내려다보았다.
============================ 작품 후기 ============================
요즘 여러가지 일들이 겹쳐서 연재 주기가 너무 길어지네요;;
게다가 컨디션 저하에다가 개인 인간관계적 문제도 있어서 정신적인 피로도가 너무 심합니다 ㅎㄷㄷ...
처음엔 걍 휴재할까 싶었지만, 제 개인적인 경험상 휴재하면 오히려 더 필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더라고요.
대신에 댓글을 많이 써주시면 됩니다.
추천, 선작, 이런거 필요 없고 그냥 댓글만 많이 써주세요.
개인적으로 저에게 있어서 가장 힘이 되는건 댓글이거든요 ㅎㅎ
그렇다고 등수놀이는 하지 말고! 빼에에에에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