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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장
생각보다 쉽게 녹아들면서 삼태극의 간부들과 재미난 하루를 보냈던 그랜드 아크는, 진지하게 여성만으로 이루어진 조직을 만들까 고심하면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었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적당하게 움직이면서 굳은 몸을 풀어준 원정팀은 각자의 무기와 장비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그랜드 아크는 예전에 사용했었던 무기, 아수라급 괴수인 터틀 드래곤의 등껍질을 가공하여 만든 높이 5m, 사람 몸통만한 굵기의 철봉 형태였던 분쇄기를 가지고 왔다.
"역시 나한텐 이 녀석이 딱이지."
"그거 간만에 보는구만. 예전엔 그 놈한테 꽤나 애좀 먹었는데."
진우는 예전에 애좀 먹게 만들었던 분쇄기를 보면서 호승심 넘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하지만 내쪽도 이제는 크기면에선 뒤지지 않는단 말씀!"
촤앙!
쐑- 쐐엑-!
용광검을 꺼내들어 거대화시킨 진우가 허공을 향해 붕붕 휘두르자, 공기가 찢어 발겨지는 소리가 위협적으로 울려퍼졌다.
"오오! 크고 아름답군! 역시 남자는 일단 거대한 무기를 써야 제맛이다!"
"역시 니가 뭘좀 아는구나! 무기라는것은 일단 졸라 크고 두꺼워야지! 성능은 그 후의 문제다!"
자신들만의 무기 찬양론을 펼치며 서로의 무기를 자랑질해대는 두 남자.
무기를 치켜들며, 일단 무조건 큰 것을 찬양하는 그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어린애가 따로 없었다.
그 둘이 무슨 짓을 하든, 깊게 신경 써봤자 손해보는건 자신들 뿐이라는 것을 몸으로 느끼게 된 다른 이들은 각자의 상태를 점검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어떤 능력의 소유자인지는 모르겠으나, 딱히 특별한 무기나 장비가 없는 잭은 경악과 혼란이 깃든 눈빛으로, 어제 그랜드 아크와 치우를 혼자서 격파한 위엄을 달성한 하린쪽에서 고개를 돌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기겁할만한 거대한 크기의 독거미가 인간과 함께 어울리고 있으니까.
"자, 전용 치료제야. 즉효성이니까 여차할땐 바로 쓰면 돼."
전차 수준으로 거대한 독거미의 등 뒤에 안장 형식으로 수도꼭지 달린 맥주통같은 크기의 금속통을 직접 달아주는 하린.
"키륵- 무게 중심좀 맞춰줘. 왼쪽을 좀 더 위쪽으로."
거대한 거미 위로 아무렇지 않게 올라가는 것도 놀라운데, 거미 괴수는 얌전하게 인간에게 자신의 몸을 맡기고 있다는 것이였다.
'단순히 조종하는게 아니였나?'
삼태극이 괴수들을 조종한다는 사실은 세살짜리 애들도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서로 상호작용을 하고 대화를 하는 모습은 단순히 조종하는게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괴수와 인간이 함께 살고 있다니?
아무리 잭이 아크로스에서 상당한 직위에 올라있다곤 하지만, 그가 이런 말을 하면 다들 미친놈 보듯이 손가락질을 할 것이다.
그런게 가능했으면 진작에 누군가 성공하였을테니까.
가장 괴수에 대한 연구가 활발했었던 일본과 미국조차 공식적으로 항복 선언을 할 정도로 괴수를 통제하는 방법은 미지의 영역인데, 삼태극에서는 이미 통제 수준이 아니라 그냥 함께 대화하고 사람처럼 대하며 함께 살아가고 있는 수준이였다.
'대체 어떻게 이런게 가능한거지? 이것도 지하드에 내장된 과학 기술의 힘인가?'
잭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려가면서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건지 알아내고자 하였지만, 딱히 수상한 동작이나 장치같은건 보이지 않으니 답답할 지경이였다.
-여기는 페리샤. 통신은 양호합니까?-
"오케이다! 아주 양호해!"
"통신 상태 양호."
그 때, 이번에 통신을 위해 병사용 신호기를 각자 지급받은 그랜드 아크와 잭은, 페리샤의 목소리에 감도 체크를 하고선 상태가 양호하다는 것을 알렸다.
만약, 일반적인 조직들간의 연합이였다면 '병사용 신호기? 우리 대빵한테 이딴걸 쓰라고? 아무리 못해도 간부용은 내놔야 할거 아냐!' 라면서 주도권을 위한 신경전을 벌이겠지만, 그랜드 아크도, 진우도 그런 쓰잘대기 없는 부분에서 체면을 차리겠답시고 힘쓰는 성격이 아니였다.
오히려 만약의 사태때 서로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으며, 홀로그램으로 자신의 상황을 보여줄 수 있는 삼태극의 신호기는 매우 간편한 통신용 기계였다.
어쨌든, 각자 모두 준비를 마쳤다는 것을 확인한 페리샤는, 마지막으로 원정팀 멤버 전원에게 어떤식의 계획을 펼칠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삼태극의 텔레포트 시스템을 사용하여 요괴들의 본거지를 중심으로, 남쪽에서 50km 정도 밖으로 텔레포트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현재 요괴들은 우리쪽으로 공격하려는듯한 움직임과 주변의 경계를 철저히 행하고 있습니다. 텔레포트 하자마자 전투에 들어갈 확률이 높으니 다들 준비를 해두시기 바랍니다.-
그냥 적진 한복판에다가 쌔리 박아넣으면 되지 않겠냐 싶겠지만, 그랬다가 여차하면 스스로 포위진 안으로 들어가는 바보짓이 되어버릴 수 있다.
-텔레포트 이후, 여러분들의 전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제가 선택한 전술은 단 하나입니다. 체택된 전술은…….-
그러고선 잠시 혀를 쉬며, 모든 이들이 자신의 목소리에 집중하고 있음을 확인한 그녀는 조용하지만 힘있는 목소리로 짧은 문장 하나를 입밖으로 꺼냈다.
-닥치고 학살. 이상입니다.-
"크하하하핫! 정확하구만! 아주 정확해! 이보다 더 뛰어난 전술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정도야!"
그랜드 아크는 페리샤의 전술에 미친듯이 웃어재끼며 환호를 내보냈고, 진우 또한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페리샤야. 이런 전술은 아무나 쉽게 못내지."
"아아~ 정말로 아쉽구만. 이런 천재 전략가를 놓치고 말다니. 어이. 아크로스의 절반을 내줄테니까 페리샤를 내 밑으로 주지 않겠나?"
"좆♂까↘"
양 손으로 가운대 손가락을 올리며, 페리샤를 절대 줄 수 없다는 강인한 의지를 보여준 진우의 모습에 그랜드 아크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입맛을 다셨다.
"하긴. 나라도 거부했겠지. 하아…이런 천재 전략가는 정말 쉽게 얻을 수 있는게 아닌데……."
그리고, 그런 그랜드 아크와 진우의 대화를 곁에서 듣고 있던 도윤은 황당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태클을 걸어야 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는다.
말도 안되는 이름을 전술이랍시고 내뱉은 페리샤에게 딴지를 걸어야 하는건가, 아니면 그 전술이 천재적이라면서 발광하는 저 남자들에게 태클을 날려야 하는 것인가.
그런 도윤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스런 미소를 지어보이고 있었다.
"역시 페리샤님이군. 적재적소 라는 말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
솔직히 까고 말해서 도윤은 남궁 신이 가진 능력은 둘째치고서라도, 뛰어난 행동력과 머리를 은연중에 인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신 마저도 페리샤의 얼토당토 안되는 전술을 '적재적소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라면서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으니, 바보들의 세계로 혼자 떨어진듯한 고립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라.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니까."
그 때, 한 쪽 구석에서 괴수쪽으로 시선을 고정시키던 잭이 도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이걸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라고요?"
도윤은 잭을 향해 괴상쩍은 것을 본듯한 눈빛으로 되물었으나, 그는 그녀가 가진 눈빛의 뜻을 잘 알고 있었기에 기분 나빠하지 않았다.
"일반적인 전략, 전술이라는 것은 인간의 능력을 기준으로 잡은 분야다. 즉, 역으로 말하자면 인간의 기준을 뛰어넘는다면 전략과 전술 따윈 필요 없다는 뜻이지. 페리샤는 그 부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저런식으로 말한거다."
"……."
아직 그랜드 아크와 진우의 능력을 잘 모르는 도윤은 영 믿기 힘든 표정이였지만, 잭은 자기 할말만 하고선 자리를 이동하였다.
"이해하려고 머리로 생각하지 마라. 어차피 곧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을테니까."
그렇다.
100번을 듣느니 한 번을 직접 보는게 낫다는 말도 있잖은가?
-이제 곧 텔레포트를 시작하겠습니다.-
사무적인 목소리로 텔레포트를 시작하겠다는 페리샤의 목소리에, 도윤은 크게 한 숨을 내쉬면서 자신의 뺨을 빨개질 정도로 사정없이 후려쳤다.
짜악!
'정신 차리자. 내가 더 강해지려면 반드시 살아남아야만 해.'
잡념을 비우고 힘을 향한 갈망을 바탕으로 한 집중력을 끌어올린 도윤은, 잭이 말했던 '온 몸으로 느낀다' 의 의미를 잠시후에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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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중국, 일본의 옛 문화가 조화된 건축 양식과, 아시아 계열의 진귀한 물건들이 가득 쌓여져 있는 백여평이 넘는 건물 안에는 엄청난 길이의 뱀 몸통을 지닌 여성 요괴가 눈쌀을 찌푸리고 있었다.
"후우…그동안 평화가 너무 길었나. 겨우 이정도 도발에 흥분을 하다니, 나답지 못하구나."
하지만, 그녀가 흥분한것은 그녀의 자제심이 약하기 때문이 아니다.
2천년이 넘는 세월을 지내면서 여러 위기도 겪고, 다른 요괴들의 도발에 흥분한 적도 있었으나, 그때마다 그녀는 뒤늦게 흥분한것을 자책하고 더더욱 냉정해야 한다는 것을 부상과 상처를 통해 배워나갔다.
왠만한 도발로는 쉬이 넘어가지 않게 되었지만, 진우는 지금까지 본 인간들 중에서 가장 추잡스러운 존재였고, 그가 내뱉은 욕설들은 천하디 천한 요괴들조차 따라가지 못할 종류의 욕설이였다.
아니, 그 이전에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오만한 시선과 말투에 신경이 거슬렸다는게 정확할 것이다.
"음?"
그 때,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는 곳에서 갑작스럽게 인간의 기운이 느껴졌다.
"호오."
강대한 기운을 가진 인간이 셋, 그리고 왠만한 요괴들보다 강인한 힘을 지닌듯한, 짐승도 요괴도 아닌 것들이 둘, 그리고 그보다 작은 기운과 아주 미약한 기운이 느껴졌다.
특히, 인간들 중에서 한 명이 가진 익숙한 기운은, 자신이 사용하는 요술과 비슷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드디어 왔는가. 사술을 사용하는 존재가."
그녀가 인간들을 공격한 이유는, 이미 사장된 사술을 사용한 장본인을 향한 호기심 때문이였다.
겨우 그게 이유냐, 싶겠지만, 그녀에게 있어서 자신에게 호기심을 느끼게 만들었다면 그 이유만으로 충분했다.
"간만에 여흥거리는 되겠군."
밖에 있는 요괴들도 인간의 기운을 느꼈을 것이다.
그들을 물리치고 자신이 있는곳까지 와야 직접 힘을 쓸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그녀는, 일단 기이한 사술을 쓰는 존재와 적당히 힘을 겨뤄본 후에 호기심을 충족시킬 예정을 생각하며 찻잔을 잡아 차를 들이켰…….
-보전깨하러 왔다! 씨발년아아!!-
파삭-!
순간, 그녀의 평정심을 깨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신이 두번째로 아끼던 찻잔을 으스러뜨린 그녀는, 크게 숨을 들이쉬면서 흥분하는 머리와 가슴을 진정시켰다.
'저 남자의 욕설은…너무나 천박하도다……!'
천박하다.
말투도 천박하고, 행동거지도 천박하고, 욕도 천박하다.
너무나 천박해서 화가 치밀어 오를 정도다.
지금까지 온갖 더러운(행동이든 말투든) 종자들을 상대했었지만, 저토록 더럽고 치졸하며 천박하여 심기를 계속해서 불편하게 만드는 존재는 자신의 모든것을 걸고 2천년 넘는 삶동안 처음이였다.
요괴들 또한 인간들의 기운을 느끼고, 인간들을 향해 공격하고자 괴성을 내지르며 달려들어갔다.
날아다닐 수 있는 요괴들이 대부분 그녀의 분노로 죽어버린터라, 대부분의 요괴들은 자욱한 흙먼지를 일으키며 목소리의 근원지를 향하고 있었다.
'그래, 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며 달려들어와라. 네 놈만큼은 절대로 곱게 죽이지 않겠다!'
저런 천박한 종자 때문에 자신이 직접 몸을 움직인다는 것 자체가 수치.
그렇기에 그녀는 요괴들의 공격을 뚫고 자신에게 찾아올 인간들에게 압도적을 공포를 가져다 주고자,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모든 힘을 천천히 깨워나가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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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생각하기엔 원래 창작자들은 약간 싸가지가 없어도 될 것 같습니다.
갑자기 왠 뜬금없는 개소리냐 싶겠지만, 원래 싸가지 없는 창작자는 그만큼 개성적이고 자신만의 세계를 강하게 주장하거든요!
실력이 없으면 그냥 개새끼지만, 실력이 있다면 오히려 그 사상에 호응하는 존재들이 늘어납니다.
물론, 그렇다고 도를 넘어서면 안되고, 보기에 따라서 '호탕하다' 라고 느낄 수 있는 싸가지를 보여주는게 관건입니다.
그러니까 다들 꺼져! 꺼지라고! 더이상 네놈들 꼴보기 싫어! 그냥 다 사라지란 말야 개같은 놈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