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611화 (611/923)

0611 / 0923 ----------------------------------------------

10장

"흐음…무료하구나."

중국, 한국, 일본식의 건축 양식이 혼합되어 있는 특이한 방.

마찬가지로 한중일의 장식물이 호화롭게 장식되어 있는 그 곳에, 기모노인지 한복인지, 아니면 그냥 두 옷의 특성을 섞은건지, 화려한 붉은색 바탕의 비단옷을 입고 있는 기묘한 분위기의 여성은 대놓고 무료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허리까지 스트레이트로 내려오는 새까만 머리칼, 풍만하진 않지만 적당히 볼륨있는 몸매, 마치 모든것을 아래로 보는듯한 눈동자를 지닌 그녀는, 미녀는 미녀이긴 했지만 왠지 모르게 쉽사리 다가갈 수 없게 만드는 위압감을 주고 있었다.

아니, 멀리서 그녀의 몸 전체를 본다면 애초에 가까이 다가갈 생각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허리 아래로는 엄청난 길이의 뱀 몸통이 늘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여성의 상체의 수백배에 달하는 길이를 지닌 뱀 몸통.

수십평의 드넓은 방 전체를 가득 매운 뱀의 몸체는, 여성의 상체가 움직일때마다 꾸물꾸물 거리면서 방 전체가 살아있는 것 같은 착각이 일어날 정도였다.

인간이 아닌 여성체에게 성욕을 느끼는 변태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인간들은 기겁을 하면서 도망칠 법한 광경이였다.

"살짝 장난끼가 돌아서 숨박꼭질 놀이를 했는데 설마 이정도도 찾지 못할 정도로 능력이 없는건가?"

인간들의 세상에서 이능력 이라는 힘이 유행하고 있다는건 알고 있다.

하지만, 남궁 신이 지닌 능력은 이능력이라기 보단 자신이 사용하는 능력과 비슷한 힘이였기에, 가볍게 놀아주고자 숨박꼭질 놀이를 했는데 상대방이 자신을 너무 못 찾는게 아닌가?

"하는 수 없구나. 좀 아쉽지만 이정도 능력도 안된다면 괜한 기대감을 품어봤자 실망만 크겠지."

그녀는 최소 2000살 이상의 나이를 먹은 이무기였다.

제대로 된 나이는 그녀 본인도 모른다.

그 때는 체계적으로 전 세계가 사용하는 공용 달력이나 년도같은게 없었고, 무엇보다 우연찮게 영초를 먹어서 영물로 탈바꿈했을 때는 평범한 구렁이에서 막 벗어난 상황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일단 이무기가 된 그녀는 처음엔 구렁이에서 용이 되고자 하는 본능적인 욕망에 도술을 수련하고, 자신의 몸에 자연의 기운을 소화시키며 자신의 능력과 용이 되게 해줄 여의주를 만드는데 집중하였다.

그렇게 1000년의 기다림을 통해 용이 되고자 노력하였고, 대충 900살쯤 먹었을 때, 그녀의 인생을 바꾸는 사건이 생겨났다.

마침 어느정도 떨어진 곳에서 자신과 같은 이무기가 있었고, 그 이무기가 용이 되어 승천하려던 것을 실패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

그 때의 일을 최대한 짧게 표현하라면, '누가봐도 마음이 울적해질 정도로 절규하고 있다' 라고 할 수 있었다.

결국, 그 소란을 통해 인간들이 공격해와 죽어버리고 말았지만, 용이 되는데 실패한 이무기의 절규는 그녀에게도 큰 충격을 주었다.

'나도 용이 되는데 실패하면 저렇게 되는걸까?'

용이 되는데 실패했을때의 공포가,

'왜 나는 용이 되려는거지? 도술을 수련한다고 반드시 용이 될 수 있는게 아니잖아?'

용이 되야 하는 이유에 대한 의문이,

'설령 용이 되어서 막강한 힘을 얻는다 해도, 나와 같은 힘을 지닌 용들이 있다는 뜻이잖아? 게다가 먼저 올라간 선배 용들도 있을테고?'

다른 의심을 만들어내면서 용이 되는것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렇게 수십년동안 고민하고 고민한 그녀가 내놓은 답변은 결국 이것이였다.

'아득바득 힘들게 용이 되고자 노력해봤자, 실패하면 나 또한 먼저 죽어버린 동족처럼 고통과 비탄에 잠겨버릴 것이다. 그렇다고 용이 되어봤자 이미 나만큼 강하거나, 나보다 강한 이들이 수두룩한 천계에 올라가서 얻을 이득도 없다. 그렇다면 차라리 용이 되길 포기하고 이무기중에서 최강의 존재가 되는게 낫지 않을까?'

게다가 의문을 품고 여기저기 관찰해보니, 한번 승천한 용이 다시 지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즉, 용이 되어 승천해봤자, 다시 지상으로 내려오는데 큰 제약이 있거나 댓가를 치뤄야 한다는 뜻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으면 용들이 승천해서 다시 내려오지 않을 이유가 없잖은가.

'나는 용이 되는걸 포기하겠다. 대신, 이무기로서의 힘을 극한까지 갈고닦아 지상에서 최강의 존재로 군림하리라.'

그렇게 용이 되는데 실패한 이무기가 처절하게 절규하는 모습에서 충격을 받은 그녀는, 용이 되는 것을 포기하고 이무기로서의 힘을 극한까지 갈고 닦기로 결심하였다.

그동안 자연의 기운을 담아가며 열심히 만들어가던 여의주를 스스로 깨부수고, 그 기운을 자신의 힘으로 받아들이면서 일반적인 이무기들보다 강한 존재가 되었다.

1000년째가 되면서 본능적으로 용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느껴졌으나, 이미 여의주를 힘으로 소화시킨 그녀는 마음의 준비를 해두고 있었기에 약간의 상실감을 느꼈을 뿐, 절규가 동반된 처절한 절망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시간이 더 흘러서 1200년이 되던 때, 그녀는 그제서야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었다.

도술을 알려줄 수 있는 스승이 있다면 그보다 훨씬 일찍 인간으로 변신할 수 있었겠지만, 알다시피 그녀는 누군가에게 발견되면 당장 인간들이 토벌하고자 달려드는 괴물에 불과했다.

인간의 모습으로 변할 수 있게 되자마자, 인간들의 삶에 강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던 그녀는 당장 인간들이 살던 땅으로 내려갔고, 미래의 그녀는 이 때가 2~3세기경의 중국이였다고 회상하였다.

어쨌든, 100년도 살지 못하는 짧은 생을 지닌 인간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꽤나 재밌었던 그녀는, 이런저런 이름으로 바꾸면서 다양한 인간들의 삶도 즐겨보았고, 처음엔 남성, 여성으로 번갈아가 변신하였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여성체가 본능적으로 마음에 들어서 여성체로 자리잡게 되었다.

애초에 자신이 암컷이기도 했고.

혼자서 자연의 기운을 모아가며 여의주를 모았을때는 느끼지 못했던 재미.

그녀는 점점 속세에 물들면서 용이 되고자 하는 생각을 더더욱 쉽게 포기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인간으로 변신한 요괴의 정체를 알아본 도사들과 다른 요괴들이 각자의 목적으로 공격해왔고, 그들의 공격과 추격을 힘겹게 벗어나야만 했던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가기 위해선 그만한 힘이 필요함을 느끼게 되었다.

일단, 다른 요괴들의 힘을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힘을 모아온 방식이 다른건지, 아니면 힘을 모아서 가공하는 방식이 다른건지, 그 기운이 매운 탁하여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는데만 해도 꽤나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은, 다른 동족 이무기들이 모으고 있을 여의주를 빼앗는 것이였다.

잡스런 기운을 최대한 배제하고, 자연의 기운만을 모아 만들어내는 여의주에 들어간 힘이라면, 소화하는데 그리 큰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고 판단해서였다.

그녀는 자신과 같은 이무기들의 보금자리를 찾아다니며 힘으로 여의주를 빼앗기 위해 모든 땅을 돌아다녔고, 중국과 한국, 일본까지 모두 돌아다니며 다양한 인간의 삶과 이무기들의 힘을 빼앗아왔다.

그야말로 지상을 제 집 마냥 마음껏 휘젓고 다니며, 자신이 봐도 위험한 요괴와 상대하게 된다면 재빨리 인간들 사이로 숨어들었다.

요괴는 인간 사이에 섞인 자신을 공격하고자 난동을 부리고, 인간들은 그런 요괴를 퇴치하고자 달려들면서 힘을 빼면 재빨리 어부지리로 자신보다 강력한 요괴를 처리하여 힘을 키우자, 몇백년 후에는 그녀를 이길 수 있는 존재가 지상에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지역마다 다른 환경과 문화를 지닌 인간들의 삶은 꽤나 즐거웠고, 그녀는 용이 되지 않고 지상의 최강자로서 군림하게 된 지금의 삶을 잘 선택했다면 자화자찬하였다.

하지만, 그것도 한두번이지, 수백년동안 즐기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인간들의 삶도 따분해지기 시작하였고, 자신이 너무 강해서 싸우는 재미도 없어지자, 모든게 무료해진 그녀는 자신의 수발을 들어줄 요괴들을 힘으로 굴복시켜 인간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자신만의 영토를 만들었다.

한동안 인간들의 세상과 단절하여, 완전히 바뀌어버린 상식과 문화를 즐기고자, 처음 인간들의 삶을 살게 되었을때 느꼈던 그 신비로움과 즐거움을 느끼고 싶은것이 그녀의 계획이였던 것이다.

이 후, 어째서인지 신들의 존재감이 사라지더니, 산업화가 진행되어 수많은 요괴들이 인간들에 의해 삶의 터전이 빼앗겨 버렸고, 인간들이 가진 무기와 숫자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지자 어쩔 수 없이 깊은 산이나 산맥으로 몸을 피할 수 밖에 없었다.

여러 나라의 요괴들은 인간들의 손이 닿기 어려운 산이나 산맥으로 이동하였고, 도중에 그녀의 영역과 힘을 느낀 요괴들은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 그녀에게 스스로 굽히고 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요괴들만의 국가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인간들의 과학으로는 찾을 수 없는 요괴들의 결계 너머에는, 한중일뿐만 아니라, 유럽쪽의 흡혈귀와 늑대 인간들도 다수 존재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전 세계의 요괴들이 종류별로 모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요괴들의 국가.

그 국가의 지배자가 된 그녀는, 이젠 완전히 사장되어버린 마법을 사용하는 인간을 향해 강한 호기심을 느꼈고, 장난과 능력이 어느정도인지 확인하고 싶은 것이 반반씩 섞인 장난기가 발동하여 일부러 몸을 숨켜보았다.

하지만, 꽤나 시간이 지나도 자신을 찾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자, 간만에 강한 흥미를 느꼈던 그녀는 실망감을 느끼면서 슬슬 자신에게 선전포고를 한 인간들을 처단하고자 마음을 먹으려던 순간,

'음?'

결계 밖으로 뭔가 기이한 느낌이 느껴졌다.

'이건…….'

"주인님! 주인니임!"

2~3살짜리 아기처럼 작은 키, 붉은색의 피부, 몸에 비해 커다란 머리와 뿔이 달려있는 작은 요괴가 후다닥 달려왔다.

"무슨 일이더냐?"

"지…지금 인간들이 결계 밖의 숲에다가 불을 질렀습니다!"

"호오? 이런식으로 나온다는 건가?"

설마 이런 무식한 방법을 사용할 줄이야.

그녀가 펼친 결계는 주변의 지형을 이용한 결계로, 존재 유무를 알고 있어도 왠만한 힘으론 위화감도 느낄 수 없는 고도의 결계였다.

그런데 그런 고도의 결계를 이런 방식으로 공격할 줄이야.

물론, 불길을 잡을 수 있는 요괴들도 많이 있으니, 그들의 힘으로 손쉽게 불을 끌 수 있다.

"하는 수 없지. 이 숲의 기운이 사라지게 되면 불편해지는건 우리니까. 당장 소화 작업을 개시하도록 명하라."

"예이!"

짜리몽땅한 요괴는 후다닥 밖으로 나갔고, 그녀의 명령이 내려지자 여러 요괴들의 괴성이 사방에서 울려퍼지며 소화 작업을 위해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소화 작업이 시작되어버린 이상, 자신들이 부근에 숨어있다는 것을 광고하는 꼴 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는 인간이 무서워서 피한게 아니다.

단지 자신에게 대항할 수 있는 인간과 잠깐 놀아줬을 뿐.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인간들의 삶에 지루함을 느끼고 은거해 있는동안, 인간들이 어떻게 발전하였는지, 그리고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미친놈이 나타났다는 사실을 알 수 없었다.

"음?"

그 때, 입구쪽의 요괴들이 소란스러움을 느낀 그녀는, 자신의 요력을 사용하여 입구쪽의 상황을 볼 수 있는 홀로그램 같은 화면을 띄어놓았다.

"무슨 일이냐?"

-아, 주인님! 왠 기계 덩어리가 사절이라고 찾아왔습니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기계 덩어리가?"

그러고보니 결계 밖을 서성이던 기계 덩어리가 있다는 것을 부하들의 보고로 알고 있었던 그녀는, 강한 호기심을 느끼며 간만에 인간형으로 변신하여 직접 입구로 이동하였다.

텔레포트 마법처럼 순간이동을 한 그녀의 모습이 입구에서 나타나자, 입구를 지키고 있던 이름모를 요괴들은 화들짝 놀라며 무릎을 꿇었다.

이 결계 안에 이루어진 요괴들만의 국가를 만든 지배자이기도 하지만, 그 전에 모든 요괴들 중에서 가장 강한 최강자이기도 하였기에, 그 존경심과 두려움을 무릎을 꿇음으로서 표출한 것이다.

"흠. 생명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는군. 이런게 어떻게 사절이 될 수 있는거지?"

나중에 있을 즐거움을 위해서 일부러 인간들에 대한 정보를 고의적으로 단절시켰던 그녀는, 요즘 인간들은 사람처럼 생긴 기계 덩어리가 사절 역할을 맡는건가, 싶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이쪽 저쪽을 확인하려던 찰나,

-뭐긴 뭐냐? 이렇게지.-

지잉-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기계로부터 홀로그램 영상이 띄워졌다.

"호오? 신기하구나. 요력이나 도술도 아닌데도 이런게 가능하다니."

자신이 은거해 있는동안, 바깥 세계의 인간들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하였음을 직감한 그녀는, 슬슬 은거를 풀고 인간 세상에 나서는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하였다.

-그 목소리, 구슬로 지껄이던 것이 네 년이냐?-

"!!"

"!!"

"!!"

무릎을 꿇고 있던 요괴들은 '네 년이냐?' 라는 부분에서 두 눈이 희둥그래졌다.

그들에게 있어서 그녀는 마음만 먹으면 자신들을 모두 압살할 수 있는 강자인데, 저 인간은 자기 목숨도 아까울줄 모르고 아무렇게 지껄이고 있는 것에 놀란 것이다.

예전에 남궁 신을 제압하기 위해 요괴를 보냈던 그녀는 자신이 보낸 요괴가 죽으면 구슬이 작동하게끔 만들었으나, 그 구슬을 잡아채고선 자기 할말만 내뱉고 으깨버린 인간의 얼굴과 목소리를 알아볼 수 있었다.

"네 얼굴은 기억하고 있다. 여余가 보낸 수하를 죽인 자로군."

하지만, 상대방이 욕설을 하든말든, 자기 할말만 하는 그녀의 모습에, 홀로그램 화면으로 모습을 드러낸 진우는 분노로 얼룩진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동안 이 몸이 무서워서 잘도 숨어있더군?-

"무섭다? 착각을 하고 있구나, 인간. 여는 심심풀이로 숨박꼭질을 했을 뿐이니라. 너같은 인간 따위는 가볍게……."

-아가리 닥쳐! 아직 내 말 안 끝났으니까!-

"……."

순간, 언제나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보이고 있던 그녀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잘 들어라, 씨발년아. 옛날에는 니 년이 크와앙~ 하면 인간들이 으앙~ 하면서 놀랐을지 몰라도, 요즘 인간들은 옛날과 달리 한 성질 하거든? 그리고 그 한 성질하는 새끼들중에서 가장 더럽게 큰 새끼가 바로 이 몸이다. 너는 사람 잘 못 건든거야.-

"예의라곤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인간이구나. 참으로 추잡하도다."

처음엔 호기심으로 가득찼었던 그녀의 눈빛은 상대방을 향한 경멸로 바뀌었다.

지금까지 여러 추잡한 인간들을 많이 봐왔지만, 이렇게 속을 긁어대는 인간은 태어나서 처음이였다.

-예의? 예의에에? 선빵 쳐놓고선 약올리듯이 숨어있더니 예의를 찾아? 오냐, 내가 오늘 인간들의 예의를 네 년에게 똑똑히 알려주마!-

그동안 진우는 선빵을 맞아버렸지만, 선빵친 상대를 찾을 수 없어서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있었던 듯, 평소와 달리 신경질적으로 대꾸하였다.

그리고선, 갑자기 사람 주먹만한 전구를 꺼내더니, 살의로 넘실거리는 눈빛으로 협박어린 어조로 입을 열었다.

-기대해라, 씹새야. 반드시, 무슨 일이 있어도 가장 먼저 보전깨부터 해주마! 다시는 감히 만물의 영장이신 인간님을 향해 눈 똑바로 치켜들지 못하게 만들겠다고! 이 씨……!-

콰창!

순간, 그녀가 손을 흔들자 팔이 닿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사절로 온 기계가 엄청난 충격을 받은것 마냥 구겨지면서 나동그라졌다.

"계속 놈의 더러운 목소리를 듣자니 여의 귀까지 더러워지는 기분이구나. 요즘 인간들은 모두 이런식인가?"

"……."

"……."

하지만, 그녀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들도 인간들과 담을 쌓고자 스스로 그녀를 주인으로 모시고자 숙이고 들어온 요괴들이였으니까.

'…그건 그렇고 보전깨가 뭐지?'

보전깨가 뭔 말인지 몰라서 고개를 갸웃거렸던 그녀는, 자신이 상대한 인간이 성질이 뻗쳐지면 얼마나 무식하게 무서운 인간인지 후에 온 몸으로 느낄 수 있게 되었다.

============================ 작품 후기 ============================

준비한 미사일은 바로 쏘는게 아니라 그랜드 아크랑 함께 팝콘 먹으면서 발사할 생각.

참고로 보전깨는 아실분은 아시겠지만, 모르는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보 -삐이- 에다가 전구를 넣어서 깨 -삐이이이- 것입니다.

PS : 보다보면 참 신기한게 있습니다. 제가 글을 쓰면 선작이 줄어듭니다. 그런데 조금 시간이 지나면 다시 선작이 오르고, 하루정도 글을 안쓰면 선작이 더더욱 많이 오릅니다.

한두번이면 그냥 우연인가 싶은데 계속해서 사이클이 그렇게 돌아감;; 뭐지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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