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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장
"히…히익……!"
어째서인지 따로 혼자 분류되어, 다른 가해 학생들의 학부모와 자신의 아내가 고깃덩어리가 되는 모습과 비명을 들어야만 했던 한 50대 초반의 중년인은 초췌할 몰골이 되어버렸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치우의 모습에 힉 소리를 내면서 기겁하였다.
그냥 나타난게 아니라, 수술용 메스와 핸드 그라인더를 가지면서 먹잇감을 노려보는듯한 육식동물의 눈빛에 놀란 것이다.
"페리샤 말로는 니가 가장 많이 나서면서 자기 아들을 두둔했다 하더라고. 그래서 몇가지 물어보고자 너만 따로 놔뒀어."
페리샤가 나타났을 때, 가장 소리를 크게 질러대면서 자기 아들을 옹호하고, 피해 학생을 가장 많이 모욕한 인물이 바로 그였다.
치우는 핸드 그라인더를 잠시 한 쪽 구석에다가 놔둔 후, 사각 팬티 하나가 몸에 걸친 천 쪼가리의 전부인 중년인의 상체를 메스로 살짝 가져가 댔다.
툭.
"흐히익……!"
차가운 금속성의 느낌.
그리고 날카로운 칼날 끝이 살점을 살짝 꿰뚫는 고통에, 중년인은 공포어린 신음성을 내질렀다.
"우리 아빠랑 엄마는 내가 어릴때, 다른 애들을 때리면 나는 너를 그렇게 키우지 않았다 라면서 막 혼을 내셨거든. 그렇다고 부모님들이 나를 싫어했던건 아냐. 뭔가 애매해서 내가 잘못했는지, 남이 잘못했는지 쉽게 선택할 수 없는건 일단 내 편을 들어주셨어."
잠시 자신의 어릴때 이야기를 시작한 치우는, 메스로 중년인의 몸에 자국만 남을 정도의 힘으로 슥슥 그어내기 시작했다.
"내 부모님이라서 자랑하고 싶어 말하는게 아냐. 우리 부모님들도 돈 문제로 감정적인 싸움을 많이 하셨거든. 완벽한 분들은 아니셨지만, 그래도 내가 문제를 일으키면 분명하게 혼을 내주신 분들이셨지. 그래서 그런지 내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돼. 피해자가 있고, 증거 영상까지 있는데 왜 무슨 깡으로 자기 자식들은 죄가 없다, 문제가 없다면서 억지를 부린거야?"
"죄…죄송합니다…제발…제발 목숨만은……."
사악-
중년인이 잘못했다며 목숨을 구걸하자, 치우는 가면 너머로 짜증난다는 표정과 함께 메스로 기름진 배를 직선으로 주욱 그어냈다.
신체 강화의 힘 덕분에 그런지, 메스의 절삭력이 뛰어난건지 너무나 가볍게 베어져서, 누가 들으면 종이를 날이 잘 드는 칼로 잘라낸 것이라 착각할 소리가 울려퍼졌다.
"끄아아아아아악!!!"
물론, 그 후폭풍은 종이를 잘라낸 것과는 차원이 다르지만.
"누가 사과하랬어? 그리고 사과해야 할 대상은 내가 아니야. 니네 자식들이 괴롭힌 녀석한테 해야지. 내가 원하는 답변은 사과가 아니라 해명이야. 나는 나 자신이 그다지 정상적인 놈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거든?"
"흐윽…흐으윽……."
"그런데 그런 내가 봐도 너희들의 행동은 도저히 이해가 안돼. 자, 내 머리를 이해 시켜봐. 합당한 논리를 말한다면 너는 특별하게 그냥 풀어주도록 해주마."
중년인이 비명을 지르든, 고통에 흐느끼든, 똑같은 톤으로 질문을 던지는 치우.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풀어주도록 해주마' 라는 부분에서 정신이 번뜩 든 중년인은, 어떻게든 살아남고자 고통을 외면하고 입을 열었다.
"그…그건…가족! 가족애 때문이였습니다! 가족끼리 돕고 살아야 하지 않습니까!?"
서억-
"끄아아아아!!"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대답이였는지, 치우는 다시 한번 메스를 그으면서 옆구리에서 배까지 검지 손가락 길이 만큼 'ㅡ' 자 형태로 베어냈다.
"이 씨발 새끼가. 그럼 우리 아빠랑 엄마는 내 가족 아니였냐? 나는 굴다리 밑에서 주워왔어?"
만약, 그의 말대로 가족애 때문에 그런것이라면, 치우의 부모들은 그에게 가족애가 없기 때문에 야단을 맞으며 키워왔다는 뜻이 되어버린다.
"나는 지금 최대한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대처하려고 노력중이야. 미친놈이 잠깐 제정신을 차린 지금의 기회를 잃어버리면 넌 쟤네들하고 똑같은 운명에 처해져. 자, 다시 대답해."
"끄…끄으윽……."
만약, 중년 남성이 죽음의 공포로 각성하여 이성적으로 변하고, 자기 자신에 대한 평가가 객관적이 되고, 타인의 눈 따위에는 신경쓰지 않게 된다면, '내 자식에 대한건 그냥 핑계고, 남한테 못나보이기 싫어서 그랬다' 라고 솔직하게 대답하면서 무사히 살아날 수 있었을 것이다.
못나 보이기 싫다.
이게 바로 가해 학생들의 부모들이 자기 자식을 편드는 이유다.
만약, 가해 학생들의 죄를 인정하면서 빨간줄이 그어진다면, 자신들은 강간마, 살인자 자식을 키워버린 쓰레기 같은 부모들이 되어버린다.
진짜 자식을 위해서 아득바득 소리를 지르는게 아니다.
단지 자신들의 가치가 낮아지는 것을, 사람들이 자신들을 강간마, 살인자를 키운 부모로 보는게 두려워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지.
하지만, 애초에 자신들이 피해입힌 학생에게 소리를 질러가면서 모욕을 퍼부었던 작자들이 과연 그런 자신들의 죄를 인정할까?
"부…부모가 자식을…편드는게…뭐가 죄…인 겁니까……."
지금 그는 부모로서의 마음을 사용하면서 자신의 죄를 정당화 하려고 하였다.
자신의 모습이 한국 전체에 방송되고 있다고 들었기에, 사람들에게 자신은 죄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가족애, 부모애를 무기로 사용하였지만,
푸욱-
"끼에에에에엑!"
"하놔, 요 새끼 보시게? 그럼 우리 아빠랑 엄마는 나를 굴다리에서 주워왔다는 뜻이잖아? 은근히 날 간접적으로 디스하네? 제 자식이니까 편든다? 그럼 우리 부모님들은 왜 내가 다른 놈들 패면 나를 혼냈을까? 응? 우리 아빠랑 너랑 대체 뭐가 다른걸까?"
자신이 원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자, 허벅지에서 무릎까지 메스로 그어낸 치우는 짜증난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타임 오버. 이제 이성적이고 논리적이고 자시고간에 다 필요없어. 내 변덕이 살아갈 길을 만들어줬는데도 불구하고 스스로 지옥으로 가겠다는 이런 멍청한 새끼는 처음 보는구만."
"자…잠깐만……!"
텁!
"우우욱!"
"넌 더이상 대답할 이유도, 질문할 가치도, 구걸할 필요도 없다."
치우는 중년 남자의 입 안쪽으로 검지와 엄지를 집어넣어 혀를 잡아 뺐고, 한 쪽 구석에다 놔뒀던 핸드 그라인더를 작동시켰다.
위이이이이잉---
그라인더는 무언가를 매끄럽게 연마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물건이지만, 빠르게 회전하기 때문에 날 부분에다가 손을 대면 거의 반드시 피를 보게 된다.
그런 그라인더를 혀쪽으로 내리기 시작한 치우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남자의 혀를 잘라냈다.
치지지지직---!!
"끄우우우우욱~~~~~~!!"
그라인더는 남자의 혀를 잘라내면서 피가 쏟아지기 시작하였고, 어떻게든 고통으로부터 달아나고자 몸부림 쳤으나 치우의 힘을 이겨내지 못하였다.
결국, 치우에게 만족스런 대답을 내지 못한 그는, 남들과 똑같은 고문을 받으며 죽어버리고 말았고, 사람들은 복수법의 끔찍함을 자신들의 두 눈으로 확인하면서, 자신이 예전에 다른 사람에게 뭔가 섭섭하게 했었나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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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쯧. 더러운 새끼의 피가 묻어져 버렸구만."
복수법을 위해서 특별히 만들어둔 밀폐실에서 나온 치우는, 자신의 손과 몸에 묻혀진 핏자국을 보면서 투덜거렸다.
"어이, 따뜻한 물좀 받아두고, 아키랑 이실리아도 준비해두라 그래."
-예, 주인님.-
지하드에 있는 페리샤에게 지시를 내린 진우는, 안색이 창백해져 있는 신고 학생, 박 효준에게 시선이 돌려졌다.
외부 모니터로 안의 모습을 볼 수 있게끔 해놨기에,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것을 볼 수 있었다.
"호오~ 페리샤가 말한대로 꽤나 깡따구가 있네? 솔직히 기절하거나 다 보지 못하고 어디론가 도망갈 줄 알았는데 말야."
"…제…제가 신고했으니까…끄…끝까지…제…제가……."
"아아, 무슨 말이니 알겠으니 됐어."
치우를 정면에서 대면하였다는 공포감일까, 아니면 사람이 죽어나가는 모습을 생생한 라이브로 본 충격이였을까.
효준은 말을 더듬었지만, 그래도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들을 순 있었다.
"최소한 자신이 벌인 일의 책임은 질 줄 아는 놈이구만. 나는 그런 놈들이 마음에 들더라."
마치 친한 형처럼 어깨동무 한 치우는 어깨를 두드려주면서 칭찬해주었고, 그 지랄맞은 악마 같았던 치우가 이런 모습을 보여줄 거라곤 상상도 못했던 효준은 상황을 파악하느라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느라 바빴다.
"자, 이거 받아라."
그 때, 치우가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효준의 손에다가 올려두었다.
투명한 약물이 들어간 엄지손가락 크기의 약병이였다.
"이…이건……?"
"할머니랑 단 둘이 산다면서? 나도 어릴땐 가정 사정이 좀 어려워서 고등학생이 되고서야 겨우 평범한 가정이 되었거든. 어쨌든, 어릴때 나도 할머니 밑에서 자라서 그 나이대의 노인들이 관절염으로 고생한다는걸 알고 있단 말씀이지. 이거 먹이면 최소한 관절염이랑 잔병치례는 없을거다."
"아…고…고맙습니다……!"
"됐고 그만 가봐. 이미 얘기해뒀으니 집까지 바래다줄거다."
"예, 예!"
여기까지만 보면 대체 세계가 인정한 인류 역사상 최악의 악이 맞는지 이해가 안되지만, 원래 강자들의 오만한 얼굴을 짓밟는 것 자체를 즐거워 할 뿐이지, 약자를 짓밟는 것에는 흥미가 없기 때문에 이렇게 곱게 보내준 것이다.
거기다가 관절염으로 고생하시다가 돌아가신 할머니가 생각나서 변덕으로 약까지 쥐여보냈을 뿐이지, 평범한 부모님 밑에 있었으면 그냥 꺼지라면서 어디론가 내다 던졌을게 분명하다.
어쨌든, 효준을 내보낸 치우는 자신의 몸에 묻어져나온 더러운 피를 씻으러 지하드로 귀환을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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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태극은 사람 목숨을 개미보다 가볍게 여기는 집단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 사람들은, 조금씩 삼태극이 만들어놓은 체제에 익숙해지는 길을 선택하였다.
대놓고 반란을 권장하면서 돗자리를 깔아도, 총이라는 무기를 얻어도, 삼태극이 보여준 압도적인 힘과 잔인함은, 21세기의 사람들이 저항하기엔 너무나 가혹하고 거대한 벽이였다.
거기다가 아예 대놓고 약탈하거나, 자기 마음대로 길거리에서 사람을 죽이는 행동도 보이지 않고, 잔인하고 공정이라곤 눈꼽만큼도 보이지 않지만 자신들만의 법을 만들어서 거기에 순응하면 피를 보는 일도 없었다.
즉, 엄청 무섭고 잔인하며, 자신들 정도는 아주 가볍게 죽일 수 있는 괴물과 그 수하들이 있지만, 그 괴물이 만들어놓은 틀 안에서만 지낸다면 딱히 건들지도, 괴롭히지 않고 조용히 지켜보는게 전부다.
물론, 가끔씩 변덕이 생기면 사람 수백이 죽어나가는건 일도 아니다.
그 증거로 군대를 해체할 때, 병사들과 장교들을 한 자리에 모아둬서 배틀로얄을 시작하지 않았던가.
배틀로얄로 인해 자식들이 죽어버린 부모들은 삼태극을 향해 분노를 토해냈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반란을 일으키려 한다거나 대놓고 일을 벌이는 짓은 하지 못하였다.
한 쪽은 동북 아시아 3개국을 무력으로 차지하고, 사람으로서의 도리를 저버린 악의 세력.
한 쪽은 자식을 잃은 평범한 부모들.
애초에 싸움이 되지 않는 싸움이였기에, 다른 사람들에게 손을 벌려도 다들 거부하기 급급할 뿐이였다.
그렇게 복수법을 이용하여 삼태극의 잔인함을 다시 한번 보여준 치우는, 지하드의 욕실에서 아키, 이실리아와 함께 목욕을 하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다음은 모든 남자들이 부러워 하는 목욕신이 등장 -_-ㅋ
목욕신 자체가 부러운게 아니라, 목욕을 하는 방법이 부러운 것임.
큼큼, 원래 오늘은 쉴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감기가 생각보다 빨리 호전되어서 늦게나마 글을 써 올립니다.
절대로! 심심해서! 쓴게! 아님!
제가! 존나! 성실하고! 착하기! 때문에! 부상투혼을! 벌인! 것! 뿐!
그러니까 존나게 성실한 작가를 존나 찬양해라! 존나 아파서 휴재 했음에도 불구하고 병마 따위가 막아내지 못한 나의 정신력을 찬양하라고!
PS : 다들 불금들 잘 지내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