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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장
"그러면 그냥 그 동양인 기술자를 불러내는게 낫지 않겠습니까? 듣자하니 헬게이트나 수리 시설이 파괴되면 그에게도 신호가 온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헬하운드의 성능에 대해 이것저것 떠들던 대통령과 기술자들의 모습에, 보다못한 로렌드가 기술을 흉내내기 어려우면 이걸 만든 기술자를 불러오면 되는게 아니냐며 정곡을 찔러왔다.
하지만,
"나는 그의 파워 슈츠를 정부에 넘기면서 배신 하였습니다. 이미 배신을 한 상황에서 그를 이용하겠다고 부르는 것은 제가 용납할 수 없습니다."
거기에 매그너스가 고개를 내저으며 반발하였다.
매그너스는 이능력자들의 저항이 생각보다 심해서 이대로 가다간 초인등록법안의 실행이 불가능해진다고 판단하여 진우가 만들어준 헬게이트를 넘기면서 기술 분석을 허락하고 말았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일부러 헬게이트를 파괴하여 그를 부른다?
만약, 그가 돌아와서 배신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자신은 그의 원망어린 시선을 견딜 수 없을 것이다.
그가 없었더라면 자신 또한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고, 지금도 이능력자들의 모습에 혼자서 분노를 토해냈을 운명이였다.
그의 호의를 배신한것도 죄책감을 느껴서 미안한데, 그보다 더한 배신을 하라고?
"이미 약속을 어겼는데 굳이 연연해 할 필요가 있습니까?"
"과자 하나 훔치면 다음엔 은행강도가 될거라고 확신하고 계시는군요. 저는 과자 하나 훔친것만 해도 양심의 가책으로 죄책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 이상의 권유는 강요로 받아들이겠습니다."
"……."
금연하던 사람들이 금연에 실패하는 이유중 대부분은 이러하다.
중독을 참지 못해서 담배 한개피를 피운 후, '에이씨 금연 실패했으니 그냥 그만두자' 라면서 자포자기식으로 다시 흡연을 시작한다.
이성적으로 보자면 이건 바보같은 짓인데, 담배 하나 핀 후에 다시 금연을 하면 되는것을 겨우 하나만 폈으면서 금연에 실패했다며 줄담배를 뻑뻑 피워댄다.
일반적으로 마약 중독자를 치료할땐 마약의 횟수를 줄여나가면서 마약을 끊도록 유도하는데, 금연 또한 마찬가지로 아주 가끔씩만 피우면서 그 양을 천천히 줄이면 되는것을 겨우 하나 피웠다고 실패했다며 금연을 때려치우는 것이다.
하지만, 매그너스는 이러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헬게이트를 넘겨줌으로서 진우를 배신하였지만, 이미 배신했으니 에라 모르겠다 싶어 다른것들까지 몽땅 다 내주는 막장 짓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 차례의 죄를 범했으니, 두 차례의 배신을 하지 않도록 상황을 조율하고 자기 자신을 다잡으면서도, 자기 자신의 죄를 인정하며 후회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미 전에도 제이콥 대통령이 그에게 로렌드와 똑같은 제안을 하였지만, 매그너스는 자신을 인간만도 못한 짐승으로 만들 생각이라면 초인등록법안이고 자시고 그냥 모두 다 포기하겠다면서 배째라는 식으로 거부하였다.
'생각했던 것보다 강직한 인물이군. 귀찮게 됐어.'
매그너스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강인한 의지에, 로렌드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듯이 혀를 차면서 입을 다물었다.
'이 자…어째서인지 마음에 안들어.'
하지만, 상대방이 마음에 들지 않는것은 매그너스 또한 마찬가지였다.
일단 성격도 성격이거니와, 그가 진우를 부를때마다 '동양인 기술자' 라는 단어를 꼭 강조하듯이 끼워넣었기 때문이다.
'그냥 기술자, 헬게이트의 제작자, 이런식으로 부르면 되는것을 굳이 '동양인' 이라는 단어를 끼워넣을 필요는 없을텐데? 왜 자꾸 '동양인' 이라는 부분을 강조하는거지?'
매그너스는 이런 부류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냥 기술자면 기술자인거지, 굳이 어떤 특정 인종에 대해 강조하는듯한 단어를 집어넣는 자들.
주로 이런 이들은 인종차별주의자가 대부분이지만, 매그너스는 남몰래 고개를 내저었다.
'설마. 세계를 아우르는 로스차일드 가문의 후손이 그런 저열한 성격일리가 없잖나.'
최대한 이성적으로 상황을 보고 대처하는 성격인 매그너스는, 이미 세계 전체를 가진 것이나 마찬가지인 로스차일드 가문의 차기 가주 후보가 인종차별주의을 하는 저열한 성격일리가 없다면서 부정한 것이다.
그렇게 헬게이트의 스펙을 다운시킨 양산형, 헬하운드의 성능과 무기에 대해 기술자들과 군사 전문가들은 이런저런 토론을 시작하였고, 제압 능력과 기본 스펙은 확인해뒀으니 다음엔 실제로 사람을 죽고 죽이는 전장이나 테러리스트들을 상대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어쨌든, 로렌드 로스차일드는 사업상 문제로 바쁜 몸이였기에, 헬게이트의 모습을 힐끗 쳐다보면서 밖으로 향하였다.
로렌드와 그를 호위하는 로스차일드 가문의 사람들이 모두 사라지자, 제이콥 대통령은 로스차일드 가문이 헬게이트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를 알아내고자 머리를 굴려나갔다.
'로스차일드…….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접근한거지?'
일단 가장 의심되는 부분은 삼태극의 치우에 대한 문제가 가장 크겠지만, 로스차일드 가문이 겨우 한 수 앞의 미래만을 보고 끼어들리가 없다.
'어설프게 접근했다가 문제가 생기면 곤란해지니 일단은 상황을 두고보자.'
로스차일드 가문의 중요 인사들은 돈으로 고용한 온갖 고레벨의 이능력자들의 호위를 받고 있다.
단지 능력뿐만이 아니라 경험까지 풍부한 이능력자들에게 허튼 수작은 통하지 않기 때문에, 괜히 섣불리 움직였다가 주도권을 빼앗기느니 일단은 상황을 보는 것이 제이콥 대통령의 선택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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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드 로스차일드는 대 테러 방지용으로 이루어진 차량에서 누군가와 통화로 대화를 나누었다.
"예. 헬게이트의 마이너 카피인 헬하운드의 성능은 리버에서 구입해온 물건들보다 뛰어난 성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호오. 스펙을 떨어뜨렸는데도 그정도 수준이라고?-
"솔직히 말하자면 당장 헬게이트를 가져가고 싶지만, 그 주인인 매그너스가 생각보다 강직한 성격이더군요. 자기 스스로 저버리면 저버렸지, 절대로 타인에게 굴복할 생각이 없는 강직한 성격이였습니다."
로렌드는 통화 상대에게 존댓말을 하면서 매그너스에 대해 몇 마디를 더하였고, 뒤이어 헬게이트를 만든 기술자에 대한 부분으로 주제를 바꿨다.
-그건 그렇고 헬게이트의 제작자는?-
"매그너스의 말로는 헬게이트가 수리 불가능 수준으로 완파되거나, 그가 만들어줬다는 정비시설이 파괴되면 그 신호가 가게 된다고 합니다."
-그 외에는? 사적으로 연락을 한다던가.-
"사적으로 연락은 커녕, 그의 연락처도 모르는 눈치였습니다."
-귀찮게 되었군.-
통화 상대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듯이 잠시 입을 다물었지만, 그것도 5~6초 정도에 끝이 났다.
-로렌드.-
"예, 가주님."
-헬게이트를 파괴하기엔 그 가치가 너무나 아깝고, 왠만한 공격으론 단숨에 완파시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맞습니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가치가 덜한 매그너스의 정비실이 낫겠군. 공격조 하나를 보낼테니 매그너스와 대통령의 눈을 너에게 돌려라.-
"예, 알겠습니다."
로렌드는 정중하게 대답하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의심받지 않는 한도내에서 눈에 띌만한 짓은 무엇일지 머리를 굴려나갔다.
-삼태극의 치우…녀석의 행보는 로스차일드 가문을 파멸로 이끈다. 반드시 놈을 죽일 수 있는 전력을 만들어야만 해.-
"걱정마십시오, 가주님. 이미 우리에겐 살라딘의 유전자라는 무기가 있습니다. 거기다가 헬게이트 양산까지 성공한다면 삼태극 따윈 아무것도 아닙니다."
-중국을 무너뜨린 치우는 힘을 다시 비축하고 있을 것이다. 놈이 움직이기 전에 반드시 프로젝트를 완성해야만 한다해.-
삼태극은 세계의 경제를 휘두르는 로스차일드 가문에게 있어서 최악의 적이나 마찬가지였다.
아크로스의 그랜드 아크가 정복욕에 미쳐서 이리저리 날뛰고 있지만, 로스차일드 가문은 그가 아무리 날뛰어도, 설령 유럽 전체를 집어삼켜도 피식 웃으며 손가락 하나로 무너뜨릴 수 있다.
로스차일드가 가진 돈의 힘으로 그랜드 아크가 점령한 땅의 경제를 파탄내게 만들 수 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아크로스와 그랜드 아크를 내버려둔 이유는 그의 존재로 여러 군수물자들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였다.
이용 가치가 떨어진다면 언제든지 무너뜨릴 수 있는 사상누각, 그것이 로스차일드 가문이 보고 있는 아크로스의 모습이였다.
하지만, 삼태극은 완전히 다르다.
놈들은 정복이 아니라 복종을 원하고 있다.
복종을 하지 않는다면 그 국가의 모든 경제 기반을 무너뜨리고, 사람이 살 수 없는 환경을 만든다.
돈이 없으면 힘으로 빼앗는다.
물건이 없어도 힘으로 빼앗는다.
돈과 경제를 기반으로 막대한 부와 권력을 차지한 로스차일드 가문에게 있어서, 삼태극이란 존재는 로스차일드 가문의 존망을 위태롭게 만드는 역사상 최악의 적인 것이다.
그런 삼태극의 다음 목표는 미국이고, 미국마저도 삼태극에 의해 무너지게 되어버린다면 로스차일드 가문 또한 휘청거리게 되어버린다.
협상이 불가능하고, 돈의 힘으로도 제어가 불가능하며, 자신에게 복종하지 않으면 모든것을 불태워버리는 괴물.
그 괴물을 막기 위해선 돈의 힘으로 모을 수 있는 힘을 모조리 끌어모아서 반격해야만 하였다.
그렇기에 예전에 살라딘이 자신의 유전자로 복제 인간을 만들었던 데이터를 얻는데 성공하였고, 그 데이터를 가지고 있었던 살라딘의 수석 과학자의 신변을 손에 넣었다.
삼태극이라는 이레귤러에 의해 나비효과 현상이 일어나면서, 또다른 이레귤러를 만든 것이다.
이는 그레이스가 본 예언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사건이였고, 펜타곤도 지금 초인등록법안으로 인해 정신없이 바빴기에 이들의 행보를 막을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살라딘의 유전자로 만든 복제 인간들과 헬게이트 수준의 양산형 파워 슈츠라면 우리 로스차일드 가문은 세계의 주인이 된다. 돈의 흐름뿐만 아니라, 세계 전체의 파워 밸런스까지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절대군주가!-
초대와 2대의 로스차일드 가주는 가난을 겪어서 쓸대없는 사치를 부리지 않았지만, 가난을 겪게 된 3대 이후부터는 자신들의 기품에 어울리는 여러 사치를 해오게 되었고, 거기다가 특유의 비밀주의 때문에 로스차일드 가문에 대한 정보는 쉽게 외부로 알려지지 않게 되었다.
그렇기에 이미 돈으로 세계를 장악한 로스차일드 가문의 가주가 무력까지 가져서 세계를 지배하는 절대 군주가 되겠다는 야심을 품고 있으리라곤 누구도 예상치 못하고 있으리라.
"그렇기 위해선 일단은 노란 원숭이에게 어울리지 않는 기술을 우리 가문에서 '회수' 를 해야겠지요."
-매그너스의 정비실을 파괴하면 그 노란 원숭이는 다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모든 지원을 해줄테니 놈의 신변을 반드시 확보하도록.-
"예, 걱정마십시오."
로렌드는 그렇게 대답하면서 전화를 끊었고, 푹신한 소파처럼 편안한 등받이에다가 몸을 파묻었다.
"쯧. 노란 원숭이 새끼들. 주제도 모르고 설쳐대다니."
삼태극의 치우도 동양인, 매그너스에게 헬게이트를 준 기술자도 동양인이다.
세계를 자신들의 발 아래로 두고 있는 오만함을 가지고 있던 로렌드는, 미개한 노란 원숭이 놈들이 설쳐대는 꼬락서니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혀를 차면서 불평을 터트렸다.
"주제에 맞지도 않은 기술을 미개한 동양인들이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죄다. 감히 백인들과 나란히 서려는 오만함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만들어주지."
세계의 밸런스를 위협할만한 가치있는 물건, 기술은 미개한 노란 원숭이들이 아니라 자신들같은 문명인들이 사용해야만 한다.
특히, 헬게이트를 만든 동양인 기술자는 매우 괘씸한게, 그런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 당장 백인님들에게 째깍째깍 바쳐야지 감히 지 멋대로 가지고 놀면서 돈놀이를 하고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일단 그 노란 원숭이를 붙잡으면, 가장 먼저 자신이 백인과 동양인의 차이를 몸으로 뼈저리게 느끼도록 만들어 주겠다고 다짐한 로렌스는, 로스차일드 가문의 행보를 경계하고 있을 대통령의 이목을 쏠리게 만들고자 어디론가 전화를 하기 시작하였다.
============================ 작품 후기 ============================
솔직히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로스차일드 가문의 인종차별은 별로 설득력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지들 밑으론 다 그게 그거일테니까요 ㅋㅋㅋ
거기다가 재능있는 자를 우대하는 가풍도 있어서, 동양인이여도 재능만 있으면 받아들이는게 로스차일드 가문입니다.
단지 그놈의 비밀주의 때문에 정보가 많이 알려진게 없어서 음모론이라던가 이런쪽으로 희생당하기 딱 좋은 희생양이라서 많이 사용될 뿐.
그건 그렇고 2015년 마지막 기대작이라는 블레스가 파이널 테스트를 한다고 해서 신청했습니다만, 리뷰 반응이 영 시원치 않네요.
1,2 CBT때 워낙 거하게 물을 먹여서 여기서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진짜 파이널 테스트' 가 되어 버린다고 하는데...
파판14로 MMORPG 맛을 들여버려서 블레스에 신청은 해봤습니다만 과연 만족시켜줄지는 미지수.
어디선가 '일해라 핫산!' 이라는 외침이 들리는것 같네요.
하지만 저도 문화 생활도 즐기고 해야죠! 일하고 돌아와서 글만 쓰면 삶이 팍팍해집니다.
삶이 팍팍해지면 글도 팍팍해져요. 그렇기에 제가 노는것도 결국 소설의 퀄리티를 위한 일환중 하나!
고로 저는 이만 놀러가겠습니다. 다들 즐거운 주말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