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566화 (566/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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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장

레벨 10~20 짜리의 사냥터가 있다.

사냥터에서는 몹들이 많이 출현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해당 사냥터를 돌고 있는 유저들은 파티를 맺고 우르르 몰려나와 다구리를 치는 안정적인 사냥법을 선택하였다.

이따금씩 40~50렙 짜리 몬스터가 튀어나오는 경우가 있지만, 그 때는 저렙 유저들도 고렙 유저들을 끌고 오면서 함께 다굴빵을 통해 사냥한다.

그런데 그 40~50렙 짜리 몬스터가 갑자기 여러마리가 우르르 등장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끄아아악!"

"아파! 아파아아악!"

"엄마! 엄마아!"

화랑과 제휴를 하여 이능력자 전용 치료 시설로 탈바꿈한 한 대형 병원에서는 수많은 이능력자들이 고통에 울부짖으며 괴로워 하였다.

팔리 잘려나간 사람, 옆구리에서 피가 꿀럭꿀럭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사람, 다리가 강한 힘으로 뜯겨져 나간 사람, 그 밖에도 하나같이 '위험하다' 라고 느껴지는 상처를 입은 환자들이 한 가득 실려나왔다.

"수혈용 피는 아직도 도착하지 않은거야!?"

"병원내의 피는 모두 동나버렸습니다! 지금 외부 병원에서 협조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늦어! 화랑에게 연락해서 이능력자들로 빨리 피를 수송해달라고 그래!"

"상처가 얕은 사람은 응급처치만 해! 빨리 움직여!"

수많은 의사들과 간호사들, 손이 남는 이들까지 몰려와서 치료에 전념하기 시작하였고, 응급실 안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씨발…이게 뭐야…뭐냐고! 내가 원하던건 이런게 아니였다고!!"

부상이 얕기 때문에 응급조치만으로 치료되어 제정신을 그나마 유지하고 있던 한 남자가 욕설을 내뱉으면서 '이건 자신이 워하던게 아니다' 라고 울부짖었다.

그도 그럴것이, 최대한 안전하게 여러명이 우르르 몰려들어 괴수들을 공격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것이 현재의 화랑이였다.

하린이 있던 시절의 이능력자들은 하나같이 불리한 환경에서 싸운 덕분에, 이능력의 힘은 낮을지 몰라도 경험만큼은 매우 풍부한데 반해, 지금의 화랑은 안전하게 싸우는 방법만을 택하여 강적과의 전투에선 큰 힘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갑작스래 튀어나온 요마급 괴수들에 의해 화랑의 이능력자들은 백여명에 가까운 이들이 사망하였고, 수백명에 다다르는 부상자들이 생겨버리고 말았다.

울부짖는 이능력자가 원하는 상황이 이런게 아니다.

다른 동료들과 함께 안전하게 괴수들을 처리하고, 그 괴수들을 팔아치우면서 사람들의 존경과 돈을 얻으며 즐겁게 살아가는 것이다.

자신들을 순식간에 찢어발기며 죽일 수 있는 강력한 괴물들과의 숨막히는 혈투따윈 원하지 않았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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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민정과 말 싸움을 앙심을 품은채로 끝내야만 했던 원규는 갑작스럽게 들려온 비보에 고함성을 내질렀다.

"그…그게…갑자기 서울 전 지역에서 요마급으로 추정되는 괴수들이 터져나왔다고 합니다.시민 단체에서 괴수들을 빨리 퇴치해달라고 성화인데 어떻게 할까요?"

"뭣? 요귀도 아니고 요마!?"

박 비서 또한 이런 상황은 처음인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였고, 원규는 빠르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요마급 괴수들이 왜 이렇게 많이 나타난거지? 아니, 지금은 그런걸 신경써야 할때가 아냐. 일단은 이 상황부터 처리하고 궁리해야만 해.'

잔머리가 빠른 만큼, 자신이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포인트를 집어낸 그는 박 비서를 향해 입을 열었다.

"요마급 괴수들의 숫자는?"

"현재 13마리라고 합니다."

"13…13…아슬아슬하게 되겠군. 한 마리당 최소 50명의 이능력자들을 꾸려서 공격하도록 공지해. 지금부터 당장 모집을 시작하고."

"옛!"

요마급 괴수 하나에 최소 50명이 달라붙어서 죽이도록 지시한 원규는, 상황이 이렇게 됐는데도 불구하고 가장 강력한 이능력자들이 엉덩이를 붙이고 있으면 신망을 잃는다고 판단하면서 어디론가 전화를 하였다.

자신과 말다툼을 벌였던 민정을 향해.

~~♪♪ ~~♪♪

최신곡의 착신음이 울려퍼지기 시작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민정이 전화를 받았다.

"민……."

-상황은 저도 알고 있어요. 우리가 움직여야 할 시기라 이거죠?"

원규와 감정이 상해졌다지만, 두 사람은 함께 힘과 머리를 뭉쳐야만 하는 사이다.

민정은 하린에게 꽃뱀질을 당하고서도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원규의 모습에 답답해하였지만, 지금은 함께 이 상황을 처리하는게 우선이였다.

"일단 한 마리당 최소 50명의 이능력자들이 출동하게끔 지시를 내려놨다. 너도 나도 여기서 나서야만 해."

-50이라……. 적당하네요. 알겠어요. 현 상황만 잘 처리하면 우리의 입지는 쉽게 내려가지 못 할거예요.-

민정과 원규의 인기는 이들이 강력한 이능력자이기도 하고, 화랑을 창시한 이들이기도 하지만, 정부조차 버린 한국을 지탱하고자 일어섰다는 명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명분을 가지고 있는데도 지금 상황에서 엉덩이를 붙이고 있으면 두 사람의 명성과 화랑에 금이 가고 만다.

그렇게 서로의 감정을 접어두고 협동을 하기로 결정한 두 남녀는 지금의 긴급 상황을 타개하고자 하였고, 갑작스럽게 나타난 요마 괴수들의 사태에 의해 하린이 사라졌다는 것을 뒤늦게서야 눈치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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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수의 등급 분표는 이러하다.

맹수 - 요귀 - 요마 - 아수라 - 재해

일반인도 총으로 무장하면 충분히 상처를 입힐 수 있는 맹수급.

이능력자가 출동해야 하거나, 괴수의 시체로 만든 장비를 갖춘 특수 부대원이 처리가 가능한 요귀.

정예 이능력자나, 장비 하나가 강남 땅값보다 비싼 것들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무장한 전문 특수 요원, 혹은 군대가 출동해야만 처리가 가능한 요마급.

군대가 반드시 대 괴수용 장비를 갖춘채로 출동해야만 하며, 평균 7등급의 이능력자들이 최소 10명 이상 모여서 협력을 가해야만 처리가 가능한 아수라급.

협상이 불가능하고, 포로 협정 따윈 존재하지 않으며, 무조건적인 파괴와 학살을 즐기는 군사 국가와 총력전을 펼친다는 각오로 국가의 모든것을 동원해야만 하는 재해급.

아무리 이능력 강대국인 미국이라 해도, 요마급만 되어도 경험많은 이능력자들이 방심을 피하면서 차근차근 공략해야만 하는 위험도를 가지고 있다.

그에 비해 삼태극은 하나 하나가 요마급 괴수 이상의 전투력을 지닌 혈강시와 다종다양한 로봇 병기들이 있기에, 삼태극 내에선 요마급의 괴수라고 하면 코웃음을 치는 수준이지만, 실력있는 이능력자가 대부분 해외로 빠져나간 지금의 한국에서는 요마급만 되어도 재앙이나 마찬가지였다.

"크르르르르--!"

전차 수준으로 거대한 개가 사거리 도로를 점령한채,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면서 자신을 포위한 이능력자들을 향해 살기를 나타냈다.

괴수가 된 개는 핏불 테리어라는 견종이다.

50년동안 미국에서 가장 사람을 많이 물어죽인 개로 알려지기도 하고, 온몸이 근육으로 뒤덮혀져 있기에 악력과 근력이 매우 뛰어나다.

중국의 시골 지방에서 투견으로 키워지던 핏불은, 어느날 갑자기 괴수화가 되면서 자신을 사육하던 인간들을 모조리 찢어발기고선 산속으로 사라졌고, 사냥꾼이나 동물들을 잡아먹고선 슬슬 위험하다 싶으면 보금자리를 옮겨가면서 살아왔다.

하지만, 재수없게도 삼태극에 의해 발견된 핏불 괴수는 강제로 제압당하게 되었고, 정신을 차려보니 인간들의 도시 한복판에 놓여지게 되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어안이 벙벙해지던 괴수의 귀에 가장 먼저 들려온것은 사람들이 괴수를 발견하면서 내뱉는 공포어린 비명 소리였고, 안그래도 배가 고팠는데 잘 됐다고 생각한 괴수는 무차별적으로 눈에 띄는 인간들을 뜯어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수십명을 뜯어먹은 핏불을 향해 수십명의 이능력자들이 포위를 하기 시작하였고, 포위 당한 핏불이 틈을 찾고자 경계 상태가 되면서 지금의 상황이 오게 된 것이다.

입에는 인간의 피와 내장 조각이 덕지덕지 붙어있고, 날카로운 이빨 사이에는 옷자락이 끼어 있는 징그러운 모습.

이능력자들은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요마급 괴수의 살기를 받아내자 전의가 위축되기 시작했다.

"우…우리의 숫자가 더 많아! 일단 견제를 하면서 놈의 체력을 깍아먹어!"

누군가가 괴수의 체력을 깍아먹자고 주장하였지만, 이는 어리석은 방법이였다.

요마급 괴수는 쉽게 지치지 않는다.

농담이 아니라 수백km까지 마음만 먹으면 전력으로 쉬지않고 달려갈 수 있는 체력을 가진 것이 요마급 괴수다.

그정도로 체력을 소모하면 지치긴 하겠지만, 요마급 괴수와 처음 붙어보는 초짜들이 가하는 견제가 그정도의 체력을 소모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였다.

"크아아아아아앙!!"

괴수가 되기전부터 생명체를 죽이는 방법을 배워온 투견이 내뱉는 살기어린 포효.

그 포효에 포위한 이능력자들은 공포에 얼룩진 표정으로 자신들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이 놈들은 약하다.'

겨우 자신의 포효에 뒷걸음질을 친다.

표정은 자신감이 없으며, 전의라곤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

비록, 포위당하고 있지만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뚫을 수 있는 빈약한 전력임을 인지한 괴수는 몸을 슬슬 낮추며 한 방향을 향해 뛰어들었다.

쿵쿵쿵쿵!

전차만한 크기의 투견이 입가에 피를 잔뜩 묻힌채 달려들자, 투견이 달려오는 방향의 이능력자들은 혼비백산해하며 사방으로 도망치기 시작하였다.

"으…으아아악!"

"저런걸 어떻게 막아!!"

견제? 포위? 그런것도 최소한 싸우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야만 가능한거다.

처음부터 생명체를 죽이는 방법을 배워온 투견, 그리고 괴수가 되면서 자신의 영토를 얻고자 다른 괴수들과의 혈투를 벌여온 핏불 괴수의 살기는, 생사가 오가는 전투를 경험한적이 없던 이들이 받아내기엔 무리였다.

"크르르르---"

간단히 포위를 뚫은 투견 괴수는, 사방으로 흩어진 그들의 모습에 비웃듯이 속도를 늦추기 시작하였다.

자신을 공격하려면 얼마든지 해보라는 뜻이였다.

제대로 된 이능력자라면 방금전의 행동으로 여러가지 정보를 알아낼 수 있었겠지만, 이미 기싸움에서 밀려버린 화랑의 이능력자들은 포위를 풀고선 한 곳으로 뭉치기 시작하였다.

여러명이 힘을 더하면 쉽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서 였다.

"카르르릉!"

쿵쿵쿵쿵!

도로에 발자국을 새기며 다시 달려드는 투견 괴수.

이번에는 이능력자들도 수십명이 함께 뭉쳐있다보니 반격을 시도하였다.

우습게도 염동력자들은 모두 부서진 파편이나 무기들을 날렸는데, 이능력 전문가가 보면 머리를 쥐어싸며 머리가 아파올 광경이였다.

염동력이라 하면 일반인들은 의지의 힘으로 무거운것을 들고, 혹은 강력하게 날릴 수 있는 공격 따윌 생각하겠지만, 진짜 제대로 된 염동력자라면 여기서 모두가 힘을 합쳐 괴수의 움직임을 막는게 최우선임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모두의 힘이 약하더라도 여러명이 뭉치면 괴수도 무시 못할 영향력을 가지게 된다.

염동력자들이 모두 힘을 합쳐서 투견 괴수의 앞다리 관절 하나만 염동력으로 집중 구속을 가한다면, 완벽하게 막진 못해도 4족 보행 동물의 날렵한 기동력과 강력한 공격력을 단숨에 떨어뜨릴 수 있게 된다.

쿵! 퍼퍼퍽!

하지만, 염동력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염동력자들은 돌 파편이나 부서진 차량이나 건물 잔해를 내던지기 시작하였고, 당연히 괴수의 단단한 외피에 비하면 내구도가 낮은 '부스러기' 들은 흠집조차 내지 못하면서 힘없이 나동그라졌다.

"탱커들 막아! 방어 준비해!"

그리고 또다시 이어지는 실책.

염동력자들의 공격을 무시하면서 달려오자, 무거운 방패를 들고 있는 신체 강화자들이 전면으로 나선 것이다.

현실을 MMORPG 라고 착각한 이들의 바보같은 짓거리.

전면에 신체 강화자들로 방어막을 세우고, 후방에서 안전하게 공격하겠다는 뜻인데, 이건 진짜 현실로 대형 괴수와 싸워본 경험이 전무한 이들이 저지르는 실책이다.

설령, 고레벨의 신체 강화자라 해도 이런식으로 사용하는건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짓이다.

진짜로 적의 공격을 막으려는 탱커를 찾는거라면 텔레포트 능력자를 기용해야만 했다.

이능력의 세계에서는 1초 단위로 생사가 오간다.

적의 공격을 '한 차례나' 헛손질 시킬 수 있는 텔레포트 능력자가 아니면 누가 탱커가 가능하겠는가.

요마급 괴수의 일격을 막으려면 왠만한 장비와 힘으론 불가능한데, 설령 그게 가능하다 해도 사람, 혹은 그 이상의 지능을 가진 괴수가 멍청하게 자기보다 작은 인간들에게 막히겠는가?

쿠쾅!

이렇게 점프하면 되는데.

"뛰…뛰었다!?"

"크와아아앙!"

우즈즉!

자신의 몸을 공중에 날릴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지지 못한 염동력자가 멍청하게 있다가 괴수의 아가리에 허리 위가 뜯겨져 나갔다.

"히…히이익!"

"살려줘! 살려줘어어어!!"

무거운 방패를 들고 있던 탱커들을 날렵하게 점프하면서 회피한 요마 괴수는 후방에서 안전하다고 믿고 있던 머저리들을 마구잡이로 공격하기 시작하였고, 투견의 날카로운 발톱이 잽 형식으로 휘둘려지면서 사람의 몸을 가볍게 찢어발겨나갔다.

"…와 이건 해도해도 너무하는데……."

그리고, 이러한 사태를 만든 장본인인 남궁 신은 멀리 있는 빌딩 옥상에서 이 상황을 내려보고 있었고, 너무 어이없게 당하는 이능력자들의 모습에 심각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피해는 많긴 많겠지만, 어떻게든 막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었던 신은, 자신이 삼태극 기준으로 적의 전력을 평가했음을 한탄하였다.

지금까지 삼태극이 싸웠던 적들이였다면 저정도 숫자로 충분히 요마급 괴수를 무력화 시킬 수 있기 때문이였다.

"이럴줄 알았으면 대충 3~4 마리 정도만 풀어둘걸 그랬군. 이제와서 숫자를 줄여봤자 사람들에게 의심만 일으킬 수 있으니 회수도 못하겠고……."

삼태극 기준으로 요마급 괴수 13마리는 큰 위기감을 주지 못해서 생겨난 사소한 실수였지만, 문제는 그 사소한 실수로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게 생겼다는 것이였다.

============================ 작품 후기 ============================

이래서 파워 인플레가 심각한 밸런스 파괴의 주범인겁니다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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