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551화 (551/923)

0551 / 0923 ----------------------------------------------

9장

전에도 설명했지만 지금의 세계는 그야말로 혼돈의 도가니다.

일본과 중국을 무너뜨리고, 미국과의 결전을 눈 앞에 둔 삼태극.

그리고 칼리 제국의 첨병이라는 외계인들의 침공으로 인해 러시아의 수도인 모스크바가 큰 피해를 입고 대통령이 피신까지 하게 되었다.

칼리 제국에 대한 소문을 믿거나, 믿지 못하는 사람들로 나뉘게 되었으나, 믿는 이들은 물건들을 사재기하며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고자 분주하게 움직인다.

거기다가 일본과 중국이 무너지면서 세계 전체의 금융 시장이 크게 출렁이고, 수출, 수입길이 막혀버린 여러 회사들은 중국이 아니면 처분이 불가능한 재고를 끌어안고 무너지던가, 아니면 어떻게든 필사적으로 헐값이라도 좋으니 재고를 최대한 팔고자 거의 반쯤 제정신이 아닌 상태다.

위의 상황만 봐도 '개판이다' 라는 생각이 떠오르는데, 안그래도 혼란스러운 마당에 더더욱 혼란스러운 사건이 미국에서 터져나왔다.

이능력자들을 관리하려는 미국과, 정의와 자유를 상징하는 히어로 조직인 펜타곤이 초인등록법안이라는 문제 때문에 대립을 하게 된 것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이능력자들의 신상명세, 가족들의 경호까지 국가가 알아서 처리해줄테니까 모든 이능력자들은 국가의 명령을 들어라, 라는 초인등록법안.

펜타곤은 이것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미국에서 나와선 안되는 독재 수준의 법안이라고 주장하면서, 정의와 자유를 위해 모든 이능력자들이 이 법안을 부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펜타곤이 칼리 제국에 대한 정보를 이용하여 국가가 제정한 법안을 무효화시키라고 협박하였다면서 펜타곤이 말하는 정의와 자유를 전면 부정하였고, 펜타곤측에서도 이능력자들을 통제하기 위한 독재 수준의 법안을 철회시키기 위한 수단이라고 주장하면서 대응하였다.

문제는 이능력자들의 반응이였다.

그냥 생각없이 자신들 마음대로 힘을 사용하고 싶어서 히어로, 빌런을 선택했거나, 혹은 인간이 지닌 자유와 권리는 속박당해선 안된다고 생각한 이능력자들이 국가의 이러한 정책에 반발하였지만, 고된 훈련이나 죽음에 가까운 경험을 통해서 이능력을 얻거나, 군인 출신, 죽음에 대해 어느정도 이해한 이능력자들은 이러한 국가의 방침에 찬성하였다.

현재의 이능력자들은 단지 힘을 마음껏 방출하고 싶어할 뿐이지, 힘에 대한 책임감이 없었던게 영 꼴보기 싫었던 그들은 국가라는 수단을 통해 이능력자들이 각성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자발적으로 찾아가 국가 소속의 이능력자가 되었다.

그 와중에 그들의 신상명세가 밝혀지게 되었지만, 그와 동시에 정부에서 보낸 요원들이 그들의 가족들을 밀착 경호를 해주었고, 자진해서 들어온 최초의 이능력자인 그들에게 충분히 안정된 삶을 안겨다주면서 대외적으로 크게 선전까지 하였다.

마치 2차 세계 대전 당시처럼 영웅을 '만들어내는' 짓과 비슷해 보였지만, 민주주의 국가이면서도 자신들을 이끌어줄 영웅을 원하는 미국인들은 자신들의 능력을 국가를 위해 사용하겠다며 나선 그들의 모습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국가 소속으로 들어간 이능력자들은 대부분 히어로들이였는데, 그들의 신상 명세가 알려지게 되자 그들에게 여러가지 이유로 증오심을 품고 있던 빌런들이 그 가족들을 향해 보복 테러를 가한 것이다.

물론, 국가 요원들이 몸으로 막아내면서 목숨을 잃을 정도의 활약을 보이긴 했지만, 이미 국가 요원들이 제대로 호위중임을 알고 있었던 빌런들은 단단히 마음을 먹고 여러명이 힘을 합쳤기에 순식간에 일을 처리하였다.

자신들의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 애인 혹은 배우자가 빌런들의 집중 공격으로 인해 순식간에 모두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 국가 소속의 이능력자들은 분개하면서 정부를 향해 저주를 퍼부었다.

정부에서도 이게 첫 본보기라 생각하여 정예 요원들을 출동시켜서 이번 습격에 가담한 빌런들을 처리하고자 하였으나, 요즘은 악당도 멍청하면 못 해먹는 세상이다.

대부분은 자취를 찾았을땐 이미 해외로 떠났거나, 아예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서 아예 나오질 않았다.

몇몇 빌런들이 집요한 추적에 발각되긴 하였지만, 당연히 격렬한 반항을 하면서 정부 요원들도 꽤나 많은 인원이 희생되어야만 하였다.

일단 어떻게든 잡거나 사살한 소수의 빌런들로 어떻게든 생색내기를 해봤으나, 가족들을 모두 잃어버린 이들은 이 일에 관련된 모든 관계자들을 죽여야만 분이 풀렸다.

결국, 최초로 자진하여 정부 소속이 된 이능력자들은 대거 탈주하게 되었고, 시작만 좋았던 초인등록법안은 삐끄덕 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이능력자들의 힘을 제어할 수 있는 초인등록법안을 계속해서 밀고 들어갔다.

한편, 정부에 의해 비정규 무력 조직이 되어버린 펜타곤은 상황을 지켜보기 위해 수동적으로 나아갔다.

정부에서 펜타곤을 공격하고자 국가 소속의 이능력자와 군대를 파견하였고, 펜타곤에서도 몇몇은 초인등록법안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내부에서 정보를 흘렸기에 펜타곤이 속수무책으로 밀릴거라 예상하였다.

만약, 평상시의 펜타곤이였다면 꽤나 고전했겠지만, 삼태극이라는 이레귤러로 인해 '예언의 영웅' 과 '최초의 배신자' 가 예언에서 벗어나 삼태극의 간부가 되는 충격적인 사건을 겪은 펜타곤에서는 더이상 예언대로 흘러가지 않겠다고 생각하면서 10등급 예언능력자인 그레이스의 예언에 나왔던 뛰어난 전사들, 혹은 그런 재능을 갖췄던 이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해 둔 상태였다.

물론, 영입한 모든 이들이 이능력을 각성하거나 예언대로의 능력을 발휘하진 못하였다.

그들이 각성하는데는 그들이 힘을 원하는 필사적인 이유가 필요했지만, 펜타곤이 인위적으로 각성을 시키려다보니 생각보다 힘이 약하거나 아예 이능력을 각성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래도 일단 제대로 각성한 이능력자들의 활약 덕분에 펜타곤에서는 미국 정부가 보낸 공격대를 압도적인 힘으로 최소한의 사망자만 만들어내면서 패퇴시킬 수 있었으나, 미국 정부는 생각보다 강한 펜타곤의 모습에 오히려 경각심을 지니게 되었다.

일단 초인등록법안으로 인해 벌어진 사건은 여기까지지만, 아직도 현재 진행형으로 여러 언론들에서는 초인등록법안이 옳다, 그르다에 대한 전문가들의 논쟁을 내보냈고, 시민들도 펜타곤이 옳다느니, 정부가 맞다느니 하면서 옥신각신하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삼태극은 하루가 다르게 중국의 저항군을 무너뜨리고, 그들의 자원을 약탈하면서 세력을 불려가고 있었으나, 누구도 중국에 대해 거론하지 않았다.

이미 회생하기는 틀렸다고 모두의 머릿속에 각인되어, 차마 지켜보지 못하고 눈을 돌리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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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탄압으로 인해 인도로 망명을 갔었던 일부의 티베트 사람들은 모두 자신들의 고향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들이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된 연유는 삼태극에서 인도 정부를 향해,

-티베트는 우리에게 항복한 산하 국가다. 그동안 티베트인들을 박해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땅을 내준 댓가로 먼저 공격하지만 않으면 건들지 않겠다. 대신,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티베트인들을 모두 고향으로 보내라.-

라는 전문을 보냈기 때문이다.

삼태극의 전문 치고는 너무나 온화해서 인도 정부는 무슨 장난이나 자신들이 모르는 음모가 있는게 아닐까 싶어 잔뜩 긴장하였으나, 다행히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티베트인들이 모두 떠나면서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국경을 침범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삼태극의 로봇과 전신 방탄 갑옷을 착용한 병사들이 안내를 돕는것이 전부였다.

인도쪽에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애초에 신경도 쓰지 않았던 삼태극 측에선 아시아 해방부대 일부분을 티베트로 돌리면서 중국 토벌을 완료할때까지 치안 유지에 힘을 쓰면서 외부와 철저하게 고립시켰다.

일단 무너진 중국이긴 하지만, 그들이 단체로 미쳐서 티베트를 공격하면 꽤나 골치가 아프기 때문에, 철책과 이동을 방해하는 방해물을 무작위적으로 깔아두었다.

투르키스탄은 중국군 잔당이 공격하고 싶어도 먼 사막과 황무지, 그리고 간헐적으로 튀어나오는 야생의 괴수들을 뚫고 나가야 하지만, 티베트는 투르키스탄에 비하면 압도적으로 이동이 편리하다.

그렇기 때문에 투르키스탄보다 더 많은 병력이 치안 유지를 위해 배치될 수 밖에.

그런데 외부와 철저하게 고립한다면서 이따금씩 병사들이 짐승들을 가두는 철창을 실은 트럭과 함께 밖으로 나가는 경우가 있었다.

다시 돌아올때는 언제나 물고기를 가득 잡은 만선처럼 인간을 철창안에 매우면서 돌아왔고, 그때마다 사람들은 망치, 야구 방망이, 등등, 뭔가 무기가 될만한 것들을 하나씩 쥐면서 굶주린 하이에나 마냥 트럭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끼익-

오늘도 철창안에 사람들을 가득 잡아온 아시아 해방부대의 병사들은 특이한 장소까지 도착한 후, 철창의 문을 열면서 총으로 협박하였다.

"너희들! 모두 이쪽으로 나와!"

"사…살려주세요……! 제발 살려……!"

탕!

꽤나 험한 생활을 해온듯, 온 몸은 더럽고 못 먹은것처럼 비실비실한 중년 남자가 살려달라고 애원하였지만, 총구를 겨눈 병사는 철창안으로 총구를 밀어넣으며 그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커…커헉……!"

"꺄아악!"

"으아아아!"

배에서 피를 쉴새없이 흐르는 중년 남성은 힘없이 꼬꾸라졌고, 그 모습에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패닉 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다시 한번 말한다! 나와!"

병사들은 이번에도 불복종하면 죽이겠다는 흉흉한 눈빛으로 총구를 겨누었고, 철창안에 갇힌 사람들은 그들의 명령에 복종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손이 포박된 상태인 초췌한 몰골의 사람들은 바닥이 검붉은색이며, 새끼 손가락이 들어갈만한 구멍이 무수하게 나 있는 수영장같이 생긴 곳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면서 철창안에 갇혀있던 사람들을 모두 유도하는데 성공한 아시아 해방부대의 병사들 중, 계급이 높아보이는 장관급의 중년인이 무기를 들고 따라온 시민들을 향해 소리쳤다.

"이 놈들은 우리들의 땅을 빼앗고! 우리들의 의지를 짓밟아온 증오스런 중국인들이다! 나는 중국을 정벌하신 삼태극의 수장, 치우님으로부터 받은 전권 대리의 권한을 사용하여! 지금 당장 여기있는 중국인들에 대한 판결을 내리겠다!"

꾸욱-

꽈악-

판결이라는 부분에서 무기를 쥔 티베트인들의 표정은 더더욱 험악해지면서, 각자 들고 있던 무기들을 더더욱 꽉 쥐며 당장이라도 달려나갈 기세를 뿜었다.

"죄목은 중국인이라는 것! 판결은 사형! 지금부터 사형을 집행한다!"

"우와아아아!"

"죽여! 저 짱개 새끼들을 모조리 죽여!"

단지 중국인이라는 것을 죄목으로 물고, 판결은 사형이라는 말도 안되는 판결.

하지만, 그의 판결이 내려지자 마자 사람들은 우르르 몰려들면서 손이 묶인 무저항의 중국인들을 향해 무기를 휘둘렀다.

퍽! 빠각!

뼈가 부러지거나 몸을 둔탁한 무언가로 강하게 때리는 소리.

"으악!"

"아악!"

"죽여라아!"

비명과 증오로 얼룩진 고함이 울려퍼지면서 일방적인 살육의 현장이 일어났으나, 주변에서 구경하고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잘됐다는 듯이 웃으며 감상하고 있었다.

처음엔 눈쌀을 찌푸리거나, 너무 심하다고 생각한 이들도 많았지만, 일방적으로 폭력을 가할 수 있는 환경이 계속해서 조장되자 못이긴척 하나둘씩 '사형 판결' 에 참여하게 되었고, 지금은 그 맛에 완전히 길들여진 상태였다.

삼태극은 자신의 산하 국가가 된 티베트 사람들이 잔인해지게끔 만들었고, 그로인해 아시아 해방부대의 병사로 자원하는 이들 또한 많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에 한탄을 하는 이들도 존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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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티베트가…사람들이…지옥으로…악마로 변하고 있다……."

달라이 라마, 텐진 갸초는 사람들이 악귀처럼 일방적인 학살을 벌이는 모습에 한탄을 하였고, 그의 주변에 있던 법복 차림의 노인들도 도저히 지금의 이 모습을 보기 힘들다는 듯이 고개를 돌려 외면하였다.

그 때, 험상궂고 징그러운 흉터가 그득한 스킨 헤드의 노인, 아수라가 쿵쿵 거리면서 라마를 향해 다가왔다.

근육의 무게로 100kg은 가볍게 나갈것처럼, 노인의 몸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의 근육, 근육, 근육만이 전부인 노인은 최대한 상큼하게 웃어보였으나, 어린 아이들이 보면 당장에 주저앉아서 눈물을 터트릴법한 얼굴이였다.

"크하하하핫! 이거 간만입니다, 달라이 라마! 그동안 못 뵈서 정말 죄송합니다!"

마치 오랫동안 못 봤던 친구를 가볍게 대꾸하는듯한 말투.

"꽤 강력한 이능력자가 보호하는 지역이 저의 고향인 티베트 근처에 있다고 해서 직접 파견을 나왔습니다. 생각보다 일이 쉽게 끝나서 고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확인하던 차에 반가운 얼굴을 보게 되는군요."

라마는 너무나 익숙한 목소리에 인상을 찌푸리며 대응하였다.

"델렉…아니, 아수라……. 그렇군. 이 모든게 자네의 생각이였던 거야."

"후후후. 반은 틀리고 반은 맞습니다."

아수라는 달라이 라마의 책망에 가볍게 대꾸하였으나, 라마는 반은 틀리고 반은 맞다는 것에 의아함을 느꼈다.

"반은…틀리다고?"

"예. 반은 분명히 중국인들을 향한 증오심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나머지 반은…어이쿠, 이건 조직의 기밀이라서 말하면 좀 곤란하겠군요."

혈강시에 대한 부분은 특급 기밀이기에, 함부로 말했다가 삼태극에 반발을 하고 있는 달라이 라마가 다른 곳으로 정보를 흘리면 문제가 생긴다.

만약, 기껏 혈강시로 만들 피를 모아놨는데 공작원이 폭발을 일으켜 피를 담은 용기를 깨뜨리면 지금까지의 고생이 헛수고가 되기 때문이다.

아직 중국인의 숫자는 많긴 하지만, 세계 정복을 노릴 정도의 혈강시를 만들려면 방해 공작이 일어날만한 정보 누설은 반드시 피해야만 하였다.

"자네는…이게 지금 정상이라고 보는건가? 단지 중국인이라는 이유로 사형이라니? 그리고 왜 일반 시민들에게 저런 짓을 시키는건가!?"

중국은 분명히 소수 민족들을 향해 추악한 짓거리를 저질렀다.

하지만, 중국 내에서도 양심있는 이들은 소수 민족에게 저지른 짓은 분명히 잘 못 되었다며 주장하는 목소리를 내질렀다.

단지 중국인이라는 이유로 사형을 가한다면, 사형 판결을 받은 죄수의 가족들까지 싸잡아서 함께 사형을 시키는 것과 다를게 무엇이란 말인가?

만약, 아수라가 일반적인 성격의 인물이였다면 어떻게든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 '쟤네들이 했으니까 우리들도 한다' 라고 대꾸했겠지만, 이미 자신이 '악' 임을 스스로 인지하고 순응하는 그는 라마의 책망을 고스란히 받아들였다.

"맞습니다. 분명히 라마의 말씀대로 명백히 잘못된 일이지요. 그런데 그게 무슨 문제라도 됩니까?"

"뭐…뭣……!?"

"뭔가 착각을 하신 모양입니다, 라마. 삼태극은 세계를 짓밟으며 군림하려는 악의 세력이고, 우리들은 악의 세력을 협력하는 악의 종자들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악당이 악당다운 짓거리를 하겠다는데 무슨 큰 문제라도 있습니까?"

"자…자네……."

너무나 당당하게 '우리는 악당이니까 평판이고 뭐고 그딴거 신경 안씀~' 라고 대우하는 아수라의 모습에 라마는 자신도 모르게 정신이 혼미해질뻔 하였다.

"대체 왜 이렇게까지 된건가……. 자네는 분명히 중국인들을 증오하지만 최소한의 도리는 지켰는데……."

라마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수라는 분명하게 중국인들을 증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수라는 증오속에서도 최소한의 도리는 지켜왔다.

하지만, 델렉 욘바라는 이름을 버리고 아수라로 다시 태어난 그는 옛날의 그와 완전히 다른 인물이였다.

정확히는 수십배는 더 잔인해졌다고 할까?

"치우는 '복수를 어떻게 해야 통쾌한가' 를 잘 알고 있는 인물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제 자신이 꽤나 잔인하고 악랄하다 생각했는데, 치우 앞에서는 태양앞의 반딧불이더군요. 덕분에 여러가지를 많이 배우게 되었습니다."

아수라는 '여러가지' 부분에서 저항할 수 없는 중국인들을 향해 일방적인 폭력을 가하는 시민들을 향해 손으로 가리켰다.

"정녕…이렇게까지 해야겠는가? 나도 성인군자는 아닐세. 중국이 저지른 일은 너무나 화가 나고, 분노에 사로잡힌적도 몇번 있었어. 나또한 어느정도의 보복성 폭력 행위는 우리 민족이 받아온 모든 고통을 생각해보면 말릴 수 있는 명분이 없다고 생각하네. 하지만, 이건 도를 지나쳤어! 이건 나라를 위한 행동이 아니야! 사람을 죽이는 일을 재미로, 장난으로, 오락거리로 만들고 있어! 사람을 죽이는게 재밌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더이상 인간이 아니야!"

달라이 라마의 말은 구구절절하게 맞는 말이였다.

강한 증오심으로 사람을 죽인자와 단지 재미를 위해 사람을 죽인자.

둘 다 똑같은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지만, 재미를 위해 생명을 해한 쪽이 당연히 훨씬 비인도적인 범죄자다.

만약, 지금까지 억눌려왔던 강한 증오심을 풀어내는거라면 제 아무리 달라이 라마라 해도 섣불리 말릴 수 없을 것이다.

그만큼 티베트는 중국에 의해 고통 받아왔으니까.

그런데 지금 티베트의 사람들은 재미로 중국인들을 죽이고 있다.

사람이 사람을 재미로 죽인다니? 이건 그야말로 인간이기를 포기한,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이나 마찬가지다.

문제는 삼태극이 티베트 사람들을 그러한 짐승으로 만들면서 티베트를 망가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처음엔 중국을, 나아가 중국을 막지 못한 세계를 증오하게 된 아수라는 그딴건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이 대꾸하였다.

"상관없습니다."

"뭣? 상관이 없어? 티베트라는 나라를! 우리의 민족들을 짐승으로 만드는데 상관없다고!?"

달라이 라마는 지금까지중에서 가장 격하게 분노를 토해냈지만, 아수라는 어깨를 으쓱여보이며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였다.

"이제 세계의 기준은 삼태극에 의해 정립될 테니까요. 칼리 제국의 공격을 막기만 한다면 지구에서는 삼태극이 곧 법이고 진리가 됩니다. 우리들이 지금 세계의 눈과 법칙에는 죄인이고 짐승일지 몰라도, 미래에는 삼태극이 세계를 지배하기전에 그의 산하 세력이 된 현명한 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 오락거리로서 자리잡을 것입니다."

지금은 범죄지만, 나중엔 삼태극의 산하 세력이 된 이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자 오락거리가 된다는 아수라의 표정과 목소리는 반드시 그렇게 되리라는 확신이 깃들어 있었다.

"지구의 운명? 세계의 평화? 그딴건 엿이나 먹으러 하십쇼. 저는 삼태극이야말로 우리 민족이 부흥할 수 있는 수단이며, 유일한 길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

틀렸다.

도저히 대화가 되질 않는다.

서로 평행선 양 끝에서 자신의 주장을 말할 뿐이지, 조금도 가깝게 다가갈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다.

라마는 수라…아니, 수라보다 저급한 악귀가 되어버린 아수라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고, 아수라 또한 옳고 바른 길을 걷는 라마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였다.

"아수라님! 지원 요청이 왔습니다! 정무맹의 생존자들이 격렬한 저항을 펼치고 있는 지역이 있답니다!"

그 때, 장교 계급이 달려있는 전신 방탄복의 군인이 아수라를 향해 달려오면서 그가 나서야 하는 이유와 지역을 설명하였고, 더이상 대화할 수 있는 여유가 사라진 그는 라마를 향해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작별 인사를 하였다.

"그럼, 부디 평안히 지내시길 바랍니다. 비록, 서로의 가치관과 뜻이 맞진 않지만, 그래도 저는 라마님을 존경하고 있으니까요. 그럼."

작별 인사를 고한 아수라는 곧바로 어디론가 뛰어갔고, 그 모습을 지켜본 라마는 힘없이 중얼거렸다.

"삼태극에 의해 '인간' 이라는 단어의 뜻이 달라지게 되겠구나……."

달라이 라마는 삼태극의 존재로 지구의 역사, 가치관이 달라지는것에 한탄하였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 작품 후기 ============================

이제 대망의 결혼식이 다음편에 나옵니다!

이실리아가 좀 많이 망가지는 내용(개그의 의미가 아니라)이 나옵니다만, 그래도 사랑으로 모든것을 커버하는 모습을 삼태극 관계자 외의 캐릭터 시선으로 보게 됩니다.

일단 결혼식 후딱 처리하고, 한국 스토리랑 미국에서 벌어지기 시작한 시빌 워도 어느정도 나와줘야하고, 진우가 칼리 제국으로 보낸 도발 메세지도 써야하고...

...한꺼번에 이것저것 밀렸으니 하나하나씩 작은것부터 정리해야겠습니다.

결혼식 다음에는 진우가 보낸 칼리 제국을 향한 메세지 편, 그리고 미국과 한국 사이드 스토리를 끝낸 후에 히든 보스인 요괴 토벌전에 들어가는게 낫겠네요.

참고로 요괴는 이능력 등급으로 측정하기가 매우 애매해서 몇 등급인지 설명은 되도록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자 합니다.

요술같은 주술을 기반으로 한 능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능력으로 환산이 힘들거든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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