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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장
마인드 컨트롤이 뛰어난 칼리 제국의 첨병을 쓰러뜨리고, 자동 복귀 모드를 이행한후에 정신을 잃었던 매그너스는 자신이 기절한 하루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는데 경악하였다.
삼태극이 중국의 수도인 베이징을 무너뜨린건 어느정도 예상했던 내용이였으나, 그들이 전 세계를 멸망시킬 목적으로 중국의 ICBM 400여발을 동시 발사하였다는 것이다.
정부의 발표에 증거를 더해주겠다는 듯이, 치우와 같은 가면을 착용하고선 삼태극의 간부라고 소개한 백금발의 여성이 지금의 세계가 지배할 수 있는 가치가 있는지 확인해보기 위한 가벼운 테스트 라고 주장하였다.
가까스로 전 세계가 힘을 합쳐 대공 방어 라인 덕분에 피해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으나, 그로인해 삼태극에 대한 증오와 공포가 더더욱 부각되어갔다.
하지만, 매그너스는 이 부분에서 뭔가 이상한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상하군. 삼태극은 전 세계를 굴복시키려고 한다. 전쟁에서 패배하여 수세로 몰린 상황이라면 모를까, 순조롭게 승전을 거듭하고 있는데 그냥 뜬금없이 세계를 멸망시키겠다며 중국의 ICBM을 해킹해서 발사했다고?'
게다가 의문은 두 개나 더 있었다.
'유럽이나 미국쪽은 그렇다 치자. 그런데 왜 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지역은 멀쩡한거지? 일본은 삼태극에 의해 모든 시설이 장악되었고, 한국은 혼자의 힘으로 모두 처리하는건 불가능해. 중국 또한 삼태극의 괴수 테러로 행정 업무가 마비된 상황인데 대공 방어를 할 정도로 여유가 있을리 없어. 게다가 중동과 아프리카쪽은 자신들에게 날아오는 ICBM을 요격할만한 시설도, 무기도 없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거지?'
이게 첫번째 의문.
'이 세계가 지배할 가치가 있는지 테스트해봤다고? 애초에 삼태극은 그런걸 따질만한 조직이 아닐텐데?'
치우라는 존재는 그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내뱉기 위해 인공위성을 해킹할때를 제외하고선 본 적이 없지만, 분명한건 그렇게 속뜻이 깊은 인물은 아니라는 것이다.
본능적으로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가 있다고 판단한 매그너스였지만, 그가 가진 정보력으로는 이러한 뒷사정까지 모두 알아낼 순 없었다.
게다가 사건은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제 이름은 그리핀 모건. 펜타곤이라는 이름의 히어로 조직을 운영하고 있는 다섯명의 리더중 한 명입니다. 갑작스럽게 이런식으로 여러분들의 생활을 방해하는점을 미리 사죄하겠습니다.-
스킨헤드의 건장한 체구를 지닌 그리핀 모건이란 남자는 미국 전역의 TV, 광고용 대형 화면 등을 통해 얼굴을 드러내면서, 자신이 펜타곤의 다섯 리더중 한 명임을 소개하였다.
'이 자가 펜타곤의 숨겨진 리더인가?'
지금까지 삼태극의 시점에서는 펜타곤의 리더를 그리핀과 이벨만 알고 있는 상황이였기에 다른 세 명이 듣보잡처럼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대외적으론 직접 여기저기서 활동하는 펜타곤의 리더들이 더 유명하지, 본부에서만 박혀서 모습조차 드러내지 않는 그리핀은 존재 유무조차 의심받는 인물이였다.
-사족은 이쯤으로 하고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현재 삼태극이라는 극악무도한 집단에 의해 큰 혼란을 빚고 있지만, 세계…아니, 지구는 삼태극보다 큰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움찔
순간, 매그너스는 어째서인지 몰라도 어제 나타난 머리통이 크고 긴 특이한 생물체가 기억났다.
한 눈에 봐도 잘 만들어진 로브같은 것으로 몸을 가리고 있었다.
만약, 학자들이 모르던 야생의 괴물이라면 그런 옷을 만들 수 있었을까?
게다가 설령 그런게 있다손 쳐도 인간들의 손이 닿지 않는 오지에 있어야 할텐데, 어째서 대도시 한복판에 튀어나왔단 말인가?
매그너스는 그 괴생물체와 지금의 이야기가 연관이 있음을 본능적으로 직감하였다.
-헛소리라고 생각되실지 모르지만, 저는 펜타곤의 명예를 걸고 이야기 하겠습니다. 현재 지구는 우주의 대부분을 지배하고 있는 칼리 제국이라는 외계 국가에 의해 노려지고 있습니다.-
"……."
그는 잠시 자신의 머리를 매만졌다.
'아직도 제대로 회복된게 아닌가?'
-무슨 헛소리냐 싶으실겁니다. 저희들도 이러한 부분 때문에 그동안 칼리 제국이라는 존재를 알리길 꺼려하였습니다. 설령, 우리의 말을 들어준다손 쳐도 증거를 내놓으라고 한다면 저희들로선 어떻게 대답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칼리 제국에 대한 정보는 펜타곤 내에서도 소수의 상위 간부들에게만 알려져 있지만, 그들 또한 칼리 제국이라는 존재가 실존하긴 하는건지 의심하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그렇게 그리핀은 어째서 자신들이 칼리 제국에 대한 정보를 숨겨왔는가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였다.
아무리 펜타곤이라 해도 뜬금없이 '실은 저 우주 너머에 칼리 제국이라는 존재가 지구를 침공하려고 합니다. 증거요? 그런건 없는데요.' 라고 말한다면 누가 믿어주겠는가.
재해물 영화나 소설에서 주인공이나 다른 주연, 조연 캐릭터들이 '지금 빨리 대책 안 세우면 재해가 생김!' 라고 주장해도 정부나 다른 사람들이 뭔 개소리냐는 식으로 무시한다.
보는 입장에서는 답답하지만, 그들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아무런 증거도, 정황도 포착되지 않는데 뜬금없이 문제가 생긴다고 하니 믿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거기에 들어가는 것도 모두 돈이기 때문에, 딱히 위기감도 느껴지지 않는데 그런곳에 헛돈을 쓰기 싫다는 속내도 반영된다.
어쨌든, 그리핀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가슴아픈 얘기이긴 하지만, 삼태극이 중국의 수도인 베이징을 무너뜨린 그 날, 지구 전역으로 다섯의 괴생물체들이 튀어나왔습니다. 북유럽, 러시아, 중국, 미국에서 튀어나온 그 괴물들은 칼리 제국에서 보낸 첨병으로, 지구의 힘이 어느정도인지 확인하기 위함이 그 목적이였습니다.-
'그 놈이…칼리 제국의 첨병이라고?'
솔직히 뉴욕 시민들을 마구잡이로 죽여나가던 그 괴물의 모습은 생각만 하면 분노가 치밀어 오르지만, 그렇다고 그 힘을 평가절하 하진 않았다.
끊임없이 이동하면서 세뇌 전파를 발산하여 수천의 시민들을 죽이고, 이능력자들을 세뇌시키는 모습은 가공할 정도였는데 겨우 그게 첨병이였단 말인가?
물론, 칼리 제국이라는 존재가 실제하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펜타곤의 명예를 걸면서 얘기한다니 믿을수도, 안 믿을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이였다.
-또다른 증거는 삼태극이 사용하는 '벌집' 입니다. 삼태극의 본부이자 이동수단인 벌집에 대해 설명하자면 살라딘의 이야기를 시작해야 합니다.-
거기까지 말한 그리핀은 살라딘과 그 부하들이 실제론 지구라는 행성 자체를 조사하기 위해 찾아온 칼리 제국의 조사 부대에 붙잡힌 실험체라는 것, 염동력을 각성한 살라딘은 동료들을 이끌고 반란을 일으켜 함선을 탈취한 것, 최초엔 칼리 제국에 대한 야망을 막기 위해 힘쓰려던 살라딘이 권력욕에 물들어 지구 정복으로 목적을 바꾸자, 거기에 실망한 몇몇 동료들이 배신함으로서 세계가 일시적으로 단합하여 그를 처단할 수 있게 하였다는 것을 설명하였다.
그리고, 살라딘이 숨겨놓은 지하드라는 이름의 전함은 어디론가 꽁꽁 숨겨진채 잠들어 있었으나, 치우가 그것을 찾아내 삼태극이라는 이름으로 세계 정복을 표명하며 나섰다는 사실까지 모두 밝혔다.
살라딘을 배신한 동료들은 지하드의 모습을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었기에, 과거를 숨긴채 살아가고 있는 그들은 입을 모아 지하드가 맞다며 증언하였다.
그렇게 살라딘의 내용까지 설명한 그리핀은 이번엔 삼태극의 위험성을 설파하였다.
-칼리 제국의 위험성은 분명합니다. 지구의 모든 국가들은 힘을 합쳐 이 사태를 대비해야 하지만, 삼태극이라는 존재들은 칼리 제국에 대해 알면서도 정복을 위해 지구의 국가들을 파괴하고 힘을 약화시키고 있습니다. 예전의 살라딘처럼, 다시 한번 지구의 모든 국가들이 힘을 합쳐 공통의 적을 처단해야 한다는 것을 이 자리에 빌어 주장하는 바입니다.-
전 세계를 향해 방송하고 있기에 목소리는 최대한 사무적이고 차분해하였지만, 삼태극이라는 부분에서 그의 목소리에는 조금씩 분기가 치솟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나아가 삼태극을 멸하고, 그 기세를 몰아 칼리 제국으로부터 지구를 방어할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 펜타곤의 입장입니다. 국가간의 이권, 경계선, 정치적인 입장, 이 모든것은 삼태극이라는 폭력 앞에선 무의미합니다. 칼리 제국이 공격해오면 삼태극도 지구를 지키기 위해 협조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우리들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해서 권유를 하였으나 치우는 오히려 그렇기에 세계가 자신에 의해 통일되어야 한다며 세계 정복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어버렸습니다.-
매그너스도 칼리 제국이 공격해오면 삼태극도 별 수 없이 함께 싸워야 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었지만, 그리핀의 확언에 생각을 거기에서 끝내야만 하였다.
-현재 지구권의 모든 국가들이 행동해야 하는 것은 삼태극을 멸하기 위해 손을 잡고, 나아가 칼리 제국을 대항하기 위해서 지금이라도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칼리 제국의 첨병들이 왔다는 것은, 늦든 빠르든 결국엔 본대가 찾아온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혹시, 이들과 대화를 하거나, 항복을 하겠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미리 그 생각을 거두시기 바랍니다.-
처음엔 단지 배신자들을 향한 경고라 생각하였지만, 그리핀의 목소리는 그런 종류의 엄격함이 들어가 있지 않았다.
-지구를 배신한 배신자라고 욕하는게 아닙니다. 칼리 제국은 항복도 가려서 받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항복을 가려서 받는다?
그게 무슨 소리인지 이해를 못 한 매그너스는 고개를 갸웃거렸고, 그런 그의 심정을 이해하듯이 그리핀은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칼리 제국의 계급 구조는 힘에 의해 나뉘게 됩니다. 즉, 아무리 돈이 많고 권력이 강해도, 개인의 힘이 약하다면 노예 계급이 되고, 개인의 힘이 강하다면 힘의 강약 수준에 따라 시민이나 전사 계급을 받게 됩니다. 최소 4등급 이상의 이능력자라면 아슬아슬하게 노예는 벗어나겠지만, 그 이하는 변명의 여지 없이 곧바로 노예 계급이 되면서 온갖 학대와 노동을 감내해야만 합니다.-
"…나도 얄짤없이 노예 계급이 된다 이거군."
이능력이 완전히 전무한 매그너스는 칼리 제국에 의해 지구가 지배당한다면 자신은 노예가 된다는 사실에 헛웃음을 지어보였다.
-어떻게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됐냐고 물으실겁니다. 펜타곤에는 10등급의 예언능력을 지닌 이능력자가 칼리 제국이 지구를 침공하는 것을 예언하였고, 칼리 제국에 의해 고향별을 잃고 지구에 도착한 외계인을 보호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존재와 사정에 대해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핀은 자신들이 칼리 제국을 알아낸 경로에 대해 깨끗하게 밝혔지만, 외계인의 이름이나 정체는 알려주지 않았다.
아마 괜한 이목이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리라.
-펜타곤은 지금 이 자리에서 삼태극을 멸하고, 지구권이 힘을 합쳐 칼리 제국의 야망을 분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우리들이 알고 있는 정보와 자료들을 전 세계의 지도자들에게 넘겨드릴 예정입니다. 저의 주장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리핀의 모습은 사라지면서 원래의 채널로 돌아갔다.
"…무슨 SF 소설도 아니고 우주 제국이라니……."
매그너스는 잠시 자신의 눈을 손으로 덮으며 한 숨을 내쉬었지만, 이내 몸을 일으키면서 결의어린 표정과 함께 자신의 책상으로 향하였다.
그에겐 삼태극이니, 칼리 제국이니, 그런것보다는 자신의 머릿속에서 떠오른 온갖 생각들을 정리하는게 우선이였기 때문이다.
'칼리 제국이 진짜로 존재하든, 아니든 상관없다. 어차피 모든 이들의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면…….'
메모지와 볼펜을 찾은 그는, 자신의 머릿속에 복잡하게 엉켜있던 실타래를 하나하나 풀듯이 메모지 위에다가 끄적이기 시작했다.
-초인등록법안-
'이능력자들은 히어로고 빌런이고 이대로 두면 안된다. 그들의 힘은 강하지만, 그 힘은 고단한 훈련이 아니라 단순히 운과 재능에 의한 결과물이다. 이능력자들은 이대로 두면 안 돼.'
단순히 운과 재능에 의해 강해진 이들에겐 목숨을 내던지면서 싸워야 할 각오가 없다.
정신력은 일반인과 같은 주제에, 일반인 수십, 수백명이 달라붙어도 이길 수 없는 초인적인 능력은 평범한 시민들에게 있어서 재앙과도 같다.
그런 힘은 반드시 누군가가 제어해야만 하기에, 매그너스는 지금까지의 자신이 겪은 모든 경험들을 살려서 이능력자들을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초인등록법안' 을 생각하였다.
계속해서 세력을 키워나가는 삼태극.
펜타곤의 공식 성명에 의해 존재가 밝혀진 칼리 제국.
세계가 크나큰 혼란에 빠져있을때, 이능력자들을 이대로 자유분방하게 내버려두면 안된다고 생각한 한 남자는 이능력자들을 제어할 방법을 구상하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원래 이 내용은 꽤 나중으로 미룰려고 했지만, 시간의 흐름을 생각해보니 너무 늦으면 오히려 개연성이 떨어질 것 같더군요.
떡신을 기대하고 계셨을테지만 안타깝게도 다음편부터 떡신이 나옴 ㅠㅠ
그런데 인외마경이라는 제목에서 뭔가 익숙함을 느낀 저는 한동안 곰곰히 '어디서 봤던 제목이더라?' 라면서 생각했습니다.
알고보니 천외마경이라는 게임이 있었더라구요 -_-;;
이런 쒜뷁
그래도 이미 이 제목에 꽂혀버렸으니 어쩔 수 없네요. 그냥 써야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