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531화 (531/923)

0531 / 0923 ----------------------------------------------

8장

쿠드득!

"크허억!"

치우의 공격에 거의 날아가듯이 튕겨져나간 왕 슝첸은 간신히 자세를 잡아 착지하였지만, 팔이 부러졌는지 붉게 달아오른 오른팔을 축 늘어뜨리며 고통어린 얼굴을 만들고 있었다.

"이거 생각보다 별거 아니잖아? 날 죽이겠다고 호통을 치셨던 그 영감님은 대체 어디로 간걸까나~?"

"크읏……."

자신을 향해 조롱하는 그의 모습에 왕 슝첸의 얼굴에 분노가 얼룩졌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았다.

전투에서 상대방의 도발에 넘어간다면 쓸모없는 힘을 과도하게 사용하게 되고, 동작이 커지면서 헛점도 커지게 된다.

생사를 오고가는 격렬한 혈전을 몇번이나 치룬 경험자다운 연륜이였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였다.

'강하다……. 살라딘보다도…그랜드 아크보다도 훨씬 더 강해……!'

왕 슝첸은 살라딘을 공격할때도 참전하여 큰 활약을 하였고, 그랜드 아크와도 1:1 대결로 막상막하의 접전을 펼치다가 양측의 원군들이 끼어들면서 무승부로 끝을 맺었다.

그렇기 때문에 치우를 상대로 강하게 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살라딘과 그랜드 아크까지 상대하면서, 온갖 강적들과의 싸움을 경험하여 정무맹의 대사부 자리를 차지한 왕 슝첸의 강함은 단연코 세계 클래스 수준이다.

하지만, 그런 왕 슝첸은 치우의 공격을 간신히 막아내는것이 전부였다.

부드러움은 강함을 능히 제압한다는 유능제강이라는 말도 수준이 비슷해야 가능한 말이다.

10등급의 신체 강화를 가볍게 넘어선 스피드는 왕 슝첸의 인식범위를 아득하게 초월하여 부드러움은 커녕, 간신히 막아내는게 한계였다.

"후욱- 후욱- 후욱-"

그는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크하하핫! 뒈져라! 뒈져! 죽어버리라고!!"

자신을 따라온 무술가들은 아수라에 의해 하나하나씩 처참하게 죽어나가고 있었다.

단지 콧대높은 중국인 무술가들을 죽일 수 있다는 희열과 기쁨으로 한계치까지 도달한 이능력의 힘, 그리고 젊어서부터 왕 슝첸과 비슷한 나이가 될때까지 중국인을 향한 복수심을 불태우며 1분 1초도 무술을 게을리한 적이 없었던 아수라의 연륜은 정무맹의 무술가들의 기량을 아득하게 초월하고 있었다.

쨍그랑! 파캉!

릴리야는 삼태극의 간부쯤으로 되어보이는 두 여성과 치열한 공세를 치루면서 주변이 얼음과 서리로 하얗게 물들기 시작하였지만, 삼태극의 간부들도 하나같이 뛰어난 기량을 보이고 있었다.

'설마…….'

치우와 비슷한 가면을 쓰고 있지만 머리카락과 눈동자까진 숨길 수 없었기에, 그녀들의 모습과 분위기를 확인한 왕 슝첸은 살라딘을 처단하고자 모였을때 젊은 이능력자들 중에서 가장 크게 두각한 이실리아 맥스웰과 아리이노 아키가 생각났다.

반짝이는 금발과 에메랄드색 벽안을 지니고 염동력을 사용하는 이실리아, 흑요석처럼 검은 흑발과 흑안, 그리고 한 자루의 닌자도를 휘두르면서 대인전에서 치명적인 수준의 강함을 보유한 아키의 모습은 저들과 너무나 똑같았다.

그럴리가 없다.

이실리아는 딸을 찾고자 한국으로 떠났다가 행방불명이 되어버렸고, 아키는 살라딘의 처단 이후에 홀연하게 사라지면서 자취를 감추었다.

문제는 두 여성은 한 남자를 두고 싸우면서 사이가 험악하였기에, 절대로 저렇게 손을 맞춰가며 함께 싸울 수 있는 팀워크를 보유할 수 없는 관계였다.

게다가 기본적으로 치우처럼 누가봐도 쓰레기같은 남자에게 무슨 매력이 있기에 그런 고고하면서도 뛰어난 여성들이 달라붙겠는가?

"어이, 지금 나를 두고 한 눈을 팔고 있는거야? 쫄따구들 걱정보다 영감 몸부터 걱정하는게 어때?"

치우는 주제도 모르고 다른 사람들을 걱정하는 그의 모습에 어이가 없다는 듯이 따져물자, 왕 슝첸은 다시 시선을 정면으로 돌리면서 설교조로 입을 열었다.

"…자네는 그런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생각해낸게 겨우 세계 정복이라는 어린 아이같은 소망인가?"

"세계 정복? 미안하지만 정확히는 세계 군림이야. 정복을 하면 부동산, 세금, 복지, 교육, 등등의 모든 것들을 다 처리해야 하잖아? 잘하면 더 잘하라고 욕먹고, 못하면 못한다고 욕먹는데 머리 아프게 정복 따윌 왜 해? 나는 단지 세계의 모든 인간들이 내게 무릎 꿇고 조아리기만 하면 그걸로 만족한다고."

그리고선 마치 몸이 덜 풀렸다는듯이 목덜미를 잡으면서 목을 좌우로 까딱거린 치우는 재차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그냥 무릎꿇고 치우님 만만세 하면 끝나는데 왜 일을 어렵게 만들어? 이 일은 댁들이 자초한거라고."

"자초했다? 그럼 갑자기 무릎 꿇고 항복하라는데 예 알겠습니다 라면서 꿇는 이들이 존재하리라고 생각하나?"

왕 슝첸의 말대로다.

갑자기 어디선가 튀어나온 이상한 가면남이 테러를 가하면서 '나님이 존나 짱짱맨이라서 세계를 정복하려 하니, 다들 무릎 꿇고 항복해라. 그럼 봐주마.' 라고 지껄이는데 누가 진지하게 그런 말을 듣겠는가?

"왜 내가 댁들이 보는 눈이 없는것까지 감안해줘야해? 거기다가 바티칸이랑 이스라엘만 좀비 바이러스를 투하했지, 그 이후로는 사용하지 않았잖아? 내가 호의를 보여줬는데 그걸 원수로 받아들이면 좀 억울하지."

"허…허허…호의라……. 억울하다라……."

치우의 어이없는 대답에 왕 슝첸은 확신하였다.

"네 놈은 짐승이다. 인간의 탈을 뒤집어 쓰고 있을뿐인 짐승. 네놈에게 인간이나 사람이라는 호칭 자체가 아까울 지경이다."

"맞아. 나는 짐승, 혹은 그 이하의 쓰레기지. 그런 쓰레기놈 따위에게 자신의 조국이 무너지고, 생사의 위협을 받는 기분은 어떠신가?"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어떤 이유를 들이밀면서 변명을 하지만, 진우는 자신의 이러한 행동이 절대로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니, 오히려 그 비정상적인 행동을 즐기면서 변명을 하기보단, 짐승 이하의 쓰레기라는 욕설도 오히려 맞는 말이라면서 호응을 한다.

도덕성이나 죄책감 같은걸로 공격을 하려고 해도, 자기 자신의 행동에 부끄러움이 없는 자에게 설교는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크크큭! 짐승 이하의 쓰레기가 이 다음엔 무엇을 할지 설명해주지. 일단 내 눈앞에서 떠벌이는 늙은이를 곤죽으로 만들어버리고, 중국을 정벌한 다음에 모든 재산과 쓸만한 재료들을 약탈해서 로봇 병기들로 만들거다. 거기다가 지구의 인구 5분의 1이나 차지하는 중국인들을 모조리 사용해서 생체 병기들로 만들어주지."

"생체…병기……? 설마……."

왕 슝첸은 치우가 말한 생체 병기라는 부분에서 잠시 멈칫하였다.

인간의 외형을 가지고 있지만, 팔다리나 몸의 일부가 동물이나 곤충의 것으로 교체당한체, 이성을 잃고 싸우는 기이한 인간들이 그의 뇌리속에서 떠오른 것이다.

중국군과 정무맹의 무인들이 압도적인 숫자를 이용하여 차륜전을 사용하면서 삼태극의 로봇 병기들을 파괴하는 활약을 펼쳤지만, 이 인간같지 않은 괴물들이 존재하는 곳은 오히려 중국쪽이 밀릴 정도의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노아가 후지미네의 도움을 받아 중국군을 힘겹게 격퇴하던 곳은 혈강시가 없었기에 속수무책으로 밀릴 수 밖에 없었다.

"맞아. 괴수들의 팔다리나 신체의 일부분이 붙여진 그 괴물 인간들. 그 놈들은 하나같이 강력하지만 만드는데 꽤 자원이 많이 든단 말이야."

불길하다.

뭔가 엄청 불길하다.

이 다음 대사는 안듣는게 나을것 같은 예감이 든다.

차라리 지금 당장 기습을 가하여 저 입을 막는게 차라리 더 낫다며 뇌가 전력으로 경고를 한다.

하지만, 왕 슝첸은 자신조차 힘겹게 한 두마리를 쓰러뜨리는게 전부일 정도의 능력을 지닌 인간형의 생체 병기들에 대한 정보가 궁금하였기에 이성이 본능을 강제로 억눌러왔다.

치우는 어찌보면 최고급 군사 기밀 정보에 준하는 정보를 들을테면 들으라는듯이 누설하기 시작했다.

"우리들은 저 놈들을 혈강시라고 부르지. 정말로 괜찮은 네이밍 센스란 말야? 왜냐하면 혈강시 하나를 만드는데 10만명의 생명력이 깃든 피가 필요하니까 말야. 혈血이라는 단어가 이토록 어울리는 존재는 몇 없다고?"

"…뭣……?"

순간, 왕 슝첸은 그가 무슨 말을 하는건지 이해 못하였다.

방금 그가 뭐라고 한거지? 10만명의 생명력?

"처음엔 일본인들을 이용했지. 문제는 얘네들이 우리만 보면 도망가면서 일일이 잡는건 효율이 안 좋더라고. 그래서 내 부하중 하나가 중독성 높은 마약을 풀어서 마약을 미끼로 놈들을 덫으로 유인한 뒤에 우직~"

짝!

치우는 손바닥을 펼쳐놓고선 다른 손바닥으로 그 위를 찍어누르듯이 내리쳤다.

"그렇게 여러번 반복해서 10만명의 생명력이 깃든 피를 짜낸뒤에 우리들만의 특별한 공법으로 10만명의 생명력이 깃든 피를 건장한 체구에게 불어넣으면 혈강시 탄생 완성!"

왕 슝첸의 얼굴이 점점 귀신처럼 일그러지자, 상대방이 진심으로 자신에게 분노할 때, 그리고 진심으로 분노한 상대에게 일방적으로 일방적으로 당하면서 괴로워하는 모습을 즐기는 S와 M의 절묘한 기대감이 치우의 몸을 살짝 떨게 만들었다.

"중국의 인구는 최소 12억이 넘지? 그럼 단순 계산을 해도 1만 2천의 혈강시들이 만들어지잖아? 아니, 잠깐. 어차피 신생아도 상관없으니 중국인 여자들을 붙잡아서 임신 공장을 만들면 이것도 나쁘지 않겠는데? 특히 여기는 엄청 넓으니까 대규모 임신 공장을 만들기 최적의……."

"닥쳐라아아!!"

분노가 한계까지 치솟은 왕 슝첸은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고, 치우는 흥분으로 얼룩진 눈빛과 함께 뒤쪽으로 슬쩍 피하여 거리를 벌렸다.

"뭐야? 왜 화를 내는거야? 안그래도 환경 문제로 지구 오염이라느니 뭐니 하면서 환경 단체들이 걱정하잖아? 그래서 이 몸이 지구를 위해 쓸모없는 인구수를 줄여주겠다는데 왜 화를 내는겨? 이해를 못하겠네."

"네 놈은 짐승도! 짐승만도 못한 수준이 아니다! 네 놈의 존재 자체가 인류의 해악이야!! 인류의 탄생 이래 최악의 범죄자란 말이다!!"

길길이 날뛰며 분노하는 그의 모습에, 진우는 가면 너머로 흥분된 표정과 함께 자신의 성기가 발기되고자 피가 몰리는 느낌을 받았다.

'미치겠다아! 저 분노어린 표정이 절망으로 바뀌면…크흐으~~!'

일부러 왕 슝첸이 분노할 내용의 대사만 내뱉은 그는, 분노어린 저 표정이 고통과 굴욕, 패배감에 절망하는 모습이 미치도록 보고 싶었다.

'더이상은…못 참겠다……!'

"정답! 정답이야! 그래, 그게 정답이라고! 나는 짐승만도 못한 수준의 쓰레기가 아냐! 인류 역사상 존재해서는 안 될! 태어나는것 자체가 죄악인 쓰레기다! 그리고 그 쓰레기가 반드시 약속해주지! 네 놈을 쓰러뜨리고 이 중국을 반드시 지옥으로 만들어주겠다고 말이야! 카하하하하핫!!"

"으아아아!"

왕 슝첸은 치우의 도발을 더이상 참지 못하며 저돌적으로 돌격하였다.

겉으론 분노로 미친듯이 보였지만, 노회한 무술가는 대화를 하는 시간동안 자신보다 압도적인 실력자에게 타격을 입힐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었다.

'정면 승부로는 답이 없다! 철저하게 급소를 공격한다!'

현대의 무술들은 하나같이 스포츠화 되어 급소 공격을 금하고 있지만, 실전형 중국 무술들은 인중, 목젖, 고간, 눈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기술이 연구되어 있다.

'이쪽의 잔기술은 놈의 동체 시력으로 인해 통용되지 않아! 뼈를 내주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피해를 가해야 한다!'

압도적인 동체 시력에 의해 왕 슝첸의 모든 움직임이 읽힘으로서, 방금전까지만 해도 일방적으로 공격을 당해야만 했다.

"차핫!"

노인의 거친 기합성과 함께 허리를 낮게 숙인 왕 슝첸은 노골적으로 치우의 국부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윽?"

치우는 자신의 소중한 물건을 공격해오자, 급소 무효화 특성으로 인해 괜찮다는것을 알면서도 본능적으로 뒤쪽으로 살짝 물러섰다.

아무리 괜찮다는것을 알고 있지만, 진우에게 있어서 자신의 심장과도 같은 소중한 신체의 일부분이자, 자신의 여자들을 만족시키고 새로운 수많은 여자들도 복종시켜야 할 가장 큰 재산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리고 공격해오는 모습에 뭔가 자신이 모르는 기술같은게 있어서 상처라도 받으면, 그 고통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에 뒤쪽으로 후퇴한건 바람직한 판단이였다.

'지금이다!'

본능적인 공포를 이용해 치우가 뒷걸음치게 만든 왕 슝첸은 그래플러같은 자세로 달려들어 뒤로 움직이던 발목을 붙잡고선 어깨로 강하게 밀어붙였다.

휘청!

중국 무술을 사용하면서 그래플러같은 움직임을 취하자, 잠시 당황한 치우는 균형을 잃으며 몸이 휘청거렸고, 그 틈을 이용한 왕 슝첸은 그의 등 뒤로 이동하여 어깨위로 걸터앉듯이 올라타며 양 손으로 힘껏 가면 너머의 눈알을 손가락으로 찔러넣었다.

우득!

부러진 팔에서 안좋은 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격한 고통이 느껴졌지만, 치우의 양 눈을 잃게 만든다면 이정도 고통은 싼 편이라 판단한 왕 슝첸은 모든 힘을 쏟아부어 일격을 가하였지만,

딱!

"……!?"

딱! 딱! 딱!

왕 슝첸은 손가락이 축축한 안구를 찔러넣지 못하고, 뭔가 딱딱한 막같은 무언가에 막히고 말았다.

"흐음~ 무슨 수작인가 궁금해서 일부러 당해줬는데 겨우 이정도였다니, 솔직히 좀 실망이네."

일부러는 무슨. 자신의 신체에서 가장 소중한게 공격당하니까 본능적으로 쫄아서 도망친 주제에.

겉으로는 마치 일부러 그랬다는 듯이 여유만만하게 입을 연 진우는 자신의 어깨위로 올라탄 왕 슝첸의 몸을 떨구겠다는 듯이 상체를 흔들면서 그의 몸 일 부분을 잡고자 손을 휘둘렀다.

탁!

그에게 신체의 일부분 하나라도 잡히면 벗어나지 못한다고 판단한 왕 슝첸은 다시 한번 치우의 어깨를 박차면서 거리를 벌리고 착지하려던 순간,

빠칵!

"크헉!"

이미 예상한 치우가 펀치를 날리면서 왕 슝첸의 안면을 강하게 가격하였다.

왕 슝첸도 자신이 착지함과 동시에 공격이 가해질거라곤 예상했지만, 그의 인신 범위를 아득하게 넘어선 스피드에는 어찌 대항할 도리가 없었다.

부들부들-

기이한건 추격타를 날리지 않고 몸을 잘게 부들부들 떨어대는 치우였다.

'아 씨발…조금 쌌다.'

자신을 향해 최악의 쓰레기라고 울부짖은 상대가 급소를 노리는 기습적인 공격을 실패하면서 자신에게 일격을 얻어맞아 고통스러워하며 땅바닥을 나동그라지는 모습을 본 진우는, 그 쾌락에 살짝 싸고(?)만 것이다.

"크크큭! 왜 그러지, 영감? 설마 겨우 방금전의 그게 최후의 한 수는 아니겠지?"

"쿨럭! 쿨럭!"

코뼈가 부러졌는지, 코가 살짝 삐뚤어지면서 코피를 흘린 왕 슝첸은 거친 기침을 토해내면서 코피를 흘렸다.

고통스러워하는 자신을 향해 치우가 다가오자, 고통속에서도 재빨리 몸을 일으켜 자세를 취한 왕 슝첸이였지만,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아무짝에도 쓸모 없었다.

쒜엑-!

신체 강화 11등급의 힘.

10등급의 힘에서 단순히 1등급의 힘이 더해진것이 아니다.

일반적인 이능력 상식을 아득하게 벗어난 능력을 경험해보지 못한 그는 팔이 길어지면서 빠른 속도로 자신의 어깨를 강타하고 다시 짧아지는 치우의 펀치에 속수무책으로 당하였고, 뒤이어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여러발의 주먹들이 잔상을 남기며 왕 슝첸의 몸을 만신창이로 두들겨패기 시작하였다.

"커…케헥……!"

주먹의 잔상들이 사라지자 왕 슝첸은 피를 게워내면서 힘없이 무릎을 꿇었고, 치우는 그런 그의 뒷머리를 발로 죽지 않을 정도의 힘으로 밟았다.

"어이, 영감. 겨우 이걸로 끝이야? 태어나는게 죄악인 쓰레기가 당신 머리통을 짓밟고 있는데 계속 고개 숙이고 있을거냐고."

지직- 지직-

발목을 좌우로 비틀면서 뒷머리를 담배불을 끄듯이 비비적거리자, 머리카락이 거칠게 쓸려나가는 소리가 작게 퍼져나갔다.

"우에엑-!"

"에이, 지지~"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무언가를 참아내는듯한 왕 슝첸은 선홍색의 피를 왈칵 토해냈고, 치우는 더럽다는듯이 뒤쪽으로 물러섰다.

"시…신이시여…어째서…어째서어…저런…인간 말종 따위에게…저런 힘을…주셨습니까아……."

"꼭 현실 부정하는 애들이 그런말 하드라. 그냥 노력과 재능의 승리지, 거기서 신이 왜 나오고 지랄이셈?"

"닥…쳐라……! 중국…4천년의 역사를…네 놈이…네 놈이이이……!"

부들부들부들-

저거다.

분노 -> 전투 -> 패배 -> 현실 부정 -> 절망어린 분노.

궁지에 궁지까지 몰린 패배자들이 내뱉는 악바리같은 욕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더더욱 절망에 빠뜨리게 만드는것은 저 지경까지 만든 쓰레기인 자신의 몫이다.

"중국 4천년의 역사? 그딴게 무슨 소용이야? 강한 새끼들은 그딴거 없어도 그냥 강하다고. 이게 세상의 법칙이야. 알간?"

찰싹- 찰싹-

"퉷!"

치우는 무릎 꿇고 힘겹게 고개를 들고 있는 왕 슝첸의 뺨을 찰싹 찰싹 때리면서 굴욕감을 안겨다주었고, 그는 모욕감을 참지 못하면서 피가 섞인 침을 안면쪽에다가 뱉어냈다.

철퍽-

피가 섞여 점성이 높은 타액은 가면에 철썩 붙여졌고, 치우는 그런 그를 놀리듯이 비웃는 표정과 말투로 입을 열었다.

"이거 어쩌시나~? 가면 덕분에 조~~~금도 불쾌한 기분이 안 드는걸? 치우는 침 공격을 받았다. 하지만 가면 덕분에 0의 데미지를 입었다. 크키키킥!"

"네…노옴……!"

"아, 그래도 일단 이 몸에게 침을 뱉었으니 보답은 해야겠지? 원래는 잔혹하게 난도질하면서 죽일 생각이였는데, 마음이 바뀌었어. 댁의 시체를 온전하게 보존해서 혈강시로 만들어주지."

"뭐…뭣……!?"

"10만의 중국인들을 죽여서 댁을 반드시 혈강시로 만들어주겠어."

왕 슝첸은 그의 목소리에 잠시 뻥찐 표정을 짓다가, 이내 절망감이 얼룩지기 시작하였다.

"아…안 돼……! 그…그만둬! 나는 절대로…그딴 괴물이 되고 싶지 않……!"

푸츅!

"꺽!? 끄억……! 꺼어억……!"

왕 슝첸은 갑자기 목이 뚫리는 고통에 자신의 목을 부여잡으며 괴로워하였고, 진우는 피가 묻은 검지 손가락을 그의 소매자락에다가 닦아내면서 가학적인 미소로 내려다보았다.

"말했잖아? 시체를 온전하게 보존하겠다고. 그러니까 잘 가세요, 영감님. 오래오래 사셨으니 이제 슬슬 뒈지셔야죠?"

"꺽…꺼억!!"

순간, 왕 슝첸이 자신의 머리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스칵!

자신의 머리를 으깨면서 혈강시로 만들지 못하게 만들기 위함이였지만, 어느새 용광검을 뽑아든 진우의 공격으로 인해 왕 슝첸의 멀쩡한 왼팔이 팔꿈치부터 잘려나갔다.

"끄어어억! 꺼어억!"

"아, 팔 하나 잘랐네. 뭐, 어차피 괴수의 팔같은거 붙여놓으면 되니까 상관은 없지."

부러진 오른팔로는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아, 깔끔한 자결 외에는 답이 없는 상황이였다.

하지만, 그래서는 결국 삼태극의 생물 병기인 혈강시라는 존재가 되어버린다.

어떻게든 자신의 몸을 박살내면서 자결을 하려고 안간힘을 써댔지만, 그게 가능한 수단을 잃어버린 왕 슝첸은 절망감 어린 표정으로 목구멍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갔다.

"크흐으~~! 미치겠다아~! 쌀것 같아아!"

그 절망감어린 모습에서 강한 쾌락을 느낀 진우는, 농담이 아니라 누군가가 톡 건들면 그대로 퓻퓻 거리며 사정할것처럼 하반신이 크게 흥분하여 뻣뻣해져 있었다.

'생각해보니까 그 외계인 새끼도 요렇게 죽였어야 했어. 머리 끝까지 화가 나면 오히려 냉정해져서 깔끔하게 죽여버리는 이 습관좀 고쳐야 하는데 말이지.'

분노가 극한까지 치닫으면 오히려 말수가 줄여지고 냉정해지는 진우의 성격상, 오히려 적의 입장으로선 이쪽이 훨씬 더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어설프게 짜증나도록 굴면 지금같은 사태가 일어나고 마니까.

자신의 여자들을 노예로 만들려던 쿠르트를 향해 살점을 쥐어뜯어가면서 괴롭히는게 아니라 울고불고 징징거리게 만들어야 했다면서 속으로 생각한 진우였지만, 눈 앞에서 절망하면서 천천히 죽어나가는 왕 슝첸의 모습도 괜찮았기에 이정도로 만족하기로 결정하였다.

털썩-

결국, 왕 슝첸은 힘없이 쓰러지면서 죽어버리게 되었고, 진우는 그의 절망으로 얼룩진 표정을 감상하듯이 내려보더니, 용광검으로 머리를 잘라내었다.

스삭!

잘려낸 왕 슝첸의 머리를 들어보인 진우는, 자신의 시체가 혈강시로 사용되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절망감에 휩쌓인 표정을 정면으로 응시하면서 비웃어보였다.

"뷰웅신~ 누가 댁같은 늙은이 몸을 쓸것 같아?"

아무리 단련되었어도 결국 늙은이의 몸이다.

죽으면 이능력의 힘이 사라지는 특성상, 왕 슝첸의 몸은 아무리 잘 단련되었다지만 결국 늙은 몸뚱아리에 불과했다.

나중에 잘 보이는곳에 효수하기 딱 좋은 표정의 목을 얻고선, 죽은자를 끝까지 능욕한 진우는 다음 타켓인 릴리야를 향해 시선을 고정시키며 편해보이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릴리야는 얼음을 만들거나 기온을 영하 수준으로 낮추면서 공격하였다.

MMORPG로 치자면 얼음을 이용한 딜과 주변 기온을 낮추어 움직임을 굼뜨게 만드는 디버프가 공존한다고 해야 할까?

-주인님, 긴급 상황입니다!-

하지만, 여유있게 쉬면서 자신의 노예들이 새로운 노예를 생포하는것을 즐기려던 그의 계획은 긴급한 페리샤의 목소리와 함께 파탄되고 말았다.

"…전후사정은 필요없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부터 설명해."

방금전까지만 해도 타인의 절망감으로 쾌락을 느끼던 인류의 쓰레기같은 표정은 순식간에 사라지면서, 진지한 표정과 목소리로 돌변한 진우는 지금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유를 설명하지 말고 결과와 현재만을 말하도록 명령하였다.

============================ 작품 후기 ============================

이제 조금씩 주인공의 잔학도를 다시 올릴 시간이군요.

아마 지금도 무자비하게 신고를 올리시면서 제 소설의 무가치함과 성적 뽕빨물에 대한 혐오를 가지신 분들이 계시겠지만, 블로그의 존재 덕분에 큰 타격을 받지 않게 되어 다행이지 싶습니다.

하지만 저도 이제 어느정도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주인공이 얼마나 잔인하게 지랄을 하든! 그게 성적 관련 분야가 아니라면 백날 신고를 먹어도 문제 없다는 것!

...근데 이건 뽕빨물이잖아...성적 판타지가 펼쳐져야 하는데...(급 의기소침)

오늘도 저는 신고받지 않는 한도내에서 성적 판타지를 펼칠 상상의 나래를 펼칩니다.

정 안되겠다 싶으면 블로그로 옮길 각오를 해두는 수 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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