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516화 (516/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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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장

"왔다……."

누군가가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바리케이트로 도로를 통제되어 있고, 사람이 점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리 있었지만 자신들의 등장에 소란이 일어나는게 느껴진다.

"드디어 왔어……."

다른 사람도 그 말을 이어받듯이 중얼거렸다.

목소리의 톤은 무미건조한 낮은 중저음에서 천천히 환희로 들떴고, 이내 모든 이들의 입에서 짙은 농도의 살기가 들어간 환희가 울려퍼졌다.

"드디어 왔다아아아!!"

"우와아아아!!"

원래는 회색의 전신 방탄복을 착용하고 있었지만, 흙먼지와 황사로 인해 때가 낀것마냥 흙먼지가 잔뜩 묻어져 어쩔 수 없이 싼티가 나는 복장의 병사들은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 도착하게 되자 뱃속에서부터 터져나오는 환호성을 참지 못하고 내질렀다.

솔직히 이들은 베이징을 진작에 들어섰다.

베이징은 16개의 구區와 2개의 현縣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중에서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알고 있는 베이징의 도시, 즉, 천안문이나 자금성, 여러가지 문화 유산이 가득한 곳은 4개의 구가 합쳐진 도시이다.

시청구. 베이징 도심을 구성하는 4개의 구 중, 천안문을 중심으로 서쪽에 위치해 있다.

둥청구. 베이징의 동쪽 부분을 구성하며, 문화적, 정치적, 상업적인 중심지이다.

차오양구. 베이징의 북동쪽.

펑타이구. 베이징의 남서쪽을 담당하는 구이며, 베이징 남서쪽에서 들어오는 물류의 집합지다.

현재 아시아 해방부대는 펑타이구 부분의 베이징 도시와 직면해 있는 상태이지만, 베이징의 16개 구중 하나인 팡산구를 지나쳐왔을때부터 이미 베이징에 도착했다고 정의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진정으로 노리는 베이징은 인구 천만 단위의 대도시이며, 세계 최대의 도시 광장인 천안문 광장과, 그 천안문을 지나가면 보이는 자금성이 있는 곳이였다.

그렇기에 평야와 산이 많은 팡산구를 지나쳤을때는 그냥 무덤덤했지만, 베이징의 도시를 이루는 4개의 구 중 남서쪽의 펑타이 지역에 도착하게 되자 자신들이 정말로 중국의 심장부를 노릴 수 있는 위치에 와 있음을 알게되면서 환호한 것이다.

자신들의 손으로 천안문과 자금성을 부술 수 있다는 희열감과 복수감에 사로잡힌 소수 민족 출신의 병사들은 당장이라도 쳐들어가서 눈에 보이는 중국인들을 모조리 싹 다 죽이고 싶었지만, 아직 공격 명령이 내려지지 않았기에 안절부절 움찔거리면서 솟구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하였다.

-아아, 마이크 테스트, 마이크 테스트.-

그 때, 병사들의 헬멧 안쪽에 부착된 통신기에서 치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우리들의 앞에 중국의 심장부가 있다. 다들 똑똑히 보이지?-

"예!!"

치우의 질문에 모든 병사들은 살기어린 목소리로 동시에 대답하였다.

-솔직히 말해서 저런 도시에서 벌이는 시가전은 시간 잡아먹고, 힘들고 귀찮아. 게다가 이쪽의 정보에 의하면 저쪽은 일반인들까지 모조리 징집해서 전선이 될 지역으로 내몰고 있다더라고. 적도 필사적인데 정면 공격은 우리쪽의 피해도 만만치 않다는 말씀이야. 전술적으로나 전략적으로나 운석이나 미사일 떨구는게 상책이지.-

"……."

갑자기 잘 나가다 초를 치는 치우의 목소리에 병사들은 약간 실망하면서 입을 다물었지만, 치우라는 인간이 어떤 인간인지 잘 알고 있는 그들은 그 다음 대사를 기다렸다.

-그런데 그러면 재미가 없지? 그럴려면 여기까지 개고생하면서 올 이유가 없잖아? 우리들도 너희들 똥개 훈련 시킬려고, 시간 널널해서 이러는거 아니다.-

여기까지 말한 치우는 잠시 뜸을 들이고선 다시 말을 이었다.

-이제 너희들의 손으로 베이징을 무너뜨리게 되면 빼도박도 못하게 된 악의 수하들이 된다. 중국을 정복해도 10억이 넘는 중국인 잔당들 처리하느라 평생을 다 바쳐야 할지도 몰라. 아니, 그 이전에 우리를 악의 축으로 몰아낸 전 세계를 상대로 싸워야 하지. 그야말로 투쟁의 연속이다. 모두들 그정도 각오는 해뒀겠지?-

"예!!"

상관없다. 자신들의 복수를 위해서라면, 자신들의 피눈물섞인 호소를 무시한 세계가 자신들을 괴롭힌 중국을 돕겠답시고 쫄래 쫄래 온다면 그들에게도 자신들의 증오를 맛보여줄 것이다.

치우의 말대로 평생을 전쟁속에서 살아야겠지만, 그래도 죽지 못해 살아가는 나날보단 백만배는 더 낫다.

-예에~~~전 부터 말했지만, 나는 나를 적대하는 놈들에겐 악마, 내게 복종하는 이들에겐 천사다. 너희들이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면, 나 또한 너희들을 저버리지 않는다. 지옥 끝까지 나를 따라올 준비는 되었나?-

"예!!"

-좋아! 내일 밤까지 무너진 자금성과 천안문의 잔해 위에서 식사를 하겠다! 사기를 북돋우려고 그냥 말하는게 아냐! 반드시 거기서 식사를 할테니까 흙먼지 많이 먹을 준비나 해두라고! 전원 돌겨어억!!-

"우와아아아아!!"

치우의 돌격 명령과 동시에 병사들을 태운 트럭은 도시를 향해 돌진을 시작하였고, 그 주변으로 거대한 괴수들도 먼지 구름을 일으키며 도시를 향해 돌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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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드드드드드드---

"와…왔다……."

거대한 크기의 다종다양한 괴수들이 한꺼번에 돌격해온다.

이정도만 해도 재해급의 사태이기에, 훈련받지 못한 젊은 남성들은 총구를 어설프게 조준하면서 손을 부들부들 떨어댔다.

하지만, 중국측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투쾅-! 투쾅-!

도로에 배치된 자주포와 곡사포등, 화력이 강한 포탄을 날릴 수 있다면 종류 여하를 가리지 않게 배치된 병기들이 불꽃을 내뿜으며 사격을 가한 것이다.

쾅-! 콰앙!

캬아아!

거대한 불꽃이 솟아오르며 베이징으로 돌격해오던 아시아 해방부대의 트럭 몇개가 부서지면서, 주변에 있던 괴수 몇 마리도 포탄에 직격당해 괴성을 지르며 쓰러졌다.

그 폭발로 인해 운전자와 탑승한 병사들이 나가떨어졌지만 삼태극제 전신 방탄복을 입고 있었던 그들은 충격을 모두 흡수하진 못하였는지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주춤주춤 일어섰다.

어쨌든, 도시로 이동하는 트럭 몇개만이 파괴되긴 했지만 거리가 멀어서 명중하기가 쉽지 않은 상태였기에, 아시아 해방부대가 가까이 올수록 더 많은 피해가 가중될 것이다.

그 때, 눈 밭에 있었다면 제대로 확인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새하얀 털을 가진, 퓨마와 비슷하게 생긴 거대한 설표 한 마리와 거대한 거미가 다른 괴수들보다 압도적으로 빠른 스피드로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플래티나와 리엘루스가 선행 돌격을 시작한 것이다.

전차들이 그런 설표와 거대 거미를 공격하고자 포신을 움직였지만, Z자로 지그재그 움직이는 두 괴수들의 속도를 포신으로 조준하는건 무리였다.

하지만, 이들도 바보는 아니였기에 폭염에 휩쓸리게 만들고자 적의 속도를 예상하여 땅을 조준 사격하였고, 폭탄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도시로 돌격해오는 괴수들의 주변에 화염이 치솟아올랐다.

문제는 그정도 공격으로 아수라급의 괴수들에게 타격을 입히는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리엘루스보다 속도면으로 한 수 위인 플래티나는 가장 방어가 두터워보이는 정면의 도로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하였고, 보병들의 개인화기가 닿는 거리가 되자 보병들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투타타타타타타---

귀가 따가울 정도로 많은 숫자의 총포음들이 터져나오면서 수많은 총탄이 플래티나의 몸을 가격하였지만, 겨우 이정도 공격으로 막힐 수준이였으면 애초에 괴수가 인류에게 위협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캬오오!"

그 때, 어느정도 접근한 플래티나가 살기어린 포효를 내지르자, 먹이사슬의 최정상급에 위치한 동물이 가져다주는 원초적인 본능이 병사들의 마음에 깃들었다.

"흐이익!"

"시…싫어! 저딴걸 어떻게 죽이라는 거야!"

단지 총알받이를 위해 징집된 병사들의 사기를 덜컥 내려앉았고, 몇몇은 등을 돌리며 도주까지 할 정도였다.

하지만,

탕!

"모두 자리를 지켜라! 이건 명령이다! 자리를 지켜! 도망간다면 무조건 사살이다!"

뒤쪽에 위치한 독전대(탈영을 감시, 처형하는 부대)가 도망치려던 병사들에게 총탄을 먹이면서 자리를 지키라고 악을 지르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이렇게 대놓고 독전대를 뒤쪽에 배치하는건 2차 세계대전 당시에나 일어날법한 일이였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전선이 유지가 되지 않는다.

물론, 결과적으론 모두 다 쓸모없는 짓이였지만.

투쾅! 투쾅!

도로쪽으로 진입하기 위해 정면 돌파를 시도하는 플래티나의 모습에, 전차들이 다시 한번 포신에 불꽃을 뿜었다.

쾅! 쾅!

플래티나의 몸체에 거대한 화염이 치솟아 올랐지만, 이정도 공격 따윈 그녀에게 아무것도 아니였다.

"캬아아아!"

콰지직!

괴성을 내지른 플래티나는 진입을 막기 위해 설치한 바리케이트를 힘으로 뭉갠 플래티나는 몸을 낮추며, 방해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더욱 속도를 올리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도심에 진입한 플래티나는 그 속도를 유지하면서 돌격을 하였고,

쾅! 으직! 콰쾅!

"으악!"

"피, 피해!"

몸에 부딪히는 모든 것들을 힘으로 밀어붙이면서 중국군이 설치한 추가 바리케이트라던가 엄폐물들을 망가뜨려나갔다.

보병들은 재빨리 건물 안쪽으로 피할수라도 있지, 그렇지 못한 전차같은 병기들은 플래티나와 부딪히면서 어디 하나가 망가지거나 뭉개진채로 건물벽에 쳐박히거나 뒤집히게 되었다.

플래티나는 안쪽으로 침입하자마자 아군을 향해 포격을 쏟아붓는 적의 병기들을 처리하기 시작하였고, 정면 도로로부터 약간 우회하면 있는 또다른 도로로 이동한 리엘루스는 플래티나와 달리 바리케이트를 부수지 않고 높게 점프하여 안쪽으로 진입하였다.

콰앙!!

"주…죽어랏!"

이쪽에는 그나마 용감한 병사들이 많은지, 바리케이트를 뛰어넘어 도로쪽으로 착지한 리엘루스를 향해 사격을 시작하였으나,

바르르르르--

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한 리엘루스의 몸체에서 짙은 연갈색의 운무가 솟아오르며 사방으로 흩어져나갔다.

치이이익--

"끄아아아!?"

"아악! 아아아악!"

연갈색의 안개에 휩쓸린 병사들은 몸에서 고기 굽는듯한 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하면서, 온 몸이 불속에 들어간듯한 고통을 느끼게 되었다.

아니, 고통만 느낀게 아니라, 그들의 얼굴은 인간의 미를 기준으로 끔찍하게 변모하고 있었다.

쾅- 콰앙!

거기다가 전차들까지 녹아내리면서 폭발을 일으키기 시작하였고, 자신이 뿜어낸 산성 안개가 만들어놓은 죽음의 현장을 감상한 리엘루스는 8개의 다리를 쉴틈없이 움직이며, 주인님에게 귀여움을 받을 수 있도록 많은 활약을 하고자 인간들의 기운이 많이 느껴지는 방향으로 이동하였다.

그렇게 중국군이 만들어놓은 1차 방어선은 두 아수라급 괴수에 의해 붕괴되어버렸고, 그 뒤를 따라온 아시아 해방부대와 괴수 무리가 도심으로 진입하면서 베이징에서 펼쳐지게 될 시가전이 시작되었다.

베이징의 도심 상공 위까지 도착한 지하드는 무인형 로봇들을 출동시키면서 무작위식 강습에 들어갔고, 하나하나가 뛰어난 힘을 지닌 삼태극의 로봇들은 베이징의 시내를 더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그렇게 중국과 삼태극의 모든 것이 걸린 전쟁이 시작되었다.

============================ 작품 후기 ============================

이번 목감기는 꽤나 독했네요.

저는 왠만하면 병원에 늦게 갑니다. 그만큼 '아프긴 한데 병원까지 갈 일은 아닌' 감기를 많이 겪어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놈은 그런 제 생각을 완전히 뒤집고 병원에 일찍간게 정말로 다행이라 생각될 정도였습니다.

아직 다 나은게 아니라서 목도 좀 아프고 머리도 어느정도 띵하긴 하지만, 그래도 제정신으로 글을 쓸 수 있을 정도는 됩니다.

어쨌든, 제 건강을 걱정해주신 여러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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