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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장
웅성 웅성-
유럽의 한 도시.
시민들은 분주하게 여기저기 움직이면서 각자 볼일을 보고 있거나, 혹은 집에서 여가 시간을 보내고 있을 무렵, 어느 순간에 갑자기 모든 종류의 화면과 채널에서 장면이 바뀌었다.
"응? 뭐야? 이거 왜 이래?"
집에서 뭐 볼만한거 없을까 하며 소파에 앉아 리모컨으로 채널을 여기저기 돌리던 한 남성은, 갑작스래 화면이 바뀌면서 위에서 아래를 내려보는 시점으로 철저하게 요새화된 도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다른 채널로 돌려봤지만 모든 채널에서 이와 똑같은 영상이 방송하자, 남자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게 뭔 일인지 순간적으로 이해하지 못하였다.
"뭐야? 방송 사곤가?"
대체 무슨 방송 사고이길래 모든 채널에서 똑같은 영상을 보여주는건지 이해하지 못하였지만, 그가 집안에서 고개를 갸웃거릴때, 밖에서도 갑자기 모든 광고 영상을 보여주던 광고용 화면들까지 모두 이와 똑같은 영상이 출력되면서 사람들의 시선을 잡고 있었다.
십여초간 하늘을 맴돌면서 요새화된 도시를 보여주던 시점은 이내 빙글 돌아가면서 빠르게 거리를 벌렸고, 어느정도 멀어지자 다시 방향을 돌리면서 도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응?"
남자는 요새회된 도시 위쪽으로 검은 빗금같은게 그어지자, 이건 또 뭔가 싶어 고개를 갸웃거렸고, 그와 동시에 빗금이 좌우로 열리면서 레드 오렌지 색의 공간이 드러났다.
그리고 도시에서는 그 레드 오렌지 색의 공간 안쪽을 공격하기 위해 대공포와 미사일등을 쏘아올리기 시작하였고, 비 전문가가 봐도 엄청난 수준의 공세임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레드 오렌지 색의 공간에서 운석이 모습을 천천히 드러내기 시작하자 순간적으로 도시안에서 일어난 공격들이 멈추었고,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던 운석은 갑작스럽게 급강하 하더니 거대한 충격파를 일으켰다.
파칙- 파치칙--
그 충격파가 얼마나 큰지, 충분히 멀리 떨어져 있던 카메라(라고 추정되는)에서도 노이즈가 생겨날 정도였다.
"신작 영화인가? 떨어질때의 충격파 묘사가 괜찮은데?"
대체 무슨 엄청난 대작급 영화라서 모든 채널을 통째로 광고용으로 사용하는 만행을 저질렀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났지만, 운석이 충돌할 때 생겨나는 현실감 넘치는 모습에 최소한 CG 만큼은 공을 들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충격파가 퍼지면서 치직 거리는 노이즈 화면 너머로 도시가 파멸되어가는 모습이 끝나자, 반대쪽으로 시점이 움직이더니 거대한 몸체를 지닌 괴수들이 병사들을 태운 군용 트럭과 함께 속도를 맞추어 나란히 움직이는 모습이 확인되었다.
"응? 대체 뭔 내용이길래 괴물들이랑 인간이 함께 움직이는거지?"
괴수들은 인간의 적.
이건 불멸의 법칙이다.
예로부터 괴수들과 대화를 하려거나, 조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이 독자적, 혹은 힘을 합쳐 공동 연구를 시작하였지만 일반 시민들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대실패를 하고 만다.
괴수만 존재하지 않는다면 전쟁과는 상관없는 지역의 국가들은 국방비 예산이 50% 미만으로 줄어들 정도로, 괴수에 대한 문제는 정치나 문화를 따지기 이전에 모든 인류의 적이였다.
삼태극이라는 세계 정복을 꾀하는 조직이 괴수들을 조종한다고는 하지만, 지금 이 영상이 삼태극과 관계 있을거라곤 생각치 않은 남자는 빨리 광고가 끝나길 기다렸다.
어쨌든 위에서 아래를 내려보는 시점은 괴수와 인간들이 무너진 도시로 이동하는 모습과 함께 페이드 아웃되었고, 화면은 다시 바뀌면서 붉은 악귀 가면을 착용한 남자의 모습이 나타났다.
-영화 광고인줄 아셨나? 미안하지만 아쉽게도 지금까지 댁들이 본 영상은 진실이야. 실화란 말씀이지.-
"어……? 치…우……?"
치우.
삼태극의 수장이자 세계 정복을 위해 일본, 중국, 미국을 순차적으로 정복하겠다고 선언한 미치광이.
하지만, 그 미치광이는 실제로 일본의 항복을 받아냈고, 이제는 중국을 공격하면서 세계를 전화속으로 밀어넣으려 하고 있었다.
예전에도 괴수들을 조종할 수 있다는 어필을 했었던 삼태극이였지만, 유럽쪽은 삼태극의 입김이 닿지 않은 곳이였기에 평화에 찌든 남자는 지금까지의 영상이 신작 영화 광고인줄 알았던 것이다.
'잠깐……. 그렇다면 방금 그 운석도……?'
방금 본 영상이 실제라면 운석이 도시를 부수는 것도 모두 실제란 말인가?
-중국에서는 우리들의 발을 묶고자 진격로에 위치한 도시를 요새화했지만, 미안하게도 우리들은 방금전의 영상처럼 운석을 불러서 떨어뜨릴 수 있지. 너희들이 산개하면 산개한대로, 밀집해 있으면 밀집해 있는대로 우리들의 먹잇감이란 말씀이다.-
치우는 가면 너머로 오만한 눈빛으로 화면을 보고 있는 모든 이들을 내려보더니, 이내 답답하다는 듯이 한 숨을 내쉬었다.
-우리들은 농담이 아니라 마음만 먹으면 세계를 멸망시킬 수 있다. 핵? 그딴걸 쓰지 않아도 이 세계를 포스트 아포칼립스로 만드는건 일도 아냐.-
예전의 치우가 이런 말을 지껄였다면 비웃음이 먼저 나왔겠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었다.
저 영상이 실제라면 삼태극이라는 집단은 괴수들을 통제할 수 있고 운석까지 소환해대면서 인류가 이룩한 문명을 모조리 파괴할 수 있다는 뜻이니까.
-이게 너희들을 향한 최후의 통첩이며, 내가 지닌 관대함의 한계다. 나중에 바지 끄댕이 잡으면서 울고불고 사정해봤자 안 통해.-
치우는 낮은 목소리를 위협적으로 말하며, 이 방송이 최후의 통첩임을 공표하였다.
-같은 말도 여러번 반복하자니 귀찮군. 너희들은 단지 선택만 하면 된다. 모조리 죽던가, 혹은 내 밑에서 번영하던가. 만에 하나라도 정치적인 문제로 조율해보겠답시고 허튼 소리를 할 거라면 그냥 입닥치고 있는걸 추천하지. 나의 세계 정복에는 협상 따윈 없으니까.-
그렇게 전 세계를 향해 다시 한번 협박을 한 치우는 귀찮다는듯한 분위기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말을 끝냈다.
-후우…정말이지 나란 놈은 정복욕이라는걸 왜 타고 나서 이 고생을 하는건지 모르겠구만. 그냥 전 세계에 바티칸이랑 이스라엘에 떨어뜨렸던 좀비 바이러스를 퍼트리고 괴수 테러로 싹다 죽여서 살아남은 인간들을 지배하는게 몇십배는 훨씬 더 쉬운데 말이…응? 아직 방송 안 끝났다고?-
방송이 끝난줄 알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치우는 아직 방송이 안 끝났다는 누군가의 신호를 확인했는지, 처음으로 눈이 동그랗게 뜨면서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큼큼. 어, 어쨌든 다들 현명한 선택을 하리라 믿는다. 그럼 이만.-
헛기침을 하고 말을 더듬기까지 한 치우는 시선을 살짝 외면하면서 방송을 끝냈고, 그와 동시에 치우의 모습이 사라지면서 원래의 채널로 돌아가게 되었다.
"……."
치우의 모습은 사라졌지만, 남자는 입을 살짝 벌린채로 TV를 멍하니 쳐다보았고, 이러한 모습은 치우의 영상을 확인한 모든 이들이 겪고 있는 일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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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을 해킹하여 전 세계에 최후의 통첩을 발표한 치우의 방송 이후, 전 세계에서는 중국의 수도 바로 아래까지 삼태극이 밀고 들어왔음이 밝혀졌다.
지금까지는 중국이 정보를 통제해 왔는데, 그 이유는 삼태극의 공격을 오히려 방어한것만으로 모잘라 반격으로 무찔렀다는 대외적인 명성을 위함이였다.
물론, 각 국의 수뇌부들에게는 지원 요청을 해놨고, 삼태극이 베이징을 향해 시시각각 다가온다는 정보가 시민들에게 알려지면 당연히 외부로 빠져나가려 하면서, 베이징의 경제 활동뿐만 아니라 간신히 정상화시킨 지역의 경제까지 마비되는 문제가 생겨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태극의 북진 경로에 있던 도시민들은 삼태극의 공격을 받으면서 살아남고자 여기저기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고, 그런 그들에 의해 중국 역사상 최악의 위기에 빠져 있다는 것이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게 되었다.
그렇기에 각 언론사들을 압박해가면서까지 삼태극과 교착 상태임을 알리면서 시민들은 각자 자기 할일들을 하라고 지시했었던 중국 정부였지만, 인공 위성을 해킹한 치우의 영상이 뜨자마자 더이상의 정보 통제는 포기하고 대규모 징병을 시작하였다.
모병제 국가이며, 모병제여도 병사가 너무 많아서 고민이였던 중국이 갑자기 징병을 시작하니, 사람들의 불안은 공포로 변질되어갔다.
국가의 존망이 걸린 위기가 아니고서야 모병제 국가에서 징병을 시도할리 없잖은가.
전쟁에 나가기 싫은 사람들은 징병을 피하고자 베이징에서 빠져나가려 하였지만, 병사들은 시민들이 정부의 허가 없이 나갈 수 없게끔 공항과 도로를 통제하기 시작하였다.
정부에선 중화의 역사 어쩌고 저쩌고 떠벌이면서 시민들의 충성심을 강요하였지만, 정작 국가 주석과 고위 관리들이 공식 석상으로부터 모습을 감추었다는 사실을 알게된 시민들은 자신들도 베이징 밖으로 나가겠다며 무력 시위를 일으키기 시작하였다.
여기서 억지로 징용된 병사들도 살길을 찾기 위해 총부리를 아군을 향해 겨누면서, 정규군과 징병된 병사들간의 분쟁은 끊이지가 않았다.
국가 주석이 자리를 끝까지 버티고 앉아있었다면 시민들도 처음의 혼란만 겪고 나면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겠지만, 중심을 잡고 있어야 할 국가의 대표들이 모습을 감추었으니 시민들의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참고로, 원래는 중국의 주석도 일단은 공식 석상을 통해 시민들의 질서있는 의식을 호소하려 한 후, 삼태극이 공격할때까지 버티다가 위험하다 싶으면 지하 벙커로 도주하려 하였지만, 삼태극이 운석을 소환하여 요새화된 도시를 단숨에 초토화시키는 모습을 영상을 통해 목격했었던 것이 문제였다.
지금 당장 머리 위에서 운석이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두려움으로 인해, 아직 삼태극의 모습이 나타나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벙커로 피신한 것이다.
거기다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원래는 자신들이 벙커로 들어갈때까지 시간 벌이용으로 사용하려던 정무맹의 대사부중 한 명인 홍 라우를 벙커 안으로 불러들이면서, 자신들의 행동에 실망한 요원들이 반란을 일으켜도 제압할 수 있게끔 대비를 하게 되었다.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였던 것이군요."
"크흠……. 할 말이 없소."
왕 슝첸은 부끄러움으로 릴리야의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하였다.
원래는 운석으로 초토화된 도시의 방어를 맡아야 했던 릴리야와 왕 슝첸이였지만, 홍 라우가 베이징의 방비를 맡는다는 것을 알게 된 릴리야는 뭔가 안 좋은 예감을 느끼면서 여러가지 이유로 핑계 삼아 중국 정부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녀가 군인이라면 일단 의심은 가도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고자 했었겠지만, 릴리야는 러시아 마피아들의 여왕님이라 불리울 정도로 강력하면서도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려는 라이벌의 암중모략을 이겨내야만 했기에, 동물적이라고 밖에 표현이 안되는 본능이 지금의 상황이 이상하다는 것을 직감한 것이다.
사람들은 갑자기 핑계를 대면서 삼태극과 싸움을 피하는 릴리야의 모습에 강한 비난을 가하였고, 왕 슝첸도 그런 그녀의 모습에 배신감을 느끼면서 간접적으로 심기가 불편하다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녀의 본능은 옳았다.
삼태극은 운석을 소환하여 순식간에 요새화된 도시를 초토화시켜버렸고, 그 모습에 겁을 집어먹은 국가 주석과 고위 관리들은 베이징의 시민들을 징병하면서 반드시 삼태극을 막으라는 명령을 내리고선 어디론가 모습을 감추었다.
거기다가 베이징의 경비를 맡았던 홍 라우까지 사라지면서, 사람들은 갑작스런 변화에 우왕좌왕하고 있는것이 현실이였다.
'치우…….'
릴리야는 자신을 향해 음욕어린 눈으로 깔보던 치우의 모습을 생각만 하면 살기가 치솟았지만, 그의 조직이 가진 공격력은 분명히 세계 최강급이였다.
'만약, 내가 분노로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들었다면…벌써 죽어나갔겠지.'
지금까지 당장이라도 뛰쳐나가 치우를 족치고 싶었던 릴리야였지만, 그 때마다 그녀의 본능이 위험을 감지하면서 자제를 요구하였다.
그리고, '이 전투는 위험해' 라는 본능의 경고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그녀를 배신하지 않았다.
문제는 그 경고가 지금도 울리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여기서 떠나서 도망치라고. 절대로 치우와 싸우지 말라고.
하지만, 릴리야는 그럴 수 없었다.
여기서 도망친다면 목숨은 부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이 삼켜지는 것을 무시한다면, 자신의 세력까지 전부 집합시켜도 당해낼 수 없는 군세가 삼태극의 손에 의해 완성되고 만다.
즉, 자신은 영원히 치우에게 발견되는 것을 두려워하며 암흑속에서 살아가야만 한다는 뜻이다.
'절대로 그럴 순 없어!'
그런 천박한 남자가 무서워서 벌벌 떨어야 한다니?
치우를 향한 증오심과 살기가 잠시 머리끝까지 올라갔던 릴리야는 왕 슝첸의 목소리에 조금씩 진정을 하기 시작하였다.
"아무리 적이 두려워도 그렇지, 국가의 중심이 되야할 이들이 국민들을 포기하고 숨어버리다니……."
"그래도 삼태극은 이번엔 운석을 소환하지 못할겁니다."
"음?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오?"
릴리야는 왕 슝첸의 질문에 바로 대답하였다.
"애초에 그런게 생각하는대로 사용이 가능했다면 굳이 그런 병력을 모을 필요가 없지요. 뭔가 특별한 조건을 만족하거나 충전해야만 사용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흐음."
"그리고 알려진바에 의하면 아시아 해방부대에 속한 소수 민족들은 자신들의 손으로 자금성을 부수겠다고 선언했다고 합니다. 삼태극의 공격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입으로 전해져서 사실성은 확인할 수 없겠지만, 그들이 싸워온 전투중 몇몇은 비합리적인 부분이 강했습니다. 그러니 베이징은 운석이 아니라 힘으로 공격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되는군요."
왕 슝첸은 그녀의 설명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 때의 '회의' 에서 보였던 치우는 쾌락주의적인 성향이 강했지. 자신만 즐겁다면 나머진 어떻게 되든간에 상관없다는 듯한 언동과 행동을 보였으니, 아마도 어디선가 베이징에서 일어난 혼란을 즐겁게 지켜보고 있을 것이오. 기분 나쁘긴 하지만 우리는 그 시간을 이용하여 조금이라도 전력을 재정비해야 하오."
"후우…최초의 전투가 하필이면 배수진이라니. 가혹한 전투가 되겠군요."
전투는 자동적으로 시가전.
릴리야와 왕 슝첸 노사는 싸우려는 용기를 지닌 자들을 모으면서 베이징에서 일어난 시가전을 대비하면서 삼태극을 향한 반격의 불꽃을 꺼뜨리지 않고자 노력하였다.
============================ 작품 후기 ============================
아...진짜 너무 아파서 병원에서 약먹고 주사 맞았습니다
지금 살짝 제정신이 아닌 상황이니 이번편은 어떤 욕을 먹어도 할 말이 없을것 같습니다.
평소같았으면 글을 쓰면서 '아, 이건 아닌데' or '오, 이건 느낌 좋다' 식으로 글의 느낌을 알 수 있습니다만, 이번편만큼은 제정신이 아니라서 제대로 써졌는지 모르겠어요...
다들 감기 조심하세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