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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뉴욕의 솔트 사는 무역회사이지, 기술을 개발해서 상품에 적용하는 사업체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매그너스는 자신이 얻게 될 무기들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한 장소를 자신의 저택 지하실로 결정하였다.
어릴적에 죽을뻔한 경험도 있지만, 자신의 재산을 노리는 강도들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지하실을 개조하여, 핵폭탄의 폭발이나 벙커 버스터를 직격으로 맞지만 않는다면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는 패닉 룸을 만들었다.
최고 수준의 EIEW 파장이 퍼져서 텔레포트 능력자들은 안으로 들어올 수 없고, 왠만한 힘으로는 꿈쩍도 안하는 단단한 합금을 가진터라 역으로 오히려 성능 테스트를 하는데 가장 어울리는 장소였다.
원래는 산 같은 곳으로 가서 성능 테스트를 하려고 하였지만, 진우가 인공위성의 위험을 설명하면서 지하실이 더더욱 최적의 장소가 되었다.
콰아앙!
툭- 투투툭--
"끄응. 나중에 수리 업자를 불어야겠군."
미리 작업실로 이동하여 필요 재료들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던 진우는, 매그너스가 수배한 재료가 도착하자마자 방해하지 말라며 작업실 안의 문을 닫고 생산을 시작하였다.
그렇게 몇십분만에 모두 완성시킨 진우였지만, 플레이어로서의 권한 때문에 뛰어난 두뇌를 가진 매그너스는 겨우 몇십분만에 오버테크놀러지의 집합체가 만들어졌다는 것 자체에 의문을 품지 않았다.
어쨌든, 매그너스가 사용할 무기들을 완성시킨 진우는 '나중을 위한 즐거움' 이라는 이유로 거대한 철제 상자 안에다가 무기들을 모두 넣어두고선, 거대한 컨테이너 트럭에다가 상자를 실어두었다.
그렇게 매그너스의 저택으로 들어온 진우는 상자가 들어갈 공간이 필요하다면서 지하실로 들어가는 입구를 부셔버렸고, 매그너스는 자신의 집이 일부분이라지만 파괴되는 모습에 나지막히 혀를 찼다.
"셀리. 지하실 안에 있는 내용물들을 모조리 끄집어내."
"예."
셀리는 지하실 안에 있는 비상 식량들과 생활 용품들을 모조리 밖으로 꺼냈고, 모든 물건들이 밖으로 빠져나가 꽤나 넓은 공터가 완성되었다.
"휘유. 혼자 지내기엔 꽤나 넓지 않아?"
거짓말 좀 보태서 30~40 명 정도가 생활이 가능한 거대한 크기의 지하실이다.
"당연하지. 긴급 사태가 발생했다 해도 어떻게 나 혼자만 살겠다고 도망칠 수 있나. 여유가 있는대로 최대한 사람들을 구조해야지."
지금은 기밀을 유지하기 위해 모든 가정부들에게 임시 휴가를 보내줬지만, 평소에는 십수명의 가정부들이 집안을 청소하고 유지, 보수한다.
솔직히 이만한 저택에서 살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었지만, 워낙 임원들이 대기업 사장으로서의 위엄이 어쩌고 저쩌고, 사회적 인사들을 초대하려면 어쩌고 저쩌고 귀찮게 굴다보니 그들이 소개해준 저택을 구입할 수 밖에 없었고, 기왕 이렇게 됐으니 일을 구하기 어려운 사회적 약자들을 가정부로 고용하기로 결정하였다.
매그너스는 지하실을 개조하여 패닉 룸으로 만들 때, 가정부들까지 모두 함께 대피할 수 있게끔 넓고 크게 만들었고, 그 덕분에 지금처럼 무기의 성능 테스트를 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흐음…보면 볼수록 오히려 정의의 용사쪽에 어울린단 말이야. 뭐, 이렇게 자신의 가치관이 확고한 녀석일수록 한번 삐뚤어지면 걷잡을 수 없게 삐뚤어지는 법이지만.'
자신의 가족들 모두가 들어갈 수 있는 패닉 룸은 만들 수 있지만, 가정부들까지 모두 들어갈 수 있는 패닉 룸을 만드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설령, 가정부들까지 들어갈 수 있는 패닉 룸을 만들어주는 경우는 있어도, 가정부용과 건물주의 패닉 룸은 그 격차가 클 수 밖에 없는게 당연한 현실이다.
하지만, 매그너스는 그들과 함께 살아남기 위해서 여러명이 생활이 가능하게끔 넓게 설계하면서, 그들을 버릴 생각이 없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었다.
어쨌든간에 안전하고도 넓은 공터를 확보하게 된 진우는, 가장 먼저 면 티셔츠보다 더 얇은 회색빛의 생체 나노 슈츠를 매그너스에게 넘겨주었다.
진우로부터 착용 방법을 확인했었던 그는 생체 나노 슈츠를 입어보였다.
'윽. 역시 남자는 쫄쫄이를 입으면 안 돼.'
그동안 몸매 좋은 여자들과 몸을 섞으며 살다보니, 눈이 높아진 진우는 남자의 고간이 튀어나오는 전신 쫄쫄이 슈츠의 모습에 마음속으로 '마이 아이즈!' 를 외치며 괴로워하였다.
"이렇게 착 달라붙는데도 아무런 갑갑함이 느껴지지가 않는군. 오히려 청량감이 느껴질 정도야."
매그너스는 신기해하면서 자신의 몸 여기저기를 확인해봤고, 슬슬 적응이 된 진우는 그런 그에게 가볍게 움직여보라고 지시하였다.
"이제 성능 테스트를 해봐야지. 참고로 갑자기 모든 신체적 능력이 확 올라가서 깜짝 놀랄거야. 그건 계속 움직이면서 스스로 적응해야 하는 부분이니까 노력을 열심해 하라고."
"좋아. 그럼……."
매그너스는 벽쪽으로 달려가서 가볍게 손으로 터치, 그 다음에 다시 턴을 하여 되돌아오기로 결정하면서 가볍게 움직,
쒜에엑-!
콰앙!
"큭!?"
매그너스는 순식간에 벽과 부딪혔고, 단단한 합금으로 만들어진 벽은 마지막에 힘을 뺀 덕분에 약간의 흠이 나는 것으로 마무리 지어졌다.
"아…아프지 않아……?"
매그너스는 얼굴부터 벽과 부딪혔음에도, 핵폭발에서도 견뎌낼 수 있는 합금이 살짝 구겨진 것을 확인하고선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생체 나노 슈츠의 힘이지. 슈츠를 착용하고 있으면 그 힘을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어."
"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내가…내가!!"
진우의 설명에 매그너스는 호흡이 거칠어지면서 기쁨의 환호성을 내질렀다.
드디어! 자신이 염원하던 힘을 얻게 된 것이다! 이능력자 놈들의 가면을 벗겨낼 수 있는 힘을!!
"천재야! 당신은 정말로 천재야! 이런…이런 물건을 만들 수 있다니……!"
너무나 감격에 겨운 그는 평소에는 활발하게 돌아다니던 두뇌가 어디로 갔는지, 부족한 언어 구사 능력을 보이면서 횡설수설해하고 있었다.
그는 진우의 기술력에 찬사를, 그리고 그와 만날 수 있게 된 행운을 기뻐하면서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댔고, 벽과 부딪히면서 쾅쾅거리는 소음을 자아냈지만 그의 입에서는 희열에 찬 웃음이 터져나오고 있었다.
멀리서 보면 혼자서 벽에 부딪히고, 미친듯이 웃어 재끼는 지진아처럼 보일법도 하지만, 매그너스는 세계를 다 가진것 같은 희열감에 도취된 상태였다.
그렇게 적응을 하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진정하기 시작한 그의 모습에, 진우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 나노 슈츠의 기능은 총 3가지야. 하나는 방금전처럼 신체 강화의 힘, 다른 하나는 슈츠의 자가 수복 능력, 마지막은 신체 재생 능력."
"하…하하하……. 이제는 놀랄 기운도 없군. 당신같은 천재 과학자가 어째서 지금까지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거지?"
지금의 질문은 잘 대답해야만 한다.
가벼운 분위기의 질문이긴 하지만, 진우라는 존재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어설프게 변명해도 분위기에 도취되어 넘어갈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진정되면 매그너스는 진우라는 존재에 의문을 품게 될 것이다.
"나는 천재인데다 매드 사이언티스트 이니까. 나 혼자서도 이정도 발명품을 만들 수 있는데 괜히 다른 놈들을 끼워넣어서 내가 얻게 될 명성과 부를 나눠줄 순 없잖아? 철저하게 혼자 지냈었으니까 나에 대해 모르는게 당연하겠지."
엄청 오만한 대답이였지만, 매그너스는 그가 가진 오만은 오만이 아니라 자신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오만이라는것은 실력이 받쳐주지도 못하면서 자존심을 챙기는 것이니, 진우의 경우에는 자신감의 표출이라고 부르는 것이 정답이리라.
"하지만, 아직 기쁘기엔 일러. 이쪽이 진짜배기니까 말야."
"??"
그러고보니 계속해서 궁금하긴 했었다.
대체 이 철제 상자 안에는 무엇이 들어가있는지 말이다.
까드드득!
뚜껑따윈 없이 완벽하게 밀봉된 철제 상자를 힘으로 가볍게 뜯어낸 진우는, 상자 안에 있던 매그너스의 무기를 소개하였다.
"이…이건……."
"소개하지. 이 몸이 만드신 대 이능력전 헤비 파워 슈츠다.
3m의 거대한 거구.
일반적인 체구의 성인 남성을 4~5명 끌어 안을 수 있는 거대한 덩치.
몸 여기저기에 튀어나와 있는 다종다양한 무기들.
마치 현대식으로 재탄생한 기사같은 장갑裝甲…….
"아니아니, 잠깐."
"앙? 뭐시여? 지금은 이 거대하면서도 위대한 이 몸의 작품이 묘사되는 타임이라고."
매그너스는 손을 휘휘 내저으며 딴지를 걸기 시작하였고, 진우는 눈쌀을 찌푸리며 좋은 시간을 방해받은 사람의 표정을 지어보였다.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모르겠는데, 이런게 필요하긴 한건가?"
"아까전만해도 천재니 뭐니 찬사하더니만 지 맘에 안든다고 갑자기 분위기 싹 바뀌는것좀 보소. 어디서 배워먹은 싹퉁머리야? 니가 다니던 학교에서는 개념을 팔아서 지식을 주던 곳이냐?"
귓가로 들려오는 이해 못 할 폭언에 잠시 지끈거리를 머리를 두 손으로 가볍게 지압한 매그너스는 일단 차근차근 중대한 결점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헤비 파워 슈츠라고 했지?"
"응응."
"이 생체 나노 슈츠는 7등급의 신체 강화 재생 능력을 가지고 있다 했지?"
"그런데?"
"이 슈츠가 있는데 굳이 저런걸 쓸 필요가 없잖나?"
매그너스의 발언은 어떻게 보자면 매우 정석적인 질문이였다.
이미 신체 강화와 재생 능력을 얻게 되었는데, 굳이 무겁기만하고 반응 속도가 느린 헤비 파워 슈츠를 착용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등급이 낮은 신체 강화자라면 또 모르겠지만, 7등급 수준이면 이정도 무거운 헤비 파워 슈츠는 오히려 움직이는데 불편하기만 한 장애물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진우는 오히려 어이가 없다는듯이 헛웃음을 지어보이며 고개를 내젓더니, 이내 매서운 눈빛으로 매그너스의 멱살을 붙잡았다.
"어이, 장난해? 지금 나를 다른 무식한 과학자들 따위하고 연관을 지어? 감히 이 몸하고 그런 쓰레기들을? 지금 네 놈이 입고 있는 생체 나노 슈츠를 만들 정도의 기술력을 가진 이 몸이 다른 놈들같은 허접한 작품이나 만들 줄 아냔 말이다."
"!!"
그렇다.
생체 나노 슈츠만 해도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닌 기술력의 산물이다.
그런 기술력을 가진 존재가 만든 작품이라면 당연히 일반적인 다른 물건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성능을 가지고 있을것이다.
단지, 한 분야에 정통해도 놀라운데, 다른 분야의 물건까지 정통했으리라곤 생각치 못하였기 때문에 그렇게 반응했을 뿐이다.
자존심이 무척이나 강해보이던 진우가 프라이드에 상처 입은 분노어린 표정으로 노려보자, 매그너스는 그의 멱살을 밀어내면서 사과하였다.
"일단 사과를 해두지. 설마 이쪽 분야의 기술에도 통달했으리라곤 생각치 못했을 뿐이다."
"흥. 일단 사용이라도 해보고 그런 소리를 하면 이해라도 하지. 겉만 보고 판단하는건 나쁜 버릇이라고."
"그럼 말이 나온김에 바로 사용해보도록 하지."
매그너스는 진우가 만든 헤비 파워 슈츠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3m 자리 거구에게 다가갔다.
"그 파워 슈츠는 등쪽의 해치가 열리면서 탑승하는 방식이다. 등쪽에 위치한 목덜미 부근에 작은 리모컨이 있을거야. 그 리모컨의 붉은 스위치를 누르면서 해치가 내려갈 명령어를 말해. 최초로 주입받은 명령어와 목소리를 주인으로 인식하게끔 설정했으니 그 리모컨에 달려있는 스피커를 통해서 명령어를 말하면 언제 어디서든지 네가 있는 곳으로 날라올거야."
"호오……."
나지막히 감탄사를 내뱉은 매그너스는 진우의 말대로 목덜미쯤에 부착된, 손바닥보다 작아서 휴대하기 쉬운 리모컨을 발견하였다.
"그런데 이 리모컨이 박살나면 어떻게 탑승하지?"
"꽤나 내구성 있게끔 좋은 재료를 쓴데다 방수처리까지 했으니 그럴일은 없겠지만, 그것이 부서지는 최악의 상황때는 수동으로 탑승해야지. 그냥 네 목소리를 이 녀석이 들을 수 있으면 만사 오케이니까 딱히 어려운 기술이 필요한것도 아냐.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그냥 단방향 무전기에 불과하니까."
즉, 어떻게 해서든 이 기체에게 자신의 목소리가 닿으면 즉시 기동되어 자신에게 다가온다.
쉽게 쉽게 이해한 매그너스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리모컨에 있는 유일한 버튼을 확인하였다.
"그럼 우리는 조용히 있지. 왠만하면 일상적으로 사용될만한 단어나 시동어는 사용하지 않는게 좋을거야. 여차했다간 대화 도중에 이 놈이 쳐들어올지 모르니까."
"……."
스위치 위에 엄지 손가락을 올려둔 매그너스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다가 진우에게 입을 열었다.
"이 기체의 이름은 뭐지?"
"이름? 그건 딱히 안 정했는데."
"그렇다면 내가 마음대로 지어도 된다는 뜻인가?"
"앞으로 네가 쓸 물건에 애착을 가지고 싶다면 언제든지."
원 주인의 허락을 받은 그는 두 눈을 감더니, 이내 미소를 지어보이며 붉은 스위치를 눌렀다.
"헬 게이트."
모든 이능력자들에게 지옥을 보여주겠다는 매그너스의 각오와 증오심이 어울러진 이름, 헬 게이트.
그의 각오대로 지어진 헬 게이트는 히어로, 빌런을 포함한 모든 이능력자들에게 두려움의 대명사로서 악명을 떨치게 되었다.
그렇게 등 쪽에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해치가 열리자, 그 안으로 탑승한 매그너스는 헬 게이트가 가진 무기들을 모두 확인하듯이 사용하기 시작하였고, 헬 게이트의 성능을 확인한 매그너스는 방금전에 자신이 '굳이 저런걸 쓸 필요가 없잖나?' 라고 말했던 것을 진심으로 사과하였다.
============================ 작품 후기 ============================
다음편은 매그너스의 활약과 함께 셀리 떡신 약간, 그리고 전쟁씬의 준비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할 수 있는건 모두 했으니 남은건 전쟁뿐이죠.
솔직히 글이 좀 루즈해지긴 했지만 매그너스의 등장은 언젠가 반드시 필요한 내용이였고, 삼태극 내의 최고 두뇌인 페리샤가 아무 이유없이 시간만 허비하면 오히려 개연성이 떨어질거라 판단해서 뒷공작 스토리를 쓰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보니까 페리샤가 최고 먼치킨 같아 보이네요. 두뇌 하나로 전 세계를 농락하는 진정한 흑막같아 보임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