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404화 (404/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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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리엘루스가 착실하게 실적을 쌓아가고 있을때, 폭동의 뒤처리를 어느정도 마무리한 진우는 자신의 생체 나노 슈트를 입은 노예들의 전력이 몇배로 급상승하였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마침 시기적절하게도 그녀들의 전력이 어느정도인지 알고 싶을때 좋은 실전을 치뤘으니 이 폭동에서 얻은것이라면 아마 그것이 유일할 것이다.

노예들이 자위대의 무기를 압수하고 새롭게 얻은 물자들과 피해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일동안, 진우는 함교로 모여서 남궁 신이 잡아온 '아수라' 라고 자칭하는 노인을 심문하고 있었다.

"그래, 이름이 아수라 라고?"

"그렇소."

신은 쌍용검을 들고 서슬퍼렇게 살기등등한 기세를 내뿜고 있었다.

무릎꿇고 있는 아수라가 '무릎을 꿇은건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다!' 라면서 주군에게 달려들면 언제든지 목을 베어낼 수 있는 자세로.

일단 상대방의 이름을 알게 된 진우는 한 손으로 턱을 괴고, 다른 손으로 의자의 팔받이 부분을 손가락으로 규칙적하게 딱딱 두드렸다.

"보아하니 일본인으로 보이지는 않는데?"

"나는…그냥 나라 없는 떠돌이요."

"그래?"

그리고선 '흐응~' 라며 콧소리를 길게 내더니 잠시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그런 치우의 모습에 이질감을 느끼는건 아수라쪽이였다.

'치우가 이렇게 조용한 인간이였나?'

자신이 알고 있는 치우라는 자는 잔악무도, 폭군, 살육에 미친 살인마, 쾌락주의자 기타 등등, 온갖 안좋은 부분만 골라 넣은듯한 인물이였다.

포로로 붙잡힌 아수라는 치우의 잔인한 고문을 당할것이라 예상하였지만, 그는 신중하게 하나하나씩 물어오면서 대외적으로 보였던 자신의 모습과는 정반대의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다.

"내 이름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겠지. 그래, 일본인도 아닌 떠돌이님께서 왜 일본에 오셨고, 일본에 와서 폭동을 왜 일으키셨나?"

드디어 왔다.

이 질문을 기다리고 있던 아수라는 꼿꼿하게 치우를 향해 올려보며 입을 열었다.

"삼태극에 입단하고 싶었기 때문이오."

"입단? 우리에게?"

"그렇소. 하지만, 일반적인 방식으로는 그쪽과 대화할 수 없으니 차라리 소란을 일으켜 삼태극쪽에서 나를 찾을 수 있도록 한 것이오. 솔직히 말하자면 단순히 삼태극의 조직원들을 때려눕히다보면 일이 커져서 윗선에서 찾아오리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폭동으로 번질거라곤 예상치 못했소."

확실히 아수라의 말대로였다.

아무리 뛰어난 통신 장비를 갖추고 있더라도 이쪽의 주파수와 위치를 모른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렇다면 삼태극쪽이 그를 찾을 수 있게끔 소란을 일으키면 된다.

이 얼마나 간단 명료한 해답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그렇게까지 해서 내 부하로 들어오려는 이유는? 보다시피 우리는 절대적인 소수로 전 세계를 상대로 싸우고 있잖나? 거기다가 다음 목표인 중국은 일본과는 규모 자체가 다른 군대가 주둔하고 있는데?"

"목숨따윈 아무래도 상관없소. 단지 중국인들을 하나라도 더 죽일 수 있는 길을 찾아왔을 뿐."

보아하니 중국 자체에게 증오심을 가지고 있는듯하다.

중국인이라는 단어 자체에서 느껴지는 살기는 일반인도 느낄 수 있을정도였으니, 그걸 모른다는게 더 이상하지만.

'최소한 작위적이진 않군.'

아수라의 분노는 작위적이지 않았다.

그 덕분에 그가 진심으로 삼태극에 입단하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믿을 순 없었다.

막말로 중국인을 향한 증오심이 진실이라 쳐도, 중국을 점령하고 나니까 갑자기 현자 타임와서 배신을 때릴수도 있는게 아닌가?

여기서 진우의 성향이 드러나는데, 그는 자신이 직접 조교하거나 밑작업을 통해 만든 노예나 부하가 아닌 그 외의 인물이 찾아와 부하가 되겠다 한다면 아무리 뚜렷한 동기가 있다하더라도 100% 신뢰하지 못하고 있었다.

즉, 어느식이든지간에 자신의 손때가 묻지 않은 이들을 본능적으로 꺼려하는 것이다.

'그냥 궁신이의 세뇌 마법으로 처리해버려?'

세뇌 마법을 사용하면 간단한 일이지만, 중국인이라는 단어에서 들끓었던 증오심과 복수심을 희석시키기엔 아까웠다.

물론, 중국을 정복하면서 아수라의 충성도가 100이 되면 문제는 없겠지만,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을 찍지 못한다면?

그렇게 된다면 진우는 계속해서 아수라를 의심할테고, 거기서부터 불화가 생겨나 파탄에 이를수도 있다.

문제는 신과 접근전을 펼쳐도 쉽게 뒤지지 않는 실력을 버리기엔 아깝고…….

그렇게 고심을 하던 진우는 문득 좋은 생각이 났는지 신쪽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신."

톡톡-

그리고선 자신의 관자놀이를 검지 손가락으로 두드리자, 신은 잠시 정신을 집중하여 메세지 마법을 사용하였다.

자신이 말하고 싶은것을 전하는 메세지 마법은 단방향과 양방향이 있는데, 양방향은 상대방이 생각하면 자신에게도 들리기 때문에 텔레파시 능력이 없는 진우를 위해 양방향 메세지 마법을 시전하였다.

-바로 베어버릴까요?-

'애가 폭력적으로 변하네.'

다짜고짜 베어버리냐고 물어보는 신의 모습에 잠시 당황한 그는 재빨리 부정하였다.

-아니, 그건 됐고 혹시 마법중에서 노예와 관련된 마법같은거 있냐? 그 뭐시냐, 주인이 원하면 노예를 죽일 수 있는 그런거.-

-음…좀 복잡하고 귀찮긴 하지만 그런 마법이 있긴 있습니다.-

신의 전생중 2개, 칸베르크 드 로웰폰과 루오 메시벨의 세계에서는 노예 제도가 성립되어 있다.

하지만, 그 많은 노예들에게 일일이 비싼 마법 각인이나 자폭 마법이 걸려있는 구속구같은걸 씌울 순 없었다.

노예 관련 마법은 주로 노예가 된 몰락 귀족이라던가 왕족, 혹은 그에 준하는 비싼 몸값의 고위 인사들이 도망가거나 저항하지 못하는 억지력을 지니게 만드는것이 일반적이다.

-제가 리엘루스에게 준 고독과 비슷한 마법인데, 주인이 죽거나 언제든지 원할때 노예의 내장에 폭발을 일으켜서 즉사시킬 수 있는 각인 마법이 있습니다.-

-오, 그거 딱 좋구만.-

그러고보니 리엘루스에게도 쓸만한 괴수들을 복종시키라고 신이 만들어낸 저주의 고독이 생각났다.

페리샤가 알아서 전함 내의 모든 일을 처리하면서 내무를 정리하고, 남궁 신은 만능이라 할 수 있는 마법의 힘으로 착실하게 군세를 키워나게 만들어준다.

다른 노예들은 누가 명령하지 않아도 알아서 시간이 나면 두 사람의 일을 도와주기 때문에, 진우는 여유롭게 자신이 원하는 노예들을 골라잡아 즐기면 끝.

가끔씩 빠르게 무언가를 만들어야 할 때를 제외하곤 거의 하루종일 놀고 먹는게 그의 일과다보니 리엘루스에게 저주가 걸려있는 고독이 있다는 것을 깜빡한듯 싶다.

그럼에도 불만이 없는것은 이 조직 자체가 그를 중심으로 모인 소수의 조직이다보니 가능한 일이리라.

"움직이지 마라."

진우와 어떤 각인 마법을 쓸 지 합의한 신은 아수라의 반들거리는 머리 위로 손가락을 슥슥 움직이기 시작했다.

"??"

자신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그리는 신의 모습에 의아함을 감추지 못한 아수라였지만, 삼태극에 입단하기 위해 굳이 저항하지 않고 묵묵히 기다렸다.

지이이잉--

"!?"

순간, 자신의 머리 위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오자 화들짝 놀랐지만, 이미 마법진을 그려놓고 마나를 밀어넣어 활성화시켰기에 뒤늦은 움직임에 불과하였다.

아수라가 놀라는 모습을 뻔히 목격하고서도 진우는 아무렇지 않게 입을 열었다.

"중국인을 향한 네 복수심은 알겠다. 하지만, 언제나 절대적인 소수의 입장에서 싸워야 하는 우리들로선 통제를 따르지 않고 아군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위험분자를 내버려 둘 수 없단 말씀이지. 게다가 복수를 다 끝냈다고 현자 타임이 와서 단물만 쏙 빼먹고 사라지거나 다른 조직으로 갈 수 있는 노릇이고 말이야."

그리고선 자신의 품안에 있던 스마트폰으로 아수라의 사진을 찍더니, 자신의 모습이 담겨진 화면을 그에게 보여주었다.

"이건……?"

사진에는 아무것도 없었던 자신의 머리에 붉은색의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아수라는 자신의 머리를 매만지면서 사진 속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건 일종의 구속구다. 능력은…어차피 말해봤자 이해 못할테니 패스하도록 하지. 어쨌든, 내가 원한다면 그 문양이 네녀석의 뇌에 폭발을 일으켜 곤죽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 못 믿겠으면 한번 개겨보시던가."

"상관없소. 어차피 나 또한 그럴 생각으로 왔으니까."

아수라는 이해하지 못할 이상한 그림 따위로 자신을 믿어주겠다는 진우의 모습에 오히려 개운하다는 표정과 말투로 대답하였다.

"하지만, 나이가 나이고 말투도 오랫동안 이렇게 하다보니 존댓말은 참아주시오. 솔직히 내 성격상 낯간지러워서 못하는것도 있소."

"나도 다 늙은 노인내의 존댓말같은건 듣기 싫어."

그가 신을 향해 턱짓을 하자, 신은 아수라의 몸을 일으켜주었다.

"삼태극의 일원이 된 것을 환영한다. 따로 원하는것이 있는가?"

진우는 양 팔을 벌려주며 건성으로나마 환영한다는 뜻을 비춰주었고, 아수라는 그의 질문에 살기가 들끓는 목소리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가 원하는것은 단 하나. 하나라도 더 많은 중국인들을 죽일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달라는 것이오."

"그걸 원해서 온거라면 정말 사람 보는 눈 하나만큼은 정확하다고 인정해줄 수 밖에 없겠군. 크크큭!"

단지 한 명의 중국인이라도 더 죽이고 싶어하는 아수라와, 그 기회를 안겨다줄 수 있는 진우는 그렇게 손을 잡으며 주종 관계이면서도 협력 관계인 기묘한 위치에 서게 되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조용한 성격인것 같은데, 어느쪽이 진짜 성격이오?"

"전부 다 나의 진짜 성격이야. 아마 계속 지내다보면 조금씩 이해가 될테니 너무 머리 쓰지 말라구."

진우의 예언대로, 아수라는 얼마 지나지 않아 치우라는 존재의 성격이 어떤것인지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 작품 후기 ============================

오늘은 약속이 있어서 이만 나가봐야 하기에 많이 짧습니다.

이제 다음편이나 다다음편을 마지막으로 일본 관련 스토리는 대부분 접고 가끔씩 언급되는 정도로만 나올 예정입니다.

그럼 모두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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