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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미트 브레이커-382화 (382/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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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증거를 보여주겠다는 그리핀의 선언.

릴리야도 펜타곤의 다섯 리더중 하나가 허술한 증거를 내밀지 않을거라 생각하며 입을 다물었고, 모든 이들의 시선이 그리핀의 일거수 일투족을 확인하던 찰나.

"이벨."

"예."

그가 내뱉은 누군가의 이름, 혹은 명령어같은 단어를 내뱉자 지금까지 꼿꼿하게 서 있던 검은 선글라스의 여성이 앞쪽으로 한발짝 움직였다.

'계속 신경 쓰였단 말이지, 저년.'

진우는 일단 예쁘기만 하면 모조리 잡아서 능욕하는것처럼 보이지만, 나름대로 기준이 있다.

가장 먼저 중요한 부분은 분위기.

그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노예가 될만한 여자의 분위기를 느낀다면 탐욕으로 물들고, 그러한 분위기를 느끼지 못한다면 절세의 미인이라 해도 한두번 능욕하고 쓰레기처럼 버린다.

9등급의 신체 강화자인 키요를 신에게 아무 미련없이 내준것을 봐도, 타인은 이해하지 못하는 자신만의 기준이 있다는 뜻.

그리고, 그리핀의 뒤쪽에 있던 경호원같은 여성은 진우에게 그러한 분위기를 살살 느끼게끔 긁어내리고 있었는데,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데다 외모도 모두 확인할 수 없으니 확신을 못하고 있었다.

스윽-

이벨이라 불린 여성은 자신의 선글라스를 벗어내자, 녹색의 머리와 녹색의 눈동자를 가진 청초한 미녀의 원판이 드러났다.

'호오, 일단은 꽤 상등품인데.'

마치 햇빛을 오랫동안 보지 못한듯이 하얀색의 피부를 지녔지만, 옷 너머로 느껴지는 팔과 다리의 크기로 보아하면 상당한 훈련을 한 무투파 계열.

하지만, 무투파 답지 않은 작고 굳게 다물어진 입술과, 전체적으로 선이 얇은 이목구비를 지닌 녹색 머리칼의 여성은 천천히 자신의 자켓형식의 상의를 벗기 위해 지퍼를 내렸다.

지이이익- 훌렁-

지퍼를 반쯤 내렸을땐 이미 안쪽에 또다른 옷을 입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진우는 흥분하지 않고 '대체 저 여자가 뭐하려는 거지?' 라는 궁금심 가득한 눈빛으로 시선을 집중하였다.

펄럭-

"어라?!"

"허어?!"

자켓이 모두 내려가자, 이벨의 등 뒤로 순백의 새하얀 거대한 날개가 펼쳐지면서 천사같은 모습이 드러났다.

"제 이름은 이벨 키에라. 펜타곤의 다섯 리더중 한 명이며, 지구를 공격해오려는 외계 세력에 의해 어릴때 고향 별을 잃고 지구로 오게 된 외계인입니다."

"……."

"……."

"……."

"……."

이벨의 목소리는 도도하듯이 톤이 높았지만, 그러면서도 예의바른 목소리로 인해 고아스런 품격이 느껴졌지만,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 네 명의 수장들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하지만, 아직 모든 의심이 사라진건 아니였다.

"고레벨의 신체 변형 능력자라면 날개가 아니라 아예 다른 동물로도 변할 수 있다고 하지. 겨우 그게 증거라 하면 너무 허술한거 아닌가?"

이번엔 아서가 이의를 제기하였다.

그의 말대로 9등급의 신체 변형 능력자는 자신의 몸 일부분을 동물처럼 만들고, 거기에다 근육의 양까지 동물 수준으로 거대하고 탄탄하게 만들어 순간적으로 엄청난 공격력을 뽑아낼 수 있다.

단지 이벨이라는 여성이 다른 신체 변형 능력자가 여성으로 변형한 상태에서 날개를 만들어낼 수 있고, 이벨이라는 알려지지 않은 능력자가 날개를 만든 것일 수 있다.

"예. 하지만, 제가 타고온 우주선이라면 어떨까요?"

기이이잉-

그녀의 목소리가 끝나자 한 쪽 구석의 바닥이 좌우로 열리더니 일반 남성이 겨우 탈 수 있을 정도로 비좁은 둥그런 구체가 모습을 나타냈다.

회색빛의 표면, 위로 올려진 입구와 그 안쪽으로 보이는 의미 불명의 기계 패널들.

거기서 이벨은 우주선이라 주장하는 구체를 향해 입을 열었다.

"아-세쉬."

특이한 발음으로 이루어진 단어를 내뱉자, 갑자기 구체 내부의 기계 패널들로부터 불이 순차적으로 들어오더니, 공중으로 부웅 뜨기 시작했다.

"아-세쉬 는 제 고향의 언어로, 지구에서는 '가동' 과 같은 뜻을 지닌 단어입니다."

아무런 발화 장치가 보이지 않는데 공중에 떠 있는 구체.

문외한이 봐도 평범한 과학의 문명처럼 보이지 않는 구체의 모습에 정신이 팔려 있을때, 이벨의 폭탄 발언이 터져나왔다.

"그리고, 치우님께서 사용하시는 전함은 제 고향 별을 멸망시킨 칼리 제국의 자급자족이 가능한 만능 순양함, 칼리 제국의 언어로는 쿠오젝 급 전함이라 하지요."

"!!"

순간, 모든 이들의 치우를 향해 시선이 모여졌고, 가면이 깨져 날카로운 동양인의 얼굴을 하고 있는 그는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에이, 처음부터 내 전함이 목포였으면 그렇다고 말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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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핀과 이벨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사실을 모두 공개하였다.

막강한 힘을 바탕으로 전 우주를 정복하려는 칼리 제국의 야망.

지구와 달리 10등급의 이능력자급 힘을 가진 이들이 수백명 수준이고, 과학 문명 또한 지구보다 월등히 뛰어난 이벨의 고향 별은 전 우주에서도 뛰어난 힘을 지닌 세력이였다.

하지만, 다른 외행성을 정복하던 칼리 제국은 한 달만에 이벨의 고향 별과 행성의 주민들을 모조리 말살하였고, 뛰어난 과학자였던 이벨은 부모님들이 문명화된 행성을 찾아내는 우주선에 아이에 불과했던(지구 나이로 12세) 이벨을 태우고 자신들의 멸망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문제는 칼리 제국이 철저하게 자신들에게 저항하는 이들을 말살하기 위해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 상대가 어린 아이라 해도 저항을 한 행성의 민족이라면 철저하게 죽여버린다는 것이다.

유일하게 탈출한 우주선을 처리하기 위해 쿠오젝 급의 함선은 그 뒤를 따라 이벨이 탑승한 우주선이 찾아낸 문명화된 행성, 지구까지 추적해왔다.

지구라는 행성을 처음 발견한 쿠오젝 급 함선의 함장은 문명화된 지구의 모습에 흥미를 느끼면서, 어차피 지구로 진입한 이벨은 나중에 천천히 찾아도 상관없었기에 지구의 생명체들을 하나둘씩 연구해가며, 그 정보를 본국으로 전송하였다.

칼리 제국 또한 지구라는 행성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고, 쿠오젝 급 함선의 함장에게 더 세밀한 조사를 하도록 명령하였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중동 국가의 인간들을 납치하면서 피부색이 다른 인간들끼리 어떤 차이가 있는지 여러가지 실험을 하려 하였는데, 거기서 10등급의 염동력자로 각성한 살라딘이 동료들을 이끌고 외계인들을 모조리 처리하면서 쿠오젝 급의 함선을 차지한 것이다.

처음엔 살라딘과 그 동료들은 쿠오젝 급 함선을 인간 위주로 개조하고 '지하드' 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이름도 모르는 외계인의 세력을 향해 대항하고자 세력을 결성하였으나, 막강한 힘을 손에 쥐게 된 살라딘은 세계 정복의 야욕을 드러내게 되었다.

거기까진 참을 수 있었지만, 자기 자신의 삶을 연명하겠답시고 자신의 세포로 만들어진 수많은 인조 인간들을 양성, 가장 뛰어난 실험체의 몸을 차지하여 젊은과 힘, 권력까지 손에 쥐겠다는 비인도적인 그의 야망에 환멸감을 느낀 몇몇 동료들은 그런 살라딘을 배신하여 펜타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그 후로는 모두가 알고 있는 스토리였다.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드는 것은, 대체 어떻게 치우가 살라딘의 전함을 차지할 수 있었냐는 부분이였다.

당시 펜타곤과 살라딘의 공격에 참여한 수많은 국가들은 살라딘이 가진 가치있는 물건들을 찾아다녔지만, 전함은 커녕 거기에 관련된 부스러기조차 얻지 못하였다.

가장 늦게까지 남아서 전함의 존재를 찾아내려던 펜타곤조차 포기해버렸는데, 대체 치우가 어떻게 살라딘의 전함을 찾아낸건지 알 수 없었다.

펜타곤의 다섯 리더중 둘, 이벨과 그리핀은 자신들이 아는 모든 사실을 얘기한 후에 치우를 향해 시선을 돌리자, 다른 이들도 거기에 따라 시선을 돌렸다.

특히, 자신 또한 얻으려고 했다가 포기한 살라딘의 유산을 정말로 찾아낸 치우의 모습에 가장 크게 놀랐던 그랜드 아크는 대체 무슨 마법을 부린걸까 싶어 아이처럼 호기심이 가득 묻은 표정으로 대답을 기대하였다.

'뭐, 어차피 이 부분은 얘기해봤자 손해도, 이득도 없지.'

이미 모든 전함의 권한은 자신에게 위임된지 오래다.

여기서는 굳이 비밀을 꽁꽁 숨겨둘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치우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입을 열었다.

"당시 살라딘의 전함, 지하드는 우주에 있었지. 영악하게도 살라딘 녀석은 젊은 몸으로 옮겨탔을때를 대비해서 자신의 유전자를 인식해야만 전함으로 텔레포트할 수 있고, 전함 내의 인공지능이 그 유전자에게 복종할 수 있게 만들어놨지."

그의 말을 듣게 된 이들은 더더욱 알 수 없다는 표정이였다.

대체 지구 밖에 있는 전함을 어떻게 차지했단 말인가?

"그런데 그거 알아? 살라딘은 자신의 유전자로 만들어진 실험체들 중에서 이능력의 힘이 약하거나 아무런 이능력도 지니지 못한 실험체들의 몸속에 폭탄을 심어두고 전 세계를 향해 무작위로 퍼트렸어. 뇌속에는 살라딘의 명령만을 들을 수 있는 칩을 설치해놓고선 언제든지 마음대로 조종하여 자살 테러를 일으킬 수 있게끔."

그리고선 그는 펜타곤측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마 살라딘이 직접 손을 대고 있던 실험체들은 모두 연합군의 공격을 받고 폐기되었겠지. 하지만, 실패한 결함품들의 존재까진 알 수 없었어."

다시 시선을 그랜드 아크쪽으로 돌린 치우는 유쾌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양 팔을 활짝 펴 올리며 뒤에 있는 자신의 노예를 소개하였다.

"자, 소개하지. 페리샤 릭토엔드, 삼태극이라는 조직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모든 계획을 세우는 머리이며 살라딘이 실패했다고 버린 실험체다."

"!!"

설마 설마 싶었던 이들은 치우의 뒤쪽에 선 여성이 정말로 살라딘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실험체라는 사실에 두 눈이 희둥그래졌고, 특히 그랜드 아크는 속이 쓰리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크윽……! 설마…리피가 그때 줏어온 꼬마가……!"

만약, 페리샤를 계속 자신의 품안에 안고 있었다면 언젠가 살라딘의 유산을 차지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닌가!

그냥 딸이 줏어온 머리좀 좋은 수행원이라고 생각했었던 그랜드 아크는 자신이 내던져버린 보물단지를 안타깝다는 듯이 노려보았다.

"큭큭큭. 살라딘 그 녀석도 병신이더라고. 이렇게 머리 좋은 애를 이능력 좀 못 쓴다고 자살 테러용으로 내던지다니 말이야. 아, 혹시 지금이라도 죽이겠다면 허튼 수작이라고 말해두지. 이미 전함의 모든 권리는 내게 위임되었거든."

치우가 어떻게 살라딘의 전함을 얻었는지 알게 되었지만, 이제와서 알게 되어도 아무런 가치가 없었다.

어쨌든, 치우의 얘기를 들으면서 어떻게 된건지 앞뒤를 확인한 그리핀은 모든 수장을 향해 시선을 차례차례 돌리며 입을 열었다.

가장 먼저 치우.

"치우님에겐 칼리 제국의 전함과 싸울 수 있는 힘을."

지하드의 힘을 사용할 수 있다면 지구로 공격해올 칼리 제국의 힘을 어느정도 대항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다음은 그랜드 아크.

"그랜드 아크님에겐 오랜 시간동안 전투를 통해 단련된 수많은 이능력자들을."

수많은 경험을 쌓은 이능력자들이 많은 그랜드 아크의 전력이라면 수많은 전투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왕 슝첸 노사.

"지상전을 위한 수많은 신체 강화자들을 보유한 정무맹의 힘을."

수만의 신체 강화자들이 펜타곤에서 지급받은 무기들을 지니고 지상전을 펼친다면 최소한 칼리 제국의 전력에 대항할 수 있을 것이다.

릴리야 스미르노바.

"모든 힘을 하나로 끌어모을 수 있는 암흑계의 가장 거대한 조직의 영향력을."

아무리 힘을 모아도 뒷세계의 주민들이 훼방을 놓는다면 문제가 생긴다. 그렇기에 릴리야가 이들을 모으거나 최소한 방해하지 못하게끔 견제해줘야 한다.

라운드 나이츠의 아서.

"지금은 실종되셨지만 유럽 전역에 퍼트려진 이실리아님의 영향력을 가진 라운드 나이츠의 인맥을."

이실리아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상상을 초월한다. 그녀의 영향력은 유럽 전체로 퍼져 있기에, 그 영향력을 사용한다면 아크로스와 악연이 깊은 유럽 국가들이 의심을 하지 않고 칼리 제국과 맞서 싸우고자 힘을 모을 수 있다.

'헤에? 이실리아가 그렇게까지 영향력이 컸어?'

설마 라운드 나이츠의 리더를 이 자리까지 부른 이유가 '이실리아의 영향력을 사용하기 위해서' 라니?

자신이 아는 이실리아는 기본적으로 우아하고 자애스러운 성격이지만, 가끔씩 10대 소녀같은 귀여운 행동을 보여주는, 유부녀이면서도 귀여운 맛이 강한 자신만의 암컷이였다.

무엇보다 '어머니' 로서는 능숙해도 '아내' 로서는 여러가지로 경험이 부족한 탓에, 뒤늦게 그 경험을 채우고자 애정어린 사랑을 듬뿍 보내주는터라 하루하루가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준다.

그런 귀여운 여자의 영향력이 이 자리에 나올 정도로 거대할 줄은 몰랐던 진우는, 이 자리에서 그녀가 자신의 노예라는 사실을 알리면 어떻게 뒤집어질지 무척이나 기대가 되었으나, 이 충격을 전 세계에 퍼트리기 위해선 좀 더 거대하며 공개된 무대에서 밝혀야 한다고 생각하며 근질거리는 입을 꾹 참아냈다.

어쨌든, 진우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그리핀은 무게를 잡으며 마무리를 지었다.

"이 모든 힘들이 모여야 지구를 지킬 수 있소. 모두 각자의 사정이 있고, 또한 적대 관계에 속해있으나 지구가 멸망한다면 그 모든것들이 소용없게 되는 것이오."

이 부분은 치우를 향해 저격한듯하였다.

치우는 전 세계의 정복을 꾀하고 있지만, 그렇게 지구권 세력끼리 힘이 약화된다면 칼리 제국의 먹잇감으로 잡아먹히고 만다.

'원래라면 우리를 이끌 영웅의 존재도 말해야겠지만…….'

그 영웅이 예언과는 다른 길을 걷게 되었고, 대체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는건지 종적을 찾을 수 없었다.

'차라리 예언이 있었다 해도 철저하게 경계를 했었어야 했는데.'

이제와서 후회를 해봤자 이미 종적을 완벽하게 놓쳐버린 영웅을 필사적으로 찾아내기 보단, 차라리 영웅이 어떤 방식으로든 다시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 기다리는쪽이 나으리라.

어쨌든, 모두의 역할에 대해 얘기한 그리핀은 그들이 경각심을 가지고 최소한 긍정적인 답안을 내놓기를 기대하였으나, 치우가 입가에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파탄의 미소를.

============================ 작품 후기 ============================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맹장전과 루나틱을 보시더니 재밌다고 하시더군요.

음...스토리는 유지하되, 표현을 순화시킨 리마스터판을 쓸까 고심됩니다. 뭐, 그것도 일단 이 소설부터 다 써야 가능한 일이지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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