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361화 (361/923)

0361 / 0923 ----------------------------------------------

5장

데스 나이트 부대가 미군을 공격할 때, 진우는 중국군의 지휘 계통이 무너져내렸다는 것을 확인하고서는 부하들에게 뒷일을 맡기고 일본군을 향해 달려나갔다.

전에도 설명했다시피 당초 계획은 계속해서 하루 단위로 공격하여 적에게 패배감을 지속적으로 느끼게 만들어 항복시키겠다는 계획이였지만, 일주일 안에 일본의 항복을 받아내기 위해서는 빠른 시간 내에 압도적인 피해를 입혀야만 했기에 진우가 이토록 서두르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발걸음은 이내 멈추었다.

이미 이쪽이 오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잘 정돈된 엄폐물과 그 뒤에 숨어 여러가지 무기로 자신을 조준하고 있는 병사들과 전차들.

그리고, 싸우기 쉽게끔 엉망진창이 된 차량들이 한쪽 구석에 줄을 서듯이 정돈되어 있는 모습과 동시에 3명의 일본인들이 정돈된 도로 위에서 치우를 기다리고 있었다.

3명의 일본인은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잘 정돈된 올백 머리로 정치인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중후한 인상의 남자, 중세 시대적 어두운 계통의 색상을 지닌 사무라이의 갑옷과 사슴 뿔이 장식된 투구로 무장하며 옛날 방식으로 만들어진 4.5m 수준의 창을 쥐고 있는 20대 초반의 남자, 그리고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착 달라붙은 흰색 바탕의 슈츠와 등쪽에 붙어있는 검집과 함께 있는 검, 허벅지에 가죽끈 처리된 비도로 무장하고 검은 머리를 단정하게 묶은 20대 중반의 여성.

한 눈에 봐도 최소한 항복 사절로는 절대 보이지 않는 이들이였다.

진우는 비웃음이 가득한 눈빛과 함께 사무라이 복장으로 전신을 무장시킨 남자를 향해 입을 열었다.

"사극장을 찾아온거라면 잘 못 온것 같군. 아니면 사무라이 정신 어쩌고 저쩌고 하려고 일부러 그렇게 챙겨입었나?"

본능적으로 그들이 자신을 상대하기 위해 모인 이들이라는것을 느낀 진우는, 자신의 적이라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곧바로 도발이 쏟아져나왔다.

졸지에 장소를 잘 못 찾은 시대극 배우가 되어버린 20대 초반의 남자는 증오로 가득찬 표정과 함께 창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러면서 흰색 바탕의 슈츠를 입은 여성을 일부러 음흉한 눈빛으로 위아래를 훑어보았고, 아름다우면서도 강인해보이는 외모의 여성은 수치심과 모욕감에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그 때, 조용히 있던 30 후반의 단정한 차림을 한 남자가 입을 열었다.

"그쪽이 치우인가?"

"앙? 그럼 내가 누군줄 알았는데? 공개 석상에서 그렇게 많이 떠들었는데 내 목소리도 기억 못하는건가? 하긴, 설마 그 허풍쟁이처럼 보이던 놈이 설마 일본을 이렇게 엉망으로 만들거라곤 상상도 못했겠지. 크크큭!"

일부러 상대방을 열받게끔 도발을 하였지만, 30대 후반의 남자는 침착한 분위기를 유지하였다.

그에겐 자신의 도발이 통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진우는 타켓을 바꿨다.

"어디보자~ 보아하니 그쪽이 외교관이고 뒤에 있는 녀석들은 항복 공물인가 보군. 내가 게이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무시하지 않고 남자 육노예까지 준비하는 철저함이라니. 일본의 외교 실력은 세계 제이이이이일~~~ 이구만."

"뭣……!"

"크읏……!"

졸지에 치우의 분노를 잠재워줄 육노예 후보가 되어버린 두 남녀는 다시 한번 분노어린 눈빛과 함께 상체를 앞쪽으로 기울이며 당장 달려나갈 자세를 취하였지만, 30대 후반의 남성이 손을 들며 그들을 제지하였다.

"내 이름은 노부 우라시타. 사무라이 갑옷으로 무장한 이는 아키츠 스바루, 자네가 음흉한 눈빛을 보내고 있는 여성은 카가미 키요라고 한다."

30대 후반의 남성, 노부 우라시타는 목을 좌우로 가볍게 흔들며 처음부터 끝까지 진중한 표정과 함께 입을 열었다.

"그리고 너를 죽이기 위해 온 일본 정부의 암살자들이지."

'이상하군. 들어본적이 없는 이름인데.'

겨우 3명이 자신을 죽이겠다며 당당하게 나섰다.

거기다가 일본 자위대의 군대는 방어적인 자세를 취할 뿐, 협공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숫자로 자신을 정말로 죽일 자신이 있다는 뜻인데, 지금 알게된 이들의 이름은 단연코 처음 듣는다.

"들어본적은 없겠지. 우리들의 존재는 국가적 비상 사태가 일어났을때만 드러내니까."

"호오."

국가적 비상 사태가 일어났을때만 출동하는 이능력자.

설마 일본에게 이런 저력이 있을거라곤 생각치 못했지만, 그렇다 해도 진우의 표정은 여전히 여유로웠다.

"푸하! 역으로 생각해보면 국가적 비상 사태가 일어나기 전까진 실전 경험이 없다는 뜻이잖아? 너희들의 능력이 얼마나 강한지는 모르겠다만, 실전 경험이 하나도 없는 주제에 감히 이 몸에게 대들겠다고?"

그렇다. 국가적 비상 사태가 일어나야만 움직인다는 것은, 그만한 사태가 일어나기 전까진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이능력의 힘이 강해도 실전 경험이 부족하면 100%의 전투력을 발휘할 수 없다.

그 증거로 아키츠 스바루와 카가미 키요가 그의 도발에 간단히 걸려 넘어갔잖은가.

하지만, 두 남녀는 계속해서 입을 다물고 있었고, 유일하게 입을 열고 있던 노부 우라시타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거야 직접 상대해보면 알겠지."

우라시타가 권투 자세를 취하면서 공격의 의지를 보이자, 뒤쪽에 있던 두 남녀도 각자의 무기를 뽑아들며 치우를 향해 겨누었다.

"네 놈의 운도 여기서 끝이다! 하필이면 우리가 주둔하고 있던 도시로 딱 와주다니 말이야!"

일본 정부에서는 어디서 치우가 공격해올지 몰라, 우라시타 일행을 교토에 주둔시키며 삼태극의 전함이 튀어나온 방향으로 빠르게 텔레포트 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두었다.

그런데 재수좋게 딱 교토를 공격하였으니 멀리 이동하지 않아도 되는 스바루는 흉흉한 눈빛과 함께 자세를 취하였다.

"일본을 우습게 본 댓가를 치르게 될거야."

그리고, 자신을 음흉하게 훑어본 치우의 눈빛을 기억하는 키요도 등에 검집과 함께 매단 검을 꺼내들며 자세를 취하였지만, 진우는 여전히 여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평소와 같은 도발을 하였다.

"역시 가장 좋은 대화 수단은 이거로군."

대형화 시킨 용광검을 평범한 환두대도와 같은 모양으로 만들었지만, 그는 아무런 자세를 취하지 않으며 언제든지 오라는 듯이 손가락을 까딱였다.

"간다!"

우라시타의 기합성과 함께 세 명의 남녀는 동시에 치우를 향해 달려들었고, 가장 먼저 스바루가 달려들었다.

신체 강화자로 보이는 빠른 스피드.

아마 예전에 그가 상대했던 키반과 비교하면 거의 비슷한걸 보니 스바루 또한 신체 강화가 8등급이나 9등급인듯 싶다.

하지만,

"느려."

진우의 눈에는 충분히 피할 수 있을 정도로 느린 수준에 불과하였다.

쉭-

가볍게 몸을 돌리며 회피한 진우는 용광검을 안쪽으로 파고든 스바루의 머리를 반으로 쪼개기 위해 검을 내리 베었으나,

캉!

"아?"

금속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진우의 팔이 반탄력에 밀린것처럼 위로 올라간게 아닌가?

"츠아아앗!"

그 때를 노렸다는 듯이 스바루는 허리를 돌리며 창을 검처럼 휘두르며 창날로 치우의 옆구리를 베어냈다.

스컥!

"큭!?"

텅!

옆구리쪽에서 느껴지는 화끈거리는 고통에 표정이 일그러진 진우는 팔등으로 옆구리를 베어내는 창 막대기 부분을 후려쳤다.

쉭-

순간, 기회를 노리고 있던 키요도 마찬가지로 신체 강화자인지 스바루와 비슷한 속도로 날렵하게 치우의 등을 베어내고자 검을 휘둘렀다.

"이것들이!"

갑작스런 고통에 짜증이 났던 진우는 용광검을 강하게 휘둘러 키요의 검을 베어내거나 있는 힘껏 밀쳐내려 하였으나, 그녀의 검과 자신의 검이 부딪히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눈동자속에서 경악이 어렸다.

카아앙!!

"뭣……!?"

자신조차 귀가 아플 정도의 금속성이 울려퍼졌는데도 불구하고 키요는 조금도 밀리지 않은 것이다.

물론, 그녀가 가진 검이 자신의 용광검의 위력과 비등한 유물검일 수 있으니 잘려나가지 않은건 이해 한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자신의 힘을 버텨내다니!? 그것도 한 발자국도 뒤로 물러서지 않으면서!!

지금까지 자신의 힘을 정면에서 막아낸 이는 그랜드 아크가 유일하였기에 진우의 경악어린 표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스으으읍---!!"

그 때, 키요와 고착상태가 되었다는 것을 확인한 우라시타가 크게 심호흡을 하며 달려들어왔다.

"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

콰차차차차창!!

쩌저저적!

그리고 하복부에서 우러나오는 고함을 내지르자, 진우를 중심으로 부채꼴 방향으로 주변 건물의 유리창들이 깨져나가고 콘크리트 바닥이 갈라질 정도의 소리가 울려퍼졌다.

"크하아아악!!"

귀에서 피가 터져나온 진우는 자신도 모르게 용광검을 내던지고 두 손으로 귀를 가리며 고통에 몸부림쳤고, 그 틈을 노린 스바루와 키요가 각자 검과 창을 휘둘렀다.

"크으으윽!"

하지만, 플레이어로서 여러가지 위기 상황을 겪고 타파해온 경험치가 있었던 진우는 머리통이 부서질것 같은 고통속에서도 온 몸을 날려 황급히 땅을 구르며 아슬아슬하게 그들의 공격을 회피하였다.

찌이이잉---

"하…크학……!"

귀에서는 찌잉 거리는 소리만이 들려오고 달팽이관에 충격을 받아 제대로 서있기 힘들 정도로 어질어질거린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생소한 고통과 감각을 느꼈으니 당황할법도 하지만, 치우는 땅에 떨어진 용광검을 소환하며 자세를 일으켰다.

"역시 꽤나 많은 경험을 쌓아온 모양이군. 그 상황에서 날렵하게 회피하다니."

라고 우라시타가 말하였지만,

"……. ……."

진우의 귀에는 계속해서 찌이잉 거리는 소리 때문에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어차피 어지러운 머릿속의 상황을 무시하면서 적의 전력을 확인하고자 집중하고 있으니 상관없겠지만서도.

'젠장. 모두 유물로 만들어진 무장들인가.'

그의 예상은 맞았다.

스바루가 착용한 사무라이 갑주와 창은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무장인 혼타 타다카츠의 갑주와 창이였다.

일본에서 가장 유명하며 인기있는 전국 시대의 무장인 혼다 타다카츠는 수많은 전투속에서도 상처를 하나도 입지 않았다는 전승이 깃든 그의 갑옷은 유물화가 되면서 날이 선 무기와 화살같은 무기를 모두 튕겨내는 특성을 지니게 되었다.

그리고, 창날 끝에 앉은 잠자리가 창날에 미끄러지면서 반으로 잘라졌다고 하여 톤보키리(잠자리 = 톤보)라고 이름 붙여진 일본의 천하 삼명창중 하나다.

원래는 6m의 창이였는데 말년에 무겁다면서 4.5m로 줄였다고 한다.

천하 삼명창중 하나인 톤보키리가 유물화 되면서 일반적인 창으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예기를 지니게 된 창으로, 그 위력은 방금전과 같이 10등급의 이능력자인 진우의 옆구리를 베어낼 수 있을 정도.

그리고 키요가 들고 있는 검은…….

'음? 저 년이 들고 있는 검은 일본도가 아닌데? 환도잖아?'

조선 시대 군인들이 사용하는 환도임을 알아본 진우였지만, 그의 생각은 이어질 수 없었다.

"츠랴아앗!"

치우가 제정신을 차리기전에 결판을 내야 한다고 생각한 스바루가 창을 휘두르며 달려온 것이다.

"크아아아악!"

재생 능력 덕분에 균형 감각을 어느정도 되찾았지만, 아직 완벽하게 되찾은게 아닌지라 진우는 비틀거리면서 용광검을 휘둘러 톤보키리의 창날을 후려쳤다.

카앙!

"큭!"

균형 감각을 잃었다지만 전력으로 후려친 그의 공격에 스바루는 창을 쥔 두 팔이 힘의 방향으로 크게 꺽여나갔고, 키요가 스바루의 어깨를 타고 점프하여 치우의 머리를 향해 수리검을 내던졌다.

마치 서커스와 같은 묘기였지만, 이정도 일은 신체 강화자에겐 별거 아닌 일이다.

휙!

아직 몸이 정상이 아닌 진우는 수리검 또한 유물급이라 판단하여 몸을 재빨리 옆으로 구르며 회피하였고,

"하아앗!"

낭랑한 목소리와 함께 달려든 키요가 내리 휘두르는 환도를 향해 바닥에서 일어나려는 자세로 허리를 비틀며 그녀의 검을 용광검으로 올려쳤다.

카아아앙!

이번에도 전력을 다해 공격했는데도 불구하고 키요의 몸은 조금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쪽을 밀어내지 못하는걸보니 유물검이 가진 능력같은데 도통 정체를 알 수가 없었다.

뒤이어 순차적으로 진우의 자세가 고정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한 우라시타가 다시 한번 달려들어왔으나,

"크하아아악!"

비명같은 기합성을 내지르며 불안정한 자세에서 한 손으로 콘크리트 바닥을 잡아 힘껏 들어올렸다.

콰득! 부우웅--!

진우의 힘에 의해 상당한 양의 콘크리트 바닥이 뜯겨져올려지며 우라시타를 향해 날라들었고, 그 또한 신체 강화자인지 주먹으로 자신을 향해 날라오는 콘크리트를 주먹으로 후려쳤다.

콰앙!

마치 폭탄이 터지는것 같은 소리가 울려퍼지며 콘크리트가 사방으로 튀어나갔지만, 그 틈을 이용해 키요의 검을 피하며 다시 한번 거리를 벌리는데 성공하였다.

"후욱- 후욱-"

재생 능력으로 아직은 어설프게 달팽이관이 재생된터라, 여기서 또 비정상적인 고함 소리를 듣게 된다면 재생되어가던 달팽이관이 또다시 상처가 나는 고통을 겪을뻔한 진우는 안도감이 섞인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골치 아프게 되었군. 하나같이 독특한 능력을 지닌 유물들로 무장을 하고 있잖아. 가장 골치 아픈건 저 년의 검인데…….'

대체 무슨 검이길래 자신의 괴력을 무효화시키는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분명한 사실은 그녀와 맞부딪혀가며 공격을 하며 시간을 낭비한다는 것은 적에게 자신을 공략할 시간을 내준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처치해야 할 녀석은 저 놈이다.'

우라시타.

괴성을 질러 고막을 찢고 달팽이관에 손상을 일으키는 독특한 이능력자. 공격의 중심인 그를 처치하지 않는다면 알면서도 저 공격을 계속 당해야만 한다.

아무리 힘이 강해도 소리를 공격할 순 없는 노릇이니까.

견제의 스바루, 방어의 키요, 공격의 우라시타.

각자 역할을 맡고 있는 이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공격을 보고 피할 수 있는 신체 강화자로, 최소 8등급에서 9등급의 이능력자임이 분명하다.

거기다가 강력한 유물로 무장을 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일본 정부가 가진 비장의 수단인 것이다.

하지만, 안그래도 너무 쉽게 이겨나가서 지루해하던 차에 꺽는 맛이 있는 적을 만나게 된 진우의 표정은 흥분으로 들썩이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일본 정부가 지닌 최고의 반격 수단이 등장.

간만에 주인공의 위기라는 불타오르는 전개가 등장하는군요 -_-ㅋ

역시 쪼꼬를 먹어서 머리가 잘 돌아가는게 느껴집니다!

글이 엄청 잘 써짐!!

...대신 글이 잘 써질수록 내 몸무게도 늘어나겠지...orz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