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339화 (339/923)

0339 / 0923 ----------------------------------------------

5장

"수백명의 이능력자가……."

"정말로 그랜드 아크님과 동급이란 말인가……."

3분. 만약, 일본의 이능력자들이 도망치지만 않았다면 그보다 더 단축되었겠지만, 어쨌든간에 치우는 3분만에 400명의 이능력자들을 도륙하였다.

한번 대검이 휩쓸린 사정거리 안에서는 텔레포트 능력자가 아닌 이상 절대로 살아남기 어려웠고, 동체 시력이 떨어지는 텔레포터들은 한발짝 늦게 텔레포트 하여 상체만을 옮기다가 땅에 나동그라져 절규어린 비명을 내질렀다.

영상을 찍고 있는 아크로스의 첩보원은 서로 대화하는 내용까진 알아들을 순 없지만, 비명까진 담아내기엔 충분한 거리였던터라 일본의 이능력자들이 썰려나가며 비명을 내지르는 모습에 간부들은 몸서리를 쳤다.

만약, 이 영상을 보지 않고 누군가에게 보고를 직접 들었더라면 재수좋게 부상당한 이능력자들을 상대했거나, 혹은 급이 떨어지는 이들을 상대하여 올린 전공이라 생각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영상을 찍고 있는 첩보원은 줌인 기능으로 S랭크 히어로들의 안면을 확인시켜주었고, 그들의 복장과 얼굴에서 피로라던가 전투의 흔적같은게 보이지 않는, 체력까지도 거의 손상이 없는 상태임을 알려주었다.

더더욱 경악스런 일은 진우의 공격 하나하나가 그랜드 아크와 미치도록 닮았다는 것이다.

거대한 무기를 휩쓸면 그 간격안에 들어가 있는 모든 생명체를 쓸어버리는 호쾌함, 무참하게 수많은 인간을 학살하면서 보이는 학살자의 미소 등등, 모든것이 그랜드 아크와 닮아 있었다.

지금의 이능력자들이 치우가 10등급의 신체 강화자라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좀 더 효율적으로 싸웠겠지만, 아쉽게도 그 사실을 알아버렸을때는 치우가 이미 이능력자들의 간격을 잡고 난 뒤였다.

"그런데 이상하군. 라이진은 어디간거지?"

간부들중, 날카로운 인상과 작은 몸집을 가진 남자가 이상하다는 듯이 입을 열었고, 그의 말대로 라이진은 모든 이능력자가 학살당한 와중에도 끝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도망친건가?"

"라이진의 아무리 번개를 다룬다고 해도 그랜드 아크님과 동급의 이능력자라면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겠지."

이제 이 회의실에 있는 간부들은 치우를 조금도 얕보지 않고, 그랜드 아크와 동격의 존재임을 인정하며 라이진의 후퇴를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였다.

하지만, 치우는 라이진이 다시 돌아올것이라 생각했는지 시체를 쌓아 산을 만들어 자신만의 의자를 만들었고, 정체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부하로 보이는 여성과 노닥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이윽고, 라이진은 다시 등장, 치우는 자신의 부하를 멀리 보내며 1:1 대결의 구도를 보였다.

일본의 이능력자, 라이진 후지미네와 그랜드 아크와 동격의 존재인 치우. 두 하이랭크 이능력자간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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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진우였다.

쐐에엑!

소리보다 먼저 날라오는 거대한 대형검.

하지만, 번개가 되면서 빛의 속도로 날라가본 경험이 풍부한 후지미네의 동체 시력은 그 공격을 놓치지 않았다.

파칙!

전기가 튀어오르는 소리와 함께 온 몸이 노란 전광으로 빛나기 시작한 후지미네는 눈깜짝할 사이에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하여, 낙뢰가 떨어진것같은 충격을 준 후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허쭈? 방금 그건 뭐냐?"

마치 '인간의 형상을 띈 번개' 라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는 모습.

지금까지 자신이 상대한 이능력자들과는 종류가 다른…아니, 차원이 다른 신기한 이능력이였다.

"공식적으로 제 능력은 전기를 다루는 염동력의 변종이지요. 하지만, 실제론 다르답니다. 번개 그 자체가 되는 것. 그것이야말로 저의 진정한 능력이랍니다."

여유있게 싱글싱글 웃어보이는 후지미네.

진우는 번개 그 자체가 된다는 능력에 머리를 긁적이면서 살짝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헤에, 꽤나 신기한 능력이네. 그런데 그런걸 초장부터 까발려도 돼? 그 사실을 최대한 숨기는게 유리하지 않아?"

"오호호홋--! 늦게 알든, 일찍 알든 그런게 무슨 소용인가요? 어차피 당신은 제 몸에 손 하나 대지 못할텐데!"

파지직!

순간, 대사를 끝내자마자 또다시 노란 전광으로 이루어진 후지미네는, 번개와 같은 빛의 속도로 접근전을 노리듯이 달려들었다.

"흡!"

후웅!

물론, 10등급의 신체 강화 이능력자가 지닌 동체 시력으로 그녀의 가공할 스피드를 눈치챈 진우는 다시 한번 대검을 휘둘렀으나, 후지미네는 사뿐하게 대검 위를 올라탔다.

"!!"

사람은 기본적으로 점프하기 위해선 반드시 무릎을 굽혀야한다.

그런데, 후지미네는 그런 법칙을 무시한체, 마치 누군가가 몸을 들어준것처럼 대검 위로 올라탄 것이다.

파지지지직!!

"끄으으으윽!?"

그리고 대검을 쥔 손잡이를 통해 들어오는 전기에 의해 고통스러운 짜릿함을 맛 본 진우는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내질렀다.

부우웅!

다행히 큰 피해는 아니였는지, 이빨을 깨문채 검을 야구 배트처럼 휘두르며 대검 위에 올라탄 후지미네를 힘껏 날려보내는데 성공하였다.

대검 위에서 날려진 후지미네가 땅에 착지하려는 순간,

쐐에에엑!!

전광석화처럼 달려든 진우가 상체를 크게 앞쪽으로 비틀며 대검을 찌르기 형식으로, 몸 전체를 이용한 찌르기 공격에 들어갔다.

그녀가 착지를 하기 위해 땅과 발이 서로 닿게 될때쯤에는 이미 대검이 몸을 찔러 꼬치로 만들정도로 빠르고도 절묘한 타이밍의 찌르기 공격.

지지직!

하지만, 땅에 착지하려는듯이 날라가던 후지미네의 몸에서 또다시 노란 전광이 분출되더니, 땅에 착지하려던 자세 그대로 스키를 타듯이 주르륵 미끄러지듯이 뒤로 빠져나갔다.

거기다가 그의 대검이 찌르는 방향을 향해 허공에 맴도는 노란 전기 구체를 남겨둔채로.

빠지지지지직!

"끄가가가각!!"

대검과 허공에 떠올라있는 노란 전기 구체와 만나는 순간, 전기 구체는 대검에 흡수되듯이 사라지면서 또다시 진우에게 전기 충격을 가하였다.

"이거 꽤 짜리이기기긱!?"

정말로 간만에 진짜 제대로 된 고통을 느끼게 된 진우는, 그동안의 무료한 싸움과 달리 공략하는 맛이 나는 전투에 혀를 날름거리다가 몸에 남아있는 잔류 전력이 액체가 묻어져 있는 혀로 들어와 대사를 내뱉으려다가 혀가 마비되는듯한 고통을 느꼈다.

"후아! 후아! 이런 씨부랄! 혀로 전류가 들어가면 이런 고통이였구나!"

손이나 발끝으론 전기가 흐르는 물건을 잡다가 화들짝 놀란적은 많았어도, 혀로 그 전류를 받아들인적은 없었던 그는 입 전체가 아려오는 고통에 '아에이오우' 입모양을 과장되게 벌리며 경직된 턱과 입 전체를 풀어주었다.

"역시 10등급의 신체 강화자다운 내구성이군요. 그런데 과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요?"

자신의 전력이 들어간 공격을 맞고도 이렇게 여유있는 모습은 후지미네에게도 처음이였지만, 자신에게 손도, 발도 내밀지 못하는 치우의 모습에, 이미 이 싸움의 승리는 시간 문제라고 판단하였다.

"너무 자만하지 말아주셨으면 좋겠는데. 나도 이번 공격으로 한가지 사실을 확인했으니까."

"……."

방금전만해도 자신만만하게 자신의 능력을 알려주던 후지미네가 이번엔 입을 다물었다.

"너, 그 피카츄 상태로 공격 받을 수 있지? 그 공격을 무시할 수 있었다면 그렇게 굳이 내 공격을 피해다니려고 그렇게 쫄랑쫄랑 거릴리 없어."

"흥. 그게 뭐 어떻다는거죠? 어차피 저는 움직이는데 발을 놀릴 필요 없어요. 아니, 몸의 움직임 없이 오로지 전류의 힘으로만 움직일 수 있지요."

그렇다. 그녀는 아무리 불리한 자세를 취하더라도 전류를 움직여 자신의 몸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 그것도 번개와 같은 빛의 속도로.

그런데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맞지만 않으면 끝인데?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던 진우는, 이내 자신의 대검을 평소의 환두대도 모양으로 축소시켰…아니, 검 자체를 펜싱용처럼 얇고 기다랗게 만들었다.

"나는 펜싱에 대해 잘 몰라. 펜싱 용어도 잘 모르고, 펜싱용 기술도 잘 모르지. 하지만."

왼손을 뒷짐지듯이 위치를 옮기고, 오른손으로 손잡이를 잡아 앞으로 내민 진우의 자세는 제대로 배운 사람들과 비교해보면 많이 엉성해보였지만 흘러넘치는 살기에 의해 더더욱 거칠고 흉폭해보였다.

"찔러 꿰뚫는것만큼은 누구보다 잘 할 자신이 있다."

쉬익!

대사를 마친 그는 짐승처럼 낮게, 빠르게 몸을 날린 진우가 후지미네의 몸을 향해 펜싱용 검처럼 변모한 용광검을 깊게 찔러넣었다.

"!!"

순간, 갑자기 검의 길이가 변하면서 자신의 몸통을 꿰뚫으려 하는 용광검의 모습에, 후지미네는 재빨리 더욱 더 뒤쪽으로 번개같은 스피드로 피하였다.

쉬익! 쉭! 쉭!

그리고 그 뒤를 추적하듯이 빠르게 걸어오며 용광검을 빠르게 찔러 휘두르기 시작했고, 후지미네는 자신과 거의 동일한 스피드로 달려오는 그의 모습에 고개와 상체를 흔들어가며 그의 공격을 피하여만 했다.

쉭! 쉬쉬쉭!

파직! 파지지직!

바람과 전류로 이루어진 폭풍이 휘몰아치기 시작하였다.

펜싱검이 휘둘러지면 그 주변으로 작은 광풍이 몰아쳤고, 회피한 후지미네는 예의 전기 구체들을 만들어내며 스스로 자멸하게끔 만들려 하였으나, 베어내기 위해 동작이 클 수 밖에 없는 날이 달린 검과 달리 찌르고 그대로 빼기만 하면 끝인 진우에겐 후지미네를 따라가며 전기 구체를 가뿐하게 회피하였다.

이실리아는 언뜻언뜻 보이는 두 사람의 폭풍같은 전투에 휘말렸다간 방해만 된다고 판단, 더더욱 뒤쪽으로 이동하였고, 이 영상을 다이렉트로 보고 있는 아크로스의 간부들은 화면이 따라가주지 못하는 두 사람의 전투를 직접 보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 하였다.

이런 하이 클래스 능력자간의 1:1 대결은 쉽게 이루어지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큿! 이 남자……! 무기 다루는게 너무 익숙해요!'

일반적으로 신체 강화자는 급이 높을수록 무술이나 기교를 익히려 드는 의지가 약하다.

급이 높을수록 높을만큼 스피드와 힘은 강해지고, 동체 시력도 강화되기 때문에 상대방의 페인트 공격도 손쉽게 읽어낸후에 기교도 없이 단순하게 휘두른 주먹과 발길질만으로 충분한 데미지를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보다 위의 신체 강화자와 만날 확률이 높은 신체 강화자들만이 무술과 기교를 익힌다.

그런데 진우는 10등급의 신체 강화 이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무기를 다루는게 너무나 익숙하다.

거기다가,

쐐엑!

"!!"

펜싱검의 끝을 아슬아슬하게 고개를 흔들어 회피한 후지미네는, 한쪽 면만 검날을 만들도록 모양을 변형시켜 자신의 목을 쳐내려는듯이 날라오는 용광검을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회피하는데 성공하였다.

후웅!

그 틈을 노려 진우의 발등이 축구공을 차듯이 후지미네의 숙여진 고개를 후려치려 하였으나, 후지미네는 전기 구체를 남기며 상체를 다시 위로 올렸다.

파지지직!

"끄으으윽!"

발등에서부터 시작되는 강렬한 전류로 인해, 오랫동안 무릎을 꿇었다가 일어선것처럼 짜릿거리는 감촉 때문에 접근하는 속도가 아주 약간 늦춰졌으나 빛의 속도로 싸우는 이들간의 대결은 그 작은 차이만으로도 큰 차이로 벌어지게 된다.

'무기뿐만이 아니라 온 몸을 이용한 격투술도 익숙해요. 체계적으로 무술을 배운것 같진 않지만, 마치 약자가 강자나 대등한 상대를 상대로 싸우는 실전형식의 싸움같군요. 이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어째서 이런 기술들을 배운 걸까요?'

충분히 거리를 벌리는데 성공한 후지미네는 자세를 다잡으며 그를 노려보았고, 그 또한 발등을 통해 흐르던 전류가 사라졌는지 발끝으로 땅을 툭툭 차며 상태를 확인하였다.

'다른 게임을 하면서 여러가지 무기를 써보길 잘했네.'

가상 현실 게임을 하면서 온갖 여러가지 무기를 사용해봤었던 진우는 체계적으로 무술을 배우진 않았으나, 효과적으로 싸우는 '플레이어의 경험치' 를 쌓아올리고 있었다.

만약, 진우가 평범한(?) 10등급 신체 강화 능력자였다면 우직하고 단순하게 공격을 퍼부었겠지만, 다른 게임에서 약자의 입장으로 강자에게 싸워야만 했던 경험도 많았던터라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어떻게 해야 효율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지,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지 알게 된 상태다.

물론, 누군가의 체계적인 교육 없이 실전으로만 갈고 닦여진 기술인지라 개선의 여지가 많았지만, 압도적인 폭력이라고 밖에 표현이 안되는 10등급의 이능력을 가진 상태라면 이 정도만 해도 충분…아니, 충분하다 못해 흘러 넘쳤다.

후지미네는 생각보다 기술적으로 뛰어난 진우의 모습에, 이대로라면 자신이 400명의 아군을 시간 벌기용으로 사용하면서까지 준비한 '함정' 을 사용해야 할 때가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였다.

============================ 작품 후기 ============================

으아..아으아아아...

방심했다아...어제 열이 많이 내려서 이제 괜찮겠다 싶었는데 또다시 열이 재발할줄이야...머리가 띵해져 옵니다아...

그런데 휴재를 할 정도까진 안 아파서 왠지 더 억울함....

어제 그냥 글 쓰지 말고 푹 쉴걸 그랬나봅니다.

여름 감기 진짜 독하네요. 밖에 나가면 몸의 안쪽은 추운데 겉부분은 더워서 땀이 막 흐름...이 오묘한 기분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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