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252화 (252/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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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3층에 위치한 고위 간부용 개인실 중간에는 회의실이 존재하는데, 최대 20여명의 인원이 앉을 수 있는 기다란 타원형 테이블이 배치되어있고 홀로그램 영상을 띄울 수 있다.

그 중, 제일 상석에 앉은 진우는 미리 회의실 내부에 있는 기계들의 용도를 확인한 후, 자신의 호출에 모든 노예들이 도착하자 그녀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물론 리엘루스는 아직 치료중이지만.

"다들 모였군."

"보아하니 앞으로의 일정 문제 같군요?"

역시 분위기를 빠르게 읽은 페리샤의 대사에 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는 조직으로서의 힘이 약해서 쉬쉬하며 지냈어야 했잖아. 힘을 얻었다면 당연히 빵빵 터트려줘야 인지상정 아니겠어?"

지금까지만해도 이미 크게 여기저기 빵빵 터트렸는데 작정하고 터트리겠다면 대체 얼마나 큰 빵소리를 내려는 것인가.

진우의 노예들은 본능적으로 자신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무언가를 계획하였음을 직감하였다.

지잉-

그는 상석쪽에 위치한 테이블에 위치한 노트북처럼 생긴 무언가를 두드리자 그녀들의 앞쪽에서 인원수에 맞게끔 홀로그램 영상이 떠올랐다.

지구 전체의 모습을 보여주던 화면은 어떤 부분에서 확대되더니 한 국가의 국경이 초록색으로 도드라지게 튀어나왔다.

"여긴……."

"이스라엘이네요?"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만 자란 하린은 어디선가 본듯한 기억이 가물가물하였지만, 노아는 능숙하게 그 국가가 이스라엘임을 확인하였다.

"굳이 이스라엘을 선택하신 이유는 뭔가요?"

부상에서 회복되어 페리샤로부터 고위 간부용 장비를 받은 이실리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뜬금없이 이스라엘을 '빵빵' 터트리려는건지 이해를 하지 못하였다.

이 부분은 페리샤도 이해가 가지 않는지 조용히 듣고만 있었고, 진우는 씨익 웃으며 키패드를 누르더니 이스라엘의 지도가 한쪽 구석으로 올라가더니 다시 화면의 위치가 이동, 유럽 방향으로 이동되었다.

그리고 또다시 어떤 한 나라의 국경을 초록색으로 도드라졌다.

"여긴……!"

"주인님, 설마……!"

노예들은 경악하듯이 그의 뜻을 물어오자, 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이스라엘, 유태인들의 국가이자 유대교의 국가. 자신들이 신의 선택을 받은 민족이라 하며 미국 자본의 대다수를 지닐 정도의 부자 민족이지. 바티칸시국,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국가지만 가톨릭 종교의 총본산. 우리는 여기를 시작으로 이름을 알린다."

이미 다들 알고 있는것을 읊어내린 그는 불만스런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삐딱하게 세웠다.

"나에게 있어서 종교란것은 코찔찔이들에게서까지 돈을 받아쳐먹으려는 호객 행위에 불과하단 말이지. 게다가 이스라엘은 신의 민족이라고 지껄이면서 행동하는게 마음에 안든단 말이야."

이스라엘은 중동의 핵이라고 불리운다.

이슬람교의 성지인 예루살렘에 유태인만들의 국가를 세운 이스라엘은 이슬람 국가들과 공존하지 않고, 오히려 미국의 힘을 이용하여 뛰어난 병기로 이슬람 국가들의 공격을 분쇄하였다.

여기까진 국가간의 이해관계 문제라고 볼 수 있겠지만, 문제는 이스라엘이 주변국을 침범할때 군인뿐만 아니라 민간인까지 모두 죽이면서 자신들이 나치에게 당했던 민간인 학살, 집단 수용소, 민족 차별을 그대로 가하였다는 것이다.

게다가 9살의 어린 팔레스타인 소년을 인간 방패로 삼는 비인간주의적인 행동을 했는데, 한 랍비가 그 소년을 풀어주려하자 오히려 경찰이 랍비를 폭행하며 체포하였다.

유대주의적 가치관을 지닌 이스라엘은 '적 국가의 민간인을 위해 자신들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것을 금지한다' 라며 이교도들의 인명을 무시하기에 일어난 일이다.

진우에겐 자신들이 신의 선택을 받은 민족이라는 우월주의적 시선에 의해 벌어지는 이러한 행동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차라리 '우리 원래 이런놈들임' 이렇게 주장한다면(당연히 명분이 우선시되는 국제 사회에선 일어날 수 없는 일이지만) 진우도 인정을 하겠지만, '우리들은 신의 민족이니까 어차피 구원받음' 이라는 생각으로, 신의 이름을 앞세우며 자신들의 악행을 변명하니까 마음에 들지 않는것이다.

"이스라엘은 그렇다쳐도 바티칸은 어째서입니까?"

아이리도 이스라엘이 저지른 짓에 대해선 알고 있었기에 어느정도 이해가 가긴 하지만, 어째서 굳이 바티칸까지 건드는건지는 이해하지 못하였다.

"내가 어릴때였어."

"??"

어째서 바티칸을 공격하냐는 질문에 갑자기 과거 회상이 되자 노예들의 고개를 갸웃거려졌다.

"어릴때 사귀었던 친구놈이 신실한 가톨릭 신자였거든. 어느날은 그 녀석이 성당에 가는데 나도 같이 가자고 해서 갔지."

불쾌한 기억이 생각났는지 그의 표정은 점점 일그러져갔다.

"엄청 따분하고 지루했지만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더니 갑자기 헌금통을 들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더군. 그리고 내 차례가 됐는데 당시 8살짜리에게 무슨 돈이 있겠어? 있으면 그 돈으로 오락실 가거나 과자 사먹지."

확실히 어릴때라면 다들 놀거나 먹는데 돈을 쓸것이다.

"아직도 그 기억이 선명해. 헌금통을 든 사람에게 '전 돈 없어요' 라고 하니까 인상을 찌푸렸던 그 때의 기억이."

"…에…혹시 겨우 그것때문이예요?"

하린이 조심스럽게 질문하였지만, 당연히 여기서 끝일리가 없었다.

"겨우 그정도면 아무리 나라 해도 시간이 지나면서 금방 까먹었을거야. 그런데 이 새끼들이 포도주스랑 과자를 사람들에게 나눠주는데 내 주변에 돈을 낸 사람들에게만 주면서 나는 쏙 뺀거야!"

"…단순한 착오가……."

이번엔 노아가 입을 열었지만, 이미 반쯤 흥분한 진우는 그녀의 말을 잘라먹으며 외쳤다.

"게다가 내 대각선 오른쪽 방향에 있던 어떤 아저씨랑 내가 앉던 방향에서 가장 왼쪽에 있던 아줌마도 돈을 안 냈는데 그 사람들을 무시하며 주변 사람들에게만 포도주스랑 과자를 넘겨주었다고! 단걸 좋아하는 어린애가! 게다가 그때 점심도 못먹어서 배고팠는데! 그것도 당시엔 마음이 여렸던 내가! 헌금통에 돈 넣지 않았다고 달콤한 과자랑 주스를 마시지 못했을때의 상처가 얼마나 큰지 아냔 말이다!"

"……."

꽤나 디테일한 경험담에 노예들은 잠시 할말을 잃었다.

그래, 일단 상처 받은건 알겠다. 그런데 겨우 그 이유 때문에 가톨릭의 총본산, 바티칸을 공격하겠다는 건가?

그렇다면 혹시 이스라엘을 싫어하는 이유도 여기에 파생된거란 말인가?

"왜? 뭐? 기독교 신자는 모두 형제자매라며? 그 형제자매가 저지른 죄를 가장 큰 형님에게 묻겠다는데 불만이라도 있남?"

진우는 낮게 으르릉 거리며 반론만 하면 씹어먹어주겠다는 살기를 피어올렸다.

먹는것과 관계된 원한은 의외로 깊다고 하는데 진우는 깊어도 너무나 깊어서 지구의 핵까지 도달할 정도였다.

어린 아이가 헌금하지 않았다고 그런 속좁은 짓을 한 성당도 성당이지만, 그 문제를 바티칸에게 묻겠다는 그의 행동은 노예들에게 문자 그대로 충격과 공포로 다가왔다.

얼마나 한이 깊은 살기를 내비치는지, 이실리아조차 말리지 못할 정도였으니 이미 얘기는 끝난 셈이다.

"저…주인님……."

"예, 페리샤님. 무슨 하실말씀이라도 있으신지?"

페리샤가 어떻게든 바티칸을 공격한다는 의미를 알려주고자 입을 열었지만, 진우는 간신배마냥 싱글벙글 웃는 모습으로 어울리지도 않는 존댓말을 써가며 대답하였다. 눈은 전혀 웃지 않은채로.

'…말했다간…끝난다…….'

뭐가 끝나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것은 여기서 한마디만이라도 딴지를 걸면 자신의 소중한 무언가가 끝장난다는 것을 직감한 페리샤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며 다른 용건으로 질문을 바꿨다.

"크…크흠……! 그러면 어떤 방식으로 공격할 것인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오, 좋은 질문이야."

페리샤가 속으로 '이건 내가 생각해도 신의 한 수였어' 라며 안도하는걸 아는지 모르는지, 진우는 기분좋은 미소를 지으며 또다시 키패드를 누르더니 현재 생산중인 세균 무기를 보여주었다.

"이건……."

"좀비 바이러스……?"

세균 무기의 이름을 확인한 노예들은 이제는 더이상 놀랄 기력도 없다는듯한 표정으로 그를 향해 다시 시선을 돌렸다.

"좀비물을 좋아했던 내가 정말 꿈꿔왔던 상황이거든. 가톨릭의 총본산이라고 일컫어지는 바티칸에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다면 과연 어떤 일이 생길까, 라고 말이야. 크키키키킥!"

가톨릭이라는 종교를 단순히 무력으로 탄압하는게 아니라 좀비 바이러스를 통해 공격하겠다는 그의 모습에 노예들은 지쳤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어쨌든간에 우리들은 이스라엘과 바티칸, 두 국가를 좀비 바이러스로 초토화시킨 다음에 마스지드의 힘을 사용하여 전 세계의 통신망을 해킹, 삼태극의 발호를 정식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

하지만, 노예들은 쉽게 대답하지 못하였다.

이스라엘은 그렇다쳐도, 바티칸을 공격한다니……!

세계 정복을 표명하는 아크로스도 바티칸만큼은 쉬이 손을 댈 수 없는 존재였다.

기독교인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성지인 바티칸을 공격했다간 그랜드 아크조차 감당하지 못할 종교인들의 분노를 맛보게 될테니 말이다.

고래로 종교탄압은 성공한 역사가 거의 없다.

한반도에만 시선을 좁혀봐도 조선 시대때 기독교 신자들을 탄압해도 끝까지 살아남았고, 일제시기에도 일본군이 종교를 탄압했지만 결국 끝끝내 사라지지 않았다.

게다가 기독교가 유럽에서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단단히 뿌리가 박혀있는데 그들의 성지를 세균 무기로 공격하다니!?

세균 무기 자체가 비인도적인 무기라는 인식이 널리 퍼진것도 있지만, 이 좀비 바이러스가 투하된다면 비종교인들조차 기겁하며 삼태극을 향해 매우 큰 적대와 반감을 가지게 될 것이다.

뛰어난 두뇌를 자랑하는 페리샤도, 진우의 총애를 받는 이실리아도 이번만큼은 단번에 대답하지 못하였다.

"아참, 그리고 이번에 생산하는 기계 병사들을 사용해서 좀비들의 진격을 원호시켜줄 예정이야. 그 중 몇대는 카메라를 장착해서 교황이 좀비가 되어 신도를 물어뜯는 장면을 촬영해서 공개할 예정이거든. 크크크큭!"

그가 생산하는 좀비 바이러스의 특징중 하나는 세균의 감염율이 90%라는 것이다.

즉, 경우의 수를 제외한 단순 계산만으로 10%의 인간들이 살아남거나 건물 안에 있는 덕분에 세균 무기의 범위를 벗어난 이들이 좀비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해야만 한다.

일반적으로 밀리터리 매니아나 현대 무기에 대해 어느정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좀비물이 절대로 형성될 수 없다고 반박하는데, 당장 하나만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분당 1000발씩 발사하는 중기관총 하나만 있다면 무방비하게 달려드는 좀비때 수천을 손쉽게 학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좀비물 매니아인 진우도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기에, 생산한 기계 병사들로 하여금 진지를 구축하여 기관총같은 대량학살용 무기들로 방어하는 이들의 무기를 파괴하여 좀비들이 그들을 뜯어먹는 장면을 감상할 예정이였다.

어쨌든간에 노예들은 교황이 신도를 뜯어먹는 장면을 집중 촬영하겠다는 말에 더더욱 할말을 잃어버렸다.

-잠시 실례해도 되겠습니까?-

그 때, 마스지드의 목소리가 어디선가 울려퍼졌다.

============================ 작품 후기 ============================

솔직히 까고 말해서 처음엔 세월호 문제로 글을 쓰기 힘들 정도로 슬펐지만, 하루동안 마음을 비우고 지낸다면 다시 원래대로 되돌아올 수 있습니다.

일단 조심스럽게 연재를 해보고, '지금 세월호 문제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는데 이딴 소설을 쓰고 있냐' 라는 비판이 강하게 주장된다면 공지를 올리고 1~2주 동안 휴재를 하겠습니다.

조아라에 제 소설을 보기 위해서 결제한 분들을 위한 예의도 지키고 싶었거든요.

계속해서 글은 연재하겠습니다. 대신에 위에 설명한대로 세월호 문제로 민감한 시국에 이딴 소설 올리지 말라는 비판이 일어나면 휴재하겠습니다.

PS:진우의 저 경험담은 작가의 경험담임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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