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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기계 여성의 인사에 잠시 뻥찐 표정을 짓고 있던 페리샤가 고개를 내저으며 재차 입을 열었다.
"잠깐. 잠깐잠깐잠깐."
"질문이 더 남으셨는지요?"
"어디서부터 물어봐야 할지 모를 정도로 많이."
갑작스런 충격에 잠시 당황하던 그녀는 머리를 진정시키고 천천히 질문할 것을 정리해 나갔다.
"살라딘은 분명히 생체 지식이 인간을 뛰어넘는다고 들었어. 그런데 어떻게 이런 전함을 만들 수 있었던거지? 아니, 애초에 이런 거대한 규모의 전함을 만드는데 누구도 눈치채지 못한게 이상한거 아닌가?"
확실히 이만한 규모의 전함을 만드는데 사용될 재료의 숫자도 어마어마 했을것이다. 그런데 그 어마어마한 재료의 유통을 주변국이 두고볼리 없잖은가?
"정확히는 살라딘님께서 이 전함을 만드신게 아니라 '노획' 하신겁니다."
"노획했다고? 아까전에는 건조했다고 했잖아?"
"예. 이 전함을 노획하여 내부 구조를 인간이 살아가기 적합한 형태로 완전히 바꿨으니 건조라고도 불리울 수 있지요. 원래 살라딘님께선 아무런 능력이 없는 일반인이셨습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우주선에 붙잡힌 살라딘님은 외계인들의 여러가지 실험으로 인해 잠재되어있던 염동력 10등급의 힘을 각성하였고, 외계인들이 주입한 지식에 의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생체 지식을 얻게 되셨습니다. 거기다가 우주선에는 살라딘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그와 비슷한 실험을 받고 있었습니다."
어째 한가지 의문이 해결되면 두어가지 질문거리가 더 늘어가는것 같은 기분이다.
"힘이 생긴 살라딘님은 외계인들이 지구를 침공하려 하고, 자신들을 개조하여 인격을 죽이고 스파이용으로 사용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실험에 통과하지 못하면 죽는다는것을 알게 되었고, 입을 맞춘 동료들과 함께 선내 반란을 일으켜서 모든 외계인들을 죽이셨습니다. 이 전함은 살라딘님과 그 동료분들에 의해 파괴된 내부 구조를 인간식으로 완전히 교체하였으나, 기본적인 베이스는 외계인의 그것과 동일합니다."
"외계인들이 지구를 침공하려 한다고……?"
"예. 예지 능력이 9, 10등급인 이능력자들은 처음부터 그 사실을 알고 있을겁니다. 외계인들의 침공이 가까워질수록 등급이 낮은 예지 능력자들도 그 사실을 알게 되겠지요."
그제서야 의문 몇가지가 풀리게 되었다.
살라딘의 초기 동료들은 처음부터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는 지식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들의 유년기를 확인해본 조직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갸웃거릴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확인해봐도 그들의 유년기는 범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였기 때문이다.
뭔가 엉뚱한 행동이라도 하는 괴짜라면 그런류의 숨겨진 천재들이 많으니까 이해라도 하겠는데, 지극히 평범한 인생을 살아왔으니 그들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을 수 밖에.
'호오? 이것봐라?'
이만한 전함을 운용하는 우주 저 너머의 적. 이만한 과학력을 지닌 이들이라면 진우의 힘으로도 쉽게 승리하는것은 불가능하게 되리라.
자신조차 위기감을 느끼게 만드는 미지의 적이 가져다주는 긴장감에 진우는 몸 안에 들어있던 호승심이 불타오르는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지구를 침공하려는 적의 규모는 얼마나 거대할까? 거기에는 얼마나 강력한 적이 있을까? 이만한 전함을 따로 운용할 정도이니 이보다 더 거대한 전함도 있지 않을까?
그가 그렇게 적의 규모를 예상하며 호승심에 불타오를때, 페리샤는 기계 여성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넣었다.
그런 사실을 알게된 살라딘이 세계 정복을 하게 된 이유, 이 전함을 두고 사용하지 않은 이유, 그리고 기계 로봇의 정체와 자신들이 이 전함으로 텔레포트 된것도 외계인의 기술이냐는 것.
기계 여성은 그녀의 질문에 하나씩 대답해주었다.
"살라딘님은 처음엔 모든 이들에게 사실을 말해주려 하였으나, 자기 자신이 지닌 거대한 이능력의 힘과 뛰어난 지식을 가진 동료들이 있기에 그들과 함께 세계 정복을 하여 지구권을 하나로 통일시키는게 더 낫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웃기는 소리. 그랬다면 자신의 클론을 만들어내서 영원한 삶을 꿈꾸지도 않았겠지.
역시 살라딘이 제작한 로봇답게 그를 찬양하느라 앞뒤가 맞지 않은 말을 한다.
"이 전함을 사용하지 않으신 이유는 자신을 적대하는 이들이 한 곳에 몰려있을때 한꺼번에 일망타진하여 적의 전력을 전멸, 모든 지구권의 국가들을 굴복시키기 위함이였습니다만, 어째서인지 어느 순간에 지상과 연락이 끊기게 되었습니다."
아마 이 부분은 이실리아도 참가한 기습 작전으로 인한 영향일 것이다. 아마 살라딘은 그 기습 작전을 너무 우습게 보고 있었거나 모르고 있었을 확률이 높았다.
게다가 이 로봇은 살라딘이 전 세계가 모은 정예 부대의 기습 공격에 의해 사망하였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듯 하다.
"방금 말했듯이 이 전함의 기본적인 베이스는 외계인의 것이지만, 살라딘님은 차후에 있을 전쟁에 대비하여 이만한 전함이 외계인들에게 더 많다고 판단, 이 전함을 자신의 기함으로 사용하시고자 히틀러라는 인물이 모은 유물을 가져온 나치라는 이들의 협력을 받아 유물의 힘으로 업그레이드 하였습니다. 살라딘님께서 근 20년만에 이 전함에 신호를 보내셨을때도 그 유물의 힘으로 텔레포트로 불러들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전함도 텔레포트 할 수 있나?"
"가능합니다만, 하루에 최대 세번이 가능합니다. 그 이상을 하게 되면 전력실에 무리가 가서 전함이 가라앉을지도 모르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말을 끝마친 기계 로봇은 그녀에 또다른 질문에 대답하였다.
"그리고 살라딘님께서 이 전함의 모든것을 일일이 컨트롤하기엔 너무 복잡하고 거대하다 판단하셔서 전함 전체를 컨트롤할 수 있는 간략화된 시스템을 원하셨고, 그 결과물이 바로 저입니다. 제 이름은 마스지드(아랍어로 이슬람의 사원을 뜻한다. 영어로는 모스크라고 불리기도 함), 언제든지 이 전함을 운용하시고 싶으시다면 제게 명령을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선 고개를 꾸벅이는 마스지드의 모습에 페리샤는 크게 한 숨을 내쉬며 건선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후우……. 오늘은 이정도만 하지."
여기서 모든 질문의 대답을 들었다간 머리가 폭발할지도 모른다.
페리샤는 최우선적으로 궁금한것들을 모두 질문한 후, 자신의 비밀에 대해 알게 되면서 그 충격으로 잠시 몸을 비틀거렸으나 진우가 잡아준 손에 의해 균형을 잡을 수 있었다.
지잉--!
그 때, 그 모습을 확인한 기계 로봇, 마스지드가 진우를 향해 손가락을 가리키더니 붉은 레이저가 뿜어져 나오는게 아닌가?
"윽!?"
본능적으로 그녀와 잡은 손을 때고 몸을 휙 돌리면서 레이저가 몸에 닿기전에 아슬아슬하게 피한 진우는 마스지드를 향해 으르릉 거렸다.
"어이, 갑자기 뭔 짓이냐? 감히 이 몸에게 시비를 걸다니, 아주 숨지고 싶으신가봐?"
"감히 일개 전투원 따위가 살라딘님의 옥체에 손을 대다니. 분수를 알아라."
"전투원?"
페리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열자, 마스지드는 그것도 질문이라 판단하며 대답하였다.
"이 자는 지하드의 최하급 전투원입니다. 지하드 중에서도 가장 직급이 낮은, 말단 중에서도 말단 따위가 살라딘님의 곁에 있는것만으로도 불경한데 감히 손까지 잡다니요? 이 자는 본보기로 능지처참해야 한다고 건의드리겠습니다."
"!!"
페리샤는 그 사실을 몰랐다는듯한 표정으로 진우에게 눈빛으로 물어왔고, 진우 또한 자신이 처음에 설정한 '전직 악의 조직원' 이라는 설정이 이런식으로 체감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하였다.
지금도 그의 가슴팍에는 해골의 안구를 통과하며 징그럽게 두개골을 휘감고 있는 지네의 문양이 그려져 있는데, 그것이 바로 지하드의 조직원이라는 뜻.
"그게 뭐? 네가 지상의 상황을 잘 모르나 본데, 지하드는 이미 무너졌걸랑? 이미 사라진 조직의 족보 따져서 뭐하게?"
"지하드라는 조직은 사라졌을지 몰라도, 그 존재는 여기 계신 살라딘님에 의해 언제든지 재건될 수 있다. 살라딘님, 명령만 내리신다면 이 전함의 모든 내부 방어 시스템이 이 자를 형체도 없이 처리할 수 있습니다. 부디 명령을."
마스지드에겐 살라딘을 향한 맹목적인 충성심이 입력되었는지, 그녀의 목소리는 기계음임에도 불구하고 방금전의 목소리와 달리 단호함과 살기가 어느정도 깃들어 있었다.
하긴, 보아하니 이 전함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활을 맡은것 같은데 살라딘을 향한 충성심을 주입시키기 않으면 큰 일이 생길것이다.
"그만해라. 이 분은 나의 주인님, 네가 함부로 그 잣대를 정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페리샤는 감히 자신의 주인님을 함부로 죽이겠네 말겠네 지껄이는 마스지드를 향해 눈쌀을 찌푸리며 경고하였다.
하지만, 그녀는 페리샤의 말을 쉬이 이해하지 못하였다.
"제 처리 능력으로는 살라딘님의 말씀을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이런거지."
그 때, 진우가 페리샤의 어깨를 끌어당기며 그녀의 입술과 자신의 입술을 겹쳤고, 그의 갑작스런 행동에 깜짝 놀랐던 페리샤도 그의 뒷목에 매달리듯이 끌어당기며 진한 딥키스를 즐겼다.
"!!"
지금까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대체 어떻게 해야 금속으로 이루어진 안면이 웃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만) 여유롭게 대답하던 마스지드의 표정이 처음으로 경악으로 물들었다.
"쭈웁- 츕츕-"
일부러 추잡스럽게 느껴지는 혓소리를 내면서 페리샤의 혀를 탐하던 진우는 그녀의 어깨를 살짝 밀며 얼굴을 떨어뜨리자 타액으로 이루어진 실이 길게 늘어졌다.
휙!
키스를 끝낸 진우는 그녀의 어깨를 빙글 돌려서 등을 껴안더니 우악스럽게 탐스럽게 솟아오른 가슴을 움켜쥐었다.
"아흥……!"
"한마디로 네가 모시는 살라딘은 이 몸의 노예라는거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거냐! 감히 말단 전투원 주제에……!"
마스지드가 진우를 향해 공격의 의지를 보이자, 페리샤가 그녀를 향해 호통을 쳤다.
"그만! 감히 내 명령을 무시하겠다는거냐!"
"읏……."
솔직히 말해서 페리샤가 살라딘의 영혼을 가지고 있든, 아니든간에 그녀는 살라딘의 유전자로 태어난 인조인간이였기에 마스지드로선 그녀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었다.
당시의 살라딘은 아직 자신이 마음에 드는 몸을 만들지 못한 상태였고, 자신의 DNA를 사용한 인조 인간들을 철저하게 관리하였기 때문에 마스지드에게 자신의 유전자를 지닌 인조 인간에게 무조건 복종을 하게끔 명령을 내렸다.
그렇기에 자신의 최고 명령자인 살라딘의 몸을 함부로 주물럭거리는 최하급 조직원의 무례함을 못본척 넘어갈 수 밖에 없었다.
"후후후, 정말이지 너는 내 복덩이구만."
진우는 나지막히 웃으며 페리샤의 몸을 애무하듯 쓰다듬으며 그녀의 존재 자체를 칭찬하였다.
뛰어난 머리를 지녀서 자신의 보좌역을 맡는데다 이런 거대한 선물까지 안겨다주니 그녀의 존재는 진우에게 있어서 최고의 행운이나 마찬가지였다.
"마스지드, 이 전함에는 치료 시설이 있나?"
"…예. 치료 시설뿐만 아니라 자급자족이 가능한 식량 시설과 무기 생산 시설, 연구실까지 모두 존재합니다."
그 때, 페리샤가 치료 시설의 유무를 물어오자 이실리아의 생각이 퍼뜩 떠오른 진우는 치료 시설이 존재한다는 말에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지상에는 나의 동료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중 한 사람이 심각한 중상에 빠져있으니 당장 치료 시설을 가동할 준비를 하도록."
"명령을 받들겠습니다. 하지만, 넓게 퍼진 인원을 텔레포트로 소환하기엔 에너지의 소비가 불필요하게 소요됩니다."
"주인님, 잠시 지상으로 내려가셔서 모든 사람들을 모아두시겠습니까?"
"그러지."
원래 그런 잡일은 부하인 페리샤가 해야하지만, 마스지드가 불만어린 표정을 하고 있는 모습에서 자신이 사라졌다간 어디론가 사라지거나 다시 재소환하지 않을것 같다는 생각때문에 진우에게 그 일을 맡겨야만 하였다.
진우 또한 페리샤의 그런 의도를 이해하고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하였다.
"텔레포트를 하기 위해선 살라딘님이 서 계신 그 위치에서만 가능합니다."
마스지드의 말에 발밑을 보자, 자신들이 하얀 원처럼 생긴 둥근 바닥 위에 서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무곳이나 텔레포트가 가능한게 아니라는것을 깨닫은 페리샤는 원 밖으로 나섰고, 진우는 여유로운 자세로 원의 중심에서 대기하였다.
그 때, 페리샤가 마스지드에게 다가가 그녀에게 경고를 날렸다.
"혹시나 싶어서 말하는데, 나의 주인님을 우주 밖이나 이상한 지역으로 날려보내면 그 때는 네 머리통 안에다가 근사한 총알 구멍을 만들겠어."
"…알겠습니다."
역시 진우의 지낭답게 '만약' 이라는 이름의 사태까지 미연에 방지한 것이다.
'살라딘이라는 그 놈도 멍청하구만. 힘은 기회만 주어진다면 아무나 가질 수 있지만 저렇게 선천적으로 천재적인 머리는 쉽게 가질 수 있는 법이 아닌데.'
아마 페리샤는 살라딘이라는 인물의 또다른 가능성,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지력가라는 또 하나의 결과물이였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과는 다른 또 하나의 결과물을 단지 이능력의 재능이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최악의 쓰레기' 라고 단언하며 1회용 자살 폭탄용으로 써먹으려 한 살라딘은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해도 원활하게 조직을 운영할거라곤 생각되지 않았다.
"텔레포트를 시작하겠다. 마음의 준비를 해…두십시오."
최하급 조직원인 진우에게 반말로 퉁명스럽게 텔레포트에 준비하라고 말하던 마스지드는 페리샤의 매서운 눈빛에 마지막 부분에만 존댓말을 사용하였다.
슈웅--!
이윽고, 공기 빠지는 소리와 함께 진우의 몸이 사라졌고, 페리샤는 진우가 동료들을 한 자리에 모으는동안 전함 내부의 시설과 무장을 확인하고자 이것저것 확인하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너무 주인공이 쉽게쉽게 깽판만 치는게 아니냐고 묻는분들이 많은데, 나중에 '이때다!' 싶을때 포스있게 등장시킬 생각인지라 말은 못하겠지만 펜타곤도 일단 만만치 않고, 진우 또한 너무 쉽게 가는게 싫어서 일부러 전 세계를 적으로 만들기로 작정함.
게다가 나중에 외계인들이 찾아오면...이 이상은 말했다간 기대하는 맛이 떨어지니까 여기까지.
오히려 이름이 알려지면서 적이 많아지게 되고, 적들도 더이상 우습게 보지 않고 진지하게 진우를 위시한 삼태극을 적대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