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243화 (243/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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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하아…내가 왜 이러지……."

식탁용 의자에 편히 앉은 페리샤는 빠릿빠릿한 평소와 달리 팔다리를 추욱 늘어뜨리며 고개를 위쪽으로 치켜들었다.

'이실리아님을 치료할 수 있는 방안…평소의 나라면 그정도 문제쯤은 별거 아닐텐데…어째서 나는 궁리를 하면 할 수록 먼 길을 억지로 되돌아가는것 같은 기분이 드는걸까?'

솔직히 방금전의 질문은 몇초만 생각하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그런데 머릿속에서는 자꾸만 그녀의 머리가 돌아가는 것을 방해하였다.

잠시 눈을 감고 다시 한번 이실리아를 치료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생각해봤지만…….

'안 돼.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아.'

생각이 나지 않는건 둘째치고 아예 집중 자체가 되지 않는다.

'이건…….'

여러번의 생각끝에, 페리샤는 무엇때문에 생각이 나지 않는지 그 갈피를 약간 잡게 되었다.

'나는 이미 답을 알고 있어……? 대체 어떻게……?'

그렇다. 이실리아를 치료할 수 있는 답을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기분상으로는 답이 어떤식인지 대충 알고는 있는데 머리는 그 답은 커녕, 공식조차 모르는 상황이랄까.

말도 안되는 상황이지만, 페리샤의 머릿속은 현재 위와같은 상황이였다.

10점만점에 10점짜리 답을 알고 있다는 느낌 때문에 다른 7~8점짜리 답을 향한 계산을 무의식적으로 막고있는 상황.

그리고 그 10점짜리 답으로 향하는 공식은…….

두근-

"큿……!"

그 때, 페리샤의 심장이 고동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뒤이어 물밀듯이 달려오는 욕구.

"하아…대체 뭐야…어째서 이런 감정들이……."

그녀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짜증이 난듯이 중얼거렸다. 영화나 소설처럼 무슨 복선이라도 있어야 자신이 이상하게 되어가는지 이해라도…….

'잠깐…복선……?'

가까스로 몸을 진정시킨 페리샤는 이와같은 감정을 느낀 시간대를 확인하고자 천천히, 지금까지의 기억을 천천히 짚어나갔다.

'그때다.'

그리고 알아낸 사실은 살라딘의 유산을 처음 목격할때와 비슷한 상황인것을 확신한 페리샤였지만, 살라딘과 자신은 그 어떤 연관점도 찾을 수 없었다.

애초에 그녀가 최초로 가졌던 기억은 스웨덴에서 거지로 생활하던 때였으니까 이라크와는 거리가 너무 멀기 때문에 연계성을 찾기엔 무리가 있었다.

두근-

하지만, 살라딘의 연구 기기를 다시 생각하자 또한번 심장이 두근거리며 진우가 들고 있었던 패널이 떠오르더니 그 모습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페리샤는 성적 흥분과는 다른 두근거림을 심호흡으로 진정시켰지만, 계속해서 패널에 대한 생각만이 떠오르자 진우와 함께 이 일에 대해 논의하기로 결정하였다.

잠시 밖으로 나선 그녀는 진우와 함께 되돌아왔고, 자신이 느꼈던 감정들과 생각을 말해주었다.

"흐음……."

만약, 평범한 생각과 논리를 가진 사람이였다면 '이게 뭔 개소리지' 라며 화를 내거나 짜증내도 무방할 정도로 막연하고 비논리적인 설명을 들은 진우는 무언가를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이유 때문에 제대로 집중을 하지 못했던거로군. 뭔가 이상하다 했지."

"…죄송합니다."

"아니, 나라도 그런식의 막연한 설명으로 누군가에게 말해야 한다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있어."

솔직히 말하자면 진우로서도 참으로 당황할만한 일이였다.

그의 입장으로는 앞뒤 자르고 개연성없이 갑자기 튀어나온 결과물이였기 때문이다.

"살라딘의 연구기기들을 볼때 처음으로 그랬다고?"

"예."

"흐음……. 그렇다면 우리끼리 탁상공론 해봤자 의미가 없지."

그리고선 진우는 미리 가져온 패널을 꺼내들었다.

패널의 유전자 정보를 확인하는 것에는 돈도 필요없고, 특별한 자원도 필요없이 그냥 손만 올리면 된다. 의심이 간다면 왈가왈부하면서 시간을 허비하는것보단 일단 손을 올리고 보면 되기에 진행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꿀꺽-

어째서인지 긴장감을 느낀 페리샤는 마른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패널 위에 자신의 손을 올려두었다.

"……."

"……."

…………

하지만, 패널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아무 일도 없구만."

"예. 아무래도 단순한 착각……."

지이이이잉--

"!!"

"!!"

두 사람 모두 그럼 그렇지 라는 심정으로 패널을 회수하려던 찰나, 패널 자체에서 초록색의 빛이 감돌기 시작하였다.

"유전자 정보 확인 완료. 돌아오신것을 환영합니다, 살라딘님."

"뭣……!?"

우우우우웅~~!

패널 내부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깜짝 놀란 순간, 뭔가에 공명하는듯한 효과음이 들려오면서 패널을 중심으로 초록빛의 구체가 형성되더니 가까이 있던 진우와 페리샤의 몸을 삼킬 정도의 크기가 되었다.

그리고,

후웅!

바람이 작게 흔들리는 소리와 함께 진우와 페리샤는 패널과 함께 모습이 사라졌다.

---------

쉬익--

"윽!?"

"앗!?"

눈 깜짝할 사이에 풍경이 바뀌면서 이상한 장소에 도착하자, 페리샤가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으며 비틀거렸으나 진우가 그런 그녀의 어깨를 잡아주었다.

"괜찮아?"

"예, 감사합니다."

그의 팔을 붙잡아 균형을 유지한 페리샤는 진우와 함께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하였다.

"…어랍쇼? 이거 SF물에 나올법한 전함의 브릿지잖아?"

가장 먼저 내뱉은 진우의 감상평은 'SF물의 전함 브릿지' 였다.

뭔가 전문적인 무언가가 나올것 같은 화면들, 누가봐도 중요한 사람이 앉아야 할 것마냥 중심부에 딱 자리잡은 고급스런 의자. 그리고 정면에 위치한 거대한 화면까지.

얼추 자신들이 텔레포트 되었다는건 알겠는데, 대체 여기가 어디인지, 어떤 지역으로 왔는지 알 수 없는 진우와 페리샤는 주변을 확인해보려 하였으나, 그와 동시에 어디선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귀환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살라딘님."

"!!"

"!!"

지이잉-

그리고선 바닥 한쪽이 열리더니 전선 줄같은것을 머리와 등 뒤에 주렁주렁 달고 있는, 여성처럼 꾸며져 있으나 금속으로 이루어진 로봇이 올라왔다.

"아무래도 지상의 상황은 매우 좋지 않은가 보군요. 그런 실패한 실험체의 몸을 사용하시다니."

여기서 진우와 페리샤의 머릿속에서는 눈 앞의 여성형 로봇의 정체보단 로봇이 대체 어째서 페리샤를 향해 '살라딘' 이라고 부르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체 무……."

툭툭-

진우가 먼저 입을 열려던 찰나, 페리샤가 그의 옆구리를 슬쩍 찌르며 고개를 천천히 가로저으며 검지손가락으로 자신의 입을 가리켰다.

자신이 대화를 하겠다는 뜻임을 직감한 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다물며 그녀가 대화를 주도하게끔 뒤로 슬쩍 물러섰다.

"큼큼, 미안하지만 나는 몇년전에 머리에 큰 충격을 받아서 그 전의 기억을 모두 잃어버리고 말았다. 뭔가 익숙하긴 하지만 기억에 없어서 조금 당황스럽군."

역시 머리 하나로 아크로스의 간부까지 올라온 지혜와 경험 덕분에 멍청하게 다짜고짜 여긴 어디냐, 너는 누구냐같은 바보같은 질문으로 적이 될지, 아군이 될지 모르는 자에게 불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짓은 하지 않고 자신이 살라딘인척 꾸몄다.

"그렇습니까? 역시 실패한 실험작다운 결함이군요. 그런 쓰레기 같은 육체를 사용하셔야 할 정도로 적의 반격이 상당히 강했나봅니다."

"……."

페리샤는 그녀가 자신을 향한 '실패한 실험작' , '쓰레기 같은 육체' 라는 말에 짜증과 분노가 치솟아올랐지만, 어째서 로봇이 자신에게 그렇게 말하는건지, 자신이 어째서 살라딘의 유산을 작동시킬 수 있었는지에 대해 질문을 하기로 하였다.

"대체 어째서 나를 '살라딘' 이라고 부르는거지? 그는 50대 중후반의 남성인데 반해, 나는 20대의 여성인데 말이다."

"정말로 모든 기억을 잃으셨군요.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살라딘님께서 계획하신 계획에 대해 모두 설명하겠습니다."

그리고선 잠시 무언가를 검색하는지 여성형 로봇의 눈동자에서 빛이 들어오더니 몇 초 지나지 않아 빛이 사라졌다.

"살라딘님께선 염동력자 10등급의 이능력자이면서도 생체 지식또한 그 누구도 따라오지 못 하는 수준이였습니다. 그 지식 덕분에 약물이나 강화를 통해 생명은 연장시킬 순 있어도, 육체는 지속적으로 붕괴되어가는데다 몸이 늙어가기 때문에 제대로 된 전투조차 치룰 수 없을거라 예상한 살라딘님은 자신의 지식을 총동원하여 자신의 유전자를 바탕으로 한 복제 인간을 만들어, 그 육체에 자신의 영혼을 옮겨가며 전성기의 몸을 유지하면서 정복한 세계를 영원히 통치하고자 하셨습니다."

"!!"

그녀의 설명에 의해 자신이 살라딘의 유전자를 사용한 복제 인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크나큰 충격을 받은 페리샤는 다음 질문을 하였다.

"그렇다면 '이 몸' 은 어째서 실패작이라고 불리우는거지?"

"살라딘님이 원하시는 몸은 염동력 10등급의 힘을 가진 젊은 복제 인간이셨습니다. 하지만, 그 육체, 실험체 넘버 071-F 는 살라딘님의 유전자를 사용하고도 이능력에 대한 재능이 전무한 최악의 쓰레기였습니다. 살라딘님은 자신의 유전자를 타고 태어났으면서도 이능력에 대한 재능이 0%인 넘버 071-F를 폐기할 가치도 없는 쓰레기로 분류, 동료 텔레포트 능력자를 통해 스웨덴에 버리셨습니다."

바들바들……

계속되서 이어지는 충격적인 진실. 페리샤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눈망울에 물이 차기 시작하였다.

자신이 구걸과 쓰레기통을 뒤져가며, 썩은 음식을 먹어 복통에 죽을것 같은 고통을 느껴왔던 이유가 단지 '실패한 실험체' 를 쓰레기통에 버리듯이 처리한 사실에 살라딘을 향한 증오심이 그녀의 마음을 채워나갔다.

마음 같아선 자신을 최악의 쓰레기라고 단정짓는 로봇을 때려부수고 싶은 충동과 충격적인 사실에 몸을 떨던 페리샤는 진우가 자신의 손을 잡아주는 감촉을 느낄 수 있었다.

'신경쓰지마.'

그렇게 말하는듯한 눈빛과 함께 자신의 손을 따뜻한 손으로 꼬옥 잡아주자, 마음이 조금 진정된 그녀는 나지막히 한 숨을 내쉬었다.

'그래, 일이 어찌됐든간에 지금의 나는 내가 모실 가치가 있는 주인님이 내 곁에 있어.'

그리고선 그녀 또한 진우의 손과 깍지를 끼듯이 맞잡았고, 그의 체온이 느껴지자 방금전보다 좀 더 당당해진 음색으로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그런데 굳이 이라크에서 힘들게 스웨덴까지 가서 버린 이유는 무엇이지? 그리고 그 최악의 실험체인 내가 '살라딘' 이라고 확신하는 이유는?"

"넘버 071-F 실험체와 비슷한 실패작들은 각자 다른 국각에 버려지기 전에 뇌에 세뇌 장치가 붙어있습니다. 추후에 나이를 먹고 각자의 삶을 살아갈때, 살라딘님께서는 '그것' 들에게 자살 테러 명령을 내려서 적의 중요 인물과 중요 거점의 타격, 혼란을 부추킬 역활을 맡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살라딘님이라고 믿는 이유는 저의 모든 연산능력으로 계산을 해봐도 실험체 071-F가 이 곳까지 도달할 확률이 0.001%에 불과하였기 때문입니다."

"큿……."

만약, 살라딘이 살아남았다면 자신이 그의 명령에 폭탄을 짊어지고 자살 테러를 감행해야 하는 운명이라는 것을 알게 된 페리샤는 처음으로 살라딘을 처리하기 위해 모인 영웅들이 너무나 고마워졌다.

게다가 로봇의 말대로 진우라는 변수가 아니였다면 자신은 아크로스를 조금이라고 갉아먹기 위해 복수에 자신의 영혼을 불태우며 피폐한 삶을 살다가, 어디선가 이름도 모르는 땅에서 싸늘한 시체가 되어 나뒹굴고 있었으리라.

꼬옥-

그런 그녀의 반응에 진우는 손을 좀 더 힘있게 쥐면서 정신차리라는 신호를 보냈고, 분노에 이성이 잠식당할뻔한 그녀는 재정신을 차리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기로 하였다.

"그 패널을 통해 우리가 텔레포트 되었다는 사실을 알겠지만, 이 설비는 대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거지?"

"이곳은 설비가 아닙니다."

"?"

지잉-

그 때, 정면에 위치한 화면의 전원이 켜진듯이 하얀 화면이 나왔고, 약간의 시간이 흐른후에 화면에는 원반형으로 이루어진 기계같은 것이 떠올랐다.

'어라? 나 저거 옛날 영화에서 본 것 같은데? 인디펜던스 데이에 나오던 외계인들의 전함이잖아?'

자신이 한참 어렸을때 재방송으로 봤었던 영화에 나온 외계인의 원형 전함과 거의 비슷하게 생긴 생김새에 저걸 왜 보여주지 싶어 머리를 갸웃거렸다.

"코드명 지하드, 이 곳은 전고 143m, 전장 525m, 전폭 197m, 최대 1400명의 전투 인원을 탑승시킬 수 있는 전함의 함교입니다."

"뭐……!?"

"허……?"

기계 로봇의 대답에 진우와 페리샤는 처음으로 멍청한 표정을 지으며 믿지 못하겠다는듯이 헛바람을 들이켰다.

"그리고……."

잠시 말끝을 흐린 로봇은 또다시 눈에 빛이 나더니, 기이잉 하면서 무언가가 열려지는듯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기계음과 함께 거대한 화면이 위로 올라가고, 정면 부분에 위치한 거대한 금속이 좌우로 펴져나갔다.

그리고 진우와 페리샤가 목격한 것은,

"뭐…뭐야 이건!"

"……!!"

금속에 가려져 있던 강화 유리 너머로 영롱한 보석처럼 아름다운 모습을 가진 원형 구체의 행성, 지구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지하드는 전함이면서도 우주에서도 이동이 가능한 항성간 항해선이기도 합니다."

"……."

"……."

진우와 페리샤는 눈 앞의 광경을 쉬이 이해하지 못하였지만, 기계 여성은 그런 그들을 무시하며 다시 한번 페리샤를 향해 인사하였다.

"당신께서 평생을 걸고 건조하신 세계 정복용 전함, 지하드에 오신것을 다시 한번 환영합니다, 살라딘님."

============================ 작품 후기 ============================

살라딘의 유산은 초 거대 전함이였습니다. 솔직히 세계 전체라는 무대를 여기저기 옮기기 위해선 전함이 최고 아님?

좋아! 이걸로 내 소설은 더더욱 막장을 향해 달려나간다!

PS:오늘 야근해서 늦게 글을 올립니다. 정말 간만에 사람 하나 제대로 혹사 시켜먹는군요. 씹씹씹!

PS2:다음편에 생물학 지식 만렙인 살라딘이 함선을 어떻게 만들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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