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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미트 브레이커-222화 (222/923)

0222 / 0923 ----------------------------------------------

3장

평소의 시릭 사령관이였다면 쿠르드 민족이 아닌 그 누구에게도 살라딘의 연구 기기를 넘기긴 커녕, 존재감조차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전에 말했듯이 치우제 무기라는 마약으로 인해 승리라는 이름의 중독에 걸려버린 그는, 자신들이 아무리 가지고 있어도 쓸모 없는 물건을 넘겨줌으로서 당장 전력이 가능한 파워 슈츠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인해 과학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치우와 거래를 하게 되었다.

총 5번에 걸쳐서 건내주겠다는 시릭 사령관의 말을 기억하고 있던 진우는 연구 기자재와 파워 슈츠를 만들 수 있는 여러가지 재료들을 받은 후, 두번째 연구 기기가 재료들과 함께 운송되어왔을때 시릭 사령관의 중독 현상을 더더욱 부채질 하고자 일부러 제대로 된 파워 슈츠 하나를 내주었다.

원래 마약상은 새 물건이 나오면 일부러 인심좋게 주면서 중독질을 부채질하는 법.

거기다가 쿠르드 독립군이 사용할 수 있는 무기들로 내장 무기의 충전이 가능하도록 하였고, 중동에서는 물보다 싼 석유를 연료로 사용하여 위력은 떨어져도 지속적인 보급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예전에 시리아의 파워 슈츠를 노획하여 그것을 사용해본 경험이 있던 정예병으로 하여금 파워 슈츠의 실험 기동과 적응 훈련을 가지도록 하였다.

전에 파워 슈츠를 사용한 덕분에 빠르게 익숙해진 정예병으로 하여금 그나마 만만한 시리아 정부를 상대로 파워 슈츠의 성능을 확인하도록 하였다.

결과는 대만족.

전차의 포격을 맞아도 흠집이 꽤 크게 나긴 하지만 딱 그 정도일뿐이고, 슈츠에 내장된 무기들로 시리아 정부군의 전차들을 처리하고, 마찬가지로 슈츠에 내장된 근력 강화 시스템 덕분에 무기가 다 떨어져도 단기 돌진으로 수십, 수백의 병사들을 학살할 수 있었다.

흥분한 정예병이 너무 혼자 돌진해서 슈츠 여기저기가 흠이 나고 그을린 자국이 선명하게 났지만, 그 정도는 쿠르드 기술자들이 수리가 가능할 정도였기에 큰 문제는 아니였다.

그 소식은 시리아 정부를 강타하면서 충격을 주었지만, 그 모습을 목격한 쿠르드 독립군에게도 큰 충격을 주었다.

특히, 치우를 향해 비굴하게 머리를 조아려야만 했던 시릭 사령관도 그 결과에 매우 흡족해 하였고, 지금까지 전략 전술로 전선을 유지해왔던 그는 치우제 병기에 중독되어 자신의 경험이 서린 지휘보단 병기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 세번째 연구 기기와 파워 슈츠의 재료가 도착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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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이. 여기다가 다 내려."

"예!"

치우는 해체했던 병사용 막사를 다시 설치하면서 그 안을 살라딘의 연구 기기들을 놓는 장소로 사용하였다.

간부들로부터 삼태극의 심기를 건드리면 안된다고 철저하게 교육 받은 병사들은 진우가 손가락으로 지시하는 곳으로 연구 자재들을 내려놓았다.

살라딘의 연구 기기라면 모든 국가에서 눈을 치켜뜨며 달려들만한 물건들이지만, 그는 그런 레어 아이템을 흙먼지가 묻지 않게끔 대충 판을 깔아둔 병사용 막사에다가 보관하고 있었다.

기기들을 운반하던 병사들도 자신들이 과학 분야에 대해 잘 아는건 아니다만, 이렇게 보관하는건 좀 아니지 않을까 싶었으나 뭐 어쩌겠는가. 시키는대로 하라면 해야지.

"아, 그리고 돌아가는 길에 내 부하가 파워 슈츠 하나를 준비하고 있으니까 조금 기다렸다가 받아가라고."

"예! 감사합니다!"

그들도 시리아 전선에 투입된 파워 슈츠가 어떤 활약을 하고 있는지 들었기에, 마치 직속 상관을 대하듯이 깍듯하게 고개를 숙였다.

'다음 파워 슈츠는 방어력 특화로 갈까?'

3번째 파워 슈츠는 '시간과 예산을 조금만 더 주신다면' 특성을 이용하여 방어력 특화의 불량품을 만들어낼 계획을 세운 진우는 얼추 형태가 갖춰나가는 연구 기기들을 살펴보았다.

첫번째와 두번째는 어떤것을 조정하는 시스템을 갖춘 기기였다면, 세번째는 그것과 연결된 거대한 특수 유리로 만들어진 배양 시설이였다.

'흐음. 무언가를 배양하기 위한 물건인건 분명하군. 살라딘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아니, 무엇을 위해 여기에 있던 '어떤것' 을 배양해낸걸까.'

아무래도 기기가 모두 모이지 않다보니 아이템 창을 확인해도 단편적인 정보들만이 모인다.

이 모든것을 하나로 만들어야만 모든것이 연결된 하나의 기기로 완성되어 무엇을 위해 만들어진 것인지 알게 되리라.

"응? 그런데 이 패널은 뭐시여?"

쿠르드 독립군이 가져온 세번째 연구 기기는 배양 기기와 별다른 특징이 없는 검은색의 상자같이 생긴 패널이였다.

아니, 정확히는 위쪽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에 손바닥 전체를 넣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는데, 자세히 확인해보니 어딘가에 무엇을 끼워넣는 구멍이나 연결할 수 있는 전선같은것도 없는걸 보아하니 다른 연구 기기와 독립된 물건임이 분명했다.

'아이템 창 확인.'

일단 봐도 모르겠다면 아이템 확인 고고.

-인식 패널-

-손바닥 전체를 넣을만한 공간이 있는 검은색 패널.-

'에? 이게 끝이야?'

너무나 실망스러운 내용에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던 그 때, 갑작스럽게 메세지음이 떠올랐다.

-기계를 해석할 수 있는 기계학 지식에 의해 새로운 정보를 알아내었습니다.-

-유전자 인식 패널-

-공간에 손바닥을 넣으면 자동으로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있게 된다. 패널에 등록된 유전자 정보가 손의 주인과 동일하다면 어딘가로 신호를 보내게끔 되어 있다.-

'호오?'

일단 손의 주인은 둘째치고, 어딘가로 신호를 보내게 되어있다는 문구에 관심을 집중시킨 진우는 더이상의 추가 설명이 없는것으로 보아 신호를 보내는 위치, 혹은 누군가의 정체까진 알아낼 수 없다는 것에 약간 실망하였으나, 이것만 해도 매우 큰 수확이였다.

'아무래도 쿠르드 독립군 녀석들은 이 물건을 실컷 조사하다가 막혀서 나한테 온 모양이구만.'

중요한점은 어딘가를 향해 신호를 보내는지와 어떤 유전자를 가진 사람의 손을 올려둬야 하는지다.

'그러고보니 지금은 전사했지만 살라딘의 아들이 있었다고 했었지. 그런데도 이 물건이 내게 왔다는 것은 그 녀석의 유전자는 이 패널이 원하는 유전자가 아니라는 뜻이야.'

아마 시험적으로 살라딘과 아주 약간만이라도 관련이 있는 이들 전부가 -옆집 주민부터 그가 여러번 들렀던 상점 주인까지 모두- 이 패널 위에 손을 올렸을 것이다.

'혹시 살라딘 본인의 유전자가 아닐까?'

그렇다면 일이 정말 곤란해진다.

어떤 위치, 혹은 누군가를 향해 신호를 보내는건지 몰라도 살라딘은 이미 예전에, 그것도 진우가 플레이를 하기 이전에 이미 사망 처리된 설정상의 캐릭터란 말이다!

'혹시 알고보니 살라딘은 안 죽었고 어디선가 힘을 키운다음에 갑툭튀해서 등장하는건 아니겠지?'

거기다가 게임상 최종 보스가 부활한 살라딘이라던가…….

오만가지 예상과 상상을 하면서 '만약에' 라는 이름으로 여러가지 생각을 끊임없이 하던 진우는 자신의 명령으로 파워 슈츠 한 대를 쿠르드 독립군에게 보내준 페리샤가 기척을 내는것도 느끼지 못한채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있었다.

'주인님은 뭔가 실마리를 알아내신 모양이네. 굳이 방해하지 말고 나중에 보고해야지.'

처음엔 진우에게 시선을 집중시키던 페리샤는 살라딘의 연구용 기기를 향한, 누구라도 가질법한 당연스런 호기심으로 배양 시설을 확인하였다.

'읏……?'

순간, 배양 시설이 두 눈에 들어온 페리샤는 자신도 모르게 속이 뒤틀리며 구토감을 느끼며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본능적으로 강한 거부감을 느낀 그녀는 그대로 빠르게 천막 밖으로 빠져나왔고, 혼자만의 세계에서 여러가지 상상을 하느라 페리샤의 그런 행동을 목격하지 못한 진우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가고 있었다.

'큭……!'

막사 밖으로 나온 페리샤는 구역질 다음으로 머리가 깨질것만 같은 두통을 느꼈다.

마치 고물 영사기처럼 배양 시설과 처음보는 남자의 흐릿한 얼굴, 그리고 그 얼굴 너머에서 깊이 느껴지는 '실망감' 이 차례차례 넘어가면서 그녀의 뇌와 심장을 후벼팠다.

하지만,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방금전의 고통들이 거짓말처럼 사라지게 되었지만, 그 고통의 존재는 자신의 온 몸을 뒤덮는 식은땀에 의해 증명되고 있었다.

'뭐였지, 방금 그건……?'

자신의 지식에 맹세코, 방금전의 모습들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겪어본적도, 목격한적도 없었다.

대체 방금전의 기억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한가지 분명한것은 흐릿하게 나온 남자의 모습은 자신을 명백하게 싫어하고 있다는 점이다.

곰곰히 그 기억을 다시 한번 떠올릴려 하였지만, 아무런 더이상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았고, 혹시나 싶어서 배양 시설을 확인해봤지만 방금전에 느꼈던 거부감,구토감이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응? 무슨 일 있나?"

그 때, 생각을 마치고 페리샤의 기척을 느낀 진우가 물어왔고, 그녀는 자신이 느낀점에 대해 말하려 하였으나 불명확한 정보…그것도 본인의 착각일지도 모르는 정보를 말하는게 얼마나 우스운 짓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쿠르드 독립군에게 파워 슈츠를 전해주었습니다. 다음 수송은 사흘 후에 도착한다는 소식과 미군이 추가 파병을 보낸 군대가 편성을 마치고 내일쯤에 도착한다고 합니다."

"그래? 규모는?"

"저도 들은 얘기인지라 정확히 판단이 불가능하지만, 분명한것은 상당한 대규모 수송이 이루어질 예정이랍니다."

"흥. 꽤나 발악해주시는군. 뭐, 어차피 녀석들의 부대가 많을수록 그만큼 보급품도 많겠지."

패널에 놓을 손의 유전자가 살라딘이여야 할 것 같다는 예상을 하게 된 진우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모든 연구 기기들을 받아챙긴 다음에 이라크 서부로 이동하기로 결정하였다.

"하지만 미국도 바보는 아닙니다. 게다가 하린 양의 위력을 맛보았으니 그녀를 막아낼 이능력자…최악의 경우에는 X-Force 의 대원들이 파병올지도 모릅니다."

"크크크큭. 그거 꽤 재미나겠구만 그래."

미국 정부 소속의 이능력자 중에서 가장 뛰어난 이들만을 추린 이능력 부대, X-Force의 이름은 전부터 들어서 알고 있었다.

아마 그들이 온다면 상당한 정예 이능력자가 올테고, 그만큼 좋은 위치에 있다보니 자존심도 상당히 강한 인물들일 터.

"그 녀석들의 자존심을 깔아뭉갰을때의 표정…꽤나 기대 되는구만."

그렇게 나지막히 웃어보인 진우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노예들의 파워 슈츠를 강화 해주기로 결정하면서 작업에 착수하였고, 배양 시설을 향해 멍하니 보고 있던 페리샤는 이내 고개를 돌리며 원래 자신이 하던 일을 시작하였다.

============================ 작품 후기 ============================

몇몇 분들께서 게임 밖에서의 활동, 혹은 게임과 현실간의 시간대를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만, 솔직히 말해서 그 부분에 대한 설정은 '완전히' , '조금도' 만들지 않았습니다.

저는 강도가 높은 ㅅㅅ씬이나 주인공의 개객끼 짓에도 '에이, 게임인데 님들 뭐가 그리 심각하셈 ㅋ. 게임이니까 가능한거죠~' 라는 변명을 위해서 게임 소설이라는 장르를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본심은 기연을 통해 게임 능력을 가진 주인공이 이능력자가 판치는 세계에서 살아가는 현대 퓨전물같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 고의적으로 게임 밖의 내용을 완전히 베제하고 있습니다.

게임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지만 게임같지 않은 느낌을 통해 양쪽 모두 잡으려는 의도라고 해야 할까요.

한마디로 게임 밖에서의 활동이나 게임과 현실의 시간대 비율같은건 아예 설정이 잡혀있지 않으니까 그 부분은 아예 무시하시는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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