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214화 (214/923)

0214 / 0923 ----------------------------------------------

3장

쿠르르르르---!

기지간의 정기 연락이 끊겨서 수차례나 무전을 보냈지만 십여분간 아무런 답이 없자, 무전조차 칠 수 없을 정도로 격렬한 전투가 한창이거나 이미 전멸을 당하였다는 뜻이였기에 주변의 기지들은 사령부에 원군을 요청함과 동시에 세 곳의 기지 병력이 모여서 한꺼번에 이동을 개시하였다.

성동격서의 가능성을 대비하여 아주 많은 병력을 보낼 순 없었지만, 그래도 세 기지의 병력이 모이니 꽤나 많은 수를 모을 수 있었다.

병사들을 태운 이십여대의 장갑차와 군용 수송 트럭, 험비까지 동원되어 연락이 끊긴 기지로 향하였고, 갑작스럽게 일어나서 약간 피곤해하던 병사들은 모두 전쟁을 겪어온 베테랑이다보니 빠르게 정신을 차리며 전의를 불태웠다.

타타타타타타……

연락이 끊긴 기지와 가까워질수록 총성음이 나지막히 들려오기 시작하자, 장교들과 부사관들은 긴장을 늦추지 마라고 병사들을 독려하였다.

"흐음. 생각보다 숫자가 좀 적어보이네."

그 때, 적외선 장비로 지원을 오는 미군의 장갑차 숫자를 확인한 하린은 숫자가 적다는 것이 좀 아까운지 입맛을 다셨다.

"뭐하면 내가 처리해줄까?"

옆에서 하체를 거미로 변환시킨 리엘루스가 물어왔으나, 하린은 고개를 내저었다.

"그동안 도시에서 활동하느라 제대로 힘을 써본적이 없었거든. 이번엔 그런 제약 없이 마음껏 힘을 써보고 싶어."

그렇다. 하린의 힘은 범위가 넓은 바람의 힘.

하지만, 주 활동 지역이 인구수 천만을 넘는 서울이였기 때문에 그녀는 지금까지 자신의 힘을 억제해오면서, 아군이 휩쓸리지 않게 주의하면서 힘을 써야만 했다.

아군까지 관리해야하다 보니 그만큼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해야만 했고, 진우로부터 영웅으로서의 삶을 부정당하고 거기에 인정하면서 스스로 세계 정복을 노리는 악인의 노예가 된 지금의 하린은 힘을 개방하는데 꺼리낌이 없었다.

게다가 이 곳은 자신의 마음속 한 구석에 남는 양심을 건드릴만한 장애물(민간인)조차 없는 완전한 평야지대.

"그럼 나는 남아있는 놈들을 처리하지."

파사사사사삭--!

리엘루스는 그렇게 말하며 6개의 거미 다리로 재빨리 땅굴을 파면서 안으로 들어갔고, 하린은 천천히 눈을 감으며 아무런 장애물 없이 흘러오는 바람의 기운을 만끽하였다.

후웅…휘이이이이……

그녀의 중심으로 작은 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하였고, 작은 바람은 점점 거세지면서 흙먼지가 그녀를 중심으로 휘날렸다.

하지만, 그 중심에 있는 하린은 머리칼 하나 날라가지 않을 정도로 고요하였다.

"스으읍--"

크게 심호흡한 그녀는 자신을 중심으로 휘몰아치는 바람의 기운을 점점 강맹하게 만들었고, 더이상 아무것도 지키지 않으며 자신의 마음대로 능력을 써도 된다는 생각이 그녀가 평소 억제하던 영역의 리미트가 해체되었다.

투투투투투투투--!

그 때, 저 멀리서 적외선 장비로 그녀가 바람의 힘을 모으고 있는것이 포착되면서, 하린을 적으로 인지한 미군이 장갑차 위의 기관총으로 사격을 가하였다.

"흡."

하지만, 그 정도는 이미 예상한 하린은 나지막한 신음성을 내지르며 바닥을 손바닥으로 내리치자, 휘몰아치던 바람이 모여들면서 그녀를 중심으로 거대한 흙먼지의 회오리로 응축되었다.

휭휭휭휭---!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불빛을 토해내며 날라오던 기관총의 탄환은 그녀를 숨긴 바람의 막과 부딪히는 순간, 그대로 궤적이 휘어지더니 그대로 뒤쪽으로 날라갔다.

투투투투투투--!

기관총들의 거친 총성음이 계속해서 들려오고 탄환의 궤적이 어둠을 뚫으며 날라왔으나, 그 어떤것도 회오리의 막과 부딪히면서 궤적이 엉망진창으로 휘어져 나갔다.

그렇게 기관총의 공격을 손쉽게 막아낸 하린은 주변에서 느껴지는 자유로운 바람의 힘을 느끼며 무아지경의 영역에 도달하기 시작하였다.

'아무에게도 구속되지 않는 자유로운 바람. 처음 내가 이능력에 각성했을때도…….'

비록, 자신을 정부에 팔아치운 부모였지만, 그래도 나쁜 추억만 있는건 아니였다.

특히 가족들과 함께 탁 트인 공원에서 시원한 바람을 만끽하며 즐거워하다가 바람을 기반한 염동력…염풍력의 힘을 얻게 된 하린은 각성했던 그날과 비슷한 감각을 '지금에서야'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위에 설명했듯이 바람의 힘이라는게 워낙 영역이 넓다보니 언제나 민간인이나 차량, 건물의 피해까지 생각해가며 능력을 써야만 했기에 자신의 힘을 각성했었던 그 날과 같은 바람을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어릴때부터 정부의 사람들로부터 세뇌되듯이 주입받은 시민을 지켜야 하는 영웅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 사명감으로부터 자유로워진 하린은 그제서야 자신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나는 사람을 지키고 싶어서 이능력자가 되었던게 아냐. 단지 바람의 느낌을 즐기고 싶어서…나 자신이 원하는 바람이 되고 싶었던 거야…….'

휘이이이이이---

순간, 그녀를 중심으로 엄청난 폭풍이 몰아치기 시작하였고, 그 폭풍들은 한 자리에 모이기 시작하더니 거대한 회오리가 순식간에 탄생되었다.

"저…저게 뭐…야……."

군용 수송 트럭과 험비에 타고 있던 병사들과 장교들은 어두운 밤에서도 똑똑히 보이고 느껴지는 거대한 회오리의 모습에 경악감을 감추지 못하였다.

가끔씩 미국 재난 방송에서는 평야에서 일어난 거대한 토네이도 영상을 찍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토네이도에게 휘말린다면 자동차나 트럭은 가뿐히 날라가게 되고 심한 경우엔 집을 지탱하는 기둥과 뿌리까지 뽑혀져 나간다.

지금 그들 앞에 나타난 회오리는 바로 그 수준의 토네이도 였다.

휘이이이잉--!

게다가 놀라운 점은 그 토네이도가 각기 다른 방향에서 계속해서 나타나기 시작하였다는 것이다.

하나 하나가 장갑차는 물론, 전차마저 날려보낼 수 있는 토네이도가 수 개 이상 나타나자, 지휘관들과 이능력자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후…후퇴! 후퇴해! 빨리 여기서 도망치란 말이야!"

지휘관들은 현대 무기로 항거할 수 없는 거대한 자연 재해를 향한 공포로, 이능력자들은 자신들이 대항할 수 없는 강력한 이능력의 힘에 전율하며 퇴각을 명령하였다.

염동력자들은 상대방의 힘에 간섭하여 적이 만들어낸 자연 현상을 인위적으로 멈추게 만들 수 있는데, 눈 앞의 이능력은 1~4등급 이능력자들이 수백명이 모여도 막아낼 수 없는 거대한 힘의 흐름을 느낄 수 있었기에 염동력자들은 아예 전의를 상실해버렸다.

모든 차량들은 잠시 브레이크를 밟아 멈추고 그대로 핸들을 돌려 자신들이 왔던 방향으로 되돌아가려 하였으나, 회오리를 만들어낸 하린은 토네이도의 속도까지 조절할 수 있었다.

"으아아악! 살려줘어어어어어어어어---!"

수송 차량들의 뒤를 바짝 따라온 토네이도들의 풍력을 이겨내지 못하고 수송용 트럭에 있던 병사 하나가 바람에 휘말리면서 비명과 함께 하늘로 솟구쳤다.

다른 병사들은 뭐든지 좋으니 단단히 고정되어 있는것을 꽉 붙잡기 시작하였으나, 그들이 탄 수송 트럭이 풍력의 이끌림을 이겨내지 못하고 차의 뒷 부분이 들려지기 시작하였다.

휘이잉!

"끄아아아악!"

"으아아아!"

결국, 토네이도의 속도에 잡아먹힌 수송용 트럭과 거기에 타고 있던 병사들은 비명을 지르며 토네이도에 휘말리면서 하늘로 날아올라갔고,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해서 가까워지는 토네이도들에 의해 수많은 수송용 차량들이 잡아먹혔다.

부우우우웅--!

"달려! 달리라고!"

유일하게 맨 후열에 있었던 지휘관용 험비는 그나마 토네이도로부터 조금씩 멀어질 수 있었고, 자신들이 저들중 하나가 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인간의 당연한 생존 욕구로 조금씩 안심하고 있을때.

촤악!

갑자기 그들의 앞에서 거대한 낫처럼 생긴 날카로운 거미의 앞다리가 튀어나왔다.

스컥!

쿠콰캉!

"끄악!"

"크아악!"

거미의 앞다리를 향해 전속력으로 돌진하던 험비는 엄청난 절삭력으로 인해 반으로 두동강났고, 반으로 나뉘어진 험비는 그대로 나동그라지면서 탑승자들을 내팽개쳤다.

"크…케헥……!"

지휘관용 험비에 탑승한 인원들은 모두 그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신체 일부분이 쓸려나가거나 목이 부러진채 사망하였으나, 등부터 넘어지면서 엄청난 부상을 당하긴 했어도 가까스로 살아남은 운전병은 모든 동료들을 집어삼키고 자신마저 삼키려는 토네이도의 모습에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씨…발……"

휘이잉--!

토네이도는 마지막 생존자인 운전병까지 집어삼켰고, 모든 미군을 집어삼킨 토네이도들은 한동안 제자리에서 맴돌다가 갑작스럽게 뚝 하며 사라졌다.

"……아아아아아아아---!"

메아리처럼 멀리서 들려오던 인간들의 비명 소리가 조금씩 강하게 울려퍼졌고, 그들의 비명 소리가 매우 가깝게 들려올때,

콰직! 콰차차창! 쿠쾅!

인간의 몸이 곤죽이 되는 소리, 장갑차를 비롯한 모든 군용 차량들이 부서지는 소리들이 울려퍼졌다.

쿵! 콰당!

엄청난 소음과 함께 한꺼번에 떨어진 모든 미군의 모습은 그야말로 처참하였다.

군용 차량중에선 정상적인 하나도 없는데다, 그나마 형체를 유지하고 있는 장갑차도 대부분이 몸체가 반으로 찌그러진 상태인데다 안에 탑승한 인원들도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내장이 파열되는 충격을 받으면서 대부분이 사망하였다.

그나마 살아있는 이들도 충격으로 파괴된 내장이 안겨다주는 고통을 느끼다가 과다출혈로 사망하게 되리라.

휘이이이……

모든 미군이 사망하였음을 확인한 하린은 염동력을 거두자, 염동력의 흐름으로 회오리를 만들던 강맹한 바람이 순식간에 사방으로 흩어지며 거대한 강풍을 만들어냈다.

"후우……."

털썩-

하린은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무릎을 꿇으며 털썩 주저 앉았고, 일교차가 크기에 밤에는 매우 추운 사막의 기온에도 불구하고 굵직한 땀을 비오듯이 흘렸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능력자가 된 이후부터…아니, 정확히는 이능력을 각성했을때 느꼈었던 자유로운 바람을 느낀 그녀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사람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 따윈 아무래도 상관없다.

자신의 힘을 언제든지 마음껏 개방할 수 있다면 악당이 오히려 사람을 지켜야 하는 정의의 영웅보다 훨씬 매력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하린은 간만에 힘을 실컷 써서 후련해진 미소를 지어보였다.

쿠드드드드드!

그 때, 땅 속에서 하린의 보조를 맞춰주던 리엘루스가 땅 위로 올라오면서 그녀가 만들어낸 거대한 참상을 목격하였다.

"…대단해……. 이 정도의 힘이라면 하늘이나 바다에서도 활약할 수 있겠어. 아마 처음부터 이 힘을 썼다면 주인님도 쉽게 당해낼 수 없었겠는걸?"

리엘루스의 말대로 하린이 제대로 자신의 힘을 개방했더라면 진우조차 그녀에게 접근하는게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다.

원거리 공격은 탄환의 궤도를 빗겨내는 바람의 막으로 방어하고, 아무리 모든것을 파괴하는 괴력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거대한 토네이도가 진우를 휩쓸어버렸다면 신체 강화 10등급이 있으니 죽진 않더라도 속수무책으로 당했으리라.

"아니…주인님이 아니셨다면 나는 평생동안 이런 힘을 쓰지 못했을거야. 그 분이 내 앞에 오지 않으셨다면 시민의 재산까지 지켜야 하니까 능력을 억제하라는 명령 때문에 내 힘이 이정도라는 것조차 모르면서 살아갔겠지."

인구 천만의 도시, 서울 시내 한복판에 이 기술을 사용했다간 엄청난 사태가 일어날 것이다.

최소 수천명이 죽어나갈것이고, 건물과 자동차 같은 재산 피해도 어마어마했으리라.

하지만, 지금은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이제는 자신을 종속하는 것은 수많은 시민도, 그들을 지켜야 하는 영웅심리도, 정부의 명령도 아닌, 자신을 복종시킨 '수컷'의 명령 뿐이니까.

"하…하하하하…이렇게 간단한걸…이렇게 쉬운걸…바보같이 사람을 지키겠답시고 억제하고 있었던 내 자신이 한심하네……."

힘없이 중얼거린 하린은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이보다 더 빨리 이 사실을 알아냈더라면 그때의 자신은 진우에게 잡히지도 않았을테고, 설령 잡힌다 하더라도 그에게 복종하지 않았을테니 말이다.

"이제 슬슬 기지로 이동하자. 소리가 점점 작아지기 시작했어."

"응……."

그녀가 말한 소리가 기지에서 학살당하는 중인 미군의 비명 소리임을 눈치챈 하린은 몸을 일으키려 하였으나, 갑작스럽게 모든 힘을 개방한 후폭풍으로 인해 다리가 완전히 풀려버린 상태였다.

"끙…끄응……."

"후우."

리엘루스는 하린이 끙끙거리며 일어서지 못하는 것을 보며 나지막히 한 숨을 내쉬었고, 날카로운 앞다리의 칼날을 제거하고선 그녀의 몸을 팔로 안아들며 자신의 몸 위에 올려주었다.

"아…고마워……."

"……."

이성과 생각이라는 것을 얻게 된 이후부터 언제나 고통스러운 실험과 고문을 받아오면서 인간을 향한 증오를 불태웠지만, 자신과 똑같이 인간들에 의해 어렸을때부터 힘을 억제 당하고 자유를 만끽하지 못하며 정신적인 고통을 겪어온 하린이 남처럼 느껴지지 않은 리엘루스는 다른 노예들에겐 허락하지 않는 자신의 몸 위를 허락해주었다.

'정말이지 혼자 둘 수 없게 만드는 피곤한 성격이네.'

차박 차박 차박-

끝이 날카로운 리엘루스의 다리들은 학살극이 거의 끝나가는 기지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하였고, 다리 끝과 땅이 만나면서 생겨나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울려퍼졌다.

============================ 작품 후기 ============================

어떤 분께서 제게 쪽지로 좋은 가르침을 남겨주셨습니다.

대다수의 할렘물 소설들은 여자들이 많아질수록 개성이 없어지면서 중후반부를 시작으로 몇몇 주연 캐릭터들만 제외하고선 나머지가 공기화 된다는 문제가 진행중이라는 것인데, 저 또한 예전의 소설들로 그 부분을 알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어느새 그 사실을 망각해서 더 많은 여자들을 노예 후보로 만들고 있더군요.(머릿속에선 최종 노예 숫자가 25명 이후로 계속해서 증식되어 가고 있는중이였음)

그래서 노예는 왠만하면 더이상 추가하지 않고 현재 얻은 노예들에게 개성을 하나둘씩 만들어주려고 합니다.

일단 설정을 잡아뒀던 위다드 자매는 퇴출.

스토리상 중요한 몇몇 캐릭터들만 추가할 예정입니다 ㅇㅁ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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