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199화 (199/923)

0199 / 0923 ----------------------------------------------

3장

"헉…허억……!"

쿠르드 민족 독립 전선에서 내려온 테러리스트는 어깨에 총상을 맞았는지 피를 흘리는 어깨를 손바닥으로 틀어막으며 전등이 달려있는, 인간의 손길이 닿은 땅굴속에서 무작정 달려나가고 있었다.

'이 땅굴에는 비밀 입구가 여러개나 된다! 놈들이 해매고 있을때 재빨리 탈출해야만 해!'

알 파르사드가 요새화한 이 기지는 겉으론 평범한 마을로 보이지만, 실상은 거대한 지하 벙커가 존재하는 은신지였다.

넉넉하게 공간을 활용한다면 50여명 정도가 살아갈 수 있는 크기의 지하 벙커인데다, 여러가지 보급품과 식량을 비축해둔 일종의 중간 보급지라고 할 수 있다.

식량이나 생필품이 부족해지면 근처에 있는 부유한 시골 마을에서 구매할 수 있었기에 중간 보급지로선 괜찮은 거점지였다.

안그래도 부족한 이능력자인 알 파라사드가 이곳에 찾아온 이유도, 지하 벙커를 만들기 위함이였다.

흙과 모래를 조종할 수 있는 그가 직접 만든 지하 벙커로, 갑자기 날라온 총탄에 의해 어깨를 부상당한 그는 본능적으로 이 벙커로 대피한 것이다.

기지에는 최소의 병력만이 남아있는 상태였기에 거의 속수무책으로 전멸당한 상황. 홀로 살아남게 된 그는 은밀하게 만들어진 뒷문으로 향하였다.

"후욱…후욱……. 이제 여기만 지나면……!"

약간 호흡이 안정된 그는 속도를 올리며 벙커 끝자리로 향하였고, 교묘하게 흙으로 뒤덮힌 바닥의 스위치를 누르자 철컹하면서 사다리가 바닥에서부터 올라왔다.

'어떤 놈들인지 몰라도 반드시 후회하게 만들어주마!'

마을을 가리고 있는 봉우리 뒤쪽으로 이어져있어서 쉽사리 들통나지 않으리라.

설령 핏자국을 보게 되어 이 비밀 출구를 알게된다손 쳐도 이미 그때쯤에는 멀리 달아날 자신이 있었다.

"수고했다."

"!?"

우득!

그는 뒤쪽에서 들려오는 여성의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반응하려 하였으나, 그 전에 목이 꺽여나가는것이 우선이였다.

"뭔가 싶어서 따라와보길 잘한것 같네."

테러리스트의 마을을 습격한 페리샤는 테러리스트의 주둔지 치곤 너무 방어적인 면에서 취약하다는 것을 깨닫고, 우연찮게 지하 벙커로 들어가는 자를 발견하면서 스텔스 모드로 뒤를 조심스럽게 추적해온 것이다.

"이거라면 괜찮겠지."

테러리스트의 뒤를 졸졸 따라가야만 했기에 모두 파악한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정도 크기라면 한동알 지내기엔 충분해 보였다.

페리샤는 지금쯤 정리중인 진우 일행을 부르고자 지하 벙커 밖으로 나섰다.

얼마 후, 페리샤의 보고로 지하 벙커를 찾게 된 진우는 살짝 나아진 표정으로 지하 벙커의 내부를 확인하였다.

"생각보다 괜찮은걸?"

지하 벙커는 총 5개의 방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여러가지 보급품이 담겨진 창고와 식량 창고가 각각 1개, 테러리스트들이 수면을 취할 수 있는 주거 공간이 2개, 그리고 무기 수리를 위한 작업대가 존재하였다.

현실적으로 따지자면 무기 수리를 하려면 대충 바닥에 천같은거 깔아놓고 분해하면 되지만, 이 게임 내에서는 작업대가 없을때 사용하는 최후의 수단이다.

진우는 노예들을 통해 바깥에 있는 시체들을 처리하는 역활과 아이리를 대려오도록 명령하였고, 간만에 혼자 남게 되자 한 숨을 크게 내쉬었다.

"하아아……. 설마 이렇게 말조차 붙여보지 못할줄이야."

노예들의 머리 보호대 부분은 머리를 감싸는듯한 투구 형식이지만, 바이저를 통해 얼굴의 은폐, 개폐가 가능하다.

원래 진우의 노림수는 자신을 제외한 모든 노예들의 얼굴을 밝히고, 일부러 자신만 가면을 쓰면서 신비감을 강조하기 위함이였으나 그 수가 이런식으로 최악의 결과를 가져올줄은 상상도 못했다.

이라크의 테러리스트들이 미국 싫어하는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였기에, 상대방의 마음을 마음대로 움직이기 위해서 미국과 이라크의 문제만을 확인하였을뿐이다.

'하지만 영국이 그런 일을 벌였을줄이야.'

솔직히 진우도 영국의 유명한 총리라고 하면 처칠을 먼저 생각할 정도로 유명한 인사였는데, 설마 그정도로 막장의 인물일줄은 상상도 하지 못하였다.

'쯧. 결국엔 내 실수다.'

자신의 힘은 분명하게 먼치킨이였지만, 그렇기 때문에 일을 쉽게 풀다보니 조직을 만드는일과 적을 분해하는 일은 격이 다른 난이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잠시 망각한듯 하다.

어쨌든간에 이미 닥쳐버린 일은 어쩔 수 없었기에, 반성은 이정도까지만 한 진우는 앞으로의 계획을 구상하였다.

'일단 내게 선택지가 3개 있다. 첫번째는 여기서 아이리를 치료한 후, 이 벙커에 있는 모든 물자를 가지고 이라크 서부로 가는것. 두번째는 이곳을 베이스 기지 삼아 테러리스트와 미군 둘다 족치는것. 셋째는 다시 한번 쿠르드 테러리스트와 손을 잡는 노력을 해보는것.'

이대로 이라크 서부로 갈까 싶었지만, 그 먼 거리를 이동하자니 보급품 문제도 있고 미군의 존재도 마음에 걸린다.

그냥 이 벙커를 베이스 기지 삼아서 자신의 앞을 막는것을 모두 까부시는것도 나쁘진 않지만, 이 곳은 소,중 규모의 적을 막기엔 적합할지 몰라도 대규모의 병력을 막기엔 너무 좁은데다 화력이 부족하다.

'결국엔 영락없이 다시 한번 테러리스트와 손을 잡아야 한단 소린데…….'

이번일로 깨닫은거지만, 테러리스트들이 가진 호전성은 거의 야만적이였다.

일단 이쪽에게 적대감을 가지게 된다면 말이 통하지 않고 어떤 식으로든 안좋은쪽으로 해석하는게 10등급 이능력 수준이다.

'가장 먼저 테러리스트와 손을 잡으려면 그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놈들은 인질을 잡아도 수틀리면 인질까지 모조리 죽이는 놈들이야. 일단 다짜고짜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건 절대 불가능하다.'

자신들의 대장이 죽었다는 분노때문인지, 아니면 인질로서의 가치가 없었던건지 몰라도 마을 주민들까지 무차별 사격해대는 그들의 모습에, 이것이 문명화된 인간과 비문명화된 인간의 차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중동 계열 문화를 깔본다거나 얕잡아보는게 아니라, 문화를 누리지 않고 오로지 적을 죽이는 생각만을 불태우는 테러리스트들을 가리키는 것이다.

'흐음…이 문제는 아무래도 페리샤와 의논해야겠어.'

자신의 머리로는 더이상 답이 나오지 않자 이런 때를 위해 영입한 페리샤에게 질문하기로 결정한 진우는 지하 벙커에 의약품을 확인하고 모아두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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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리스트와 손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이라……."

바깥의 정리와 아이리의 치료를 무사히 마친후, 진우는 노예들에게 각자 편히 쉬도록 명령하면서 페리샤를 대리고 간부급의 것으로 보이는, 정돈이 잘 된 유일한 침대위에 걸터앉으며 함께 방안을 찾아나갔다.

"확실히 아크로스의 테러리스트들과 달리 이들은 좀 더 살의가 넘치고 감정적인 부분이 많았습니다. 아마 민족주의적인 성격을 가진 종교인 이슬람교를 믿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종교에서 중동계 민족을 강조하는건 아니지만, 생활 양식이나 중동 국가의 전통과 가까운 부분이 많기 때문에 민족적인 성격이 매우 강하였다.

이게 뭐가 문제냐고 묻을것 같아서 예를 하나 들자면, 간디가 암살당한 이유가 바로 이 종교 때문이다.

인도의 종교인 힌두교 또한 이슬람교 못지 않게 민족주의적인 성격이 강한데, 전통적인 힌두교도였던 간디가 힌두교인에게 암살당한 이유가 힌두교와 이슬람교의 화합을 추진하자 이에 분노한 원리주의 힌두교 신자의 돌발적 행동이였다.

종교가 곧 생활이나 마찬가지인 민족주의적 종교가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는 이들은 이해가 잘 안될지 모르겠지만, 단지 다른 종교를 믿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벌인 전쟁이나 학살극은 조금만 찾아보면 수십건이 우르르 쏟아질 정도로 많다.

어찌됐든간에 이러한 민족적 종교속에서 과격 테러리스트가 된 이들이니 그 호전성이 얼마나 높겠는가. 세계 4대 성인인 간디가 눈 앞에 있으면 힌두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배때기에 칼질을 수십방 놓고 목을 효수한 후에 왜 간디가 여기에 있을까 라고 생각할 놈들이다.

상대방의 페이스를 이쪽으로 끌어들여 농락하듯이 상대방을 설득하는 진우로선 가장 껄끄러운 종류의 인간들이였다. 농락 당하는순간 그대로 쏴재끼는 무식한 놈들을 상대로 무슨 설득을 하란 말인가.

어떻게 보자면 진우의 설득은 상대방이 똑똑해야만 가능한 전체 조건이 붙는다.

어쨌든, 잠시 무언가를 곰곰히 생각하던 페리샤는 뭔가 좋은 생각이 났는지 다물고 있던 입을 천천히 열었다.

"일단 주인님과 테러리스트의 수장이 대화의 장을 만들기 위해선 테러리스트쪽에서 어느정도 주인님의 이름이 알려져야 합니다. 그것도 좋은 쪽으로요."

"음…그러면 미군을 때려부순다음에 그 모가지들을 테러리스트 기지에 선물 보낼까?"

"……."

잠시 머리가 아파온지 자신의 머리를 매만지며 작은 한 숨을 내쉰 그녀는 그의 말을 정정해주었다.

"그렇게 된다면 테러리스트들은 주인님의 압도적인 이능력에 놀라며 그 의도에 의심을 품겠지요. 저만한 능력자가 어째서 자신들과 손을 잡으려 하냐고 말이죠."

"것도 그렇군. 그렇다면?"

"일단 처음부터 크게 존재감을 대놓고 드러내선 안 됩니다. 정확히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테러리스트들에게 도움을 준 후에 존재감을 얼핏 얼핏 실감할 수 있게끔 만들어야지요."

"…그건 무슨 마법의 언어냐? 수리수리 마수리?"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도움을 줄 수 있고,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도 존재감을 느끼게 만들어라?

"여기서 필요한게 바로 주인님의 능력입니다."

잠시 혀를 핥으며 바짝 말라오는 입술을 적신 페리샤는 말을 덧붙였다.

"주인님께서 만드시는 오버테크놀러지 수준의 무기, 그것을 테러리스트들에게 선물하는겁니다."

"앙? 이 몸 VER, 핸드메이드 수작업 무기가 얼마나 대단한 놈인데 그딴 놈들에게…아……."

말을 하다가 멈춘 진우는 그녀가 말한 조건을 맞출 수 있는 최선의 방책임을 느꼈다.

"과연. 내가 만든 무기의 성능을 확인해본 테러리스트들은 내 도움을 받은데다 압도적인 성능에 존재감을 느낄 수 있겠지. 나는 내가 만든 무기에 이니셜을 박는다던가 조직명을 새긴다던가 하는 최소한의 모습만을 드러내면 끝이고."

"바로 그겁니다."

페리샤는 진우와 대화를 하다보면 그렇게 머리가 나쁜 인물이 아닌데, 종종 보여주는 바보같은 행동은 대체 무엇때문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는 진우가 예전에 즐겼던 전략게임에 의한 편향적인 플레이어 경험치 문제라고 볼 수 있겠지만, 페리샤가 이 사실을 알리 만무하기에 영원히 알 수 없는 미제로 남게 되리라.

뭐, 진우 본인이 가지고 있는 미친듯한 병신력도 큰 문제중 하나지만.

"오케이. 이해했다. 그럼 나는 당장 작업에 들어가……."

꾸욱-

몸을 일으키며 작업장으로 향하려던 진우는 갑자기 자신의 팔을 잡아당기는 페리샤의 행동에 그대로 딸려나갔다.

"응? 왜? 무슨 문제 있어?"

참고로 진우는 노예들과 있을땐 자신이 가진 신체 강화 이능력을 사용하지 않는데, 실수로 노예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함이였기에 그대로 이끌려나간 것이다.

"저…그동안 선배가 있어서 참았는데……. 솔직히 더이상 참지 못할것 같아요……."

그녀가 말한 '선배' 는 노아가 분명했다.

페리샤를 조교할때 노아가 워낙 그녀를 집중적으로 괴롭혔던지라, 그 때의 일로 서열 정리가 된탓에 언제나 페리샤는 노아에게 순번이 밀려있었다.

"흐응~? 뭘 참지 못한다고?"

"그…그게……."

비록, 진우의 노예가 되었지만 원래 상스러운 말을 하던 위치가 아닌지라 그가 원하는 단어를 쉽게 찾지 못하느라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성적이며 똑똑한 천재인 그녀가 할 말을 찾지 못해 얼굴을 붉히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귀여운지 음욕이 서린 웃음을 띈 진우는 모른척하며 은근슬쩍 팔을 뺐다.

"할 말 없으면 나 이만 간다?"

"잠깐만요!"

화악!

충분히 운을 띄었음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비우려는 모습에 깜짝 놀란 페리샤가 그의 팔을 힘껏 잡아당겼고, 일부러 그녀의 힘에 당해준 진우는 여전히 심술궂은 표정으로 말하였다.

"나한테 원하는게 있으면 행동으로 보여줘야 하는게 우선 아닐까?"

"으웃……."

페리샤는 자신이 남자의 물건 하나 때문에 이런 일을 겪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기에 우물쭈물거렸지만, 이내 무언가 결심한듯이 침대 위에서 가랑이를 벌렸다.

지잉-

그리고 어떤것을 작동시키자 파워 슈츠에서 가랑이 부분이 개방되더니 음부가 고스란히 노출되었다.

진우의 노예들이 착용한 파워슈츠가 가진 공통적인 기능중 하나로서, 언제 어디서든지 그녀들의 몸을 즐길 수 있게끔 만든 소소한 기능중 하나였다.

'그리고 나는 발가벗긴것보다 입혀두는게 더 좋고 말이지.'

"부…부디…미천한 노예의 몸을…즈…즈…즐겨…주…세요……."

딱딱하고 이제는 흥분도 안되는 클리셰한 대사였지만, 이정도면 그녀치고 꽤 노력한 편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진우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몸을 부드럽게 덮쳐갔다.

잠시후, 다른 방에 있던 노예들은 페리샤의 신음성을 듣게 되었고, 베이스 기지를 얻으면서 마음의 여유가 생긴 다른 여성진들도 조금씩 성욕에 잠식되기 시작하였다.

============================ 작품 후기 ============================

쓰잘대기 없는 묘사를 버렸습니다.

아지트 발견한 후의 작전 묘사, 습격전 묘사, 많아봤자 10여명도 안되는 테러리스트 상대로 질질 끄는것도 좀 그래서 과감히 삭제. 덕분에 속도감이 좀 생겼네요.

아참, 그런데 한국의 피해가 너무 크고 정치가 대부분을 거의 쓰레기로 묘사한덕에 저를 친일파나 일베로 의심하는듯한 사람이 있더군요.

진우가 입힌 욱일승천의 피해가 규모적으로 보면 그리 크지 않다는점도 그렇고, 욱일승천의 기술이나 자제를 흡수 합병하려는 묘사도 그렇고, 어쨌든간에 이러한 부분을 의심하는 사람이 생겨서 딱 한 문장으로 저의 결백성을 증명하겠습니다.

"제가 진심으로 친일파짓 하면 이정도로 끝날것 같습니까? 제대로 일베짓 한번 해볼까요?"

저에 대해 아시는 분들이라면 이거 하나면 충분하겠지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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