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196화 (196/923)

0196 / 0923 ----------------------------------------------

3장

어느정도 시간이 흐른 후, 각기 다른 방향으로 수색을 떠난 페리샤와 노아가 되돌아왔다.

"후아…후아아……."

"하악…하악……."

"다들 수고했다."

돌아오자마자 파워 슈츠의 헬멧 부분을 개방시킨 두 여성은 땀에 쩔은 모습으로 일단 바닥에 드러눕고 봤다.

"어라? 내가 안에 온도 조절기능 넣었는데? 혹시 폭발의 충격으로 고장난거야?"

낮에는 무덥고 밤에는 춥다는 사막의 특성상 조종자가 임의적으로 슈츠 안의 온도를 올렸다가 내릴 수 있는 기능을 만들어줬는데, 이렇게 땀을 흘리는 두 여성의 모습에 의아함을 감추지 못하였다.

"은…밀성이 떨어져서…부스터를 안 쓰고…걸어갔…는데…길이…너무 험…해요……."

"이하동문…입니다……."

아무리 스텔스 기능을 넣었다해도 부스터의 불길까진 숨길 수 없는 노릇.

어쨌든, 노아와 페리샤는 너무 험한 산세를 오르락 내리락하다보니 땀이 흐른거라며 사정을 말하였고, 진우는 그런 그녀들의 가쁜 숨소리에 어느정도 호흡이 진정될때까지 기다려주었다.

그렇게 몇분동안 호흡을 가다듬은 그녀들은 조금 가쁘긴 하지만 정상적으로 되돌아왔고, 바로 보고를 하였다.

"근처 산맥 경계선에 작은 마을 하나가 있어요. 그런데 얼마 떨어진곳에서 미군이 자리잡고 그 근방을 주기적으로 순찰을 돌고 있었어요."

"흐음…미군에게 통제당하거나 비테러주의의 평화를 지양하는 마을인가보군."

노아의 정보를 머릿속에 넣어둔 진우는 페리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제가 발견한 마을은 차량이 드나들 수 없을 정도로 험한 곳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가는길이 험하긴해도 일단 자리잡은 마을은 평야가 꽤 되어서 상당량의 밀이나 잎담배같은 작물밭이 있었습니다."

페리샤는 노아보다 좀 더 자세한 사항을 보고하였고, 뒤이어 말을 덧붙였다.

"좀 더 심층있게 분석하려면 역시 마을안으로 들어가 주민의 말을 직접 듣거나 분위기를 느끼는게 최고긴 합니다만……."

말 꼬리를 흘렸으나, 다른 이들은 그녀의 말을 어느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

두 사람 모두 마을을 찾긴 하였으나 테러리스트의 마을인지 아닌지는 확신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진우는 이미 생각을 모두 한것처럼 곧바로 답을 내놓았다.

"페리샤가 말한 마을로 간다."

그의 말에 다른 이들도 예상하였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당장 미군과 또다시 전투를 벌이기엔 탄약, 무기가 부족하다. 게다가 그 마을 또한 테러리스트의 마을이 아닐 확률 또한 높았기 때문에 미군 또한 그 근방에 캠프를 쳤으리라.

그에반해 페리샤가 찾은 마을은 차량이 움직이는게 불가능할 정도로 험한 산세에다가 외부의 공격에 취약해 보였다.

설령 테러리스트의 마을이 아니라 해도 그곳에서 식량과 식수를 모조리 약탈하여 급한불을 끌 수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이득이였다.

"일단 움…직이기전에 쉬었다 가지."

움직이자고 말하려는 순간, 금방이라도 울것같은 표정으로 자신을 올려보는 두 여성의 모습에 좀 더 쉬기로 결정한 진우는 두 노예의 노고를 치하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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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디스탄 산맥의 거주민들은 대부분 고원에서 밀, 잎담배등을 제배하고 산양, 염소와 같은 축산물을 기른다.

이동수단은 말, 혹은 당나귀지만 대부분 외부 변화의 저항력이 강하고 열악한 환경에서도 잘 생활하는데다 많은 물을 필요하지 않는 당나귀를 선호한다.

이라크 령領에 속한 쿠르드인이 전부인 작고 소박해보이는 마을이였지만, 인근 도시로 여러가지 물건을 팔아서 딱히 부족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풍족한 마을이다.

"크크크큭. 여기로구만."

그 마을을 감싸는듯한 구릉쪽에 몸을 숨긴 진우는 전형적인 비문명화된 시골 농가 모습을 확인하자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먹잇감을 바라보는 탐욕스런 눈동자로 마을 전체를 훑어보았다.

"TV에 보던 딱 그 풍경인데?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문명화되지 못한 중동계 촌마을의 느낌이 물씬 풍기고 있어."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그의 머리 역활을 맡은 페리샤는 바로 옆에 엎드리면서 몸을 숨긴채 물어보았다.

최소한 무슨 짓을 하려는건지 알아야 함께 박수를 치든, 박자를 맞추든 할 것 아닌가?

"일단 모두 흩어져서 주변을 포위해. 그리고 내가 신호를 보내면 모든 마을 주민들을 싸그리 잡는다. 아, 일부러 한 두명은 놓아주고."

"예?"

그가 무슨 짓을 하려는건지 잠시 갈피를 못잡은 페리샤는 바닥을 내리보며 그가 마을 주민들을 잡으려는 의도를 생각하기 시작하였고, 곧바로 번개를 맞은듯이 진우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서…설마……!"

"큭큭큭. 그 설마가 맞아."

"무슨 일인데, 페리샤?"

대체 저들을 잡아서 무슨 짓을 할건지 감을 못잡은 다른 일행들을 대표한 노아가 페리샤에게 물어왔고, 그녀는 체념이 섞인 한 숨을 내뱉으며 답을 내주었다.

"후우……. 주인님은…저들을 협상의 재료로 삼을 생각이십니다."

"에?!"

"뭐?!"

"에엑?!"

"꽤 합리적인 태도이신데 뭐가 문제지?"

자신이 파놓은 땅굴에 아이리를 놓아두고 도망가지 못하게끔 만들고 인간 형태로 형태를 바꾼채 따라온 리엘루스는 인간의 상식이 아직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한번 되물어왔다.

"한마디로…테러리스트들의 마을을 상대로 테러를 가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 인질로 테러리스트들과 대화할 수 있는 방충제로 삼을 생각이고요."

"아!"

그제서야 이해한 리엘루스는 감탄사를 내뱉다가, 이내 어이가 없다는듯이 헛웃음을 지었다.

"인질극과 테러를 가하는 테러리스트를 상대로 되려 테러와 인질극을 가하시는건가……. 과연 주인님이시군요."

리엘루스는 상대방이 잘 사용하는 방법으로 오히려 역공하려는 진우의 모습에 당연하다는듯한 반응을 보였고, 다른 노예들도 그녀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사람을 죽이려면 자신 또한 죽임을 당할 각오를 해라 라는 말이 있지. 즉, 타인에게 테러를 가했다면 자신들도 테러를 당할 수 있다는 각오가 있어야하지 않겠어? 누구는 하고 누구는 하지 못하는걸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일이거든."

진우는 쾌락주의적인 성격이지만, 그가 행하는 행동들은 모두 자신에게 되돌아 올 수 있다는 것 또한 각오하면서 벌이는 행동들이다.

'뭐, 당연히 그 꼴을 가만히 두고볼리가 없다만.'

문제는 그 상황이 일어나면 절대로 곱게 끝내줄 생각이 없다는것이지만.

"일은 매우 심플해. 이실리아와 하린이 힘을 합쳐서 사람들을 제압하고, 건물 안에 들어가 있거나 도망치려는 놈들은 나머지 멤버가 제압한다. 나는 이곳에서 전체적인 상황과 주변을 확인할테니까 속전속결로 처리하라고."

겨우 주민이 30~40명도 안되는 작은 시골마을이다.

이런 일을 처리하는데 자신이 직접 나서면 품위(?)가 떨어진다고 생각한 그는 전망좋은 포지션인 이곳에서 전체적인 상황을 확인하기로 결정하였고, 이실리아와 하린은 서로 말을 맞추며 어떤식으로 사람들을 제압할지 말을 맞춰나갔다.

염동력자끼리 손발이 안맞으면 자칫하다간 주민들의 몸이 찢어지는 최악의 사태가 일어날 수 있고, 서로의 염동력이 부딪히면서 상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멤버들은 마을을 포위하듯이 자리를 옮기기 시작하였고, 그녀들이 어느정도 자리를 잡게 되자 이실리아와 하린은 함께 공중을 날아가 마을 중심으로 향하였다.

타탁-

"뭐…뭐야 당신들!?"

갑작스런 동양인과 서양인 여성의 등장에 깜짝 놀란 쿠르드인 청년이 물어왔지만, 두 여성은 서로를 등지며 마치 무거운것을 들어올리듯이 양 손을 허리부근에서부터 천천히 들어올렸다.

"으와아악!?"

"꺄아악!"

"이…이게 무슨 일이야!"

"메에에에~~!"

여기저기서 사람들과 동물들의 몸이 무중력 상태마냥 떠오르기 시작하였고, 마을과 멀찍이 있던 몇몇 쿠르드인들은 본능적으로 자신들이 항거할 수 없는 힘이라 판단하였는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줄행랑을 쳤지만,

푸슛!

퍽!

"으악!"

일반인에게 맞아도 약간 고통스러운 정도의 힘만으로 거미줄 뭉치를 뭉치를 내뿜는 리엘루스와 낮게 저공 비행하며 빠르게 날라와 도주하는 사람들을 낚아챈 페리샤와 노아의 행동에 모든 마을 주민들이 생포당했다.

그 때, 거미줄에 맞아서 제압당했던 마을 주민 하나가 헐거운 거미줄을 힘으로 찢어내며 도주하였지만, 리엘루스는 한두명은 일부러 놔주라는 진우의 명령을 이행하였을 뿐이다.

'얼굴에 당혹감은 있었으나 두려움이 다른 인간들보다 적었어. 부디 내가 선택한게 정답이길.'

그래야만 증오스런 더 많은 인간들이 고통을 겪을테니까.

진우의 사상을 가장 많이 받아들인 이는 리엘루스였는데, 그녀가 가지고 있는 본래의 가학적인 성격과 인간을 증오하는 마음이 그의 방식을 기꺼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단지 인간을 빨리, 더 많이 죽이는것보단 육체, 정신적면으로 괴로움을 느끼게 만들어 지속적인 고통을 느끼게 만드는 쪽이 더 즐겁운 리엘루스는 다른 주민들보다 얼굴에 공포심이 덜 묻어져 있었던 그가 '이성적인' 선택을 하길 기도하였다.

도망가던 몇몇 마을 주민들을 대부분 잡아오자, 이실리아와 하린은 허공에 띄우던 마을 주민들을 한 곳에 몰아내었다.

콰당!

우당탕!

"아악!"

"어이쿠!"

"으악!"

그리고 염동력을 거둬들이자 바닥에 나동그라진 마을 주민들은 각기 다른 비명 소리를 토해냈고, 가장 먼저 이 마을의 촌장으로 보이는 70대의 노인이 아려오는 고통을 뒤로하고 힘겹게 입을 열었다.

"대…대체 이게 무슨짓인가!?"

마을 촌장은 그녀들을 미군의 이능력자들이라 생각하며 필사적으로 테러리스트의 마을이 아니라고 주장하였으나, 진우의 노예들은 자신들의 주인이 도착하기전까지 입을 열지 않으며 허튼수작을 하지 못하게끔 경계하였다.

휘이잉-- 쿠웅!

노예들이 마을 전체를 제압하자, 가공할 점프력으로 거의 날아오르듯이 뛰어오른 진우는 작은 크레이터를 만들며 마을 한쪽에 착지하였다.

"이실리아와 하린만 제외하고 나머지는 집 곳곳을 수색해. 식량, 물 모조리 쓸어오고 비밀 공간같은것도 있는지 철저히 확인해."

"예!"

두 노예들을 제외한 나머지가 힘있게 대답하며 집 여기저기를 수색하기 시작하였고, 리엘루스는 자신이 도주시킨 남자에 대해 보고하고자 진우에게 가까이 다가가 귓가에 속삭였다.

"음음. 좋아, 아주 잘 했어. 네 감각이 그렇게 말한다면 정답이겠지."

진우는 자신의 의도를 제대로 따른 리엘루스의 머리를 토닥이듯이 쓸어주었고, 머리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감촉을 느낀 리엘루스는 나쁜 기분이 나닌지 약간의 홍조를 붉히며 다른 방향의 집을 수색하고자 발걸음을 옮겼다.

"다…당신은 대체 누구……."

촌장은 이들의 대장으로 보이는 진우를 향해 입을 열었고, 그는 마을 촌장을 향해 뜻모를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였다.

"그건 알거 없고, 하나만 물어보지. 댁들 마을에 테러리스트가 몇명이 있지?"

"여긴 그런 마을이 아니다! 우린 단지……!"

"아, 질문이 잘 못 됐군. 다시 한번 물어보지. 테러리스트와 소통하고 있는 마을이 맞나?"

"그러니까 여긴 그런곳이 아니란 말이다!"

마을 촌장을 답답하다는듯이 소리쳤지만, 진우는 미소를 더욱 짙게 하며 비웃음이 섞인 목소리로 모두 들으란듯이 약간 큰 목소리로 말하였다.

"그래? 그렇다면 탈출에 성공한 놈이 과연 어디로 갈지 기대가 되는군. 가까이 있는 미군일까? 아니면 산속 안에 있는 쿠르드족 테러리스트일까?"

그의 말에 마을 주민들은 안보이는 얼굴을 찾고자 서로의 얼굴을 두리번 거렸다.

"카흐나파?"

"카흐나파가 안보여."

작은 소규모 시골 마을이라는 특징으로 인해 서로의 이름을 다 알고 있는 마을 주민들은 카흐나파라는 청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대체 목적이 뭔가? 우리를 죽여서 테러리스트 마을을 파괴했다는 명성이라도 얻고싶은건가?"

끝까지 진우 일행을 미군으로 착각한 마을 촌장이였지만, 그도 그럴것이 한 명을 제외하면 모두 파워 슈츠로 무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압도적인 기술력을 지닌 미국의 병사로 착각할 수 밖에 없었다.

"인질."

"?"

"댁들 모두 인질이라고. 그 카흐나파라는 놈이 어디로 가서 누구를 이끌고 오든지간에 댁들은 거기서 사용될 인질이란 말씀이지."

"……!"

촌장은 그가 대체 무엇을 위해 이런 작은 시골 마을까지 와서 이런짓을 벌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허튼 수작을 부리지 않고 잠자코 있어야만 살 수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우친 그는 마을 주민들을 독려하며 일단은 조용히 시키는대로 하자며 불안한 마음을 가다듬어주었다.

============================ 작품 후기 ============================

한 분께서 현대물 소설의 이런 부분을 답답해 하시더군요.

"왜 대부분의 적들이 주인공의 능력을 착각하거나 얕보는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도 그럴것이 일단 현대물 소설의 주인공들 대부분이 지나가던 시민 1에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강자가 될만한 자격과 재능, 혹은 환경이라도 받쳐져 있었다면 주변에선 어느정도 감시와 준비를 해두었겠지만, 현대물의 주인공들은 대리만족을 위해서 재물같은건 거의 가진게 없고 가장 바닥이나 거기에 근접한 최하층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미래에서 과거로 회귀하거나 우연으로 기연을 받아 마법 or 무림 고수가 된다던가, 다른 세계로 빨려갔다가 그곳에서 짱먹고 돌아온다던가 세상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여러가지 사건들이 주인공에게 닥쳐오죠.

한마디로 세계 전체를 아우르는 거대 조직이라 해도 현대물의 주인공들은 완전히 상식밖의 존재라는겁니다.

혹은 뒷조사를 해봐도 원래 이렇게 짱쎄게 클 놈이 아니라서 착각을 할 수 밖에 없기에 착각을 하고 주인공의 능력을 얕보는거죠. 물론, 크게 몇번 데이고 나서야 정신 차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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