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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부우우웅-- 끼이익!
"잔해를 확인한다! 사소한거라도 확실하게 확인하도록!"
군용 수송 트럭을 타고 온 3개의 수색 중대는 비행기의 잔해를 해치기 시작하였다.
"대체 이 여객기를 하이재킹한 테러리스트들이 얼마나 강하길래 이렇게 샅샅이 확인하려는거지?"
"그러게."
격추된 잔해를 확인하는건 당연한 일이지만, 출발하기전에 위력 정찰급의 무장을 챙겨가라는 상층부의 지시에 수색 중대원들은 나름 긴장하면서 파편을 훑어내거나 샅샅이 확인하면서 파편들을 정리해 나갔고, 한 병사가 잔해 더미에서 그나마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인간의 손목 부위를 찾아냈다.
그 밖에도 다양한 지역에서 인간의 신체 부위가 발견되었지만, 이것이 인질들의 것인지 아니면 테러리스트의 것인지 확신을 하지 못하였다.
"그러고보니 하이재킹 당한 여객기 내의 모든 인질들을 죽였다고 하던데……. 이런 미친놈이 아르빌에 자폭 테러를 할거라 생각하니 소름이 다 끼치는구만."
그렇다. 이들은 여객기 내부의 모든 인질들이 사살당한 상태라고 정보를 받았었고, 그렇기 때문에 떨어져나간 신체 부위를 보고도 이렇게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던 것이다.
만약, 인질들이 살아있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격추시켰다면 이들은 무거운 마음으로 수색에 임하고 있었을터.
휘청!
"우앗!?"
그 때, 둥근 형태의 무언가를 밟아서 휘청거린 한 병사가 자신도 모르게 신음성을 질렀고, 덕분에 그를 중심으로 시선이 몰리게 되었다.
"뭔가 밟은것 같은데……."
균형을 되찾은 병사는 자신이 밟은게 무엇인지 확인하고자 잔해를 뒤적였고, 그와 동시에 길쭉한 무언가가 튀어나와 그를 공격하였다.
푸척!
"크…커헉……!?"
금속으로 이루어진 매끈한 팔이 잔해를 치우기 위해 허리를 숙이던 병사의 명치를 꿰뚫었고, 그의 행동에 시선이 몰려있던 다른 수색 중대원들은 무기를 꺼내들며 날렵하게 거리를 벌리며 파괴된 잔해물을 엄폐물로 삼았다.
급작스런 적의 기습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엄폐물을 찾는 그들의 모습은 실전으로 단련된 병사들이라는 강병이라는 느낌이 물씬 풍겼다.
끼기기긱--
잔해물 아래에 깔려있던 금속으로 이루어진 팔의 주인이 몸을 일으키며 모습을 드러냈다.
아마 지금쯤 진우가 이 모습을 봤다면, 자신이 만들었던 불가사리 1호의 모습에 그것을 깜빡한 자신의 머리를 한대 후려쳤으리라.
'미확인 목표. 마지막 명령에 따라 행동.'
진우가 내린 마지막 명령은 저항하는 인질들의 사살이였지만, 그 외에도 아군으로 인식된 인물이 아닌자가 과도하게 접근하면 공격하게끔 설정되어 있었다.
현재 상황과 자신의 설정, 마지막 명령을 조합한 불가사리 1호의 판단은,
'미확인 목표 전멸.'
모든 미군을 죽이고 보는 것이였다.
차캉!
팔에 내장된 총은 여객기가 폭발하는 충격으로 인해 내부가 뒤틀리면서 망가졌지만, 합금으로 만들어진 근접전용 나이프는 허벅지 안쪽에 들어가 있었기에 슬라이더 형식으로 열려진 허벅지에서 두 자루의 나이프를 꺼낸 불가사리 1호는 자신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는 미군을 향해 달려들었다.
"전원 사격! 놈을 걸레쪼가리로 만들어버려라!"
타타타타타타탕--!
한 장교의 외침과 동시에 모든 수색 중대원의 총구에서 불이 뿜어졌고, 그 소음은 당연히 스텔스 필드로 몰래 빠져나가던 진우 일행에게도 들리게 되었다.
"응? 무슨 일이지?"
갑작스런 총기 난사음에 깜짝 놀란 진우 일행은 발걸음을 멈추고 반사적으로 잔해 더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누군가가 싸우고 있는듯한…아! 주인님! 불가사리!"
"워매, 일나부렸네잉."
불가사리 1호의 존재를 깜빡하고 있었던 진우는 하린의 외침에 자신도 모르게 어머니께서 자주 사용하시던 사투리를 내뱉으며 당황해하였다.
"아니, 어떻게 보자면 이건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페리샤는 오히려 지금의 상황을 기회로 여겼다.
"지금 저들의 시선은 불가사리 1호에게 집중되어있는 상황입니다. 이 때 최대한 빨리 추락 지역에서 떨어져야만 합니다."
추락 지역에서 특별한 무언가를 찾지 못한다면 수색 중대의 병사들이 추락 지역 주변을 수색했을테고, 그렇게 된다면 들킬 확률또한 높았기에 진우조차 깜빡하고 있었던 불가사리 1호는 이 곳에서 탈출할 확률을 높여주는 기회였다.
"쓰읍…잘 싸우고 있는데 좀 아깝네……."
현재 불가사리는 미사일의 폭발로 인해 여기저기 음푹 패이고 찌그러져 있었으나, 그나마 형상을 거의 유지하고 있는 상태였다.
게다가 총탄을 몸으로 방어하며 엄폐물을 파괴하고, 그 뒤에 숨어있는 미군 병사들을 기계적으로 확실하게 숨통만을 끊고 있는 모습은 돌격 대원으로 사용하기 딱 좋은 모습이였기에 그의 안타까움은 더해만 갔다.
'뭐, 그래도 저런건 얼마든지 만들 수 있으니깐…….'
지금은 갑작스런 기습에 미군 병사들이 당하고 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능동적으로 대처하면서 파괴될것이 분명하다.
진우는 행동 불능 상태가 된다면 자폭하도록 신호를 입력한 후에 불가사리 1호를 머릿속에서 지우며 소란을 틈타 전투 지역에서 벗어나기 시작하였다.
"그건 그렇고 진짜 엿됐네. 원래는 식량이랑 식수를 잔뜩 챙겨가야 했는데."
불가사리 1호 덕분에 전투 지역에서 꽤나 멀어질 수 있었지만, 당초의 계획대로였다면 기내식과 안에 들어가 있는 식수들을 챙기고 떠났어야 했다.
물론, 이 무더위 속에서 쉽게 상할게 분명하나, 그래도 1~2일치 식량과 식수만 되어주면 그것만으로도 OK 였다.
일단 1~2일 정도 안에 마을 하나 찾아서 테러집단과의 연계 혹은 거점으로 사용되는지를 확인한 후, 맞다면 접선, 아니라면 생존자 하나 남기지 않고 죽인후에 약탈하여 식량과 식수를 노획하는 것이 원래의 계획이였다.
이라크는 사막 지역이긴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강이 있다.
일단 시리와 터키까지 관통하는 서아시아 최대의 강, 유프테라스 강이야 고대 문명의 발생지로서 유명하니까 둘째치고, 대자브와 소자브 강, 이 2개의 강이 서로 만나면서 바그다드를 관통하는 티그리스 강이 있다.
그밖에도 여러개의 강이 있긴 하지만, 지금 진우가 찾기로 나선것은 이라크에서 가장 위쪽에 자리잡은 대자브 강이다. 일단 강 근처에는 반드시 사람이 살고 있는 마을이 있을테니까.
"그건 그렇고 생각보다 초록이 꽤 우거져 있네. 약간 팍팍하긴 해도 흙도 있는데다 후덥지근해도 사막 특유의 무더위는 없고. 여기 이라크 맞아?"
"이라크의 북부 지역은 사막이 거의 없고 기후가 중동 국가들 중에서 낮은 편입니다. 게다가 이라크 전체를 보자면 유프테라스 강과 티그리스 강 덕분에 농사지을 수 있을만큼 괜찮은 땅도 많습니다."
"뭐? 그랬어?"
"모르셨던겁니까……."
페리샤는 설마 이것도 모른채 이라크 행 하이재킹을 한 진우의 행동에 골치가 아파옴을 느꼈다.
높은 산악 지대에는 만년설도 있는 이라크 북부 지역은 이라크 내에서 가장 기온이 낮은 지역이다.
여름에는 최대 37도까지밖에 안 올라가고(다른 사막 지대는 40도를 훌쩍 넘는다), 겨울에는 최대 18도까지밖에 올라가지 않는 추운 지역인 셈이다.
"어쨌든, 우리들이 가장 먼저 찾아야 하는것은 테러 조직이 아니라 민가입니다. 특히, 이라크의 북부 지역에는 수니파가 대다수인 쿠르드족이 있으니 그들과 접선한다면 손쉽게 주인님이 찾으시려던 테러 조직을 찾으실 수 있을겁니다."
터키, 이라크, 이란, 시리아, 아르메니아에 분할 소속되어있는 쿠르디스탄 지역을 주요 거주지로 하는 민족으로 대부분이 수니파인 이들이며, 날렵하면서 사나운 민족임과 동시에 민족의식이 강한 이들이다.
한때는 이라크 북부의 쿠르드족 또한 지하드의 잔당으로서 테러에 가담하였으나, 미군의 공격으로 이라크와 이란의 북쪽 경계선중 하나인 쿠르디스탄 산지로 후퇴하게 되었고, 현재 미군은 그들이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게끔 경계하고 있으나 산지에서 몰래 내려온 이들이 저지르는 폭탄, 자살 테러 때문에 테러리스트와 반군이 모여있는 이라크 서부 지역을 제대로 공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였다.
그냥 쿠르디스탄 산지를 공격하면 되는거 아니겠냐고 말하겠지만, 쿠르디스탄은 이라크, 이란, 터키, 시리아, 아르메니아 다섯 지역을 잇고 있는 거대한 산맥(남한의 면적 약10만km2, 쿠르디스탄 산맥 면적 약 80000km2)이기 때문에 순찰 범위도 너무 크고 길이 복잡한데다, 위에 상기된 아랍계 국가에 분할 소속되어 있기에 허락없이 마구잡이로 들쑤셨다간 국제적 비난 여론을 받을테니 쉽사리 공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페리샤는 그들이 산지로 피하였다곤 해도 중간 거점, 보급을 할 수 있는, 시아파로 자신들의 정체를 숨기고 있는 쿠르드족 마을이 여기저기에 분산되어 있을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흐음…그렇다면 일단 이라크 서부로 가는것보단 쿠르드족과 손을 잡는게 낫겠는걸?"
참고로 진우가 테러리스트와 손을 맺고자 하는건 그들과 손을 잡고 깽판치려는게 아니라, 그들이 알고 있는 살라딘의 유산에 대한 정보다.
하지만, 그들 또한 각자 알고 있는 정보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일단은 쿠르드족과 협력하여 그들에게서부터 정보를 빼낸 후, 이라크 서부에서 격렬하게 저항중인 반군과 합류하는 것이 최선의 루트라고 생각하였지만, 세계 여기저기를 누볐던 경험이 있는 노아와 페리샤는 고개를 내저었다.
"주인님, 과격 이슬람인이라는 뜻은 과격 민족주의자라는 뜻이기도 해요. 우리중에서 이슬람계열 사람이 한명이라도 있으면 모를까, 현재로선 우리 말을 들어주기만 해도 행운일걸요?"
"저 또한 동감입니다. 평범한 이슬람계열 사람들이라면 다른 나라에서 온 이방인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이슬람계열 테러리스트들은 다른 민족들을 받아들이긴 커녕, 납치해서 몸값을 받거나 경고의 의미로 죽이려 들겁니다. 아마 우리가 저쪽에게 접근한다 해도 미군의 첩자, 그 이상 그 이하로도 생각하지 않을게 분명합니다."
미국에서 이슬람계 테러리스트와 몇차례 교전을 벌였던 노아와 세계 각국의 정세를 알고 있는 페리샤가 한입으로 회의적이라는 반응을 보냈지만, 진우는 그정도는 다 예상했다는 듯이 미소를 지어보였다.
"걱정마. 나도 테러리스트들과 접선 방법은 나름대로 생각해놨으니까."
테러리스트들과 연줄도 없으면서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저렇게 호언장담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노아와 페리샤는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끼게 되었다.
지금까지 그의 행동은 기본적 상식을 완전히 무시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또 무슨 짓을 벌이려나 하는 걱정이 앞선것이다.
"일단 저기서 몸을 잠깐 숨기는게 좋겠군. 아이리도 어느정도 회복시켜야 하니까."
진우가 말한 '저기' 는 이란과 이라크의 경계선이라 할 수 있는 쿠르디스탄 산지였다.
참고로 말하자면 진우뿐만 아니라 다른 노예들도 암묵적으로 한 방향으로 걸어왔는데, 그 이유가 다른 곳은 아무것도 없는 평야와 작은 구릉들이였으나, 절반은 초록빛으로 우거져 있고 나머지 반은 돌산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쿠르디스탄 산맥의 초입 입구 부분은 어느정도 몸을 숨기기 쉬운 장소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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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라이거나이트님 군대 간다니까 2편 더!
...아 ㅅㅂ 졸라 빡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