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186화 (186/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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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솔직히 말해서 화물칸에 끌려나온 인질들(남성들)은 이곳에서 자신들을 총살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기에 벌벌 떨고 있었다.

하지만, 방금전의 대사로 눈 앞의 붉은 악귀는 자신들이 예상했던것보다 더더욱 잔악한 놈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자아, 여기까지 말했으면 슬슬 눈치챘겠지?"

"제…제발 살려주세요!"

"이렇게 죽고싶지 않아!"

"신이시여…제발 저희를 구원하소서……!"

정면에서는 악귀와 그 부하들이 총구를 겨누고 있고, 뒤쪽은 떨어졌다간 바다 위에 떨어져도 사망하고마는 지옥의 입구가 강렬한 바람을 일으키며 살아있는자를 빨아들이려 하고 있었다.

'흐음~ 어떻게 놀아보실까나~ 디스 이즈 스파르타! 는 너무 뻔하고 말이지.'

일단 총으로 죽이는것보단 화물칸 밖으로 떨어뜨리는게 몇백배는 더 재밌다.

그런데 단순히 디스 이즈 스파르타! 처럼 떨어뜨리자니 뭔가, 무언가가 엄청나게 많이 부족한 느낌이 든다.

물론, 진우 또한 그것이 무엇인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비명 소리가 부족해.'

좀 더 많은 절규를, 좀 더 많은 비명을, 자신을 향해 증오하며 처절하게 죽어가는 인간의 복수심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살아남고자 발악하는 인간의 발악을 듣고 보는것을 즐기기 위함이라고 하는게 더 정확하리라.

지금 그의 머릿속에는 어떻게 해야 최대한으로 그 많은 절규와 처절한 비명을 들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쯧. 공간이 제한된건 둘째치더라도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 너무 부족해. 그렇다면 여기선 클리셰한 '그것' 밖에 답이 없잖아.'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 많았더라면 이것저것 만들어서 재미난 일을 했겠지만, 지금 당장은 아무런 자원 없이도 인간들의 비명과 절망을 들을 수 있는 매우 클리셰한 방법을 사용하기로 하였다.

"자자, 다들 진정들 하라고. 그렇다고 모두 다 죽이겠다는 소리는 아니니까."

"?"

"너희들도 그냥 죽는건 싫을거야. 그렇다면 최소한 발악이라도 해봐야 하지 않겠어?"

어째서인지 그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불안해짐을 느꼈지만, 인질들은 입을 다물며 그의 말을 기다렸다.

"여기서 찬스! 여기 있는 내 부하를 상대로 10분간 버티거나, 쓰러뜨리거나, 죽인다면 너희들은 전원 생존이다. 너희들끼리 분열을 일으키지 않고 협동만 한다면 운좋게 살아남을 수 있단 말씀이지!"

"!!"

"!!"

그 때, 진우의 노예들과 인질들, 두 무리가 놀란 눈빛으로 진우쪽으로 시선이 모여졌다.

왜냐하면 그가 가리킨 '부하' 가 유일하게 총으로도, 파워 슈츠로도 무장하지 않은 여성, 리엘루스였기 때문이다.

"참고로 말하자면 이 녀석의 '이능력'은 신체 변이 능력 뿐이야. 너희들도 나를 몇번이나 겪었다시피 하니 알겠지만, 이 몸은 절대로 거짓말을 안 쳐. 내가 경고한대로 가만히 있었던 자들은 모두 이렇게 살아있잖아?"

확실히 그가 죽인 인질은 최초를 제외하면 그의 경고를 무시하던 이들뿐이였다.

게다가 실탄이 들어간 권총으로 자신들을 사격대마냥 사용했으나, 절대로 신체의 일부를 맞추거나 죽이지 않았었다.

"일단 너희들에게 10분간의 시간을 주겠다. 여기있는 짐 중에서 무기가 될만한걸 찾아도 좋고, 무기가 없다면 직접 만들어도 좋아. 그럼 준비~ 시작~"

우르르르르--!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인질들은 자신의 것이 아닌게 분명한 짐을 풀면서 무기가 될만한 것들을 챙기기 시작하였다.

그 모습을 즐겁게 지켜보던중, 리엘루스가 그에게 다가와 입을 열었다.

"주인님, 어차피 죽일텐데 굳이 이렇게 귀찮은짓을 할 필요가 있습니까?"

"크크큭! 저들의 모습을 봐라. 너를 죽이고 살아남겠다는 욕망으로 들끓고 있잖나. 저 욕망과 용기가 절망으로 바뀌었을때, 희망이 공포로 바뀌었을때 터져나오는 절규와 비명소리야말로 이 세상에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아름다운 소리거든."

"그것도 그렇군요."

평범하게 비명과 절규를 듣는것보단 살아남고자 하는 의지, 혹은 희망에 가득찬 사람들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뜨리길 원하는 그의 모습에, 리엘루스 또한 포식자로서 어느정도 이해가 가는듯한 표정이였다.

일반인이라면 그의 말에 몸서리를 쳤겠지만, 애초에 인간과 다른 상식과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거미 괴수인 그녀에겐 팔팔하게 저항하는 먹잇감이 더더욱 사냥하는 맛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인질들은 어떻게 해서든 리엘루스를 죽임으로서 살아남고자 하는 욕망으로 가득차 있었다.

물론, 이능력에 대해 조금이라도 안다면 염동력자나 신체 강화자가 아닐까 싶은 의심이 들 수 있겠지만, 전에 진우가 말했듯이 싸움과 인연이 먼 일반인에겐 눈에 보이지 않는 이능력보단 눈 앞에 겨눠진 총구를 더 무서워하기에 저들의 희망이 되살아나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저…주인님, 한가지 부탁하고 싶은게 있습니다만……."

"응? 뭔데?"

그 때, 리엘루스가 약간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조심스래 입을 열었다.

"먹어도 괜찮겠습니까?"

"흠?"

"인간들의 식사도 나름 영양을 섭취할 수 있으니 괜찮긴 하지만…뭐라고 설명하기 좀 어렵지만 제가 하던 식사 방법이 아닌지라 만족스럽지가 못하다고 해야 하나…위화감이 든다고 해야 하나……."

거미는 거미줄을 사용하거나 마취침, 혹은 독으로 먹잇감을 잡은다음에 먹잇감 내부에 독을 투입시켜서 안의 모든 내용물을 액체화 시킨다음에 빨아 먹는다.

"아, 본능이라는 녀석이구만?"

"예! 맞습니다! 주인님께서 인간이시니까 인간을 먹는것을 꺼려하실것 같아서……."

상당히 애매한 말이였지만,  진우는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단번에 파악하였다.

그 또한 평범한 방식을 여자의 몸을 즐기다보면 위화감같은게 느껴지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본능을 깨우며 거칠게 범해야만 만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식사(?)의 종류는 다르지만 똑같은 육식동물이였기에 가능한 공감대였다.

"괜찮아 괜찮아. 4D 화면으로 내가 좋아하는 괴수물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인데 왜 거절하겠어?"

어렸을때부터 괴수물을 좋아했었던 진우는 영화를 즐기는 감각으로 허락하였고, 리엘루스는 훨씬 밝은 표정으로 빨리 시간이 지나가길 기다렸다.

"저…여보. 그럼 저희들은 이만 들어가볼께요."

두 남녀의 말을 듣고 있던 이실리아는 약간 불편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어왔다.

그 밖에도 노아와 하린또한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는데, 아무리 악의 조직의 일원이 되었다지만 그런 모습을 웃으면서 즐길 수 있을 정도의 성격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고어물은 취향 많이 타는 장르니까 그런건 존중해줘야지. 이만 들어가봐. 아참, 그리고 남아있는 인질들이랑 이번에 잡아온 특수 부대원 년들 모두 발가벗겨놔."

"예? 필요하시면 저희들이……."

"너희들이 아무리 맛있는 최고급 음식이라 해도 가끔씩은 질이 떨어지는 노점상 음식이 땡길때가 있는 법이거든. 맛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뭔가 한가지씩 중독성이 생기는 독특한 매력과 맛을 가지고 있다면 더더욱. 무슨 뜻인지 알겠지?"

혹여나 이 곳에 있는 모든 여성들을 노예로 만드는게 아닐까 싶어 뒷처리를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해하던 이실리아는 그제서야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예전이였다면 수십명의 여성들에게 치욕감을 주고, 한 남자가 그녀들을 모조리 범하는 것을 보았다면 용서고 뭐고 죽이는게 세상에 이득이라 생각했겠지만, 한 남자의 소유물이 됨으로서 기쁨을 느끼게 된 여자에겐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 없게 되었다.

오히려 그럼으로서 자신의 주인이자 남편이 만족한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하니까.

"그럼 저희들은 먼저 가서 준비를 하고 있을께요."

"부탁하지. 아, 그리고 포로로 잡은 그 녀석들은 확실히 구속해놔. 리미터를 장착해두긴 했지만 특수 부대원이니까 근접전도 보통 이상일테니 방심하지 말고."

"예."

B급 액션 영화처럼 인질들을 확실히 제압했다고 안심하는 순간에 주인공의 활약으로 테러리스트들이 쓰러지는 장면을 연출시키고픈 생각은 추호도 없었던 그가 확실하게 경고를 하자, 그의 걱정을 이해한 그의 노예들은 짧막하게 대답하면서 승객실로 돌아갔다.

"아이리, 안에 있는 시체들 가져와. 기왕 문을 연김에 쓰레기들도 마저 다 버려야지."

그가 말한 쓰레기가 미간에 구멍이 뚫려있는 남자들의 시체임을 확신한 아이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나는 당신의 명령에 따르고 싶지 않다는 티가 팍팍 느껴지는,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한 그녀가 터덜 걸음으로 다른 노예들의 뒤를 따라나서려던때, 진우가 명령을 추가로 내렸다.

"아, 오면서 기내식 아무거나 하나 갔다줘. 나도 슬슬 배가 고파지기 시작하네."

"예."

그녀까지 사라지면서 화물칸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노예가 리엘루스만 남게 되자, 진우는 뭔가 고백하듯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나는 말이지, 어렸을때부터 약간 특이한 녀석이였어. 흔히들 시장이 반찬이라고, 배고프면 뭘 먹든지 맛있다고들 하잖아? 그런데 나는 괴수물에서 괴수가 인간을 뜯어먹을때처럼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으면 진짜 맛있게 느껴지더라고."

마치 추억이라도 느끼듯이 두 눈을 감고 과거를 회상한 그는, 슬슬 몸을 풀고 있는 리엘루스에게 나지막히, 인질들에게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한가지 지시를 내렸다.

"처음부터 전력으로 가면 결과가 뻔해서 너무 재미없으니까 천천히, 비명을 음미하며 사냥해라. 특히, 모두 잡아먹으려 하지 말고 일부러 화물칸 밖으로 밀어내기도 해. 죽음의 공포가 늘면 늘어날수록 본성이 빨리 튀어나오는 법이니까."

"후훗. 역시 주인님을 저의 지배자가 될 가치가 있으신 분이시군요."

그녀 또한 인간들에 의해 고통스런 실험을 받으면서 인간들을 향한 증오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더욱 많은 절망감을 가져다주는 계획에 찬성하는 입장이였다.

'생각해보니까 주인님 또한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이 분에겐 증오심이 떠오르지 않는 이유를 이제서야 알것 같아.'

물론, 처음엔 진우를 적으로 인지하고 적대하였지만, 그건 그 때 상황에서 자신의 입장이였다면 누구든지 적대감을 표출할만한 분위기와 상황이였다.

하지만, 그에게 저항을 포기하고 노예를 자처한 이후부터는 두려움과 경외심을 가질뿐, 그 어떤 적대적인 감정을 느낄 수 없었다.

참고로 말하자면 말은 안하고 있지만, 진우의 노예들에게도 인간이기에 보이지 않는 증오심을 가지고 있었다.

'저 분은 인간의 도리를 포기한 짐승이였던거야.'

법에 얽매이지 않고 포악한 육식동물의 성격을 가졌으며, 살아있는 생명체의 절망을 먹고 사는 짐승.

리엘루스는 단지 인간의 외피만을 뒤집어쓴 짐승인 진우를 '인간' 의 기준에 한참이나 벗어난 동물임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기에 인간으로서 취급을 하지 않은 것이다.

============================ 작품 후기 ============================

화물칸 게이트를 활짝 열어두고 10분...아니, 3분만 내버려둬도 기압에 의해 계속해서 고도가 낮아지게 되고, 최악의 상황이 일어나면 추락까지 일어납니다.

그런데 여기서 그런 현실적인 부분 따지면 재미없어지잖아요? 어차피 출판할것도 아닌데다 작가의 자딸용 소설인데 뭐 어때요? 원래 자딸용 소설에는 자기 위안을 위해 사소한(?) 상식 몇개는 간단히 깨부셔지는게 기본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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