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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이거 운이 좋은데!'
모든 승객들이 불안에 떨때, 홀로 불안한척 어색한 연기를 하고 있는 남성이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불안한척 하려는데 웃음이 터져나오기 일보 직전의 상황이라고 해야 할까?
적갈색의 단정한 머리와 나름 미남의 기준점 위쪽에 있는듯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백인 남성의 정체는 미국에서 공식 A 랭크 히어로로 활약하던 '글로리 아메리칸' 라는 이명(참고로 말하자면 자칭이다)을 가진 베니 호리스 라는 이름의 영웅이였다.
이름만 보자면 조국을 자랑스럽게 여기는듯한 성품인가 싶겠지만, 그가 히어로 생활을 하는 이유는 단지 사람들의 환영과 존경심을 받고 싶다는 명예욕 때문이였다.
물론, 명예욕이 강해도 그 밑바탕에는 어느정도의 정의심이 존재해야만 히어로로서 활약할 수 있으니, 위선적이긴 해도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줌으로서 존경심을 얻고 싶다는 욕망을 숨기는 정도에 불과하기에 영웅의 삶을 살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그에겐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있었는데, 자신보다 약한 적에겐 확실히 강하지만 강한 적에겐 확실히 약하다는 점이다.
그의 능력은 신체 강화 5등급, 재생 능력 2등급, 염동력 3등급의 복합 능력자로, 그다지 약점이 존재하지 않고 밸런스가 잡혀있는 능력자였지만, 단지 사람들의 존경심을 받고싶다는 명예욕이 크다보니 목숨을 소중하게 여기고, 자신보다 약한 적을 농락하듯이 상대하다가 마지막에는 관대함을 베푸는 방식으로 싸우는 것을 선호하는 그에겐 자신보다 강한 적을 상대로 목숨을 걸려는 각오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가 이라크로 가려는 이유 또한 지금과 마찬가지다.
이능력자들에게도 각자 자신들의 사상과 이상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그것을 이룰 수 있는 힘이 주어진다면 거기에 더욱 집중하는것도 당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사상과 이상을 규율과 군기로 억압하는 군대는 기피하는 성향이 강하다.
물론, X-포스라는 이능력 특수 부대가 존재하고 이능력자들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주지만, 그래도 군율로 억압당한다고 느낀 이능력자들은 기피하는 성향이 강하다.
어쨌든, 공식 A 랭크 히어로인 그는 자신의 명성이 높아질수록 싸움을 거는 빌런들의 랭크가 높아져가면서 부다감을 느낀 그는 한가지 묘안을 생각해냈다.
미국은 워낙 적을 많이 만들다보니 여러가지 테러가 난무하는데, 덕분에 미국인들은 테러라면 치를 떤다.
그 중에서도 이라크의 테러조직, 알 카에다가 저지른 테러의 강도가 유난히 높았기 때문에, 자신이 직접 이라크로 가서 알 카에다를 부수기로 결정한 것이다.
딱히 강력한 이능력자가 없고, 끝이 보이지 않는 알 카에다의 강도높은 게릴라 전술에 파견 군대 또한 피로도가 높아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곧바로 한국으로 온다음 터키행 직항 비행기를 탑승하였다.
그렇게 터키에 입국한다음, 미국 대사관을 찾아가 자신이 글로리 아메리칸임을 밝히고 이라크로 들어가 군대를 도와 알 카에다를 붕괴시킨다음 모든 미국인들의 환호와 존경심을 받으며 미국의 대표적인 영웅이 된다는게 그가 만든 스토리였지만, 그는 군대에 대해 아예 관심이 없는 인물이다보니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모르고 있었다.
이라크와의 일은 이미 일개 단체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국가 수준의 일이다.
그런 상황에서 군인이 아닌 인간이 '나 영웅이니까 이라크로 보내줘!' 라고 주장하면 누가 보내주겠는가?
게다가 더 큰 문제는 미국 본토의 국방성에 정식으로 건의를 했다면 또 모르겠지만, 터키에 있는 대사관을 찾아가 알리겠다는 것은 그야말로 어리석음의 극치였다.
그가 한국인으로서 군대를 한번이라도 갔다면 이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겠지만, 모병제인 미국에서 태어나 군인이라는것에 아예 관심조차 없었기에 이러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아니, 생각해보면 '글로리 아메리칸' 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주제에 군인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긴 하다.
어쨌든, 우연찮게 탑승한 비행기에 하이재킹을 시도한 테러리스트들을 쓰러뜨리면 사람들이 환호할테고, 자신의 명성은 또다시 높아질것을 생각한 호리스는 자신에게 주어진 최고의 행운을 최대한 사용하기로 결정하였다.
'테러리스트들은 남자 한명을 제외하면 모두 여자들. 파워 슈츠를 착용하고 있긴 하지만 이 정도 쯤이야!'
파워 슈츠를 입었다는 것은 그만큼 기본 베이스가 약하다는 뜻.
호리스는 백여명이 넘는 승객들을 감시하기 위해서 넓게 퍼진 테러리스트들의 모습을 확인하며 머릿속으로 재빨리 계획을 굴려갔다.
'일단 가까이 있는 테러리스트를 근접전으로 제압하고, 염동력으로 무기들을 빼앗으면 어찌어찌 되겠어.'
그는 자신보다 약한게 분명한, 그렇기 때문에 총기를 사용하는 범죄자들과의 싸움에 능숙하다.
'가장 거슬리는건 이마에 눈알이 박혀있는 거미녀인데…….'
미국에서는 다양한 히어로와 빌런들이 존재하는데, 가장 흔한건 역시나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던 능력이 다양각색한 이유로 개방되는거지만, 이따금씩 여러가지 이유로(주로 방사능) 동물이나 곤충처럼 생긴 돌연변이형도 존재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생김새를 외부로 들어내길 꺼려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잘 모르지만, 미국에서 A랭크쯤 되면 이따금씩 돌연변이형 이능력자를 만나볼 기회가 있기 때문에 그는 놀랍다기 보단 리엘루스의 특징을 파악하고 있었다.
'무기가 없는걸보니 접근전 타입인가? 일단 테러리스트의 숫자를 줄여야 하니까 저 년은 나중에 처리하는게 좋겠어.'
기장실 안으로 들어간 두 테러리스트가 합류하기 전에 재빨리 여기서 다섯명의 테러리스트들을 쓰러뜨려야 한다고 생각한 호리스는 두 자루의 일본도를 들고 있는 테러리스트가 자신의 곁을 지나가자 재빨리 몸을 날렸다.
스컥!
"끄아아아아아아아악!!"
"기습을 하려면 눈빛을 숨기는 법부터 배워라, 쓰레기."
두 자루의 일본도를 가진 테러리스트, 키리타니 아이리는 접근전이 특징인 만큼, 상대방의 표정과 눈빛을 읽는데 능하였다.
그녀는 다들 두려움, 공포, 당황함에 물들어있는 다른 인질들과 달리, 자신만만한 눈빛을 띄고 있자 일부러 기습에 대비하며 그의 곁을 지나간 것이다.
위치, 공격 타이밍이 파악당한 기습은 그 순간부터 기습이 아니게 된다. 등짐에 불을 지고 화약 창고를 향해 달려드는 자살 특공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닐 뿐.
"아아아아아아악!"
재빨리 몸을 뒤쪽으로 회피하며 발도술처럼 빠르게 검을 꺼내며 호리스의 어깨를 베어낸 아이리는 그의 입에서 들려오는 비명 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은지 눈쌀을 찌푸렸다.
"다들 관심 끄고 자기가 맡은 위치에서 계속 감시해."
다른 노예들이 그쪽으로 관심을 돌리려던 찰나, 기장실에서 나온 진우가 노예들의 관심을 경계쪽으로 돌리며 아이리에게 향하였다.
"무슨 일이지?"
"이 자가 저를 기습 공격하려 하였습니다."
더이상의 말은 필요 없었다.
"아까 내가 말했지? 내 부하들이 여자라고 한번 닥돌하면 곱게는 안죽인다고. 너는 영광스런 첫빠따다."
"크아아아악! 내 팔! 내파아아알!"
그리고선 진우는 어깨에서 피를 분출하며 바닥을 구르는 호리스의 머리통을 한 손으로 붙잡으며 들어올렸다.
"부서져라."
퍽!
"커헉!"
신체 강화 5등급의 이능력자인 호리스가 전력으로 발광하였지만, 진우는 그의 머리통을 절대 놓지 않으며 무방비 상태의 옆구리를 주먹으로 가격하였다.
"으스러져라."
우드드득!
"끄가아아악!"
그리고선 옆구리에 꽂아넣은 주먹에 힘을 가하면서 손목을 천천히 돌리기 시작하였다.
펀치로 뼈를 부수고, 그 상태에서 주먹을 돌리며 뼈를 으스러뜨리는 진우의 행동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부서져라, 으스러져라."
"끄아아아악! 그…그마아아안!"
퍽! 끄드득!
"부서져라, 으스러져라."
"제…제발…살려줘어어어억!"
파각! 끄가가각!
"부서져라, 으스러져라."
"끄…끄거억……."
단지 두 마디의 말을 중얼거리며 호리스의 상체의 있는 모든 뼈를 가루로 만드는 그의 작업은 겨우 절반에서 멈추고 말았다.
"뭐야? 뒈졌잖아?"
갈비뼈가 부러지면서 뼈의 끝이 심장을 찌르면서 사망한 호리스의 표정은 끔찍한 고통으로 얼룩진 상태로 굳어버렸기에,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인질들은 두려움에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였다.
"다음부터는 좀 더 고통스러워하게 힘을 좀 낮춰야겠군.젠장할. 원래 첫빠따가 제일 고통스러워야 하는데."
쿵!
그리고선 호리스의 몸을 거칠게 내던지자, 땅에 쓰러진 그의 시체는 잘려진 어깨에서 피가 조금씩 흘러나오고 꿈틀꿈틀 거리며 사후 경직이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진우는 시체의 몸을 뒤적이더니 그의 지갑을 꺼내들며 아이리를 향해 건성으로 턱짓하였다.
"어이, 이 녀석 시체는 대충 화물칸에다 던져놔."
"예."
아이리는 땅에 쓰러진 호리스의 다리를 질질 끌면서 화물칸쪽으로 향하였고, 피로 이어진 길이 쫘악 이어져나갔다.
"흐음~ 어디보자아~ 어디서 뭐하다 온 새끼길래 사상 최고로 평화로운 하이재킹을 망치는건지 알아봐야지."
이미 3명의 인질이 사망했는데도 불구하고 평화를 주자하는 그의 모습은 가증스러웠지만, 인질들은 그 뿐만 아니라 다른 테러리스트들도 뛰어난 실력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에 더더욱 몸을 움츠렸다.
"이름으은~ 베니 호리스. 미국 시민이고……. 호오? 공식 이능력 자격증도 있었네? 신체 강화 5 랭크, 재생 능력 2랭크, 염동력 3랭크?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자신이랑 동급의 이능력자한테 뒈진거야? 완전 호구네."
하지만, 베니 호리스가 허망하게 죽은것은 경험의 차이가 컸다.
자신보다 강한 자들과 싸우려는 호승심과 향상심을 가진 아이리와, 자신보다 약한 이들하고만 싸우려는 베리스의 이능력은 똑같을지 몰라도 경험의 차이가 역력하였다.
"여러분들도 나의 부하들에게 개기면 이렇게 되는거예요. 첫빠따는 제가 힘조절을 못해서 쉽게 죽여버렸지만, 두번째부터는 제대로 할테니까 또 개길려면 얼마든지 개겨주세요~"
진우는 인질들을 향해 웃으며 말하였지만, 인질들의 얼굴은 공포로 굳어져서 펴질줄을 몰랐다.
"아, 그리고 평소부터 하이재킹을 하면 해보고 싶었던 게임이 있었거든요? 007빵 놀이라고 아실려나 모르겠네?"
그는 자신의 권총집에서 권총을 꺼내들며 더더욱 환하게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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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누가 밥만 먹여주면 평생동안 거기서 글만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