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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이능력자들에 의한 테러는 날이 갈수록 더욱 교묘해지고 더욱 잔악해져간다.
하지만, 수많은 범죄와 테러를 성공시켜온 이능력자라 해도 성공 확률을 극악으로 꼽는 테러가 하나 있다면, 하이재킹이라고 입을 모아 대답한다.
하이재킹의 목적을 달성했다손 쳐도 도망갈 퇴로 확보가 너무나도 힘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좁은 실내 공간과 공중을 날고 있는 비행기의 특성상 필요 이상의 강한 충격이 생긴다면 추락할 위험이 높기에 이능력자들이 활약하기엔 최악의 장소라 할 수 있겠다.
지금까지 하이재킹이 성공한 사례는 매우 극소수이며, 유일한 성공 사례라 한다면 비행기를 이용한 자폭 테러가 유일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런데 경찰과 악당들이 인정하는 최악의 성공률을 가진 하이재킹이 일어났다는 소식에, 중국에 내치된 UN 평화 유지군 소속 대 테러 전담반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크로스의 준동 이후, 이능력자들의 테러를 막고자 UN에서는 테러만을 전문으로 다루는 대 테러 전담반을 소속국에 유치시켰다.
테러에 관련된 모든것을 연구하고 경험해온 이들로 구성되어있었기에, 테러리스트들과의 협상, 제압등에 능한 자타공인 스페셜리스트로, 위부터 아래까지 전부 크고작은 테러를 겪어온 이들이였다.
"하이재킹이라고? 아직도 그런걸 하는 놈들이 있단 말야?"
중국계 미국인이며, 미국에서 네고시에이터로 활약하여 수많은 범죄자들과 협상을 벌여왔던 에드 리는 상황을 듣고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였다.
수많은 범죄자들과 협상을 벌였던만큼 그들의 생각과 행동 방식또한 심도있게 연구했었던 그는 가장 골치아픈 상황, 다 필요없고 모두 죽자 식의 자살 테러만이 아니길 빌었다.
그가 맡은 임무는 테러리스트들의 목적을 알아내는것, 그리고 이쪽의 특수 부대가 준비되고 진입 관련, 인질 구출등의 작전을 짤 동안 시간을 버는 것이였다.
갑작스런 테러 사건이였지만, 에드 리는 베테랑 네고시에이터 답게 침착함을 되찾으며 조금이나마 많은 정보를 얻어낼 예정으로 하이재킹 당한 비행기와 연결된 통신기를 사용하며 신호를 보냈다.
-이름~~~!-
"??!"
그 때, 갑자기 통신이 연결되면서 장난끼 가득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에드 리와 그의 주변에서 상황을 파악하고 보고하기 위해 모여있던 테러 전담반 요원들의 얼굴에 황당함이 가득찼다.
"뭐…뭐야 이거? 연결이 잘 못 된거 아냐?"
"분명히 제대로 연결했습니다!"
수많은 범죄자들과 심리전을 벌였던 에드 리 조차도 지금의 상황에서는 당황함에 어떻게 할지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르으으으으음~~~~!!--
아무런 대답이 없자, 무전기 너머의 남성 목소리는 살짝 화가 난듯이 톤이 올라가있었지만, 모든 요원들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감을 못 잡고 있었다.
탕!
으아아아악!
그와 동시에 총성이 들려오면서 굵은 남성의 비명 소리가 울려퍼졌다.
-내 말을 두번이나 씹어서 벌써 인질 하나가 뒈졌잖아? 이르으음~~~!-
그제서야 이름이라는 단어 너머의 뜻이 이쪽의 이름을 말하라는 것임을 눈치챈 에드 리가 재빨리 입을 열었다.
"에드 리! 에드라고 부르든 리 라고 부르든 그쪽에서 마음대로 하게!"
'젠장. 이딴식으로 기선제압을 당할 줄이야……! 정체가 뭔지 몰라도 신출내기는 절대 아냐!'
하이재킹을 했다고 해서 앞뒤 분간 할 줄 모르는 신출내기 테러리스트라고 생각했었던 에드 리는 일부러 강하게 나가지 않고 한 발 물러서는 듯한 형태를 취하였다.
-헤에~? 중국계 미국인 이신감? 내 이름은 치우. 치우라고 부르쇼.-
'치우? 신화속의 그 치우인가? 그렇다면 상대방은 동아시아계의 20대 중후반의 남성이다.'
치우라는 이름은 동아시아 사람이 아니라면 알기 어려운 신화속 인물이다.
설령, 동아시아인이 아니라 해도 자신들과 관련이 없는 신화속 인물의 이름을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그의 머릿속에는 진우가 동아시아인이라는 것에 80% 이상 확신하였다.
어떻게든 정보를 뽑아내고자 필사적인 에드 리는 머릿속으로 그에 대한 정보를 한 겹씩 차곡차곡 쌓으며 입을 열었다.
"그쪽이 원하는대로 치우라고 부르지. 일단 당연한 질문이긴 하지만, 그쪽의 목적은 무엇인가?"
-홍보.-
"…뭐?"
-홍보라고. 내가 나름대로 열심히 부하들을 모아서 조직을 하나 만들었거든? 조직의 명칭은 삼태극이니까 잘 기억해둬. 아크로스를 박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할 세계 최강의 조직으로 발전할테니까.-
"……."
"……."
"……."
치우의 말이 끝나자마자 에드 리와 주변의 요원들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
홍보? 홍보라고?
수많은 사람들을 인질로 잡고, 테러 성공률이 가장 낮다는 하이재킹을 한 이유가 겨우 홍보라고!?
'미친놈이다. 분명히 약빨이 강한 마약이라도 흡입한게 분명해.'
이건 에드 리 뿐만 아니라 다른 요원들 머릿속에 공통적으로 떠오른 생각이였다.
"어…흠흠! 아…알겠네. 그리고 그 외에 부가적인 요소는 없나? 예를들어 돈이라던가……."
에드 리는 상대방이 제정신이 아닌 놈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목소리를 부드럽게 하고 최대한 사근사근하게 대화를 이어갔다.
협상가마다 각자 다른 방법이 있겠지만, 그는 일부러 이쪽을 낮춰서 상대방이 우쭐하게끔 만든 후에 정보를 빼내는 방식에 안정성이 좋기 때문에 그 방향으로 시작을 잡았다.
-당연히 있고말고.-
'좋아. 초반에 괴상한 방법으로 기선 제압 당했지만, 일단은 정보부터 모으는것이 우선이다.'
일단 테러리스트라면 돈이라던가 누군가의 석방, 어떤 지역의 타국 군대 철수를 요구하기 때문에, 에드 리의 머릿속에는 여러가지 요구 사항에 대한 반응들이 머릿속에서 맹렬하게 계산되고 있었다.
-그런데 안알랴줌.-
"…뭐……?"
-생각해보니까 내가 아침밥을 좀 설찮게 먹었거든. 일단 배고파서 말할 기분 아니니께 기내식으로 배좀 채우고 이쪽에서 연결할테니 그렇게 알고 있어. 그럼 맛밥~-
뚝-
"……."
"……."
"……."
또다시 흐르는 정적.
지금까지 자신의 실수로 상대방이 화를 내며 연결을 끊는경우는 있어도, 테러리스트쪽이 배가 고프다는 이유로 연결을 끊는 경우는 처음이였기에 에드 리의 표정은 무언가를 꾸욱 참는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일단 동아시아계 20대 중후반의 남자, 그리고 치우라는 이름과 관련된 범죄 기록을 확인해라.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도 확인해."
"예!"
'이 녀석은 대체 정체가 뭐지? 고도의 심리전을 사용할 줄 아는 테러리스트인가? 아니면 그냥 머저리인건가?'
지금까지 상대한 수많은 범죄자 중에서 마약 중독자와 협상한 경험이 있었던 에드 리였지만, 어째서인지 그의 본능은 이번 일이 쉽게 끝날것 같지 않다는 불길한 예감을 안겨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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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내 잘못 아니다? 쟤네가 내 말을 두번이나 씹어서 생긴 '부득이한' 사고야. 내가 가끔씩 '욱' 하는 성질이 있다고 했잖아? 아, 그 때 아저씨는 못 들었겠구나."
진우는 관자놀이에서 피를 분출하는 부기장의 시체를 끌어내며 기장을 향해 변명하듯 입을 열었다.
"……!!"
설마 이토록 쉽게 인질을 죽일줄은 상상도 못한 기장은 마른침을 삼키며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우리 목적이 이라크로 가는것 하나뿐이라면 과연 저쪽에서 어떻게 반응할지 심히 궁금해지는구만."
배가 고프다고 통신을 일방적으로 끊은것은 상대방에게 혼란을 가하기 위함이였다.
참고로 말하자면 '붉은 가면으로서의' 활동은 하였지만, 붉은 가면이 치우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그랜드 아크 혼자뿐이다.
하지만, 그랜드 아크는 치우의 존재를 여러가지 이유로 숨겼기에, 어찌보면 이것이 세상을 향한 최초의 선언이였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쯤 저들은 치우에 대한 정보가 나오지 못하여 당황하고 있으리라.
"그건 그렇고 주인님은 제가 예상했던것보다 더 악독한 분이시군요. 애초에 협상할 마음도 없으신 주제에."
그렇다. 진우는 저쪽에서 인질 1명당 10억 달러를 준다고 해도 절대 바꾸지 않을 생각으로 가득차 있었다.
"당연하지. 인질들은 저쪽에서 비행기를 부수지 못하게끔 만드는 억제제니까."
만약, 저들이 '아 시발 몰라 엿같아서 못해먹겠네 다 죽여버려 시밤쾅!' 하며 전투기를 출격시킨다면 중국 한복판으로 추락하게 된다. 하지만, 안에 인질이 그득하게 차 있는데 그냥 몰살시킨다면 제아무리 중국이라 해도 국제적 비난을 얼굴에 철판을 깔고 버틸수만은 없을 것이다.
물론, 진우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였지만, 그래도 기왕 하이재킹을 했으니 한번 멋들어지게 성공시켜봐야 할것 아닌가?
"어이, 기장 아저씨."
"예, 예!"
바짝 얼어버린 그는, 자신을 칭하는 진우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대답하였다.
"이거 터키까지 가는 직항행이라서 연료는 충분하지?"
"예, 맞습니다!"
"안의 기내식도 터키행까지 가는데 충분히 있지?"
"마, 맞습니다!"
"터키로 가는 루트를 아주, 아주 약간만 꺽으면 되는데 연료가 부족하다, 뭐가 없어서 곤란하다식의 개소리가 튀어나오기만 해봐. 그때는 이 새끼가 이렇게 쉽게 죽은걸 졸라 부러워하게 만들어줄테니까. 알간 모르간?"
"알겠습니다!"
진우는 기장의 머리를 잡아 살짝 돌리며 부기장의 시체를 보여주었고, 그는 마른침을 삼키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였다.
"좋아 좋아. 집에 있는 마누라랑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열심히 하라고. 아, 그리고 저쪽에서 무전을 연락해도 절대 받지마. 무전을 받는 타이밍과 끊는 타이밍은 오직 내 차지니까."
이번 경고는 기장뿐만 아니라 페리샤에게도 적용되는 공통적인 경고였다.
'협상의 여지가 전혀 없는 범죄자를 상대로 얼마나 끈덕지게 버틸 수 있는지 즐겁게 봐주지, 에드 리. 크크크큭!'
물론, 다른 범죄자들도 협상을 할 생각이 없는 상황에서 네고시에이터들의 말빨에 조금씩 협상할 마음이 들게 만들었겠지만, 진우는 아무리 큰 이익을 눈 앞에 내밀어도 절대 협상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이것이 진우의 정신력이 강하다는 뜻은 아니다.
단지 협상가들은 테러리스트들이 범죄를 저질렀으나 자신이 목적, 그리고 자신의 목숨까지 구하려는 필사적인 마음을 가졌기에, 그 부분을 이용하여 그들의 말을 들어주는척 하면서 빈틈을 비집어낸다.
그에 반해 진우는 가벼운 마음으로, 어차피 누구도 자신을 죽일 수 없다고 여기고 있기에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하이재킹을 하였으니, 그의 빈틈을 만들어내려는 에드 리의 고생은 지금부터가 시작이였다.
============================ 작품 후기 ============================
하이재킹 편의 즐거움은 인질을 구출해내려는 특수 부대원과 진우 일행의 대결이 아닙니다.
그를 평범한 테러리스트라고 생각하며 협상하려는 에드 리의 필사적인 설득과 그런 그를 비꼬고 놀려먹는 진우의 개드립이 중심인 편임 -_-ㅋㅋ
참고로 UN 대 테러 전담반은 그냥 설정임. 현실적으로 이해하시려고 진지드시면 범죄와 연관이 없는 순수하고도 심약한 청년인 작가는 깨갱하며 물러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