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176화 (176/923)

0176 / 0923 ----------------------------------------------

3장

페리샤와 함께 자신이 알아낸 비밀을 어떻게 사용할지 토론한 진우는, 일단 이 비밀을 숨기기로 결정하였다.

마음만 먹으면 전 세계, 특히 욱일승천에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국가들에게 알리게 된다면 큰 파장이 일어날것이 분명하지만, 증거가 부족했다.

일단 이쪽의 정체가 불확실한데다가 물적 증거 없이 '욱일승천 고위 간부가 이렇게 말했대요' 라고 말해봤자 일본이 헛소리라고 반박하면 끝이니까.

게다가 라이진 후지미네는 대외적으로 상당한 기부(아이리에게 물어보니 기부 대상은 욱일승천 산하에 있는 하부 조직이라한다)를 통해 이미지 관리를 잘하고 있기 때문에, 한두가지 정도의 물적 증거로는 의심을 줄 순 있어도 타격까진 줄 수 없다는게 페리샤의 의견이였다.

하지만, 욱일승천의 지도층을 알게 된 사실은 그 가치를 매기기 어려울 정도다.

게다가 스스로 세뇌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이런 극비 정보까지 불어버린 아이리가 수중에 들어가 있으니 욱일승천의 기지나 자금줄 또한 알고있는데로 불게 될 것이다.

어쨌든간에 그 문제는 뒤로 넘긴 진우는 한국을 뜰 준비를 명령하면서 자신 또한 이것저것 준비하였다.

페리샤는 다음날 오후 시간대에 출발하는 터키 직항행 비행기 표를 사람수대로 예약하였고, 다른 일행들은 각자 사용할 짐을 꾸린 후에 하이재킹때 사용할 자신의 무기들을 진우가 만들어놓은 AMC(Anti Magnetic Core)를 부착하면서 금속 탐지기에 걸리지 않게끔 준비를 해두었다.

"에? 저에게도요?"

"이런거 필요 없는데……."

이실리아와 하린은 자신에게 권총을 건내는 진우의 모습에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내가 너희들이 염동계열 이능력자라는거 몰라서 건내겠냐? 일단 받아."

"예……."

일단 의아함을 감추지 못하면서 AMC가 붙어있는 권총을 받아챙겨뒀다.

"이능력이나 범죄자와는 연관이 없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온 민간인의 입장에서 보자면 권총을 겨누는게 더 무서울까, 아니면 너희들이 갑자기 손바닥을 펼치며 위협하는게 더 무서울까?"

"에? 그거야 당연…히……."

하린이 당연히 손바닥이라고 말하려 하였지만, 무언가 깨달았는지 말꼬리가 흐려졌다.

"확실히 그런 종류의 일반인이라면 권총쪽이 더 무섭겠네요."

이실리아 또한 뒤늦게 진우의 뜻을 이해하였다.

"총은 상당히 대중적이지. 영화에서도 총 맞으면 아파서 데꿀멍하거나 죽고, 합법적으로 총기를 가지고 다니는 용병들도 많으니까. 그에 비해서 염동력은 어떻게 고통스러울지 상상조차 안가잖아? 상상이 가는 고통과 상상이 안되는 고통, 사람들은 어느쪽을 더 두려워하겠어?"

진우는 바로 그 점 때문에 총기가 필요없는 이실리아와 하린에게도 권총을 나눠준 것이다.

이쪽이 더욱 무섭게 보이고, 그 공포를 바탕으로 일반인들을 제압하기 위해.

그 밖에도 진우는 모두의 능력을 잠시동안 봉인할 EIEW(Esp Invalidation Electromagnetic Waves) 리미터 또한 제작하였다.

원래 있던것들은 하나같이 개목걸이 형태라서 옷 소매에 숨길 수 있고,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 금속 탐지기에 걸리지 않는것에 중점을 두었다.

일반적으로 이능력자들은 여차하면 큰 사고가 날 수 있는 탑승물의 탑승이 제한적인데, 가장 큰 사례가 비행기와 놀이공원 기구라 할 수 있겠다.

거기다가 축구라던가 야구 또한 이능력자들이 능력을 사용할것을 우려하여 아예 입장 자체를 거부하는 문화가 팽배해져 있다.

한두명이라면 모를까, 이정도 숫자의 이능력자들이 우르르르 몰려든다면 당연히 눈에 확 뛸것이 분명하기에, EIEW 리미터를 착용하면 이능력의 존재 유무를 확인하는 검사 기계를 손쉽게 통과할 수 있으리라.

모든 준비를 마친 진우는 마지막으로 아이리를 찾아갔다.

"어이."

"……."

참고로 그녀의 상태는 쾌락 중독은 그대로, 자기 세뇌는 99까지 올라가 있었다.

아마 스스로 조직의 기밀을 말해버렸고, 그것을 세뇌당했다는 핑계로 합리화시키는 도중에 생겨난 현상임이 분명하다.

본의아니게(?) 조직을 배신해버린 그녀는 눈에 힘이 없는 표정으로 진우의 부름에 기계처럼 반응하였다.

"받아."

턱.

본능적으로 자신을 향해 날라온 검을 받아챈 아이리는 그것이 자신이 사용하던 두자루의 일본도임을 알아챘다.

"이제부터 네 년은 내 부하로서 따라줘야겠어. 앞으로 자율적인 판단을 해야 할 일이 늘어날테니 세뇌도 어느정도 풀어주지."

"……?"

어째서냐는듯한 눈동자로 물어오는 그녀의 표정을 지었고, 진우는 진중한 눈빛으로 아이리를 향해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갑작스럽게 배신해서 내 노예들을 죽이고 싶으면 죽여. 하지만, 그런짓을 하려면 나까지 반드시 죽일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한 다음에 하는게 좋을거다. 왜냐하면……."

그리고선 그녀를 향해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더니 광기어린 미소를 지었다.

"그 분노를 일본 전체에다가 풀어버릴테니까."

"!!"

"원래 계획은 욱일승천만 공격하고 너희들이 가지고 있는 자원과 기술만 약탈할 예정이지만, 네년이 용서해줬음에도 불구하고 내 뒤통수를 친다면 일본의 모든 여자들은…뭐, 여기까지 말하면 알아듣겠지?"

"큿……."

"아, 그리고 특히나 야마토 총리와 라이진 후지미네는 내 손으로 정성껏 괴롭혀주지. 특히 후지미네는 너를 대신하여 나의 분노를 받을테니까 그렇게 알아두라고. 나중에 지옥에서 지상을 내려볼 수 있는 짬밥이 되면 돼지우리에서 돼지들 사이에서 인간의 말을 잊고 꿀꿀대며 교미되는 모습을 볼 수 있을테니까 배신을 한다면 얼마든지 기대해도 좋아."

꾸욱--

아이리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자신의 애검을 내려보았다.

"아, 혹시나 해서 말해두는데, 자살해도 결과는 똑같다?"

"……."

자신의 반응을 눈치챈 진우의 목소리에, 그녀는 체념어린 눈빛과 함께 함께 주어진 본래의 옷을 갈아입고 검집을 허리에 매달았다.

'죄송…합니다…총리님…후지미네님…저는…저는…….'

그분들을 위해서 배신할 수 밖에 없는 모순된 상황에 놓여버린 아이리는, 이 모든 일의 변명이 될 수 있는 마법의 문장을 되내였다.

'하지만 어쩔 수 없어…나는 세뇌를 당해버렸으니까…….'

--------

진우의 노예들 내에서 아이리의 직급은 최하위였다.

아마 후에 다른 노예들이 들어와도 아이리보다 높으면 높았지, 절대 낮을리는 없을 정도로 대우가 낮았다.

"야, 이것도 들어."

"…예……."

"대답에 맥아리가 없다? 평소처럼 발광했던 예전의 그 기운은 다 어디로 간거야?"

"…죄송합니다……."

"죄송해? 뭐가 죄송한데?"

특히, 그녀와 악연이 깊은 하린은 드라마에 나올법한 악역 시어머니마냥 아이리의 행동 하나하나에 딴지를 걸고 있었다.

"으와아…드라마의 내용을 진짜로 사용하는 사람도 있었구나……."

막장 한국 드라마를 보면 나오는건 욕밖에 없는데도 왠지모를 중독성에 시간이 나면 본방사수까지 했었던 노아는, 드라마의 내용이 현실로 이뤄지자 마치 모든게 끝장났다는듯한 말투로 나지막히 읊조렸다.

의외로 이실리아는 하린의 행동에 딴지를 걸지 않았는데, 그녀 또한 진우처럼 자신과 같은 노예가 되었으며 비슷한 나이대를 지닌 마지에를 죽인 아이리가 곱게 보이지 않은 모양이다.

"자, 다들 주목."

짝!

그 때, 진우가 박수를 치며 모든 노예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비행기의 출발 예정 시각은 내일 오후 시간대다. 지금부터 계획을 설명하지."

노예들이 물건을 챙길때, 진우는 페리샤와 함께 여러가지 가정, 그리고 최악의 상황을 예정하며 그 대비책을 세워두었다.

"아마 내일 공항에 가면 영국 왕실과 정무맹의 요원들이 공항에서 우리들의 인상착의를 숙지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아니, 정확히는 나와 이실리아, 그리고 노아겠지. 나머지들은 눈에 안띄게만 잘 움직여."

가장 먼저 페리샤가 예상한 장애물은 이실리아 모녀와 진우를 찾으려는 두 조직의 요원들이였다.

그들이 가진 공통적인 정보는 노아의 저택, 그리고 진우의 신분이 전부이기 때문에, 행방불명된 그들의 자취를 찾기 위해 온갖 정보력을 동원하는 한편,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한국의 모든 항공에 요원들을 배치할것을 예상한 것이다.

"예."

모든 노예들이 이구동성으로 대답하자, 만족스런 미소를 지어보인 진우는 다음 플랜을 설명하였다.

"그 조직원들의 처리는 나중에 페리샤가 알려줄테니 그 부분은 잠깐 스킵하고,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지. 하이재킹은 아프가니스탄 국경 지대를 넘는 순간 시작이다."

"예? 터키에 근접해서가 아니구요?"

목적지는 이라크영토 내면 아무래도 상관없으니까 터키에 근접했을때 하이재킹을 시작하여 선로를 변경시키면, 얼마 안가 도착할 수 있기 때문에 노아의 의문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였다.

"그러면 재미가 없잖아. 기왕 하이재킹을 했으면 우리들하고 협상하려는 범죄 전문 협상가와 치밀한 두뇌싸움도 해봐야하고, 테러리스트인 우리들을 처리하고 인질을 구출하려는 특공대랑도 싸워봐야 하이재킹의 맛이 나는법 아니겠어?"

"……."

그렇다. 진우에게 있어서 하이재킹이란, 자신이 모르는 색다른 즐거움을 찾기 위한 놀이에 불과한 것이다.

그는 무기를 숨겨둔 화물을 되찾는 수단까지만 말하고 그 외에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았지만, 그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노예들은 그때 상황에 따라 명령이 내려질것이라 생각하며 귀찮게 질문을 남발하진 않았다.

하지만, 그러한 사실을 지금껏 몰랐던 아이리는 황당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어보였고, 진우라는 인간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으나 그녀가 놀라야 할걸 앞으로도 무궁무진하리라.

진우는 각자 한 미모씩 하는 자신의 노예들이 한 자리에 뭉쳐다니면 의심을 살것을 우려하였기에 자신은 아이리가 허튼 수작을 부리지 못하게끔 그녀와 함께 다니고, 나머지는 각자 뿔뿔이 흩어져서 각기 다른 시간대에 비행기에 탑승하기로 결정하였다.

============================ 작품 후기 ============================

이제 다음편에 출발합니다.

하이재킹 고고씽!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