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149화 (149/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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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미국에는 두 개의 펜타곤이 존재한다.

하나는 버지니아 주의 미국의 군사적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펜타곤.

또 다른 하나는 캔자스 주에 위치한, 미국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영웅들의 집단인 펜타곤.

펜타곤에 소속된 영웅들중, S급 히어로중에서도 극소수만이 알고 있는 펜타곤의 기지는 정부의 펜타곤보다 훨씬 강도 높은 보안을 가지고 있다.

펜타곤을 적대시 하는 악당들이 많은것도 있다만, 가장 큰 이유는 지구에서 유일한 10등급 예지 능력자의 존재를 숨기고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페타곤은 뛰어난 능력과 함께, 리더쉽을 가지고 있는 5명의 지도자들이 함께 이끌어나가는 조직인데, 각자 다른 곳에서 활약하다가 특별한 일이 있으면 펜타곤에 위치한 연락망을 통해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는 날이 있다.

그리고, 오늘이 바로 그 '특별한 날' 이다.

펜타곤 내부에 있는, 오각형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방에서 건장한 체구를 지니고 얼굴 여기저기에 흉터가 잔뜩 생겨나 있는 스킨헤어의 흑인이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지잉-

=아아~ 바빠죽겠구만 뭔 호출이야?=

오각형의 꼭짓점에는 거대한 홀로그램을 출력하는 기계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그 중 한 곳에서 화면이 출력되면서 'sound only' 라는 영어가 떠오르며 괄괄한 음성이 터져나왔다.

"……."

하지만, 흑인은 묵묵부답.

괄괄한 음성의 남성은 그가 잡담같은걸 나누는 성격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혼잣말로 투덜투덜 거리며 다른 동료들이 도착하길 기다렸다.

지잉-

지잉-

지잉-

이윽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동시 다발적으로 3 개의 기계음이 들리면서, 마찬가지로 'sound only' 화면이 출력되었다.

=다들 할로~? 한달만이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빨리 끝내지.=

=도착했어.=

밝은 인상의 젊은 여성 목소리, 신중해보이면서 굵직한 30대 중후반 남성의 목소리, 10대 정도로 앳되어보이지만 냉랭함이 깃든 여성의 목소리를 들은 흑인은 자신의 자리로 몸을 움직이더니 입을 열었다.

"그랜드 아크가 부상을 입었다. 눈 하나를 잃었다 하더군."

간만에 동료들과 대화할 수 있는 날이 왔음에도 인삿말 따위는 생략하면서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걸보니 지독하게 실리적인 성격임이 분명하다.

=뭐? 어이, 아직 '그 날' 까진 기간이 남아있는거 아녔어?=

가장 먼저 얼굴을 드러낸 괄괄한 음성의 남성이 당황하듯이 입을 열었지만, 흑인은 표정의 변화 없이 고개만 끄덕이면서 특유의 고저차 없는 음색을 내뱉었다.

"문제는 그렇게 만든 장본인중 한 명의 정체를 알 수 없다는 거다."

=정체를 알 수 없다니? 무슨 헛소리를 하는거래? 그레이스가 컨디션 안 좋데?=

밝고 가벼운 톤의 목소리를 여성은 이해 못하겠다는 듯한 말투였고, 다른 사람들도 그녀의 말에 동의하듯이 입을 다물었다.

그도 그럴것이, 그녀가 말한 그레이스는 지구에서 유일한 10등급의 예지 능력자였기 때문이다.

펜타곤은 그레이스가 주는 정보로 악의 조직을 소탕하고 그들의 범죄를 사전에 방지해왔다.

문제는 그녀의 능력이 인간의 한계를 초월할 정도로 강하기 때문에, 기계 장치로 능력을 억제하면서 조금씩 필요한 정보만 예지해야만 입장이였으나, 한번 예언한 정보는 100% 확실하게 이루어졌다.

문제는 하루에 두어번씩 기계 장비로도 억제가 불가능할 정도로 한꺼번에 밀려오는 예지의 정보를 뇌가 이겨내지 못하고 기절하거나 한동안 예지 능력을 쓸 수 없게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이번에 그랜드 아크가 자신을 미끼삼아 한국에서 난동을 부리면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틈을 이용하여, 욱일승천과 손을 잡고 북부 유럽을 정복하게 된 사건을 사전에 방지하지 못한것도 그레이스가 위와 같은 이유로 예지를 하지 못하였기에 생긴 문제였다.

다들 그레이스의 컨디션이 아직까지 좋지 않다고 여기면서 그것을 확정지으려 할때, 흑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아마 지금쯤이면 모두들 한국에서 그랜드 아크가 정체불명의 누군가와 막상막하의 대결을 펼쳤다는 정보는 들었을거다."

=그 헛소문? 내가 지금 그거 때문에 애들을 갈구고 있었는데? 헛소문도 믿을만한 헛소문을 가지고 와야 웃어주…….=

"진실이다."

=!!=

=!!=

비록, 서로의 목소리만을 이용한 회의이긴 하지만, 흑인의 한마디에 분위기가 진중하게 흐르기 시작했다.

=지금 그게 무슨 소리지? 그랜드 아크와 동급의 이능력자를 지금까지 그레이스가 캐치하지 못했다는 건가?=

굵직한 목소리의 남성이 심각한 어투로 물어오자, 흑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발견된 것은 그레이스가 그랜드 아크의 행보를 추적하다가 얻어걸린거다. 그랜드 아크와 동급의 이능력자. 하지만, 그레이스의 예지 능력으로도 알 수 없는 수수께끼의 인물. 여기서 뭔가 느껴지지 않나?"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흑인의 시선이 지금까지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던 앳된 목소리의 여성의 목소리가 출력되는 화면쪽으로 돌려졌다.

잠시동안 무언가를 생각하는듯한 침묵후, 그녀의 목소리가 울렸다.

=아냐. '그 들' 은 지구에 도착하면 곧바로 정복 활동을 시작하지, 이렇게 조용히 움직이지 않아. 게다가 자존심이 강한 이들이라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숨기며 싸운다는건 상상조차 할 수 없어.=

조용한 어투지만 확신이 들어간 목소리에, 그녀가 생각없이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들은 그랜드 아크와 막상막하로 싸운 인물의 정체가 누구인지 고개를 갸웃거릴 수 밖에 없었다.

=혹시 그 자 아닌가? 그레이스가 예언했었던 우리들의 리더가 된다는 그 한국인.=

또다시 굵직한 인상의 목소리를 가진 남성이 입을 열자, 괄괄한 목소리의 남성이 영 마음에 안든다는 듯한 목소리로 툴툴거렸다.

=쯧. 아무리 그레이스의 예언이라지만 갑자기 튀어나온 놈을 리더로 받아들이라니 배알이 꼴리는구만.=

그레이스는 가끔씩 원치 않아도 미래의 일을 보게 되는데, 그 중 하나가 '그 들' 이 지구에 도착하기까지 1년이라는 시간이 남게 될 무렵, 한국에서 최강의 이능력자가 각성하여 1년동안 성장한 후에 모든 영웅들을 이끌고 '그 들' 을 물리친다는 것이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영웅으로서, 그리고 세계 최강의 영웅집단, 펜타곤의 리더중 한 명으로서 활약해왔던 괄괄한 목소리의 남성은 이능력자로 각성한지 1년밖에 안되는 녀석의 부하가 되야 한다니 못마땅할 수 밖에 없었다.

차라리 연륜이라도 있다면 또 모를까, 그레이스의 예지에 따르면 이제 겨우 20세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나도 그레이스에게 물어봤는데 그는 현재 한국에서 자신의 능력을 자각하지 못한채 일반인으로 생활하고 있다 하더군."

=그럼 대체 정체불명의 그 자는 대체 뭐야?=

목소리 분위기만큼이나 답답한 것을 싫어하는 밝은 목소리의 여성은 살짝 짜증난 음색으로 투덜거렸다.

"현재로선 알 수 없기에 너희들을 부른거다. 어째서 그가 그레이스의 예지 능력을 벗어났는지 몰라도 분명한것은 그만한 힘을 가진 자라면 외계에서 찾아올 '그 들' 을 상대할때 큰 도움이 되는건 확실하지. 너희들이 바쁜건 알고 있지만, 각자의 방법으로 그 자의 정체를 조사하자는게 이번 회의의 목적이다. 다들 동의하는가?"

펜타곤에서는 한 명의 지도자가 의견을 내면, 그 의견에 따른 승인 여부를 다수결로 정한다.

각자 다른 성격,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으나, 이들의 목적은 오직 세계의 평화였기에 최대한 사심을 배제하면서, 공정하게 투표하였다.

=찬성.=

=찬성.=

=찬성.=

=찬성.=

그랜드 아크와 막상막하의 실력을 갖추고 있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능력자의 존재는 거대한 적과 싸울때 불안 요소로밖에 존재할 수 없었다.

최소한 정체를 밝혀내, 아군이 될지 적이 될지 알아내는 것이 최우선 과제임을 직감한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찬성표를 던졌다.

"그레이스가 유일하게 알아낸 단서는 그의 이름이 '치우' 라는 것 뿐이다. 그의 새로운 정보를 조금이라도 알아낸다면 곧바로 서로 연락을 취해 정보를 공유하도록."

첫번째 단서, '치우' 라는 키워드를 알아낸 5명의 펜타곤 리더들은 어디서부터 정보를 얻을지 토론하면서 각자의 역활을 분담하면서 회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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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웁-

"으웅……?"

무언가가 자신의 입안으로 들어오면서 갓 잡은 생선마냥 날뛰자, 그 기분나쁜 감촉에 하린의 눈가가 파르르 떨리며 조용히 눈꺼풀이 올라갔다.

"!!"

그리고, 그녀가 의식을 차리자마자 목격한것은, 자신의 입안에 강제로 혀를 밀어넣으며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는 진우의 면상이 가까이 붙어있는 모습이였다.

"으우웁! 우웁!!"

하린은 본능적으로 바람의 힘을 만들어내며 진우를 밀어내려 하였지만, 어째서인지 발동은 커녕, 바람 한점 불지 못하였다.

"푸후우~~! 역시 동화책도 아예 무시해선 안되겠구만. 물 뿌릴것도 없이 키스 한방이면 직빵인데?"

그는 얼굴을 뒤쪽으로 빼면서 일부러 과장된 소리와 함께, 번들거리는 혀를 추잡스럽게 짭짭거렸다.

"크읏……! 나한테 무슨 짓을 한거야!"

"뭐냐니? 키스한거잖아."

"어째서 내 능력이 발현되지 않는거냐고!"

"응? 아아~ 네 능력이 봉인된거? 여길 만져봐."

그녀의 항의에, 진우는 스스로의 목덜미를 손가락 끝으로 가리켰다.

철커덕!

"!?"

자신의 목덜미를 매만지자, 마치 개목걸이마냥 채워진 철제 목걸이의 감촉을 느낀 하린은 필사적으로 그것을 뜯어내려 하였지만, 일반인의 근력밖에 가지지 못한 그녀로선 힘으로 그것을 벗겨내는 것은 불가능.

"EIEW(Esp Invalidation Electromagnetic Waves) 리미터다. 9등급 이하의 모든 이능력을 봉인할 수 있는 이 몸의 특제품이지."

"당장 풀어!"

하린은 앙칼지게 외치며 그를 향해 달려들려 하였지만, 오른쪽 발목에 걸려있는 무언가에 의해 더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기절한 상태에서 강제적으로 일어났기에, 뒤늦게 주변을 확인한 하린은 자신이 창문 하나 없는 지하실에서 벽안에 박혀있는 쇠사슬 고리에 오른쪽 발목이 걸려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비겁한 새끼……!"

자신의 능력을 봉인한것도 모잘라, 도망갈 수 없게끔 쇠사슬까지 걸어버린 그의 비열한 행동에 혐오감 어린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상대방이 자신을 혐오하고 징그러워하면, 그 눈빛이 복종으로 바뀔때의 쾌감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진우는 좀 더 그녀가 자신을 혐오하도록 단어 선택을 선정하였다.

"큭큭큭! 좀 더 기분나쁜 욕은 없나? 지금까지 평생 먹어온 밥공기 갯수보다 많이 먹은 욕이다보니 이제는 자장가로 들릴 지경이거든."

비열한 그의 음성을 들을수록 하린의 표정은 더더욱 일그러져갔다.

하지만, 그녀의 목적은 아직까지도 유지되어 있었다.

"날 고문하든, 뭘 하든 네 맘대로 해! 대신에 아이리…그 개년만큼은 내가 죽이게 해줘!"

하린은 일이 어떻게 되든지간에, 최소한 키리타니 아이리를 자신의 손으로 죽일 생각으로 가득차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복수심을 불태우고 있다는건 그만큼 죽은 동료들이 소중하다는 뜻이군. 즉, 바꿔말하자면 복수심 만큼이나 정신적인 충격을 받고 있다는 뜻이렸다?'

3명이나 되는 노예 후보들을 가지고 있기에, 딱히 악감정이 없는 하린을 빠르게 공략해 나갈 예정이였던 진우는 그녀의 정신적인 부분을 공략하기로 결정하였다.

상황에 따라 상대방을 조교하는 방법이 다른 진우는, 정신적인 충격으로 마음이 약해진 하린을 먹기 쉬운 연약한 사냥감 따위로 생각하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제가 말했었죠? 그랜드 아크는 최종 보스가 아니라고.

일단 여러분들 머리좀 굴리시라고 여러개 떡밥좀 날려봤습니다. (굴릴게 있긴 한지 모르겠습니다만)

참고로 말하자면, 그레이스가 예언한 최강의 이능력자를 목격한 진우는 엄청나게 놀랍니다.

"씨발! 이렇게나 주인공스러운 새끼가 있다니! 이 놈은 반드시 회유하거나 죽여야만 해!!"

라고 외칠 정도임.

PS:이제 노예들 조교만 다 끝내면 이라크 고고씽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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