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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빠칵!
아이리의 파워 슈츠 상의 부분과 가면 부분을 뜯어낸 진우는 간만에 자신을 제대로 열받게 만든 장본인의 얼굴을 확인하였다.
갸름하면서도 얇은 턱선과 얇은 입술, 눈꼬리 끝에 칠해진 붉은색 분, 오밀조밀하게 구성된 얼굴은 일본풍의 미인이라는 느낌을 주었고, 칠흑처럼 검은 장발을 포니테일로 묶으면서 여성적인 매력, 활동적인 매력을 고루 갖춘 여성이였다.
'얼굴은 합격.'
만약, 얼굴이 수준 미달이였다면 일본 전국에 방영될 방송의 제목은 '(노모) 무마취 생체 실험' 이였으라.
다행히도 '(노모) 실제 상황! 20대 여성을 거리에서...' 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찍을 수 있게된 진우는 그녀의 남은 파워 슈츠를 강제로 벗겨내려 하였다.
쉬익--
콰직!
갑자기 뒤쪽에서 날라오는 무형의 기운을 느끼고 피하지 않았다면 말이다.
"…이게 무슨 짓이지, 풍사 나으리."
고개를 살짝 틀면서 곁눈질로 하린을 향해 올려본 그는 감히 자신의 뒤를 공격하려는 그녀의 모습에 나지막히 살기 가득한 어조로 질문하였다.
"그 개년은 내가 죽일거야……! 내가 죽일거라고!!"
하린은 눈물을 흘리면서 절망어린 표정으로 횡설수설하듯이 외쳤다.
'제정신이 아니군.'
그가 아니라 누가봐도 하린의 모습은 제정신이 아니였다.
두 팔을 부들부들 떨고 있고, 눈동자는 쉴틈없이 흔들린다. 표정은 울고있는건지, 분노하고 있는건지 모를정도로 일그러져 있었기에 시각 장애인이거나 안면인식 장애만 아니라면 누가봐도 제정신이 아니다.
한편,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욱일승천 요원들은 저격 위치를 바꾸면서 지금의 상황을 논의하고 있었다.
"어쩌지? 아이리 소좌가 붙잡히다니……!"
"아이리 소좌는 일본 제국을 위해서라도 여기서 죽으면 안 돼……!"
키리타니 아이리는 6등급의 신체 강화자로서, 세계적으로 보자면 그리 높지 않은 이능력자다.
하지만, 뛰어난 검술 실력과 그녀의 검술의 효과를 200% 상승시켜주는 낫 족제비의 앞발로 만들어진 두 자루의 일본도만 있으면 자신보다 뛰어난 이능력자를 상대로 절대 밀리지 않는 전투력을 보여준다.
부상을 당하긴 했다만, 북유럽에서 그녀가 짧은 시간내에 보여준 활약은 일개 6등급 신체 강화자가 낼 수 없는 전과였었다.
아크로스에서도 그녀의 부상이 회복된다면 다시 북유럽 전선의 투입을 요청하고 있을 정도였기에, 욱일승천의 요원들은 하린이 진우를 공격하는 모습에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뭐가 어찌되는 상황인지 모르겠다만 저 녀석들끼리 싸울 생각인듯 한데?"
"좋아. 이 틈에 재빨리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괴수를 이쪽으로 부른다. 놈이 아무리 강해봤자 준 아수라급 괴수를 상대로 여유를 부릴 수 없겠지. 괴수가 도착하면 원호를 부탁한다. 전력으로 아이리 소좌를 구출할테니까."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준 아수라급 괴수를 불러서 교전을 시킨후에, 다른 요원이 부스터를 사용하여 재빨리 아이리를 낚아채듯이 구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욱일승천 요원들은 하린이 붉은 갑옷과 악귀 가면의 남자를 상대로 싸움을 거는 것을 이용하기로 결정하였다.
"그 년을 내놔! 동료들의 원수를 갚아야 해!"
"미안하다만, 내 부하의 원수를 갚는게 우선이다. 네 차례는 나중으로 미뤄줄테니까 꺼져."
"내놔아아아!"
부우웅--!
발악하듯이 외친 하린은 땅에 있는 진우를 향해 팔을 내리그었고, 그녀의 동작과 함께 거대한 바람의 칼날이 쏘아지면서 진우의 몸통을 내리베었다.
콰차착!
하린의 힘을 알아보기 위해, 일부러 두 팔을 들어올리며 방어자세를 취한 진우는 팔에서 느껴지는 날카로운 충격과 함께 자신의 뒤쪽으로 10m 가량 쫘악 갈라지는 아스팔트 도로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힘이 불안정하지만 강해. 만약, 힘을 압축시켜서 면이 아니라 점으로 공격했다면 위험할뻔 했어.'
참고로 그가 말한 위험은 자신의 위험이 아니라 파워 슈츠의 내구성이다.
평소라면 겨우 힘이 이정도밖에 되지 않냐고 실컷 비웃었겠지만, 분노로 인해 진지하게 변한 그는 냉정한 눈빛과 함께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동료를 잃었다는 분노는 이해하마. 나 또한 너와 똑같은 분노로 이 년에게 벌을 내리고 있는 중이니까. 하지만, 나의 호의는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조용히 닥치고 네 차례나 기다려."
그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너무나 이성적인 태도에 정체가 뭐냐고 소리칠만한 상황이였으나, 그도 진지해질땐 조용해지는 남자였다.
"닥쳐! 네가 뭘 안다고 나서는거야! 그 사람들은 단순한 동료가 아니라 가족이야! 힘들고 울고 싶을때 옆에서 함께 슬퍼해주고 위로해주는 가족이란 말이야!"
박구, 용조, 호진, 세 명이 죽었다는 현실에, 그녀는 지금까지 숨겨왔던 울분들이 모조리 터져나왔다.
"남을 멋대로 끌고와서 개처럼 부려먹더니 필요없으니까 버리고! 나를 군대도 갔다오지 못한 생각없는 계집이라고 모욕하고! 그 사람들은 그런 나를 지탱해주는 가족들이였어! 그 사람들이 없다면 나는 더이상 버틸 수 없단 말이야!!"
"……."
하린의 외침에, 진우는 보이지 않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렇군. 처음엔 국가에 대한 애국심으로 했었지만, 이제는 자신들을 부려먹는 윗대가리들에게 환멸을 느낀건가. 그렇다면 딱히 정부에 대한 충성심은 없는거라 봐도 되겠어.'
충성심을 가지고 있는 여자들을 조교하는데 그만큼 시간이 더 걸리지만, 지금의 상황에 환멸을 느끼고 있다면 약간의 조교와 설득을 통해 빠르게 변심하게 된다.
'이 년과 하린을 대려간다면 부족해진 전력은 다시 채워지겠군. 게다가 하린은 조금만 설득하면 이쪽으로 넘어오겠어.'
그는 하린과 굳이 싸우지 않고 설득하여, 자신이 조교할 수 있을때까지 순순히 협조하게 만드는 쪽이 트러블이 생기지 않을거라 예상하였다.
'공중에 떠있는 아이리와 싸우면 치열한 공중전이 펼쳐져야만 하겠지. 게다가 다른 욱일승천 놈들도 있으니 아이리는 놈들의 도움을 받아 그 틈을 노려 도망칠지 몰라. 여기서는 하린과 싸우지 않는쪽이 베스트다.'
"그래서 어쩌라는거지?"
"뭐……?"
"네가 분노하고 있는만큼, 나 또한 이 년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어서 말이지. 이 년을 그렇게 죽이고 싶나? 그렇다면 네게 주어질 선택지는 두가지다. 차례를 기다리던지, 힘으로 나에게서 빼앗아."
"큭……! 이 개자식들이……! 나를 물건 취급하지마!"
그 때, 어느정도 고통에 익숙해진 아이리가 자신에게 먼저 원한을 풀겠다고 주장하는 두 남녀를 향해 욕설을 퍼부으며, 일본도를 거칠게 휘둘렀으나.
콰앙!
그녀의 머리칼은 진우가 계속해서 붙잡고 있었기에, 그녀의 머리칼을 잡은채로 상체를 반쯤 꺽으며 반대쪽으로 파리채를 내리치듯 패대기쳤다.
"카학!"
"닥쳐. 이 자리에서 네 년에게 발언권 따윈 없다."
그리고선 쓰러진 그녀의 머리통을 발로 짓밟은 진우는 일어서지 못하도록 적당히 힘을 가해 고정시키며, 밑에서 터져나오는 욕설을 무시하고 하린을 향해 다시 고개를 올리며 침착한 어조로 물어갔다.
"하나만 물어보지. 네 복수는 뭔가?"
"복수가 뭐냐니?"
"음…질문이 잘 못 됐군. 어떻게 복수할 생각이지?"
"당연히 찢어 죽여야지!"
역시나 그럴줄 알았다고 생각한 그는 한심하다는 듯이 고개를 내저었다.
"복수를 성공한 사람들이 왜 허무감을 느끼는지 아나?"
"……?"
"자신의 증오를 충족시키지 못해서다. 자신은 가슴이 찢어지는듯한 고통을 수차례나 느끼고 복수하기 전까지 증오심에 사로잡혀 괴로워하지만, 상대방은 자신이 느꼈던 감정, 고통에 10분의 1조차 느끼지 못하고 죽는다. 그렇게 빨리 죽어버렸으니 자신의 증오를 제대로 분출할 수 있는 상대가 없어서 허무할 수 밖에."
진우는 자신이 생각하는 복수의 정의를 하린을 향해 설명하였다.
"복수라는 것은 한번에 해결하는게 아니다. 차근차근, 내가 느꼈던 괴로움을 느낄 수 있게끔 고통받고 비명을 지르도록 만들되, 절대로 죽이면 안 돼. 내가 10의 고통을 받았다면 20~30의 고통으로 되갚아야만 진정한 복수가 완성되는 것이다. 지금 네가 하려는 행위는 10의 고통을 1정도 밖에 되갚아주는 것에 불과해."
"……."
"날 따라와라, 풍사 이하린. 우리들의 목표는 똑같지 않나. 우리끼리 무의미한 싸움으로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손을 잡자. 내가 너의 진정한 복수를 도와주겠다."
"나…나는……."
평소라면 헛소리 말라며 가차없이 내팽개쳤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말한 복수의 정의는 너무나 달콤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게다가 가족처럼 여겼던 동료들이 죽었다는 충격에 의해, 하린은 너무나 달콤한 냄새에 쉽게 빠지기 시작하였다.
그 때,
뚜르르르---
뚜르르르---
"잠시 생각할 시간을 주지."
갑자기 자신의 휴대폰에서 벨소리가 들려오자, 대화를 중단시킨 진우는 주머니 안에 손을 집어 넣어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무슨 일이지."
-진우님. 그쪽으로 마지막 괴수가 향하고 있어요.-
평온한 노아의 목소리에, 속으로 안도감을 내비친 그는 겉으로 내색하지 않으며 여전히 딱딱한 어조로 대답했다.
"이쪽으로? 흐음…알겠다."
-다른 괴수보단 작지만 꽤 강해보이니 조심하세요. 저희들은 진우님께서 명령을 내리실때까지 상공에서 대기하고 있을께요.-
고개를 위쪽으로 치켜들자, 하린보다 더 위쪽으로 몸을 올리고 있는 이실리아, 노아 모녀의 모습을 확인한 진우는 다시 전화기를 향해 입을 열었다.
"내 기준으로 오른쪽 방향 어딘가에 욱일승천의 저격수가 있으니 놈들을 제압해. 혹시나 모르니 철저하게 거리를 확보하면서 적을 제압해야 한다."
-예.-
욱일승천의 저격수가 아이리의 구출이 불가능하다 여기고 그녀를 사살할 수 있고, 아니면 최소한 한국의 전력을 완전히 망가뜨리기 위해 하린을 저격할 수 있기에 진우는 이실리아와 노아에게 거리 확보를 최우선 여기도록 지시하였다.
"도망ㅊ……!"
그 소리를 그의 발에 깔린채 듣고 있던 아이리가 소리치려 하였지만, 이미 그정도는 예상하고 있던 진우가 그녀의 턱을 후려쳤다.
퍽!
턱 끝을 차면서 뇌에 강한 충격을 받게 된 그녀는 그대로 기절해버렸고, 다시 휴대폰을 주머니 안에 넣어둔 진우는 하린을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대화는 조금 있다 다시 하지. 지금은 그보다 먼저 처리해야 할게 있으니까."
쿵쿵쿵쿵-
어디선가 들려오는 거친 발걸음 소리에, 소리의 근원지를 향해 고개를 돌린 하린은 보고로만 들었던 거미 괴수가 골목길 사이에서 건물 옆면을 타고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것을 발견하였다.
============================ 작품 후기 ============================
여러번의 고민끝에 다니던 회사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저는 일을 할때 여러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을 가장 싫어하는데(덕분에 군대에서 x나게 고생함), 제가 다니던 곳은 무슨 일을 하든지간에 여러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해야 하니 스트레스를 받아왔습니다.
그래도 혼자서 할 수 있을만한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아 억지로 다니고 있었습니다만, 외숙부께서 에어 콤프레셔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기술자분을 소개시켜주셔서 그쪽 계열 기술을 배우기로 결정 했습니다.
일단 함께 일하는 사람은 그 분 한명뿐이니까 이정도면 저도 납득하는 수준이고, 7~10년동안 그 분의 밑에서 일하다가 저 혼자서 먹고 살 수 있는 기술을 배우면 독립하기로 했습니다.
처음부터 모르던 기술을 배워야 하니까 저로서도 안정된 직장을 걷어차는데 큰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저로서도 모험이니까요.
그래도 마음 불편하게 직장을 다니는것보단 이쪽이 훨씬 낫더군요.
일단 이번주까지만 다니고 다음주 월요일부터 그 분 밑에서 일하기로 결정했습니다만, 초면부터 언제 끝나냐고 물어볼 순 없던터라 일단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이 되는지 월요일에 출근한 후에 확인해보겠습니다.
뭐...어차피 되든 안되든간에 글은 어떻게든 쓰려 하겠지만요 ㅎㅎㅎ
PS:어떤분께서 '조아라는 12시에 초기화 되니까 그때 올리는게 이득' 이라고 말씀하셔서 12시 정각에 올렸는데, 그렇게 올리니까 늦게 자야 하는 부작용이 생기더군요. 앞으로는 그냥 쓰는대로 올리겠습니다.
뭐...어차피 제 소설이 베스트같은 곳에 들어갈리가 없으니까 그다지 미련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