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107화 (107/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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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쿵쿵쿵쿵!

텔레포트 능력자에 의해 은신처로 돌아오게 된 그랜드 아크는 부하들의 만류를 뿌리치면서 진우가 있는 곳을 향해 달려나갔다.

'이딴식으로 허무하게 끝낼 순 없다!'

확실하게 누군가가 승기를 잡은것도 아니고, 분위기가 넘어가지도 않은 어정쩡한 상태에서 결투를 방해받은 그는, 상처입은 오른쪽 눈알의 고통보단 이렇게 허무하게 끝낼 수 없다는 집착이 더욱 강하였다.

"치우! 아직 우리들의 승부는 끝나지 않았다!"

자신과 진우가 난동을 부렸던 폐허로 돌아온 그랜드 아크는 울부짖듯이 그를 불렀다.

하지만, 황량한 바람과 콘크리트 덩어리만 나뒹굴고 있는 폐허에는 적막함만이 감돌고 있었다.

그랜드 아크는 일단 치우의 모습을 찾기 위해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특유의 검붉은 갑옷은 쉽게 눈에 띄기 때문에, 원래는 30층짜리 빌딩이였으나 절반이 뚝 분질러지고 앙상하게 뼈대와 콘크리트 덩어리를 드러내고 있는 건물로 올라선 그는 눈을 빠르게 두리번 거리면서 진우의 존재를 확인하였다.

'음?'

그 때, 그랜드 아크의 눈에 뭔가 이상한 것이 스쳐지나갔다.

'저건?'

인위적으로 돌조각들을 치운듯한 공터의 모습을 발견한 그는, 시야를 집중시키자 공터에는 검으로 땅을 베어내면서 만든 글자를 읽을 수 있었다.

"상처 입은 맹수와 싸울 생각은 없다……."

진우의 메세지를 읽은 그랜드 아크는 순식간에 들끓던 분노가 가라앉으면서 평소의 침착성을 되찾았다.

'그래……. 상처를 입은 야수는 평소보다 강한 괴력을 발휘하지만, 그만큼 빈틈도 많지. 치우와의 결투에서 한낯 야수로 전락할 순 없다.'

욱씬!

"크……!"

마음을 가라앉힌 후에야 눈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신음성을 흘려버린 그랜드 아크는 자신의 눈알에 틀어박힌 총알을 억지로 끄집어냈다.

푸츅!

"크으으윽!"

고통에 더더욱 강한 신음성을 흘린 그는 자신에게 고통을 안겨다준 총알의 정체를 살펴보았다.

"이건……."

아크로스에서 이능력자들을 상대로 한 암살용 저격총, 6일의 노동이 끝난 뒤 찾아오는 유태교와 기독교의 휴식의 날을 히브리어로, 자신이 직접 이름을 붙여준 샤바트(Shabbat : 중지하다, 멈추다)의 전용 탄환임을 알 수 있었다.

아크로스의 과학자들은 이능력자들의 방어력을 뚫을 수 있는 저격총을 개발하는데 성공하였으나, 그 충격을 이겨내고 적의 몸을 뚫기 위해선 사용되는 탄알의 외피또한 희귀 금속으로 바꿔야만 하였다.

하지만, 희귀 금속들은 각자 중요한 역활이 있었기 때문에, 희귀 금속을 대신할 수 있는 강도를 가진 괴수의 이빨이나 뼈로 대체하게 되었다.

전체적은 하얗고 끝이 날카로운 탄환의 모습에, 그랜드 아크는 자신의 오른쪽 눈알을 빼앗아간 저격수의 정체를 알아낼 수 있었다.

"그런가…페리샤가 페트릭을 죽이고 내게 복수를 하려 했다는 것이군……."

역시 그 자리에서 죽여야만 했다고 생각하였지만, 이제와서 후회해봤자 늦었다고 생각한 그랜드 아크는 계속해서 바늘로 쿡쿡 찌르듯이 욱씬거리는 오른쪽 눈을 부여잡으며 등을 돌렸다.

"다음에는 제대로 판을 깔아주겠다, 치우! 반드시 둘 중 하나가 죽어야만 끝낼 수 있는 거대한 판을!"

다음에는 치우와 반드시 결판을 낼 수 있는,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자신들만의 결투장을 만들겠노라고 굳게 다짐한 그랜드 아크는 일단 아크로스의 기술력으로 자신의 눈을 복원시키기로 결정하였다.

'다음에는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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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사건이 숨쉴틈도 없이 연달아 터져 나갔다.

한 명의 한국인 이능력자가 중국의 이능력자들을 모조리 불구로 만들면서 정무맹의 대사부 두 명이 한국으로 향하기로 결정하였고, 그 직후에 아크로스의 차기 후계자, 리피 에스텔이 암살당하면서 그랜드 아크가 한국에서 날뛰기 시작하였다.

처음엔 긴가민가하던 EU와 미국은 그랜드 아크만이 가지고 있는 거대한 덩치와, 미국의 이능력자들을 모조리 죽였고, 유학 보낸 딸이 암살당하여 날뛰고 있다는 정보에 80%의 확률로 그랜드 아크라 예상한 그들은 그랜드 아크만 죽이면 아크로스도 와해될거라 예상하며 한국으로 이능력자 부대를 보내기 위해 편성을 짜게 되었다.

차례차례 도착하면 각개격파 당할 수 있기 때문에, 한꺼번에 출발하기로 결정한 EU 소속 국가들은 거의 동시 다발적으로 한국으로 이능력자들을 보냈다.

하지만, 그로부터 몇시간이 지나자, 그랜드 아크를 구할거라 예상한 아크로스가 그랜드 아크의 안위를 무시하며 유럽 전역을 공격하기 시작하였다.

물론, 유럽의 여러 국가들도 바보들은 아니기 때문에, 만약을 대비하여 부족해진 이능력 전력을 보충할 수 있을만큼의 군대를 전선에 배치해뒀지만, 욱일승천과 동맹을 맺으리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한 그들은 욱일승천과 아크로스의 이능력자들이 한꺼번에 밀려오면서 순식간에 전선이 밀려나가기 시작하였다.

생각보다 강한 아크로스의 전력에, 자신들이 속았다는 것을 눈치챈 EU 연합은 한국에 있는 그랜드 아크가 가짜이거나, 혹은 진짜여도 이미 몸을 숨길 수 있는 은신처와 피난처를 만들어두었다 생각하면서 다시 이능력자들을 불러들였다.

하지만, 이미 철저하게 습격을 준비한 아크로스는 평소라면 뚫는게 불가능했던 EU연합의 대공망을 뚫기 위해, 수개월동안 모든 기술자들과 과학자들이 달라붙어 개발한 한 대의 스텔스 전투기가 EU연합의 이능력자들이 탑승하고 있던 비행선들을 폭파 시키는데 성공하면서 등급이 높은 신체 강화자나 감이 좋은 텔레포트 능력자 몇몇을 제외하곤 모두 전멸시키는 쾌거를 올리게 되었다.

그 사실을 확인한 미국은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인 그랜드 아크를 잡기보단 아크로스의 세력 확장을 막는게 더 중요하다 여기며 한국으로 향하던 이능력 전력을 유럽으로 보내려 하였으나, 이미 추가 기울어진 상황이였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아크로스의 기세는 높아져만 갔다.

한편, 한국의 정치인들은 단 한명의 이능력자에게 이토록 많은 피해를 입었다는데 기겁하였고, 자신들을 암살하려던 붉은 갑옷의 암살자 또한 그에 준하는 이능력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그제서야 이능력자들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게 되었다.

뒤늦게 떠나버린 이능력자들을 거액으로 되돌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이능력자 양성 기관에도 투자를 하려는고 하였으나, 속담 그대로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에 불과하였다.

게다가, 여전히 사이코 메트리 능력자들을 양성할 생각은 조금도 보이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결국 시간이 지난다면 또다시 원상복귀되리라.

어찌됐든간에, 유럽을 노리는 아크로스의 행보를 위해 미끼 역활이 되어버린 한국은 폐허가 되어버린 서울시의 일부와, 군인을 포함한 수천명의 사상자만을 남기며 크나큰 충격에 휩쌓이게 되어버렸다.

한편, 그랜드 아크가 체력 보존을 위해 파괴 활동을 멈춘 덕분에, 피해 범위 지역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던 노아의 저택으로 되돌아온 진우는, 페리샤의 무장을 모조리 해체하고 밧줄로 묶으며 지하실에 가둬두었다.

원래는 당장에 조교를 시작하고 싶었지만, 자기 여자에게만큼은 상냥한(?!!) 남자인 그는 파워 슈츠를 페리샤와 함께 지하실에 보관한 후, 소파에 편히 앉아 이실리아 모녀가 되돌아오길 기다렸다.

"여보!"

"진우님!"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고, 그랜드 아크의 모습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들은 이실리아와 모녀가 되돌아오면서 그의 품에 와락 안겨들었다.

"어디 다치신데는 없으시죠?"

"지금 구급상자라도 가져 올까요?"

두 모녀는 진우의 건강에 문제가 있는게 아닐까 싶어 호들갑을 떨어가며 여기저기를 살펴주었고, 진우는 자신의 재생 능력에 대해 모르기에 이렇게 난리법석인 모녀들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다.

"너무 그렇게 걱정들 하지마. 그랜드 아크 녀석도 별거 아니더라고. 아마 시간만 더 있었으면 모가지를 딸 수 있었을텐데 정말 아까웠어."

그의 말은 조금의 거짓도, 오만도 아니였다.

그랜드 아크의 분쇄기로 옆구리를 가격당하면서 생겨난 부상 따윈 5분안에 완치 되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강력하기 때문에 단기전은 절대로 무리였지만, 외부의 방해 없이 장기전으로 갔더라면 반드시 그랜드 아크의 목을 잘라냈을 것이다.

"정말로…정말로 다행이예요……. 당신이 어떻게 되었다면 저희들은……."

하지만, 숨죽이면서 기다려야만 했던 이실리아는 그게 아니였는지, 울먹거리면서 말끝을 흐렸다.

"저희들도 진우님의 힘이 되고 싶어요. 그러니까…다음부터는 저희들도 같이 싸울께요."

호천적인 성격의 노아는 조용히 기다리는것보단, 차라리 함께 싸우는것이 더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하였는지 평소보다 강하게 주장하였고, 진우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다음부터는 죽는것도, 사는것도 함께 하자고."

'뭐, 어차피 이제부터는 너희들의 힘이 필요할 시기니까.'

8등급의 염동력자인 이실리아와 파워 슈츠의 존재로 방어력이 상승한 5등급 염동력자 노아의 존재는 한 축을 맡기엔 충분하였다.

단지 지금까지 제대로 써먹을 장소가 없었기에 고이 모셔두었을 뿐.

하지만, 이라크에서 살라딘의 유산을 찾는 도중에 생겨날 여러가지 마찰과 문제들은 그녀들의 힘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함께 싸우자는 그의 말에, 환희어린 얼굴로 감격하던 이실리아 모녀였지만, 진우의 다음 말에는 인상이 굳어지고 말았다.

"아, 그런데 노예 하나 더 들일 생각이니까 그렇게들 알고 있어."

"…예?"

"노아도 알고 있을거야, 페리샤 릭토엔드라고. 그랜드 아크 딸내미의 호위를 하던 여자가 있거든? 이능력은 없지만 머리가 좋아서 조직을 만들때 중요한 역활을 맡길 생각이야."

"그…그건……."

이실리아와 노아는 우물쭈물해 하였지만, 거부감이 섞인 표정을 여실없이 드러냈다.

순간.

짝! 짜악!

진우가 갑자기 표정을 굳히며 거부감을 팍팍 드러내는 모녀의 뺨을 일반인 수준의 힘으로 손찌검을 날렸다.

"꺅!"

"아흑!"

"건방지게 주인이 노예 하나 더 들이겠다는데 노골적으로 거부감을 표시해? 감히 노예인 네깟것들이?"

짝! 짝! 짝! 짝!

"죄…죄송합…꺗!"

"저…저희들이…악!"

짝! 짝!

그렇게 양 볼이 붉게 물들어 오를때까지 손찌검을 날린 진우는 그녀들의 몸을 밀쳐 쓰러뜨리면서, 냉혹한 눈빛으로 그녀들을 아래로 내리 보며 그녀들과 자신의 위치를 깨닫게 해주었다.

"나는 단순한 놈이야. 내 말만 잘듣고 순종적이라면 그만큼 사랑으로 보답해주고, 나를 위한 직언 정도는 이해해줄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도 내가 노예를 들이겠다는데 이딴식으로 반응하려면 지금 당장 꺼져. 네년들 없어도 또다른 노예들을 구하면 끝이니까."

"죄…죄송해요! 제발 우리 모녀를 버리지 말아주세요, 여…아니, 주인님!"

"주제넘게 나서서 죄송해요! 어떤 처벌이든 다 받을테니까 버리지만 마세요!"

이실리아와 노아는 무릎을 꿇고 조아리면서 사죄를 청하자, 그제서야 마음이 조금 풀린듯이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진 진우는 다시 소파에 편하게 앉았다.

"좋아. 용서해주지. 사람은 아무리 똑똑하고 잘났어도 반드시 실수를 하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그 실수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면…그 뒤는 알아서 생각하라고."

노예들을 아무리 총애해도 자신이 다른 노예를 들이겠다는데 거부 반응을 보낸다면, 반드시 따끔하게 혼을 내야 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는 진우는 채찍은 여기까지만 내리기로 결정하면서 당근을 내밀었다.

"두 사람 이리와."

"……."

"……."

이실리아 모녀는 진우가 가리킨대로 침울한 표정과 함께 양 옆에 다소곳이 앉았고, 진우는 그런 그녀들을 뒷머리를 끌어안으며 방금전과 달리 부드러운 목소리와 함께 머리결을 쓰다듬어주었다.

"솔직히 말해서 나도 너희들을 잃고 싶지 않아. 다른 노예들을 얻긴 얻어도, 내가 가장 총애하는 여자들은 너희가 될테니까 혹여나 자리가 빼앗기는가 아닐까 라면서 두려워하지 않아도 돼."

"주인님……."

"그 호칭은 너무 딱딱하니까 다시 여보라고 말해줘, 이실리아."

"…여보……."

이실리아는 진우의 품 한쪽에 안겨들었고, 진우는 노아를 향해 입을 열었다.

"노아, 너도 원한다면 호칭을 바꿔도 좋아. 나도 너희들을 때려서 마음이 불편하니 소소한 보상이라고 생각해줘."

방금전까지의 냉혹무도한 노예주인의 모습이 사라지자, 그에게 맞았던 뺨이 더더욱 아프게 느껴진 노아는 울먹이면서 남은 품안에 안겨들었다.

"그럼…저도 여보라고…불러도 될까요……?"

"그러고 싶었어?"

"솔직히 엄마한테 진우님을 빼앗기는것 같아서……."

"앞으로는 그런 생각 따윈 하지마. 나는 항상 너희들을 공평하게 사랑해줄테니까. 나는 내 노예들끼리 사이좋게 지내는걸 좋아하거든."

"아…앞으로는 그러지 않을께요…여…여…여보……."

진우님에서 여보로 호칭을 바꾼 노아는 부르고 싶었던 호칭을 부르게 되었다는것이 여간 기뻤는지, 뺨을 맞아서 빨개진 볼이 더더욱 붉어져갔다.

'언젠가 한번은 했어야 할 교육이였는데 잘 됐네.'

가장 먼저 얻은 노예들은 주인인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다른 노예들을 받아들이는것을 극도로 꺼려하고, 그 부분을 제대로 지적해주지 않으면 자기네들끼리 싸우면서 심하면 서로를 죽이는 불상사까지 일어나게 된다.

초창기 언더 드림의 게임을 할때는 순수했었던(!?!?) 진우가 이 부분에서 제대로 지적을 해주지 못하면서 몇몇 노예들이 얀데레 성향을 띄게 되어 최악의 상황까지 겪었었기에, 이 부분 만큼은 마음이 아파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였다.

진우의 체벌로 인해, 그에게 버림받고 싶지 않으면 모든 노예들과 화합해야 한다는 진리를 하나 배운 이실리아 모녀는 전보다 조금 조심스러워졌지만, 그만큼 극진스러워진 분위기가 되었다.

============================ 작품 후기 ============================

저격총의 이름으로 쓸만한걸 찾다가 히브리어로 샤바트라는 단어를 찾았을땐 정말 기분이 묘했습니다. 이토록 제 아이디와 비슷한 단어가 있을줄은 꿈에도 상상 못했거든요. 뭐, 프랑스 무술인 사바트도 있는걸 보니 생각보다 흔한 이름인가 봅니다.

참고로 제 아이디의 스펠링은 Sabbat. 샤베트 아닙니다. 사뱃트도 아님요 ㅡㅡ

PS: 안과 가봤는데 한동안 컴퓨터 하지 말랍니다. 전자파 뭐 이딴게 문제가 아니라, 계속해서 모니터를 집중하면 눈을 오랫동안 뜨고 있기 때문에 안구 건조증에 걸리기 쉽다네요.

최악의 경우엔 실명이 걸린다 하는데, 오랫동안 글을 쓰고 싶은 저로선 반드시 그것만큼은 피해야만 합니다.

그래서 한동안 쉴려고 하는데, 많이는 안쉬고 한 3일동안만 눈좀 쉬다 올께요.

에휴...용접빛 한 번 잘못봐서 이게 뭔 생고생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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