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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으윽……."
아슬아슬하게 충격의 여파에서 벗어난 페트릭은 두 다리가 부러지면서 지속적으로 자신의 이성을 갉아오는 고통에 신음성을 흘렸다.
"제길……. 그랜드 아크님께서 돌아오실때까지 기다려야 하는건가……."
"아니, 그럴 필요는 없어."
"!!"
철컥!
탕!
"큭!"
페트릭은 살기어린, 하지만 너무나 익숙한 목소리에 허벅지에 있는 휴대용 권총을 기민하게 빼들었으나, 상대방 쪽에서 날라온 총알이 권총의 몸통을 때리자 그 충격으로 놓쳐버리고 말았다.
"페리샤……."
페리샤 릭토엔드. 자신의 주인을 잃어버리고, 모든 진실을 알아버린 충견은 자신의 얼굴을 숨기기 위해 항상 쓰고 있었던 해골 가면을 벗어던졌다.
진우는 페리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항상 아름다운 얼굴을 뒤에 숨겨뒀다고 예상하였는데, 그의 예상은 정확하였다. 아니, 뛰어넘었다고 할까?
흔히들 미인들은 자신들의 외모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턱선이나 볼살을 깍아내지만, 페리샤의 갸름한 얼굴은 마치 신의 직접 손으로 만든것처럼 도드라지게 튀어나온 부분도, 너무 뭉툭한 부분도 없는 완벽한 얼굴 라인, 얇은 입술 라인과 눈썹은 여성적인 면을 강조하고, 끝이 살짝 오똑한 콧날과 영롱하게 빛나는 백금색의 눈동자가 기품있게 반짝였다.
가면과 일체화된 복면 때문에 숨겨져 있던 백금발의 장발이 햇빛에 반짝이며 허리 아래까지 흘러내리는 모습에, 페트릭은 자신의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페리샤의 기품있는 외모에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어째서 리피가 페리샤에게 가면을 쓰라고 했는지 이해가 가는군…….'
페리샤가 성장하면서, 왠지 모를 우아한 기품과 고귀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미녀가 되자, 리피를 처음으로 만나게 된 아크로스의 간부가 페리샤를 리피로 착각한 사건이 일어났다.
그 때의 굴욕감에, 간부를 단숨에 쳐 죽인 리피는 페리샤에게 언제나 흉칙함이 느껴지는 해골 가면을 쓰도록 하였고, 거기에 백금을 녹여만든듯이 반짝이는 백금발도 가리도록 가면을 복면과 일체화시켜 누구에게도 얼굴을 보이지 말라고 협박어린 명령을 내리게 되었다.
오랫동안 햇빛을 받지 못해 하얘진 페리샤의 얼굴은 냉혹한 살기를 띄며 페트릭을 향해 내려보고 있었다.
"아무리 그랜드 아크의 명령이라 해도, 부모가 자식을 죽이는 짓에 동참하다니…네 놈이 그러고도 군인이냐!"
"군인이니까 명령에 충실한것 뿐이다."
"아무리 명령에 따라야 하는 군인이라 해도! 상식선에서 명령대로 해야 할것과 그러지 않아야 할것이 존재해! '군인이라서' 라는 변명으로 정당화 시키려 하지마!"
탕!
"크으윽!"
페리샤의 총구는 페트릭의 옆구리로 파고 들어갔다.
'급소는 맞추지 않는건가…고통스럽게 죽이겠다는 뜻이군……!'
옆구리를 부여잡으며, 조금이나마 피가 덜 나오게 상처 구멍을 틀어막은 그는 정신이 아득해져가는 고통속에서도 최후의 한 수를 남겨두었다.
'내 왼쪽 허벅지에 검집이 있다……! 저 년이 방심하도록 유도하면……!'
검집에서 나이프를 꺼내들어 찌를 수 있다면 역전이 가능하기에, 페트릭은 계속해서 대화를 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크큭…네 년도 리피의 명령 때문에 못할짓을 하지 않았던가……? 자기가 하면 정당한거고 남이 하면 비인도적이라 모욕하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하……."
탕!
"크하악!"
두번째 총탄은 그의 어깨죽지에 틀어박혔다.
페트릭은 몸을 움츠리면서 고통에 몸부림쳤고, 페리샤는 그런 그를 내려보며 외쳤다.
"그래, 리피님의 명령으로 죽이고, 훔치고, 암살하고, 약자를 괴롭혀야만 했지. 하지만, 리피님께 처벌을 받는다 해도 인간이 해선 안 될 일까진 명령이라는 핑계로 행하지 않았어!"
"그런건……."
스릉!
고통에 몸을 움츠렸던 페트릭은 검집에 꽂혀진 나이프 손잡이를 재빨리 잡으며 팔을 뻗어 그녀를 향해 내던졌다.
"자기 만족일 뿐이다!"
나이프의 칼 끝이 페리샤의 목을 향해 날라왔으나, 이미 그 공격을 예상하였는지 파워 슈츠의 팔 보호대로 막아냈다.
땡그랑!
"네 년도 성질 고약하군…어차피 죽일 상대를 이토록 비참하게 만들다니……."
타앙!
퍽!
마지막 유언과 함께, 미간에 구멍이 생기면서 고개를 힘없이 떨군 그의 모습에, 페리샤는 그가 사용하였던 저격총을 잡아들었다.
"그래. 난 이제 인의따윈 따지지 않는 괴물이 되기로 했다. 아가씨를 버린 그랜드 아크, 아크로스, 모두 네 녀석처럼 비참하게 망가뜨리고 죽여버리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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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궁! 쿠구우웅!
"제기랄. 또 욱일승천 놈들인가?"
그동안 부족해진 이능력 전력에 의해, 여기저기 임무를 해결하러 다녀야했었던 6등급 신체 강화자, 한 박구는 소리의 근원지로 향하는 군용 험비 안에서 나지막히 투덜거렸다.
반삭한 머리와 울퉁불퉁한 근육질 덕분에 거칠게 보이지만, 잔정이 많고, 화가나도 절대 사적인 용도로 힘을 사용하지 않기에 이능력자들 사이에서 인망이 두터운 한박구는 하린이 욱일승천을 막다가 뇌출혈이 일어나면서 한동안 이능력을 사용할 수 없게되었다는 소식에, 욱일승천이 걸리기만 하면 반 죽여놓을 생각으로 가득차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건지 몰라도 소리가 들려올때마다 진동도 함께 느껴지니 조금 두렵군요."
눈꼬리가 아래쪽으로 내려가 있어서 선한 인상을 주고, 부드러운 미소가 어울리는 미남자, 3등급 텔레파시 배용조는 계속해서 강해져가는 진동에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갑작스럽게 거대한 폭음과 진동이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는 신고에 의해, 욱일승천의 테러라고 생각한 정부는 한박구와 배용조를 보내면서 상황을 확인하고, 상황에 따라 욱일승천을 퇴치하라는 임무를 받고 특수 부대와 함께 소리의 근원지로 향하게 되었다.
원래라면 이런 일은 파견나온 미국이나 중국의 이능력자들이 해결해야 하지만, 중국의 이능력자들은 아크로스의 조직원이라 예상되는 인물을 함부로 공격하다가 그들이 고용한 용병에게 팔다리 하나씩 부서져서 돌아왔기에 바로 본국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정치가들은 미국의 이능력자들을 높게 평가하여, 그들에게 서울을 방비하도록 하고 한박구와 배용조에게 의문의 소음과 진동이 들려오는 현장으로 출동을 보낸 것이다.
"좀 덥군. 어이, 창문좀 내려줘. 군용 차량은 하나같이 통풍이 최악이라니깐."
"예."
한박구는 투덜거리면서 운전자에게 창문을 내려달라 하였고, 운전자는 간결하게 대답하면서 운전자와 보조석에만 있는 창문을 열어주었다.
"후우, 좀 낫구만."
한결 편안해진 한 숨을 내쉰 그는 편안하게 등을 기대면서 목적지까지 체력을 보존하려던 찰나,
"어? 뭐…뭐야?!"
운전병이 앞쪽에서 일어난 현상에 깜짝 놀라며 소리를 질렀고, 그의 목소리에 앞쪽으로 시선을 돌린 한박구와 배용준은 앞쪽에서 달려가던 민간 차량들이 좌우로 '날아오르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저…저건 뭐……."
콰아아앙!
그 때, 차량이라고 보기엔 너무 작고 빠른 물체가 솟구쳐 올라 자신들 앞에서 대형을 유지하며 달려가던 군용 험비 위로 무언가가 떨어지는 것을 목격하였다.
콰당탕탕!
위에서 가해지는 거대한 충격을 이겨내지 못한 험비는 그대로 공중으로 붕 뜨면서 한바퀴 빙글 돌아 아스팔트 바닥을 긁으면서 나동그라졌다.
"빌어먹을! 저건 대체 뭐야!?"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닙니다! 전원 전투 준비!"
배용조가 무전을 통해 모든 특수 부대원들에게 전투 준비를 명하자, 갑작스런 사건에 정지해 있던 군용 차량에서 특수 부대원들이 내릴려던 찰나.
쾅!
폭발음과 함께 최소 2m 이상 되어 보이는 사람이 오른쪽 차선에서 정차해 있던 군용 트럭쪽으로 날라갔고, 그 충격으로 인해 군용 트럭과 함께 나동그라졌다.
"흐아아앗!"
순간, 20대 중후반쯤 되어 보이는 젊은 남자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나동그라진 2m 이상의 체구를 가진 사람에게 달려들었다.
"으오오오오!"
콰앙!
하지만, 나동그라졌던 남자는 벌떡 몸을 일으키면서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젊은 남성의 방향으로 아스팔트 도로에 손바닥을 넣더니, 그대로 힘껏 들어올렸다.
쿠콰콰콰콰---!!
"!!"
아스팔트 도로가 위로 솟구치면서 그 위에 있던 젊은 남성이 기우뚱거리며 주춤거리자, 2m 이상은 되어보이는 남자는 그대로 로켓처럼 날라들어 젊은 남성의 몸을 어깨로 밀어쳤다.
쿵! 콰쾅!
그 충격으로 날라가던 젊은 남성은 험비의 몸체와 부딪혔고, 험비는 그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면서 나동그라졌으나 남자는 덕분에 넘어지지 않고 서 있을 수 있었다.
"크크…크카카카카캇! 재밌어! 재밌단 말이다! 지금 이 자리에서 죽이기엔 너무나 안타까울 정도야!"
격한 혈전을 거친듯, 온몸은 흙투성이에 피가 군대군대 묻어있는 젊은 남성, 진우는 입을 열 수 있는 짬을 얻게 되자 광기어린 목소리로 말하였고, 2m 이상의 체구를 가진 남자, 그랜드 아크도 흙투성이에 혈흔이 묻어져서 더러워졌으나 위엄있는 사자후같은 웃음 소리를 토해냈다.
"하하하하하핫! 안타깝게도 이 자리에서 죽는건 네가 될것이다!"
계속해서 서울쪽으로 향하려는 그랜드 아크와 그런 그를 막아내려는 진우의 거친 싸움이 결국 발각되지만, 그들은 자신들을 둘러싼 구경꾼들 따위에겐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았다.
"뭐…뭐야 이건……."
"괴…괴물들인가……?"
수많은 이능력 범죄자들, 그리고 괴수들과의 경험이 풍부한 박한구와 배용조는 두 사람의 모습에 경악한듯 중얼거렸다.
이들의 괴력들은 최소한 9등급의 신체 강화자들만이 가능하였기 때문이다.
"흐하아아앗!"
그 때, 그랜드 아크가 진우를 향해 다시 한번 몸을 날렸으나, 나동그라진 험비의 차체를 한 손으로 붙잡은 진우가 마치 가벼운 방망이처럼 간단히 휘두르면서 날라오던 그랜드 아크의 몸을 후려쳤다.
콰아앙!
쿵! 쿠쿵!
그 충격으로 아스팔트 도로에 나동그라졌으나, 이정도 충격은 별거 아니라는듯이 벌떡 일어선 그를 향해 달려나간 진우는 자신들이 공중전을 펼치다가 떨어지면서 부서진 험비까지 붙잡으면서 양손으로 험비를 휘두르며 손뼉을 치는것처럼 두 개의 험비를 휘둘렀다.
"흐읍!"
콰지직!
양 팔을 뻗으며 자신의 좌우로 날라오는 험비들을 쳐낸 그랜드 아크는 쏜살같이 달려나가 빈틈 투성이의 진우를 주먹으로 후려쳤다.
콰앙!
한방 한방 때릴때마다 포탄 터지는 소리가 울릴정도의 위력으로 맞은 그는 그대로 밀려나가, 한박구와 배용조가 탄 험비에 부딪히면서 함께 나동그라졌다.
"으와악?!"
두 괴물들의 싸움에 몸이 굳어있던 그들은 험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였기에, 진우가 부딪힌 충격으로 옆으로 쓰러진 험비 안에서 비명을 내질렀다.
"비, 비, 빌어먹을! 대체 저 자식들 정체가 뭐야!"
한박구는 일반인 기준에선 괴물인 자신이었지만, 저들 앞에선 그 일반인 수준조차 도달못할 하찮은 존재 수준으로 느껴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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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편은 쓰자마자 올리는거라서 검수가 잘 안되어 있음. 이상한 점은 리플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