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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중국 베이징.
거대한 도장에 두 명의 남녀가 대련을 하고 있다.
부웅! 쿵!
콰직!
아니, 대련이 아닌가?
주먹을 내지르기 위해 진각을 밟으면 마루가 박살나고, 상대방의 주먹을 피하면 권풍에 의해 벽이 찌그러져간다.
한방 한방이 살인 미수나 마찬가지인 위력. 하지만, 두 남녀의 얼굴은 상대방을 죽이겠다는 살기가 없었고, 약간 긴장하여 굳은 얼굴이 전부였다.
일반인이라면 한방에 죽을 수 있는 공격, 왠만한 신체 강화자 조차 따라갈 수 없는 가공할 스피드로 손과 발을 섞어 갔으나 그 누구도 공격을 가하진 못하였다.
"그만."
결국, 두 남녀에 의해 바닥이 만신창이가 되고 나서야, 심판 역을 보던 선풍도골의 노인이 손을 들며 종료를 알렸다.
"판정은?"
"무승부."
"무승부."
"무승부."
두 남녀의 대련을 관찰하고 있던 세 명의 무술가들은 모두 이구동성으로 말하였고, 남녀는 숨을 고르기 위해 큰 숨을 내쉬었다.
"후우우-- 오늘이야말로 당신을 이길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호홋, 그 대사 그대로 돌려드리지요, 여보."
두 남녀는 서로에 대한 호칭으로 자신들이 부부관계임을 알렸다.
여성쪽은 신체 강화 7등급이자 영추권의 고수인 링 마지에, 남성쪽은 마찬가지로 신체 강화 7등급이며 태극권의 고수인 리 장홍.
이들은 정무맹의 대사부들중 유일한 부부관계인 무술가 부부로서, 젊었을때부터 가문의 일로 자주 만나면서 함께 자주 대련을 하다보니 정이 들어 결혼을 하게 된 케이스였다.
두 사람 모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는데, 대련 도중에 두 사람 모두 신체 강화 7등급으로 각성되면서 중국에서 수위에 꼽히는 무술가가 되어 정무맹의 대사부가 되었다.
지금까지 여러종류의 대사부들이 있었지만, 부부 대사부는 처음이였기에 그들의 이름은 중국 내에서도 상당한 인지도를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대사부라는 위치에 걸맞게 조금도 느슨해지지 않고 대련을 통해 실력을 쌓아가니, 대사부라는 위치를 더더욱 확실하게 자리 잡아갔다.
쿠당탕탕! 벌컥!
그 때, 젊은 무술가가 대련실의 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섰다.
"지금 이게 무슨 소란인가! 대련실에서는 정숙하라 했거늘!"
노인이 젊은 무인을 호통쳤으나, 그는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고개를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 하지만 지금 엄청난 문제가 생겨버렸습니다!"
"문제? 무슨 문제길래 그런가?"
"예, 그 그게……."
하지만, 그는 마지에와 장홍을 힐끗힐끗 쳐다보면서 말을 어물거렸고, 본능적으로 자신들의 자식들에게서 무언가 일이 생겼다고 생각한 부부는 동시에 입을 열었다.
"지금 당장 안내해."
"주…주제넘게 조언하는거지만 마음을 가라앉히시고……."
"안.내.해."
부부의 기세에 억눌린 젊은 무인은 안내하기 위해 나섰고, 그들의 대련을 지켜보기 위해 찾아왔던 다른 3명의 대사부들도 따라갔다.
넓은 중국땅에 산개한 정무맹으로부터 여러가지 정보를 주고 받는 전산실로 찾아가자, 전살실에 있던 직원들은 얼굴이 새파래지거나 분노로 얼굴이 붉어진 이들이 대부분이였다.
"이…이건 어제 밤 늦게 찾아온 동영상입니다."
딸칵-
마우스로 동영상의 정지 화면을 클릭하자, 스마트폰으로 찍은듯, 약간 화질이 나쁜 동영상이 시작하였다.
-엄마, 아빠. 안녕하세요? 저 샤오메이예요.-
"……!"
"……!"
분명히 머리 스타일이라던가 체형이 완벽하게 자신들의 딸이였지만, 고개를 축 늘어뜨리고 있는 모습과 남자가 억지로 만든듯한 가성에 눈쌀이 찌푸려졌다.
-저 한국에 와서 엄청 기뻐요~ 왜냐하면 한국에 와서 지랄맞게 입방정을 떨어준 덕분에 유연성이 엄청 늘어났거든요. 봐요.-
왠 장난인가 싶어하던 이들의 표정이 심각하게 굳은것은 바로 이 다음부터다.
딸의 팔이 뒤쪽에 몸을 숨기고 있던 누군가에 의해 '꺽이면 안되는 방향' 으로 휭휭 꺽여졌기 때문이다.
아니, 팔의 관절이 완전히 나가지 않은 이상에는 불가능한 일이였다.
그리고 좀 더 영상이 흘러,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눈에 흰자를 드러내며 기절한 딸의 모습에, 책상 모서리에 올려두었던 장홍의 손이 힘줄을 드러내면서 간단히 책상 모서리를 찢어내듯이 뜯어냈다.
-여어, 안녕하신가? 그…이름은 모르겠지만 이 새끼랑 저 새끼의 부모님들?-
그 때, 드디어 딸을 저렇게 만든 흉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20대 중후반쯤 되어보이는 젊은 동양인 남자, 진우는 한국인을 비하한 자신들의 자식들의 팔다리를 부숴버렸다고 당당하게 말하면서, 오히려 자신이 관대하게 봐줬으니 자신에게 복수를 하려 하면 부모 새끼들, 마지에와 장홍까지 똑같은 꼴로 만들어 주겠다는 그의 말을 마지막으로 영상은 끝이 났다.
"……."
"……."
"……."
"……."
대사부들은 단순히 무술 실력만 좋다고 얻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수많은 실전을 통해 스스로의 감정을 조절하면서, 왠만한 일에는 흥분하거나 당황하지 않는 부동심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게 중국 무술의 고수가 되기 위한 첫번째 길이다.
대사부가 된 만큼, 이들의 정신 수양도 상당한 수준이였으나 눈 앞의 동영상에는 망연자실함을 감추지 못하였다.
"허…허허……."
대사부들 중에서 가장 연장자인 선풍도골의 노인, 왕 슝첸은 대사부들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고 실력이 뛰어나, 마치 영화에나 나올법한 도인같은 풍모와 깊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선인仙人이였는데, 그의 입에서 실없는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동영상에 의한 충격이 컸다는 뜻이였다.
"한국으로 가겠습니다."
그 때, 장홍이 입을 열었다.
"나도 가겠어요."
분노로 얼굴이 붉어진 마지에도 장홍과 뜻을 같이 하였다.
"그럼 나도 가지! 감히 소한국놈 따위가 자기 목줄을 쥔 주인을 향해 선전포고를 해?"
관전을 하던 3명의 대사부들중 덩치가 거대한 중년인도 분노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해지면서 분기를 참지 못하였다.
"이건 우리 부부의 일이다."
"아니, 그 이전에 소한국 따위에게 굴욕을 당한 중국의 자존심 문제다."
체격이 왜소하고 날카로운 인상을 다른 대사부도 부부의 주장을 반박하였다.
"그동안 소한국 놈들을 풀어준게 문제였어! 옛부터 우리의 노예나 다름없던 놈들이 주제도 모르고 기어오르고 있잖나! 이 기회에 소한국에게 본때를 보여야 한다!"
중국 역사에 있어서 한국은 고려 시대 이후부터 영원한 자신들의 봉이였다.
여자를 달라면 여자들을 주고, 돈을 달라면 백성들이 굶어죽어도 돈을 내놓았다.
그중에서 중국 역사상 최고의 봉이였던 조선의 후손들이 대한민국이라 이름을 바꾸었지만, 중국인의 눈으론 자신들의 코딱지못한 못한 민족이며 국가였다.
하지만, 냉전 시대때 소련이 무너지고 미국이 승리자가 되자 미국의 비호를 받고 있던 한국을 쉽게 건들지 못하게 되었다.
아니, 오히려 한국인들이 중국인들을 야만스러운 민족으로 비하하고 있음을 알게 된 거대한 체구의 중년인과, 왜소하고 날카로운 외모의 대사부들은 이번 기회에 소한국이 스스로 무릎을 꿇도록 만들 예정이였다.
"잠깐. 자네들의 의도대로 행동하게 되면 세계 3차 대전이 일어날걸세."
그 때, 조용히 듣고 있던 대사부들중 나이가 많고 뛰어난 실력을 가진 왕 슝첸이 그 둘을 제지하였다.
"전쟁? 거 좋구만! 이번 기회에 서양 코쟁이들에게 중국인의 힘을 보여주지!"
거대한 체구의 장한은 감정을 폭발시켜서 싸우는 타입인듯, 오히려 호기롭게 외쳤으나, 왕 슝첸은 보다 못해 결국 큰 소리를 내지르고 말았다.
"이 멍청한 놈! 지금 겨우 이런 감정 싸움으로 수천만이 죽을 전쟁을 벌이자는게냐!"
"!!"
찌릿 찌릿--!!
슝첸의 고함 소리와 함께 쏟아져나오는 강렬한 기세에 흥분으로 분노로 가득찬 전산실의 분위기가 한순간에 가라앉혀졌다.
"어떤 사건을 해결하려면 가장 중요한것은 원인 파악이 최우선이다. 링 마지에, 리 장홍. 자네들 둘이 한국으로 가라. 자네들의 이성적인 감정을 믿고 보내주는거니까, 감정에 치우져서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거라 믿겠다."
"예. 감사합니다."
대사부들중에서 실질적인 리더라 할 수 있는 슝첸의 허락이 떨어지자, 마지에와 장홍은 지금 즉시 한국으로 떠날 채비를 서둘렀다.
'이번 일은 간단하게 해결되지 않을것 같구먼…….'
어째서인지 지금의 사건은 빙산의 일각 밖에 되지 않을것 같다는 슝첸의 판단은 매우 정확하였다.
아니, 정확히는 이 사건외의 거대한 사건이 한국을 뒤흔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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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전, 서울.
"감히 이 몸의 모습을 직접확인해야 겠다는 놈이 네 녀석이냐?"
진우와 헤어진 그랜드 아크는 어둠컴컴한 방에 들어서면서 거대한 화면에 얼굴을 띄우고 있는 일본인을 향해 퉁명스럽게 입을 열었다.
비서가 제대로 '저 쪽' 을 설득하지 못한건 둘째치고, 감히 자신의 이름을 댔는데도 믿지 못하는 저들의 행태에 못마땅한 표정이 한가득인 그랜드 아크는 지금 당장 파토를 낼까 라는 욕구를 꾸욱 참아냈다.
-호오…정말로 그랜드 아크가 한국에 나타날줄은 몰랐소.-
"흥, 멀리서 영상 따위를 보내면서 자신의 안전을 추구하는 겁쟁이인 네 놈과 달라서 말이지."
"감히! 장군께 무슨 무례냐!"
그 때, 어둠컴컴한 방 한쪽에서 일본도가 반짝이며 그랜드 아크의 목을 베려는 듯이 휘둘러졌으나, 그는 간단히 검을 휘두르는 상대의 손목을 잡아챘다.
"호오, 이거 꽤 예쁘장한 계집이로군. 네 이름은 뭐지?"
"큭! 나는 대일본 제국의 사무라이, 키리타리 아이리 소좌다! 당장 놓지 못할까!"
하린과 진우의 방해로 연구소 습격때 모든 부하들을 잃었던 아이리는 과학자들에 의해 다시 복구된 낫 족제비의 앞발로 만들어진 일본도를 휘두르려 하였으나, 그랜드 아크 앞에선 재롱피우는 새끼 고양이나 마찬가지.
-그만해라, 아이리. 그랜드 아크 께서도 부디 제 부하의 무례를 용서해주시기 바라오.-
"바라오? 감히 내 앞에서 건방지게 하오체를 쓰는 놈이 이 세상에 남아 있으리라 생각 못했군, 그래."
-…무례를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한 조직의 수장이다보니 입에 베여있던 모양입니다.-
결국, 영상으로 자신의 얼굴을 보이고 있던 일본인은 고개를 숙이며 사죄 하였다.
"현실을 아는 놈이군."
탁!
"큿!"
아이리를 거칠게 밀어낸 그랜드 아크는 자신을 씹어먹으려는 듯이 눈을 부라리는 그녀의 모습에 흥미롭다는 듯이 턱을 쓰다듬었다.
"후후, 내 앞에서 저토록 투쟁심을 불태우는 존재는 처음이군. 마음에 든다."
-그랜드 아크께 생색내려는 의도는 아니지만, 저의 '대외적인 신분' 때문에 오랫동안 담소를 나눌 처지가 되지 않습니다. 부디 이 점, 양해해주시길.-
상대방은 일본에서 상당히 바쁜 위치에 있는듯 하였고, 그랜드 아크 또한 그의 위치를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일본의 총리 자리에 있으니 바쁠만도 하지. 바로 본론으로 가마. 우리쪽의 요구는 두 개다. 하나는 동맹, 나머지 하나는 함께 손을 잡아 유럽연합, EU를 상대하는 것! 우리의 일을 도와준다면 그 보답으로 너희들이 동아시아를 지배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
-…좋습니다.-
안그래도 욱일승천의 힘만으론 동아시아를 점령하는 것은 힘들다고 생각하여 방책을 궁리하고 있던 일본 총리, 야마토 헤이세는 그랜드 아크의 제의를 잡기로 결정하였다.
물론, 욱일승천 쪽에도 괴수 제작이라는 최후의 한 수가 남아있었기에, 자신들을 이용해먹기만 한다면 현재 제작중인 괴수들을 한꺼번에 아크로스의 세력권내에 풀어버릴 계획이였다.
-하지만, 저희들을 이용만 해먹으신다면 자포자기 심정으로 아크로스가 지배하고 있는 모든 국가를 상대로 보복을 하겠습니다.-
"크크크! 협박하는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만, 어차피 이쪽도 약속을 지킬 생각이니 귓등으로 흘려주마. 영광으로 알도록! 하하하핫!"
노아가 동영상을 정무맹 사이트에 올릴 무렵, 세계 최강의 조직, 아크로스와 세계 최악의 조직 욱일승천은 서로의 이익을 위해 동맹을 맺기로 결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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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밥 받아라! 휙휙휙~~~
그랜드 아크가 한국에 온 이유는 욱일승천과의 동맹을 맺기 위해서만이 아님둥.
게다가 정무맹에서 한국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으니...주인공이 엄청 바빠지겠군요 -_-ㅋㅋ
6월 29일 오후 5:02분에 올림 - 갑자기 몸이 아파오고 속이 안 좋아지네요. 아무래도 내일 연재는 좀 힘들것 같습니다. 하루만 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