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92화 (92/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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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리피의 저택은 북유럽식으로 지어진 중세식 건물이였다.

땅을 구입해서 기초부터 새로 짓지 않고선 보일 수 없는 전통적인 유럽 건물이였는데 서울의 중심부에서 많이 떨어진 곳에 있던 중형 공장을 매입하여 철거하고 그 땅에 저택을 만들었기 때문에, 세삼스래 아크로스의 자금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알 수 있게 되었다.

진우는 거대한 정원과 저택의 모습에, 진정한 돈지랄이 뭔지 알겠다는 듯이 감탄어린 얼굴로 자신도 언젠가 이런 돈지랄을 해야겠다며 다짐하였다.

"앞으로 임무가 끝날 내일 오후 9시까지 저택에서 생활해주시기 바랍니다."

"에?! 그런 말은 못 들었는데! 속옷도 안 가져왔단 말야!"

노아는 깜짝 놀라면서 항변하였으나, 페리샤는 그럴줄 알았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시길. 여성용 속옷은 전부 준비해뒀습……."

"내 가슴 크기만한 속옷이 있다고?"

"……."

페리샤는 노아가 자신의 가슴을 가리키며 되묻자, 자신도 모르게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확실히, 그녀가 구해둔 브래지어보다 노아의 가슴이 약간 큰 것 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것이, 그녀의 가슴은 아직까지도 착실하게 성장(?)하는 중이였고, 진우가 수없이 그녀의 가슴을 주물럭거리면서 그 영향으로 인해 성장 속도가 어머니인 이실리아를 능가할 기세였다.

"뭐, 하는 수 없지. 내가 속옷 가게좀 다녀올께."

진우는 하는 수 없다는 듯이 다시 슈퍼 바이크 위에 올라탔고, 노아와 페리샤는 깜짝 놀라며 그를 제지하였다.

"진우씨가 굳이 갈 필요는 없잖아?"

"진우님은 아가씨를 호위해야 합니다. 중국의 이능력자들은 물리쳤지만, 아직 미국의 이능력자들이 남아 있으니, 이쪽에서 구입할때까지 기다려주면 감사하겠습니다."

두 여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진우는 강경하게 자신의 주장을 몰아붙였다.

"그거 갔다오는데 얼마나 걸린다고? 금방 갔다 올테니까 걱정마. 그리고 여차하면 노아가 충분히 버틸 수 있어."

어째서인지 강하게 자신의 주장을 밀어붙이는 그의 모습에, 노아와 페리샤는 그의 신경을 거스리지 않기 위해(각자 다른 이유지만) 입을 다물었다.

"후딱 다녀올테니까 기다리라고."

부릉--! 부르르릉!

힘이 느껴지는 엔진 소리와 함께 아직 닫히지 않은 철문 사이로 빠져나간 진우는 시내쪽으로 향하였고, 그의 뒷모습을 확인한 두 여인은 자신들이 할당받을 방과 경계 시간을 확인하기로 하였다.

부우우우웅--!!

"큭큭큭! 이 몸이 경비견 역활을 하기엔 너무나 자유로운 영혼이란 말씀이야. 적당히 놀다가 돌아올테니까 님들 모두 수고염~"

속옷을 산다는 것은 핑계였고, 단지 지루하게 자리를 지키는 임무에서 조금이나마 해방되기 위해, 평소와 달리 이런 잔심부름을 하겠다면서 강하게 주장한 것이였다.

'뭐, 노아의 능력이랑 코벤 녀석이 함께 있다면 문제가 생겨도 내가 도착할때까지 충분히 버티겠지?'

그런데 자신이 없는 상황에서 노아를 공격한다거나, 강제로 파워 슈츠를 빼앗는 상황이 일어나게 된다면?

그도 그런 걱정을 안해본건 아니지만, 샤오메이와 한윤을 반병신으로 만들고 동영상까지 찍으면서 선전 포고를 하는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었던 아크로스의 조직원들의 눈빛이 공포로 물들어 있었기 때문에, 그녀를 공격한다는 것은 그녀의 애인인 자신을 적으로 만들겠다는 뜻임을 모르진 않을 거다.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아는 공격하여 파워 슈츠를 빼앗는다면?

'그때는 샤오메이와 한윤이 부러워 미칠 지경으로 만들어줘야지.'

그들을 고문하여 오늘 자신이 반병신으로 만들어버린 중국인 남매를 부러워하면서 제발 죽여달라고 비명을 지르게 만들 자신이 있는 진우는 시내로 들어오게 되자, 가장 먼저 속옷 가게로 향하였다.

원래라면 없어야 정상이겠지만(한국인 평균 가슴은 A컵...), 게임의 플레이어인 진우가 직접 구매 의사를 전달하자 어디선가 노아의 가슴 크기에 맞는 브래지어를 가져왔다.

그렇게 적당히 2~3개 정도 구입한 그는 주변에 혼자 시간을 보내면서 놀만한 장소를 찾기 시작하였다.

'이실리아에게 가서 짧고 굵게 즐기고 올까? 아냐, 그런건 언제든지 할 수 있으니…간만에 혼자가 됐는데 이 시간을 즐겨야지.'

일단 슈퍼 바이크를 공용 주차장에 세워두고 서울 시내의 거리를 하릴없이 돌아다니던 그는 갑자기 한쪽에서 사람들이 감탄하는 소리가 들려오자, 본능적으로 소리의 근원지로 향하였다.

소소한 돌발이나 서브 이벤트 따위라 생각한 그는 소리의 근원지를 빙 둘러싸고 있는 한무리의 인파를 발견할 수 있었다.

'뭐야? 오락실이잖아?'

인파 안에는 사자 갈기같은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는 금발의 거구, 아니, 정말로 수컷 사자가 인간화 하면 딱 저런 모습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육식 동물과 잘 어울리는 남자가 2m가 넘는 덩치를 가지고 쪼그리듯이 앉아, 아직도 유행하고 있는 대전 격투 게임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남자의 한쪽에는 백만원쯤 되어 보이는 돈뭉치를 두고 있었는데, 상대방의 커맨드를 보이지 않기 위해 반대편에 설치된 또다른 게임기에는 동전을 가지면서 기다란 줄을 잇고 있었다.

"크하하핫! 다음 상대는 없는건가!? 내 캐릭터를 한방이라도 때리면 이 돈은 너희들의 것이다!"

남자는 자신의 캐릭터를 한방이라도 때리면 돈을 주겠다고 진우가 도착하기 전부터 선언한 모양이다.

화면을 보니 남자의 캐릭터 아래쪽에는 'WIN : 51' 이라 써져 있었다.

"우와…저 외국인 정체가 뭐야? 어떻게 51연승동안 퍼펙트로 승리할 수 있는거지?"

처음부터 끝까지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엑스트라가 51연승, 그것도 단 한방도 맞지 않고 퍼펙트로 승리하였다고 허탈한 모습으로 중얼거리자, 그것을 들은 진우는 일단 남자의 뒤쪽으로 가서 그의 플레이를 지켜보기로 하였다.

콰앙~~!

-Here comes a new challenger!-

새로운 도전자가 동전을 넣고 버튼을 누르자, 폭발이 일어나는것 같은 효과음과 함께 익숙한 영어가 들려왔다.

남자는 공격력이 약하지만, 빠르고 간결한 복서 캐릭터를, 상대 플레이어는 상대방에게 훼이크를 걸어서 공격하는 상급자용 쿵푸 캐릭터를 선택하였다.

'한대라도 맞추면 100만원이라니까 승리를 포기하고 오로지 한방만 때리겠다는게 치중할 생각인가보군.'

-Ready~~!-

-Fight!-

게임이 시작되자, 쿵푸 캐릭터는 큰 기술보단 딜레이가 적고 콤보를 넣기 쉬운 약손, 약발을 위주로 현란하게 상체와 하체를 기습적으로 타격하였다.

팍팍팍!

하지만, 남자의 가드는 철벽이였다. 쿵푸 캐릭터는 상체를 때리려다가 하체를 공격하거나, 하체를 공격하다가 상체를 공격하는 기술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남자는 아주 간단하게 그 모든 훼이크 공격을 간파하였다.

그렇게 게임이 시작한지 20초가 지날때까지 일방적으로 막기만 한 남자는, 슬슬 공세로 돌아섰다.

퍽퍽!

원래 게임을 하던 사람이 아니였는지 한번 걸리면 10단 이상 때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간단한 3~4단 콤보 혹은 파괴력이 크지만 빈틈이 많은 큰 기술들을 사용하면서 상대 플레이어의 체력을 착실하게 깍아갔다.

'이 새끼…신체 강화자다……. 그것도 매우 높은 수준이야.'

진우는 그 플레이로 남자가 신체 강화자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천재적인 대전 격투 실력을 가진 사람이 실력이 월등히 낮은 상대와 싸우게 되어도 공격 딜레이가 빠른 약손, 약발 공격에 히트 당하고 만다.

가끔씩 뛰어난 실력을 가진 유저들간의 대전에서 퍼펙트 KO가 나오긴 하지만, 그것은 심리전의 승리와 상당한 운이 따라야 가능한 법.

그런데도 불구하고 남자는 그 모든 훼이크 공격에 당하지 않고 완벽한 승리를 이뤄냈다.

진우가 그를 신체 강화자라 생각한 이유는 위뿐만이 아니였다.

캐릭터를 운용하는 방법을 보면 캐릭터의 기술 몇개만 알고 있다. 콤보같은건 거의 넣지 못하고 있고, 공격을 하다가도 상대 캐릭터의 손이나 발이 움직이려 하면 그 순간에 곧바로 방어 자세를 돌입한다.

즉, 상대방이 어떤 타이밍에 공격을 들어오고 방어하는지 캐릭터들을 구성하는 1픽셀들을 신체 강화자의 동체 시력으로 모두 꿰차고 있다는 뜻.

3선 2승제이기에, 상대방 쿵푸 캐릭터를 그런식으로 퍼펙트 KO로 제압한 남자는 다시 한번 호탕하게 웃었고, 반대편에 있던 플레이너는 울상을 지으며 뒷줄에 있던 남자를 향해 자리를 비켜줘야만 했다.

하지만, 뒤이어 도전한 이들도 연신 퍼펙트 KO의 굴욕을 당하면서, 남자의 승리를 가리키는 WIN 수치가 67로 바뀌었다.

결국, 돈에 대한 욕심을 달려들던 사람들은 고개를 내저으면서 포기하였고, 남자는 도전자가 없어지자 지루해졌는지 슬슬 자리를 뜨려 하였으나.

"아오, 거 새끼들 존나 게임 못하네. 게임 강국 한국인의 위엄을 지켜주마!"

-Here comes a new challenger!-

누군가가 자신에게 도전하자, 남자는 씨익 웃으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남자는 여전히 복서 캐릭터를 선택하였고, 상대편은 인간형 로봇 캐릭터를 선택하자, 그는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분명히 한방 한방이 강한 캐릭터이긴 하지만, 워낙 공격이 느려터졌기에 가장 쉽게 발라준 캐릭이였기 때문이다.

-Ready~~!-

-Fight!-

게임이 시작되자, 인간형 로봇 캐릭은 팔을 빙빙 돌린다던가, 가드 불능의 강력한 기술을 사용하면서 공격을 하였으나, 19초동안 그 공격을 요리조리 피하면서 간단히 공격을 무산시켰다.

팍!

그리고 20초가 되는 순간, 로봇 캐릭터가 정권 같은 공격을 가하였고, 20초가 지났음을 여유있게 확인한 남자가 공격을 하기 위해 버튼을 누르는 순간.

'이런!?'

펑!

정권을 지른 로봇 캐릭터의 팔이 앞으로 튀어나오면서 후속타를 날렸다.

20초에 공격을 시작한다는 남자의 방심과 로봇 특유의 변칙적인 공격을 통한 완벽한 기습.

"우와아아아!"

"클린 히트다! 히트가 떴어!"

외국인 남자의 압도적인 67 퍼펙트 KO 승리에 망연자실해 하고 있던 사람들은 처음으로 클린 히트가 터져나오자 열광적으로 환호하였고, 남자는 쓴 웃음을 지으며 방심한 자신을 자책하였다.

'내가 20초가 지난 후에 공격을 시작한다는 걸 알았다손 쳐도 이 완벽한 타이밍으로 후속타를 날리다니. 게임만큼은 한국인들이 세계 정상급으로 잘한다더니만 과언이 아니였군.'

상대방의 정체를 모르는 외국인 남자, 오늘 처음으로 한국에 도착하여 놀만한 거리를 찾다가 오락실에 눌러앉은 그랜드 아크는 자신의 허를 찌른 상대방에게 감탄하였고, 그 이후로 일진 일퇴를 거듭하면서 체력을 유지한 상대방이 첫판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는 돈뭉치를 쥐면서 반대편에 있는 사람을 향해 다가갔다.

"으하하하핫! 내가 졌다! 설마 그 타이밍으로 공격하리라곤 생각치 못했어."

그랜드 아크는 자신으로부터 승리한 젊은 동양인 남성, 진우에게 돈을 내주었고, 그렇게 등을 돌리며 떠나려던 찰나, 진우의 입에서 도전적인 발언이 터져나왔다.

"헤에? 설마 꼬리를 말고 가는건가? 자신의 캐릭터를 때렸으니까 패배했다고 생각하는건 당신 생각이고, 나는 상대방을 때려눕혀 2 판을 따네서 1승을 거두는게 승리라고 생각하고 있거든? 이대로 도망갈 생각은 아니겠지?"

"오오오오오오!!"

진우의 입에서 나온 도발에, 외국인 남자, 그랜드 아크가 보여준 압도적인 컨트롤에 기가 질려있던 주변 사람들은 환호하면서 호응하였다.

"흐…흐하하하하! 동양의 작은 나라에서 내 호승심을 들끓게 만드는 남자가 있으리라곤 생각 못했군! 좋다! 그 승부 받아들이지!"

그랜드 아크는 호탕하게 웃으며 다시 자리에 앉아 레버를 잡았고, 두 남자는 제한 시간이 걸릴때까지 단 한번도 서로에게 클린 히트를 내주지 않으면서 주변으로 모여든 구경꾼들은 과연 누가 먼저 퍼스트 히트를 날릴지 긴장하게 만들었다.

============================ 작품 후기 ============================

원래는 철권, 스트리트 파이터, DOA 중에서 하나 골라 잡아 캐릭터 설명하고 그럴라 했는데...왠지 그랬다간 신고먹을 건덕지를 줄것 같아서 포기.

겨우 지나가는 스토리 때문에 신고먹으면 저도, 독자분들도 억울하잖아요. 디테딜이 없다고 느껴지시겠지만 양해 부탁드림.

그건 그렇고 둘다 10등급 신체 강화자 주제에 자신들의 능력을 유치하게 이딴데 써먹지 맠ㅋㅋㅋ

기관총의 총알도 눈으로 보면서 피하는 놈들의 진정한 재능낭비류 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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