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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중국 무예를 익힌 신체 강화자는 악명이 높다.
다른 무술들은 대부분 빠르고 강하게, 그리고 직관적인 성향이 강하다. 게다가 이미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에 무술가의 개인 기량, 응용력에 따라 기술을 달리 쓰긴 하지만 널리 알려진 만큼 대응 기술이나 방법도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중국 무술은 하나가 아니라 비인기적인 무술까지 합하면 백여개가 넘기 때문에, 중국 무술가들의 다양한 기술을 막아내려면 오로지 동체 시력과 센스에 의존해야만 한다.
이능력자가 없던 시절의 중국 무술은 실전적이라 하지 못하여 효율적인 '싸움' 을 원하는 사람들에겐 외면받았으나, 툭 치면 뼈가 부러지는 괴력을 가진 이능력자들이 나타나면서 재조명을 받게 되었다.
어차피 힘이 강해졌으니 더 빠르고 더 강하게 적을 분쇄하는 것보단, 적의 방어와 시야를 교란시키고 허를 찌르듯이 공격하는 중국 무술이 각광을 받게 된 것이다.
특히, 신체의 약점을 공격하는 악랄한 기술들만 모아 배운 중국 무술가가 자신보다 신체 등급이 월등히 높은 이능력자를 제압하게 되면서 이능력의 존재 덕분에 과학 문명의 발달로 점점 사라지던 중국 무술의 황금기가 찾아온 것은 어찌보면 아이러니라 할 수 있겠다.
그 황금기의 결정체라 할 수 있는 정무맹의 무술가들을 단숨에 때려눕히고, 정무맹에서 가장 뛰어난 무술가 10명을 가리키는 대사부의 자식들을 반병신으로 만들어놓은데다 동영상으로 촬영까지 한 진우의 모습에, 섣불리 건들고 자존심을 자극했다간 자신들이 상상할 수 있는 그 이상의 잔인함을 보일것이라며 아크로스의 조직원들은 생각하였다.
"어이, 너희들."
"!!"
그 때, 진우는 샤오메이와 한윤에 비하면 매우 멀쩡한 다른 중국 이능력자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데리고 꺼져."
우르르르르!!
심하면 팔이나 다리 하나가 분질러지는 이도 있었지만, 그들은 샤오메이와 한윤을 부축하면서 자신들이 뚫은 구멍으로 우르르 빠져 나갔다.
"하아~ 간만에 힘을 좀 쓰니 개운하구만. 게다가 대사부라는 작자들까지 자극했으니 한동안 심심하진 않겠어. 큭큭큭!"
"대…대체 어쩌자고 그런짓을 하신겁니까!"
페리샤는 항의하듯 따져물었지만, 그는 어깨를 으쓱이면서 이해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왜? 뭐가 문젠데? 아하앙~ 내가 걱정되서 그러는구나? 그렇게 안봤는데 꽤나 깍쟁……."
"그런게 아니라! 정무맹의 대사부가 오게 되면 아가씨를 호위하는데……!"
"그래서 동영상을 찍은거잖아. 너 머리 잘 돌아가는줄 알았는데 당황하면 바보가 되나보다? 어른답게 냉정함을 좀 더 키우라고."
상대방의 도발에 어른답게 행동하지 않은게 누군데!
그녀는 진우의 능글맞은 말에 자신도 모르게 빽 소리를 지르려 하였으나, 그의 심기를 건들지 않기 위해 가까스로 꿀꺽 삼키며 참아냈다.
"그……."
차분하게 따져물으려던 페리샤는 진우가 말했었던, '동영상' 부분이 생각나면서 입을 다물었다.
'잠깐, 그러고보니…….'
동영상에는 오직 진우와 샤오메이, 한윤의 모습만이 찍혔다.
게다가 자신의 소속과 전화번호까지 공개하였으나, 자신이 어떤 의뢰를 수행중인지에 대해선 아무런 발언조차 하지 않았다.
즉, 정무맹에서 멍청하게 음모론만 생각하지 않으면 굳이 자신들을 찾아내서 진우의 신분과 거주지를 알아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이 남자는…그냥 미친개가 아니야. 어떻게 해야 상대방이 이성을 잃을정도로 분노하는지, 어떻게 해야 함께 미친개가 되어서 서로를 물어뜯을 수 있는지 알고 있는…진정한 미친놈이였어…….'
진우가 다시 한번 곱게 미친놈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면서도 그 와중에 타켓을 자신으로만 잡게 하여 의뢰를 완수시키는 모습에 자신의 생각을 좀 더 수정하였다.
'천재가 오로지 상대방의 파멸만을 위해 머리를 쓴다면 이런 놈이 태어나지 않았을까?'
"어이, 아무래도 이런 상태가 되었는데 더이상 대학교에 있기 힘들지 않아?"
"…아가씨, 아무래도 상황이 좀 귀찮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자택으로 돌아가지. 어차피 이딴 학교에 더 머무르지 않아도 된다는것만으로도 그정도 수고를 감수할 이유는 충분해."
어지간히도 대학교가 싫은건지 단번에 승낙하자, 아크로스의 조직원들은 그녀를 호위하면서 주차장으로 향하였다.
노아와 진우는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리피의 좌우를 지키면서 이동하던 중, 리피가 노아를 향해 입을 열었다.
"유 노아 라고 했던가?"
"그런데?"
"그 파워 슈츠…어디서 구한거지?"
리피는 진우가 보인 잔인한 광경 따윈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노아가 스텔스 모드로 샤오메이를 제압했을 때부터 그녀의 신경은 오로지 노아의 파워 슈츠에 집중되어 있었다.
'빛과 공기의 굴절 현상이 거의 없는 첨단 스텔스……. 저 기술만 있다면……!'
저 스텔스 기술 하나만 얻을 수 있다면 잠입, 암살 등의 성공 확률도 높아지게 될테고,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수많은 이득은 돈이라는 화폐 따위로 환산할 수 있는게 아니였다.
"그냥. 여기저기서."
"말하기 싫은가보군. 뭐, 아무래도 상관없어. 그 파워 슈츠, 네가 원하는 가격으로 사겠다."
"흥, 나는 돈같은건 그다지 필요없어. 내가 원하는건 내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니까."
'진우님의 곁에서 영원히.'
노아는 중간에 넣어야 할 대사를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리피의 제안을 거부하였다.
"그렇다면 내가 대신할 파워 슈츠도 구해주겠어. 스텔스 능력은 낮겠지만, 그 외의 성능은 그것보다 훨씬 우수하니까. 그것도 다 싫다면 제작자의 정보만이라도 가르켜다오."
리피는 노아를 상대로 힘으로 겁박했다간 진우가 조용히 있지 않을거라 생각하여 회유책을 사용하였으나…….
"아무리 그래도……."
"그거 내가 만든건데."
"!?"
"!?"
그 때, 진우가 자신이 저 슈츠를 만들었다고 실토하였다.
조용한 목소리였지만, 대부분 리피의 보호를 위해 크게 거리를 벌리지 않은 상태라 아크로스의 조직원들도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진우ㄴ…씨! 제정신이야?!"
노아가 기겁을 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님' 이라 할뻔한 것을 가까스로 삼켜내며 따지듯이 물어오자, 그녀의 반응으로 그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진우의 모습을 볼때마다 혐오감이 들기에 그를 향해 입 한번 뻥끗하지 않았던 리피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정말로…네가 만든거라고?"
"응.
"그런 말도 안되는……."
페리샤도 그의 주장에 넋을 잃은것처럼 보였다.
코벤을 간단히 제압할 수 있는 신체 강화자가, 아크로스와 미국의 과학자들조차 해내지 못한 굴절 현상을 해결해낸 천재 과학자라고?
"왜들 그래? 믿기 어려우면 재료랑 작업대 내놔봐. 그 자리에서 만들어보일테니까."
눈 앞에서 공개 작업을 하겠다고 당당하게 말하니, 더이상 의심할 수 없게 된 리피와 아크로스의 조직원들은 이 세상에 신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만약, 신이라는게 있었다면 저런 미친개에게 말도 안되는 힘과, 평생 과학의 길을 걸어온 수많은 과학자들보다 뛰어난 지식을 가져다줄리 없으니까.
"그런데…왜 그걸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거지? 그 기술 하나로 널 귀찮게 만들 사람들이 줄을 이을텐데?"
"과학자나 기술자가 자신의 비전을 숨겨야 하는 이유가 뭔지 알아? 기술만 쪽쪽 빨아먹히고 팽 당할것을 두려워 해서야. 제의를 거절하면 힘없는 과학자나 기술자는 눈 앞의 무력에 협박당할 수 밖에 없겠지만…감히 이 몸에게 그딴 짓을 할 놈이 있으리라고 생각해?"
그제서야 그들은 진우가 가진 자신감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게다가 '내가 존나 짱쎈 어디어디 조직의 사람인데 좋게 말할때 우리한테 와라' 라고 지껄이는 새끼가 있으면…크…크크크……."
그리고 자신들이 지금까지 봐왔던 미친개, 광견, 사이코라는 호칭을 가진 놈들 중에서 단연 한 손가락 안에 꼽힐만한 미친개이자 사이코라는 것도 다시 한번 재확인하였다.
어찌보면 그는 자신의 쾌락을 위해 그런 인간들이 더 많이 등장하길 바라면서 아무렇지 않게 그 사실을 알린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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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인천 국제 공항.
수근 수근……
인천 국제 공항에 있는 이들은 한 남자의 모습을 향해 남몰래 수근거리고 있었다.
추악하다거나 멋진 미남이라거나, 그런 수준의 문제가 아니였다.
"흐음…여기가 한국인가."
2m 20cm는 되어보이는 거대한 체구. 한 눈에 봐도 단단하게 부풀어 오른 근육과 사자갈기 같은 반짝이는 금발로 이루어진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는 남자의 기세는 한 눈에 봐도 단순히 몸 좋은 보디 빌더같은게 아니라, 육식 동물같은 위엄을 자아내고 있었다.
그 위엄어린 기세 때문에 그의 시선이 향한 곳에 있는 사람들은 왠지 모를 중압감에 움찔움찔 거리면서 시선을 깔거나 황급히 어디론가 사라졌다.
"꽤 괜찮군, 설비도 잘 되어있고 말이야. 정복 후에 시설 관리쪽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어."
무언가를 중얼거리던 남자는 자신의 오른편에서 검은색 정장과 단정하게 머리를 올린, 깔끔해보이는 여비서를 향해 입을 열었다.
"한국 시각으로 계획은 내일 이루어진다고?"
"그렇습니다. 정확히는 15시에 계획이 진행되오니……."
"그럼 나는 그 하루동안 한국의 수도라는 서울에서 놀고 있으마."
"예?"
여비서는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기대하고 있는듯한 남자의 음성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동안 너무 가혹하다시피 책무에만 시달리지 않았느냐. 게다가 한국이라는 나라의 문화도 이해할 겸, 하루정도는 마음대로 놀다 오겠다는 거다."
"하지만 계획은……."
"시간이 되면 알아서 돌아오마. 뒷일은 맡기지. 그럼!"
만류를 뒤로 하며 거대한 체구를 쿵쿵 거리면서 인천 국제 공항으로 빠져나가는 남자의 뒷모습에, 여비서는 고개를 숙이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그럼 당신이 돌아올때동안 계획을 진행하고 있겠습니다, 그랜드 아크시여."
============================ 작품 후기 ============================
주인공과 똑같은 신체 강화 10등급의 적, 그랜드 아크의 등장.
이로 인해 한국을 중심으로한 아크로스 - 정무맹 - 욱일승천 삼각관계가 완성되었습니다. 제가 응응씬도 좋아하지만, 이런식의 복잡하게 얽히고 섥힌 스토리 쓰는것도 좋아해요. ㅎㅎ
야설의 고질적인 문제, 쉽게 질린다는 것과 응응씬 외에는 볼게 없다는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선 필력도 중요하지만, 스토리도 그만큼 탄탄해야 한다고 믿고 있는 저로선 엄청 건방지게 느껴질지 몰라도 명작급 야설은 출판작 수준의 스토리를 내놓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예, 알고 있어요. 오냐오냐 해주니까 2류 작가따위가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고 있냐고 생각하시겠죠. 악플 달려는 그 손가락은 넣어두세요.
참고로 제 소설의 스토리를 스스로 평가해봤을때 10점 만점에 5.5점 이라 생각중.
제 목표는 모든 사람들이(여성 제외) 좋아할법한 응응씬과 출판작 수준의 스토리입니다. 지금도 현재 진행형으로 그 목표를 향해 나가고 있는 중이죠.
아마, 이 소설이 완결을 내면 많은 사람들이 제 글을 어떻게 평가하실지 기대가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