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86화 (86/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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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부우우웅--- 끼이익--!

어떤 나라로 가야 세력을 제대로 키울 수 있을지 고민하던 중, 최찬호 지부장의 호출로 머셔너리 서울 지부로 도착한 진우와 노아는 오토바이를 나란히 세워두면서 안쪽으로 들어섰다.

원래는 '남자의 부름 따위에 내가 왜 가야해?' 라면서 무시하려 하였으나, 용병 생활이 풍부한 노아가 지부장의 호출은 곧 지명 임무라는 뜻이며, 평소보다 더 높은 보수를 받을 수 있으나, 호출에 응하지 않으면 패널티가 주어진다는 사실을 알려주었기에 투덜거리면서 머셔너리로 향할 수 밖에 없었다.

딱히 패널티를 받아도 어차피 한국을 떠서 조직을 만들면 아무래도 상관없기 때문에, 무시하려던 찰나에 조금이라도 더 많이 경험치를 받아 생물학 능력을 올려두는게 낫다고 생각하여 호출을 받아들인 것이다.

"유노아씨와 손진우 용병님이시지요? 이쪽으로 오십시오."

미리 진우와 노아의 인상착의를 숙지하고 있던 여직원이 대기하고 있다가, 두 남녀를 건물 안쪽으로 안내하였다.

접대실에 도착한 진우와 노아는 자신의 역활은 여기까지라면서 배꼽인사를 하며 사라지는 여직원을 뒤로하고 접대실 안쪽으로 문을 열고 들어섰다.

"아, 도착했군. 기다리고 있었네."

최찬호 지부장은 두 사람이 도착하자 인스던트 커피 봉지를 꺼내들었다.

"커피 하겠나?"

"됐습니다."

"저도."

그다지 커피를 즐기지 않는 두 남녀의 모습에, 커피 봉지를 다시 넣어둔 그는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머셔너리 서울 지부장인 나의 호출이 무슨 뜻인지는 알고 있겠지, 노아양?"

"알고 있으니까 빨리 본론으로 들어가."

진우에 의해 조교받으면서 그에게 존댓말을 하는건 매우 당연시 되었으나, 그 외의 사람…그것도 남자에겐 존댓말을 사용하지 않는 노아는 아버지뻘인 지부장을 향해 반말로 대답하였다.

하지만, 그녀와 상당히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온지라, 그녀의 반말에 그다지 기분나빠하지 않은 그는 한 장의 서류를 건내주었다.

"오늘 자네들을 지명한 임무이네."

서류의 내용은 일반적인 퀘스트처럼 경험치, 보수가 명시되어 있었지만, 의뢰인이 지명한 용병에게 보내는 내용이 추가되었다.

-지명 호위 임무-

-손 진우 용병님께 : 페리샤 릭토엔드입니다. 욱일승천에 의해 암흑계가 들쑤셔지고 밀입국자를 적발하는 단속이 강화되었다는건 알고 계실겁니다. 실은, 그 와중에 저희 아가씨께서 스웨덴의 '범죄 조직' 의 장녀임이 밝혀지게 되었는데, 한국 정부측에서 그것을 빌미로 아가씨를 체포하려 합니다. 아가씨께서 '범죄 조직' 의 장녀임은 분명하나, 한국에 피해를 끼친적은 없습니다. 만약, 이대로 아가씨께서 체포되신다면 한국을 기반으로 두고 있는 조직의 '업체' 가 철수를 하여 큰 손해를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보수 : 경험치 90000, 금액 3억

-목표 : 2일동안 리피 에스텔의 호위(다소의 부상은 문제 삼지 않겠음)

-위치 : 서울 대학교에서 연락 0xx-xxx-xxxx

'호오, 요것봐라?'

겉으로 보기엔 거절해도 그다지 큰 패널티는 없어보이지만, 페리샤는 아크로스가 운용하는 암거래를 완전 철수하겠다는 우회적인 표현을 통해, 진우가 자신이 원하는 재료를 공수하기 위해선 자신들을 도와야 한다고 설득하고 있었다.

"스웨덴의 범죄 조직……? 머셔너리는 불법적인 의뢰를 받아들이지 않는걸로 아는데?"

진우가 노아에게 굳이 말할 필요성과 타이밍을 찾지 못하여, 이 의뢰를 청한 이들이 아크로스의 인간들임을 모르는 그녀는 의뢰자가 범죄 조직 보스의 장녀라는 사실에 눈쌀을 찌푸리자, 지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긴 하다만, 일단 내용처럼 한국에 와서 단 한번도 범죄를 저지른적도 없었고, 조사를 해보니 이들이 말하는 범죄 조직은 스웨덴에서 중소 조직밖에 안된다더군. 국제적이지 못한 범죄 조직 장녀의 의뢰는 현지 머셔너리 지부에선 문제가 되겠지만, 타국이라면 그다지 큰 문제는 없네. 인터폴 블랙 리스트에 등록됐다면 또 모를까."

최찬호 지부장은 이들이 정말로 아크로스의 조직원…그것도 그랜드 아크의 장녀와 그 호위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모든 의뢰를 페리샤가 직접 한것도 있지만, 동봉된 사진은 리피의 얼굴이 아닌 다른 여성의 것이였기 때문이다.

아마, 머셔너리의 지부장 수준이라면 리피의 얼굴을 목격하는 순간, 모든 정체가 들통날테니 철저하게 리피의 얼굴을 가린 것이다.

게다가 리피라는 이름에 반응하지 않는걸보니, 가명이거나 원래는 다른 닉네임을 사용했을 확률이 높다.

'아무래도 누군가가 자신들의 뒷조사 했을때를 대비해서 적당한 위조 신분을 만들었나보군. 꽤 철두철미한데?'

그들의 진정한 정체를 아는 진우는 그들이 최찬호가 오판하도록 철저하게 위조 신분을 만들었다는데 감탄하면서도, 의뢰를 받을지 말지 고민하였다.

'흐음…안그래도 조만간 한국을 뜰 생각이라서 철수하든 말든 상관은 없는데……. 하지만 보수는 후한편이니…….'

현재 진우의 경험치는 45530. 레벨업까지 34470 경험치가 남았는데 9만이나 준다면 레벨업을 한번 더 하여 생물학 지식을 5까지 찍을 수 있게 된다.

'좋아. 타국에서 새롭게 시작하게 된다면 가장 큰 재산은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뿐이다. 레벨업을 할 수 있는 이런 기회를 걷어찰 순 없지.'

예전에 요마를 퇴치하는 의뢰를 해결할때는 12만이라는 경험치를 받았기에, 그보다 더 쉬워보이는 이번 의뢰에 9만이나 되는 경험치가 걸리니 레벨업에 목을 매는 그는 결국 그 의뢰를 상낙하기로 결정하였다.

"좋아. 그 의뢰 받도록 하지."

"음…지명 임무라 해서 너무 억지로 받지 않아도 되네만?"

"보수가 후한것도 있지만, 어차피 정부 놈들 한번 물먹일 생각이였는데 아~~주 잘 됐구만. 큭큭큭!"

"……."

안그래도 호의를 보이면서 싼값에 팔려 했는데, 정부에서 보낸 국정원이 가한 협박에의해 헐값에 요마 지네를 강탈하던 모습을 두 눈으로 확인했었던 최찬호 지부장은 그의 결정을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결국 한국 정부의 일을 방해하는건데 머셔너리에선 이에 대한 대비책을 가지고 있겠지?"

역시 베테랑 용병답게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찔렀고, 지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자네들이 이 의뢰를 맡겠다니 지켜야 할 법칙을 알려주지. 이것만 지킨다면 큰 문제가 될건 없을거야."

지부장은 잠시 말을 멈추고, 핵심 요점만 추스리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알아본 정보에 의하면 정부쪽에서도 체포 영장이 없다 하더군."

"에? 체포 영장이 없는데 어째서 인터폴에도 없는 작은 범죄 조직의 장녀를 무리하면서까지 체포하려는거야?"

"이게 좀 애매한게…한국 정부에서 욱일승천 문제로 지원을 요청한 미국과 중국의 이능력자들이 의뢰자를 '아크로스의 조직원' 이라 의심해서라는군."

"!!"

순간, 노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가 다시 퍼졌다.

아크로스는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악의 세력이였지만, 엄마인 이실리아가 죽은 아버지와의 인연을 끊기로 맹세하고 자신과 함께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기에,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 희미해지면서 아주 잠깐동안 불쾌감이 스치고 지나간게 전부였다.

'우와, 사이코 메트리들 능력 개쩌네? 여차했다간 내 비밀이 그대로 새어나가겠잖아? 의뢰를 마치면 사이코 메트리의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을 찾아야겠어.'

자신이 아무리 교묘하게 행적을 지우고 정체를 숨겨봤자 사이코 메트리의 능력으로 정체가 들통날 수 있다는 생각에, 그에 대한 방어책을 강구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런데 아무리 뒷조사를 해봐도 아크로스는 커녕, 그 밑에 있는 하부 조직도 아니더군. 하지만 사이코 메트리 능력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주장하니, 정부측에서도 더이상 잠자코 있기 힘들었겠지."

안그래도 욱일승천 때문에 나라의 안이 소란스러운데, 거기서 아크로스가 한국을 발판으로 한 동아시아 진출을 노린다면?

한국은 그야말로 안팎으로 흔들리면서 큰 혼란이 야기될 것이다.

아니라면 충분한 위로금을 내주면 되고, 맞다면 아크로스의 진출을 막는 방패로 사용한다. 이것이 정부에서 내놓은 해답이였다.

"즉, 체포 영장 없이 의뢰자를 체포하려 하니까 아무런 문제는 없다 이거지?"

"그렇다네. 하지만, 만약에 정부측에서 체포 영장을 발급받았다면 곧바로 손을 때게. 나라에서 발급한 체포 영장이 있음에도 의뢰를 계속하는 것은 법을 어기게 되는거니까."

"응? 그럼 임무 실패로 위약금을 물어야 하잖수?"

"아니, 머셔너리에서는 자신의 정체를 속인 범죄자의 의뢰를 실패했다고 문제 삼지 않는다네. 철저하게 법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남고 번창할 수 있게된 원동력이지."

범죄자가 아니라면 어떤 의뢰는 받지만, 범죄자인게 알게되면 가차없이 내팽개친다.

이러한 일관성 때문에 각기 다른 문화와 가치관을 지닌 수많은 나라에서 뿌리를 박고 성장할 수 있었으리라.

"아참, 혹시나 해서 말하는건데, 외국에서 파견나온 이능력자들을 죽이거나 큰 부상을 입히지 말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심각한 외교 문제로 발전할 수 있으니……."

"오케이 오케이, 그냥 살짝 '때찌' 정도로만 끝낼테니까 걱정 마십쇼. 자, 그럼 가자고, 노아. 의뢰인이 기다리니까."

"응."

한국인인 최찬호 지부장은 한국의 미래를 위해서 외국의 이능력자들을 큰 부상을 입히지 말라 조언하였으나, 마음에 안들면 그딴 사정따윈 아무래도 상관없기에 똑같이 '때찌' 해주기로 결정한 진우는 듣는둥 마는둥 하면서 밖으로 나섰다.

이번 일로 인해 외국에서 새로운 삶을 살면서 조직을 만들려는, 그의 계획 자체를 수정해야 하는 대사건이 벌어지게 되었으나, 이 때의 그는 설마 이 임무로 인해 거대한 사건이 야기될 것이라곤 상상하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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