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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진우는 괜히 귀찮은 이벤트는 사양하고 싶었기에, 시속 200km 이상을 가뿐히 뛰어넘을 수 있는 슈퍼 바이크를 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도심속에서는 안전 속도를 지키기 때문에, 별 탈 없이 빠르게 머셔너리 지부에 도착하였다.
"자아, '님 감사, 즐겜여' 하면서 떠날것이냐, 멱살을 잡고 패대기를 치느냐가 문제군. 뭐, 어찌됐든간에 저쪽의 행동에 달려 있지만."
"진우님, 협상은 제가……."
진우의 능력이 뛰어난건 사실이지만, 협상 능력은 그런 이능력과는 별개의 기술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능숙한 노아가 협상을 하겠다고 하였으나, 진우는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내가 할께. 네가 도와줄 부분은 규칙이라던가 법이라던가 이런 부분만 알려주면 돼."
"괜찮으시겠어요? 저쪽에서 협상을 하고자 하면 법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고 이런 종류의 협상에 능숙할텐데요?"
"그건 저쪽이 정부쪽 인사니까 파워 밸런스가 밀리면서 생긴 일이지. 힘이 똑같아봐. 돈에 환장하는 용병들이 지들 목숨 바쳐가면서 얻은걸 헐값에 넘기겠어?"
협상이라는 것은 오로지 대화로만 이루어지는것이 아니다. 양 쪽의 힘에 의해 갑과 을이 정해지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압박으로 을쪽이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저쪽이 국가의 힘으로 갑 행세를 한다면, 진우는 한 국가를 파괴할 수 있는 힘으로 갑을 자청할 생각이다.
저쪽에서는 진우의 근거없는 자신감에 기분이 나빠질테지만.
일단 지부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어디선가 최찬호 지부장이 달려나와 반겼다.
"여어, 자네들 왔나?"
"안녕하쇼."
"얼굴 좋아보이네, 지부장씨."
그의 표정은 매우 싱글벙글해 하고 있었는데, 그도 그럴것이 지부장들은 자신들의 지부에 소속된 용병들이 활약할수록 그만큼 관리를 잘한 것으로 평가되어 머셔너리 내의 지위가 상승할 기회를 거머쥐기 때문이다.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권 나라에서는 요마급 괴수의 출현 빈도가 매우 낮고, 나온다 해도 국가 소속 이능력자들이 처리하기 때문에, 자신의 지부에 있는 용병들이 요마를 처리했으니 기분이 좋을만도 하였다.
물론, 강대한 괴수가 자주 등장하는 곳의 머셔너리 지부장은 하루하루가 죽을 맛이며, 명예고 지위고 한적한 곳으로 발령가고 싶어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들의 등장을 반갑게 맞이한 최찬호 지부장은 표정을 조금 굳히며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아참, 그런데 자네들이 지네의 절반을 40%의 가격으로 팔겠다고 했다며? 어째서 그렇게 헐값에 파는건가? 돈이 급하다면 내가 정가대로……."
요마의 시체를 머셔너리 내의 연구원들이 연구한다면, 정식 용병들을 위한 지급품으로 만들면서 일반 용병들보다 월등한 생존률을 높여줄 수 있기에, 그는 요마의 시체를 정가대로 사주겠다는 제안을 해왔다.
하지만, 진우의 목적은 풍사 이하린 이였기에, 자신이 눈독들인 여자를 노예로 만들고자 마음먹은 그의 행동력은 거침이 없기에 일언지하에 거부하였다.
"됐습니다. 다아~ 이유가 있는거니까 눈독 들이지 마세요."
"……."
안그래도 마인드 컨트롤 능력자로서 의심하는 진우가 건방지게 말하니, 기분이 상한 지부장은 능숙하게 그것을 미소로 승화시켰다.
"하하하! 하긴, 그것도 그렇지. 사람마다 사정이란게 있는 법이니까. 아참, 자네들도 이미 예상하고 있었겠지만 지금 정부쪽 인사가 자네들을 기다리고 있었어. 바로 가보겠나?"
"뭐, 그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우리 사이의 일부터 처리하는게 우선 아닙니까?"
"우리 사이의 일……? 아, 의뢰 완수금 말이지? 그거야 나중에 처리해줄테니 일단 지금은 그들과 만나는게……."
지부장은 직원을 통해 정부쪽 인사에게 이미 왔다고 전했기에, 지금 당장 그들과 만나라고 조언하였으나 진우는 계속해서 고개를 내저었다.
"그거야 그치들 사정이지. 게다가 약속 시간 정해서 만난것도 아닌데 그들이 기다린다는 이유로 우리가 받아야 할 당연한 보수를 늦게 받는게 말이나 됩니까?"
"아니, 자네들은 잘 모르나 본데 그들은……."
"아, 됐고. 일단 임무 완수금이나 받은 후에 만날테니 그리 아십쇼."
"……."
아무리 머셔너리의 그림자를 등에 지고 있다 해도 국가와 척을 지면 여러가지로 문제될 사항이 많다는 것을 모르는듯한 그의 모습에, 최찬호 지부장은 생각이 없거나 세상물정을 제대로 모르는 녀석이라는 평가를 내리게 되었다.
'이건 기선 싸움이다. 일부러 늦게 만나면서 그들에게 우리는 아쉬울게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거야.'
하지만, 진우는 진우대로 속셈이 있었다.
어차피 성질 뻗치면 용광검을 들고 청와대로 찾아가 지랄발광 한차례 떨어준 후, 다른 나라로 도망가면 몸이 재산인 그에게 있어선 언제든지 터전을 잡을 수 있었기 때문에 조금도 아쉬울게 없었다.
게다가 정식 계약서로 거래 약속을 잡은게 아니라, 입으로만 40% 할인해주겠다고 했을 뿐이니 수 틀리면 할인 자체를 없애버릴 수 있는 상황.
결국, 진우의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을 느낀 지부장은 자신의 권한으로 다른 용병들에게 양해를 부탁해, 최대한 빨리 그들의 임무 완수금을 내주는 것으로 마무리 짓기로 하였다.
일단 급한대로 구두로 계약을 맺었기에, 임무의 내용이 적혀 있는 서류에 사인을 하는것으로 시작하였다.
-서울 하수구에 요마가 등장함. 급이 낮은 다른 괴수들까지 조종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음. 맹수 1마리당 : 150만, 요귀 1마리당 : 1천만, 요마 : 2억. 요마를 퇴치해야만 임무에 성공할 수 있음. 성공 경험치 120000, 의뢰를 맡겠습니까? Y/N-
Y에 동그라미를 치자마자, 그의 머릿속에 또다른 메세지음이 떠올랐다. 이미 임무가 완료가 되어 있었기에 승낙과 동시에 해결이 된 것이다.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하였습니다. 경험치 120000, 공적치 12000를 얻었습니다-
-레벨업을 하셨습니다. 새로운 능력을 올릴 수 있는 포인트를 얻으셨습니다-
-머셔너리의 공적치가 상승하여 새로운 등급으로 승급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손 진우
-레벨 : 6
-경험치 : 45030/80000
-만복도 : 97%
-국적 : 한국
-직업 : E랭크 용병
-공적 : 머셔너리 용병, 12150/2000
보너스 포인트 4
이번 일로 알아낸 사실이 2가지 있었다.
첫번째는 경험치의 제한이 2배씩 증가한다는 것.
두번째는 공적치는 경험치의 10분의 1 수준으로 받게 된다는 것이다.
경험치 제한이 2배씩 늘어나면 10레벨만 되어도 그 양이 엄청나게 불어날 것이 분명하기에, 레벨업을 통해 이능력을 높이려면 엄청난 노가다를 치뤄야 하리라.
'후우, 다행이구만. 이거라면 딱 제한치야.'
보너스 포인트를 전부 생물학 지식에 올인한 그는 일부러 늦장을 부리면서 돈을 쓸어담았고, 오히려 다급해하는 최찬호 지부장과 함께 정부측 인사와 만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벌컥-
지부 안에는 중요한 손님을 만나기 위한 응접실도 내설되어 있었기에, 그쪽으로 안내를 받은 진우와 노아는 응접실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진우는 재빨리 눈을 굴려가며 정부쪽 인사에 대한 면면을 확인하였다.
검은색의 깔끔한 정장을 입고, 사람좋게 생긴 30대 중후반의 남성이 소파에 앉아 자신들의 모습을 발견하고 찻잔을 내려놓고 있는 모습.
그리고, 그의 뒤를 호위하듯이 떡대 좋은 보디 가드들의 모습까지 확인한 그는 이하린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심기가 불편해졌다.
'이게 시방 이게 뭐시여? 하린의 호감도를 올릴라고 준비 딱 마쳤는데 더러운 남정네들만 오고 지랄이야?'
그래도 일단 일은 일이기에 진우와 노아는 남자를 마주보는 소파에 몸을 앉혔다.
"하하하, 오시는길이 꽤나 혼잡했나 봅니다."
인상좋은 30대 중후반의 남성은 어째서 늦게 왔냐고 따지기보단 사정이 있어서 그런게 아니냐고 자존심을 세워주었고,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진우를 향해 존댓말을 세워주면서 흐름을 가져가려 하였으나, 진우가 본론으로 들어가면서 딱 잘라냈다.
"저희쪽이 좀 많이 바빠서 말입니다. 처음부터 이런 말을 하면 조금 예의가 없어 보이긴 하지만, 거래를 하기엔 사람수가 조금 적어보이는군요."
"아직 확실하게 가격이 매겨진게 아니니까 말입니다."
"가격이 정해지지 않았다? 무슨 말씀이신 모르겠군요?"
남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의 가방에서 한 장의 서류를 꺼내 보였고, 진우와 노아는 그것을 받아들어 차분하게 읽어 나갔다.
"허……."
"이거 농담이죠?"
진우는 어이 없다는듯한 한 숨을, 노아는 서류의 내용을 곧바로 따지고 들어갔다.
서류에 의하면 요마 지네의 몸을 마디로 구분하여 구입하겠다고 되어 있었는데, 이 부분까진 수긍이 갔으나, 구입 금액을 60%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하겠다고 써져 있었기 때문이다.
찬호도 그 내용을 보고 어이가 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터트릴 정도니 말은 다 한 셈이다.
"일단 물어보나 봅시다. 지금 이거 개그하는거죠?"
서류를 소파와 소파 사이에 있는 다리 낮은 테이블위를 탁탁 내리치며 심기 불편한 표정으로 따져물은 진우의 모습에 남자는 고개를 내저었다.
"듣자하니 당신은 풍사 이하린 양에게 40% 할인된 가격으로 팔아주겠다고 했었지요?"
"그래서?"
"이번 임무 때문에 죽은 특수 부대원의 숫자는 총 49명입니다. 저희 정부에서는 그 유가족들에게 위로금을 드려야 합니다. 부끄럽게도 정부쪽에선 돈이 부족한지라, 20% 더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하게 된다면 두 용병 분들께서는 돈도 벌고 그 분들의 유가족을 위한 위로금까지 기부하는 셈이 되는 겁니다."
남자는 정부에서 돈이 부족하다는 부끄러운 말을 솔직하게 하면서 자존심을 버렸고, 유가족을 언급하면서 양심을 자극하려는 그의 계획에 진우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사망한 김 태식 소위라는 자가 있는데, 그 유가족들은……."
"아아! 이럴수가! 그토록 많은 유가족들이 슬픔에 잠겨 있다니! 이 문제를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그 때, 그가 연극하는 톤으로 유가족들이 불쌍하다고 소리를 치자, 노아, 지부장, 보디가드들까지 전부 '쟤 지금 뭐하냐' 라는 표정으로 그의 우스꽝스러운 행동에 시선을 집중시켰다.
쫘악! 찌이익!
그리고선 남자가 내민 서류를 잡아들더니 갈갈이 찢어버린 진우는 허공을 향해 찢겨진 서류를 뿌리며 똥 씹은 표정을 짓고 있는 남자를 향해 입을 열었다.
"이 거래는 없던걸로 하자고. 요마 시체를 구입할 돈으로 유가족에게 위로금으로 지급하면 되겠지? 어이, 지부장 아저씨. 아까 정가에 구입하겠다고 했었죠? 서류 준비하쇼."
============================ 작품 후기 ============================
되도록 빨리 스토리 진행을 하려고 노력중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