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51화 (51/923)

0051 / 0923 ----------------------------------------------

1장

평소의 그였다면 갑작스런 대형 이벤트의 기운에 얼씨구나 하면서 더더욱 자세하게 파고 들었겠지만…….

"무시해."

"예?"

"무시하라고. 이런거까지 일일이 확인하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내 목표는 오늘 안에 지네 대가리를 찢어버리는거지, 그 안의 내용까지 확인하는건 애초에 의뢰 내용에 안 들어가 있었어. 이러이러한 사실이 있었다고 말해주는것만으로도 저쪽에겐 감지덕지지."

"하…하지만……."

만약, 정말로 누군가, 혹은 집단에 의해 의도적으로 요마가 탄생시켰다면 이건 한국만의 일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다.

그런 세계적인 위기를 눈 앞에서 목도하였음에도 무시하자는 그의 말은 수긍하기 힘들었지만, 그에 대한 복종도가 높은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러면 요마 지네만 처리하고 돌아가실건가요?"

"당연하지. 내 목표는 처음부터 2억짜리 대가리였다고. 여기서 더이상 시간을 허비할 이윤 없어."

그리고선 테이블에서 관심을 끊은 그는 이번에 자신이 얻은 정보를 간략하게 정리하였다.

'생물학 지식이 높다면 인위적으로 괴수를 만들어낼 수 있단 말이지? 흐음…앞으로 레벨업하면 생물학 지식도 올려볼까?'

기계학 지식 하나만 모든게 끝인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생물학 지식도 활용 용도가 무궁무진함을 깨닫은 그는 레벨업을 할때 얻는 보너스 포인트를 어떻게 배분해야 할지 걱정이였다.

"일단 더 안쪽으로 들어가볼……."

"키리리릿--"

"!!"

어둠컴컴한 통로 안쪽을 탐색하고자 발걸음을 돌리는 순간, 어디선가 들리는 지네의 울음 소리에 경계 자세를 취한 그들은 생각보다 가까이 들려오는 소리에 주변을 경계하였으나, 무언가를 느낀 진우가 재빨리 노아를 밀쳐냈다.

쿵!

"꺗!?"

급하게 하느라 약간 힘이 실렸는지, 노아는 약간 둔탁한 소리와 함께 벽에 부딪혔고, 그 와중에도 눈을 감지 않은 그녀는 자신들이 있던 장소 바로 위에서 진우를 덥치는 모습을 목격하였다.

"진우님!"

그녀의 애절한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지네는 쇳덩어리도 간단히 꿰뚫을 수 있는 거대한 송곳니로 그의 목을 깨물었…….

따악!

"!?"

…으나, 자신의 송곳니에 제대로 물렸음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단단한 그의 육체에 지네는 깜짝 놀라며 몸을 회전하며 거리를 벌릴려 하였지만, 초근접전이야 말로 진우가 가장 선호하는 최고의 거리였다.

"어딜! 올때는 니 맘대로지만 나갈때는 아니란다!"

꽈악!

도망가려는 지네의 목덜미를 헤드락하듯이 조여내자, 도망치기 위해 발버둥치던 지네는 거대하면서도 기다란 몸뚱아리로 진우의 몸을 조이려 하였다.

타탕!

하지만, 침착함을 되찾은 노아가 염동력을 실어낸 소이탄을 발사하여 하린이 만들어낸 상처 속으로 총탄을 집어넣으면서 지네의 의도는 허물어졌다.

치이이익--!

"키이이이익!"

상처속으로 들어간 소이탄이 자신의 몸을 구워내는 고통에 진우를 옭아매려던 몸이 난동을 치느라 풀려버렸고, 그 틈을 놓치지 않은 진우는 헤드락을 건 자세를 풀어내며 몸을 회전시키더니 그대로 자신을 반격하려는 지네의 머리통에 주먹을 꽂아넣었다.

콰드드득!

단단한 외피를 짓이기고 머리를 관통한 그는 자신의 손에 고물줄같이 탄력이 느껴지는 기이한 실같은 것을 느꼈고, 수많은 유형의 괴물들과 싸워봤던 그는 본능적으로 그것을 잡아당겼다.

푸츄우웃--!1

연갈색빛을 띄고 있는 줄처럼 생긴 이상한 끈.

일정 간격으로 둥글게 뭉쳐있는 이상한 연갈색빛 끈을 잡아당기자, 지네는 키이익 소리를 내면서도 공격하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으리야차!"

지네의 얼굴을 발로 힘껏 차내며, 끈을 잡아당기자, 지네의 몸통만한 길이의 연갈색빛 끈이 녹색 체액과 함께 추르륵 소리를 내며 튀어나왔고, 그것들이 모두 뽑아지자 지네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그는 지네의 구조에 대해 잘 모르겠지만, 방금 그가 꺼낸것은 지네의 각 마디마다 운동신경과 감각신경을 주관하는, 인간으로 설명하자면 뇌와 뇌신경이 하나로 합쳐진 구조나 마찬가지인 지네의 내장중 하나였던 것이다.

일정 간격으로 둥글게 모아진 구슬처럼 생긴 부분이 바로 각 마디의 신경을 담당하는 부분이였지만, 당연히 그러한 사실을 모르는 진우는 단지 지네의 약점을 제대로 찝어냈다고 생각할 따름이었다.

"진우님! 괜찮으세요!?"

"당연히 안 괜찮지. 아 씨발, 체액 느낌 존나 개같네."

진우는 지네의 내장을 뽑을때 튀어나온 체액으로 온 몸이 더럽혀져있었고, 본인 자신이 봐도 구역질 나는 상황이였지만, 노아는 그런 그의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있는 힘껏 그를 껴안았다.

"어이, 나 지금 몸이 더러워서 그런데 나중에 하면 안될까?"

"정말로 무사하진거죠? 어디 다치신데는 없는거 맞죠?"

진우가 지네에게 목이 깨물리는 모습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충격을 느꼈던 노아는 눈물을 글썽이면서 더러운 체액으로 묻은 진우의 목덜미를 쓰다듬으며 상처를 확인하였다.

"노아."

"이상이 있으면 빨리 돌아가요. 지금 당장 돌아가면 백신을……."

"노아!"

그녀의 어깨를 강하게 붙잡은 그는 당황해하는 그녀의 눈을 강하게 직시하였다.

"내가 누구지?"

"예…예?"

"너에게 있어서 나는 누구냐고."

"…제…주인이십니다."

"그렇지? 난 네 주인이야. 앞으로도 그렇고, 죽은 후까지 영원히. 하지만, 나는 욕심이 많아서 절대 나만을 바라보는 노예들을 내던지고 목숨을 내거는짓은 아까워서라도 못해. 내가 앞으로 나설때는 언제나 내가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들때지. 그러니까 너는 당황하지 말고 네 할일에만 집중해. 알겠지?"

"아…알겠습니다."

그제서야 안정을 되찾은 노아는 그의 앞에서 난리법석을 핀것이 부끄러운지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고, 진우는 진액이 묻은터라 머리를 쓰다듬을 순 없었지만,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래도 이렇게 누군가가 나를 위해 걱정해준적은 처음인것 같군. 고맙다, 노아."

"아…아녜요. 저는……."

복종도가 100이 되었다고 관리를 하지 않으면 노예들간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그는 노아에게 칭찬을 해주면서 훈훈한 분위기를 가졌다.

'처음은 무슨. 역시 이 방법은 여러번 써먹지만 효과는 직빵이라니까.'

복종도 100이 된 노예들에게 부드럽게 고맙다고 하면 비슷한 반응을 보이기에, 그녀의 반응을 즐긴 진우는 일단 지네의 목부터 챙기기로 하였다.

"일단 임무 완료하려면 증거가 있어야 하니깐…으쌰!"

빠지직!

쓰러진 지네의 목을 있는 힘껏 들어올리면서 머리를 뽑아낸 진우는 녹색 체액이 뚝뚝 흐르는 지네의 목에 못볼걸 본듯한 표정으로 인상을 찌푸렸다.

그 때, 지네의 목을 뽑아내면서 몸이 크게 휘청거리자, 그가 주머니에 쑤셔넣었던 손전등이 안쪽 방향으로 떨어지자 노아는 본능적으로 손전등을 찾기 위해 라이트를 비추었다.

"아 됐어. 저런거 그냥 나중에 또 사면 되니…까……."

"아……."

노아에게 찾지 말라고 말하던 진우는 그녀의 손전등이 비춘 광경에 말문을 닫고 말았다.

"옘병할…조금만 늦었더라면 진짜 좆될뻔했네."

자신의 신상이 위험하다는게 아니라, 한국에서의 모든 터전을 버리고 자칫했으면 이실리아 조교가 한참 뒤로 미뤄질뻔할만한 풍경이었다.

"이거 알이 대체 몇개야?"

천장에서부터 바닥까지 가득 매우고 있는 연갈색빛을 띄고 있는 지네의 알들.

그리고 그 알에서는 지내의 유충으로 보이는 벌레가 알속에서 꿈틀거리며 새로운 생명의 태동을 알리고 있었다.

"요거 하나라도 남기면 영화 마지막에 흥행을 대비한 떡밥을 투척할거아냐? 고렇겐 안 돼지."

대다수의 괴수 영화들은 흥행을 할때를 대비하여 마지막에, 괴수의 알이 하나가 남았다거나 새끼가 하나 살아남았다거나 하는 식으로 2부를 암시하는 장면이 나오지만, 진우는 영화처럼 폼잡느라 뒷처리를 허술하게 하는 바보가 아니였다.

퓨퓩! 탕!

MPX를 꺼내든 그는 화끈하게 난사하기 보단, 알을 하나씩 하나씩 정조준하여 터트려나갔고, 노아도 한발씩 한발씩, 시간이 걸리더라도 알을 확실하게 터트려 나갔다.

그렇게 지네의 알들을 처리하던 중, 총성을 듣고 달려온 하린 일행이 도착하였다.

"다들 무사하…앗……?!"

요마급의 괴수를 처리하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모되기 때문에, 교전중이라 생각한 그녀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며 달려왔으나, 머리가 뽑혀있는 지네의 시체에 한번 놀랐고, 무수히 많은 지네의 알을 처리하고 있는 모습에 두번 놀라고 말았다.

"여어, 다행이구만. 안그래도 이 알들 언제 다 처리하나 걱정했거든. 너희들도 와서 알 처리하는데 도와."

대체 이게 어찌된 일인지 어안이 벙벙한 하린 일행은 그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였다.

그도 그럴것이, 온갖 이능력자의 집합소인 미국에서도 요마급 괴수를 퇴치하려면 최소 10분은 걸리는데, 총성이 들리자마자 달려왔는데 지네의 목이 뽑혀진채로 죽어있으니 당연히 그럴만도 했다.

"이…이게 대체……?"

"이 몸과 노아의 합작품이지. 이 대가리는 우리거니까 눈독 들이지 말란 말씀이야."

한 손으로 지네의 대가리를 가볍게 던졌다 받아드는 모습을 보여준 진우는 답답하다는듯이 그녀들을 향해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그건 그렇고 빨리 알들 처리하는데 도와! 이 놈들 중에서 하나라도 살아남으면 지금 이 놈을 죽였어도 상태는 원상복귀 되어버린다고!"

그의 외침에 정신을 차린 하린은 자신을 따라온 특수 부대원들을 향해 지시하였다.

"모두들 요마의 알을 처리하세요. 하나라도 남으면 안됩니다."

"예!"

자신들끼리 돌아가기엔 요마 지네의 습격이 두렵고, 그렇다고 하린을 따라가면 반드시 요마와 격전을 벌여야 하기에 무거운 분위기였던 그들은 한결 나아진 목소리로 각자 알들을 처리해나가기 시작했다.

"시간이 걸려도 좋으니까 하나하나씩 확실하게 처리해! 하나라도 살아남으면 오늘같은 일이 계속해서 벌어지니까!"

그들을 닥달하는 진우의 모습에, 하린도 알을 파괴하는데 참가하면서도 그의 모습에 제대로 눈을 때지 못하였다.

'온 몸을 지네의 피로 샤워한것처럼 온 몸이 더럽혀져 있어. 원거리전이 아니라 근접전으로 지네를 처리했다는 뜻인데…….'

하지만, 그녀는 이내 고개를 내젓고 말았다.

요마와 근접전으로 상대할 수 있다면 최소 7~8등급 이능력자라는 뜻인데, 그런 이가 겨우 E급 용병으로 만족하고 있을리가 없기 때문이다.

먼치킨 플레이를 할 때는 언제는 밑바닥부터 올라가는 것을 즐기는 그의 성격을 모르는 하린으로선 대체 어떻게 두 사람이 요마 지네를 퇴치하였는지 곰곰히 생각해봐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 작품 후기 ============================

빨리 모녀 덮밥을 하고 싶어서 빠르게 스킵한게 아니라, 원래 요마 지네는 진우의 손에 간단히 처리될 예정이였음.

다른게 있다면 하린이 피를 토해가며 무리하면서까지 지네와 싸우는 장면만 사라졌을 뿐이지만, 이게 은근히 편수 많이 잡아 먹기 때문에(1편 반이였음) 스킵.

애초에 떡밥만 날리는 스토리라서 떡밥 하나 투척하고 하수구편은 간단하게 끝낸 다음에 리피 관련 스토리로 넘어가야 하지만, 이실리아 조교 후에 리피 관련 스토리로 향할 예정.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