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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뭔가 그럴싸한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던 진우는 2층에 설비된 전투력 테스트실의 설비를 보고 흥이 팍 식어버렸다.
'판타지 소설같은데 보면 무슨 시험관이랑 붙어서 몇분간 버틴다던가 그런거 하던데…여긴 그런거 없나?'
물론, 그런 시험이 있다면 상대방을 곤죽으로 만들어주겠지만.
2층의 테스트실은 사람 한명이 자유롭게 사격할 수 있도록 충분한 공간이 있는, 벽으로 칸을 만든 미국 영화에서 자주 보던 사격장과 어떤 재질로 만들어졌는지 모를 사람 모형의 기계가 우두커니 서 있을 뿐이였다.
"여기는 기본 전투력 테스트장이예요. F랭크 용병은 여기서 요구하는 기본적인 조건을 만족시켜야 해요."
노아의 말에 주변을 둘러보니, 부정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머셔너리 직원 한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뒤이어 최 찬호 지부장이 2층으로 올라왔지만, 진우와 노아는 아랑곳하지 않고 시험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고 있었다.
"지금부터 F랭크 테스트를 시작하겠습니다. 시험은 사격과 근접 전투로, 모든 사항에 100점을 받으시면 F랭크를 건너뛰고 E랭크 용병이 될 수 있습니다."
사무적인 직원의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인 진우는 빨리 돌아가서 이실리아를 냠냠쩝쩝할 밑작업을 시작해야 했기에 조용히 고개만 끄덕이며 빠른 진행을 유도하였다.
"일단 사격부터 시작하겠습니다. 1번 사격장으로 가셔서 저희쪽이 지급하는 권총을 잡아주시기 바랍니다. 탄알은 10발이 장전되어 있고, 정중앙을 맞출시엔 10점, 중앙에서 벗어날때마다 1점씩 멀어집니다."
1번 사격장으로 향하자마자 받침대에 올려져 있는 베레타를 잡아들면서 탄창의 갯수, 조준점, 그립감을 확인하였다.
"그럼, 지금부터 시험을 시작하겠습니다."
삐이이-- 덜컹!
표지가 올라간다는 경고음과 동시에 타원형의 하얀색 바탕에 붉은색 원이 수겹 그려진 조준판이 올라왔고, 올라오자마자 진우가 받은 시험용 베레타에서 불이 뿜어졌다.
탕! 탕! 탕! 탕!
마치 예비군 훈련온 예비군이 대충 사격하는 것마냥 난사에 가깝게 사격하였지만, 눈에 띄게 표지판 중앙에 구멍을 내고 있었다.
탕!
마지막 10발째를 쏘고, 받침대 구석에 있는 스위치를 누르자, 사격 표지판이 사격자에게 이동하였고, 한쪽 전광판에는 표지판이 맞은 부위를 알려주었다.
"배…백점 입니다."
직원은 대충대충 쏜듯한데 모두 정확하게 중앙을 맞춘 그의 모습에 놀란 눈동자로 점수를 확인하였다.
"큼큼…다음은 격투입니다. 이 기계 로봇으로부터 한대도 맞지 않고 버티시던가, 각 부위에 설치된 표적판을 일정 이상 충격으로 가격하면……."
하지만, 진우는 직원의 설명을 모두 듣지 않고 손가락 하나를 인간과 똑같은 인체 구성을 가진 기계의 이마를 찔러보였다.
콰지직!
손가락은 끝까지 들어가면서 기계 인형의 머리에 구멍을 만들어 놓은 진우는 직원을 향해 웃어 보였다.
"이정도로 끝난게 다행인줄 아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면 수리비 따지기 이전에 그냥 새로 사는게 나은 상황이 왔을테니까."
"……."
직원은 그의 돌발 행동에 당황한듯 찬호를 향해 눈빛을 교환하였고, 찬호는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아…알겠습니다. 그럼 사격 점수 100점, 격투 점수 100점, 모두 만점을 받아 E랭크 용병으로 등록하겠습니다."
F랭크에서 한단계 높은 E랭크 용병 자격을 얻게 된 진우는 몸풀이도 안됐다는 지루한 표정으로 1층으로 내려가려 하였지만, 찬호가 그에게 한가지 권유를 하였다.
"이보게, 방금전의 힘이라면 신체 강화자임이 분명한데, 어째서 밑바닥부터 시작하는건가? 혹시 돈이 없어서 그런거라면 내 권한으로……."
"나는 뭐든지 밑바닥부터 올라가는걸 좋아하니까 신경 꺼주시지요. 등급이 높다고 잘난척 하는 놈들이 한방 먹었을때의 그 표정은 진짜…크크큭……. 어쨌든 호의는 감사합니다."
중간에 있던 그의 혼잣말에 찬호의 표정은 급속하게 굳어졌다.
노아의 독선적인 행보를 싫어하는 용병들이 은근히 많은데, 그들이 화풀이를 한답시고 진우를 타켓으로 잡았다간 '정당방위' 라는 이름으로 뛰어난 사격 실력과 기계를 손가락 하나로 구멍을 만들 괴력을 가진 그에게 낭패를 당할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방금전의 발언에 의하면 그는 오히려 그것을 즐기고 있는듯하다. 속으로 요주의 인물임을 확인하고 노아에게 불만을 가진 용병들에게 경고를 하기로 결정한 찬호는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험험, 보아하니 꽤 전투 경험이 많은것 같은데 진우라는 이름은 처음 들어보는군. 혹시 다른 지역에서 왔는가?"
"노아와 만나기 전에는 이런저런 '일' 을 좀 많이 했죠. 솔직히 지금 등록비도 노아에게 빌린거라서 그녀에게 이 빚을 갚으려면 등골좀 빠질겁니다."
그리고선 꼬부랑 늙은이마냥 몸을 굽히고 허리를 토닥이는 모습에 피식 웃음을 지어보인 노아는 확실하게 사랑에 빠진 여성의 모습이였다.
보아하니 만난지 오래 된것 같지 않은데 노아의 남성 혐오증을 풀어주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은 지부장은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이런 호전적인 인물이 그녀와 궁합이 맞다는게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마냥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게다가, 그런 성격과 기계에 가볍게 구멍을 만들 정도의 신체 강화자라면 반드시 이름이 알려져야 하는데, 이름은 커녕 얼굴 한번도 본적이 없는 완전 신인이 노아의 마음을 빼앗았다고 하니 왠지 모를 불길함을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노아가 얼마나 똑똑한 여성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는 노아의 행동에 뭔가 이상한 점이나, 자신에게 보내는 신호같은게 있지 않을까 싶어 그녀를 집중하며 관찰하였으나, 그녀의 눈빛은 진우를 따라가느라 바빴다.
즉, 믿기지는 않지만 혜성처럼 갑작스럽게 나타난 신인이 등장하자마자 작열의 마탄이라는 A클래스 이능력자를 꿰찬 것이다. 이쯤되면 아무리 눈치가 없는 인물이라 해도 수상하다는 느낌을 받기 마련.
혹시나 마인드 컨트롤 능력자가 아닐까 싶었지만, 남성 혐오증을 고칠 정도의 마인드 컨트롤 능력자가 겨우 이딴짓을 할리가 없기에 찬호는 일단은 남몰래 뒷조사를 해보기로 결정하였다.
"그럼 한동안 노아 양과 함께 용병 생활을 하겠다는건가?"
"예. 사랑하는 연인인데 왠만하면 같이 행동해야죠."
"그렇다면 팀을 등록해야 겠군."
"팀이요?"
용병이 있고, 용병들을 관리하는 머셔너리에 대한 정보는 가지고 있으나, 팀을 등록해야 한다는 말에 진우는 한쪽 눈을 치켜올리며 몰랐다는 체스쳐를 표현하였다.
"머셔너리에서는 일반적으로 의뢰를 받으면, 그것을 용병들에게 전광판으로 알리면서 그 의뢰를 원하는 용병들의 참가를 받는 형식이지만, 의뢰자가 추가 비용을 더 내면 자신이 원하는 용병을 고용할 수 있네. 노아 양은 의뢰 성공률이 90%를 넘은 용병이다보니 확실한 성공을 원하는 의뢰자는 그녀를 자주 찾는 편이지."
"흐응~"
"그런데 팀을 등록하지 않으면 자네가 같이 있고 싶어도 상대방은 노아 양, 한명만 원한다면 자네의 입장이 곤란해지는 거지. 하지만, 팀을 등록하면 노아를 원해도 자네와 한 팀이 되는거니까 의뢰자는 노아를 고용하기 위해 자네도 고용해야 한다네."
"호오. 그거 괜찮은데요? 팀 등록비는 얼맙니까?"
예상보다 괜찮은 정보를 들은 진우는 팀 등록비에 대해 물어봤지만, 찬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팀 등록비는 없다네. 대신, 팀을 구성하는 인원들은 한 명이라도 실수해서 팀의 의뢰 성공률이 낮아지면 다른 나머지도 피해를 보니까 관리에 대해 상당히 까다로운 편이지."
만약, 그의 능력이 낮아서 팀을 구해야만 했다면 긴장을 했겠지만, 지금의 그에겐 그야말로 10원의 가치조차 없는 조언이였다.
'애초에 더러운 남자 새끼를 팀에 넣어줄리 없잖아. 게다가 능력없는 여자들은 그냥 가볍게 놀다 버리면 되고.'
다른 사람이 들으면 쌍욕이 터져나오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해낸 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를 표하였다.
"그거 참 중요한 정보네요. 고맙습니다."
"뭐, 용병이 되는 이들에게 원칙상, 한번씩 말해줘야 하는거니까 그리 고마워할 필요는 없네."
찬호로부터 좋은 정보를 들은 진우는 1층으로 내려가 E급 용병 증명서와 총기 허가증을 받고, 노아와 한 팀을 만들고 머셔너리 서울 지부에서 벗어났고, 찬호는 진우의 뒷조사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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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찬호 지부장이 노아를 위해 번거로운 일을 하는 이유는 추후에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