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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후웅-
가벼운 바람이 흩날리는 소리와 함께 광경이 뒤바뀌었음을 확인한 진우는 자신이 사람이 바쁘게 오가는 길거리 한쪽에 있는 어둠컴컴한 골목길에서 캐릭터가 생성이 되었음을 확인하였다.
'자, 이제부터 무엇을 할까.'
일단은 가장 중요한것부터 확인하는 것이 베테랑 플레이어의 자연스러운 자세다.
'가장 먼저 알아야 하는것은 세가지다. 첫번째는 나의 현재 위치. 두번째는 나의 힘이 어느정도 먹히는지 확인해야 하고, 마지막은 돈을 벌어야 하는 방법.'
자신에게 필요한 최우선 정보를 알아내려면 가만히 머리 굴리는것보다 직접 움직이는게 낫다고 판단한 진우는 골목길에서 나와, 드글드글거리는 인파에 섞여 정처없이 길을 걸어나갔다.
'으와……. 얘네들은 진짜 게임 하나 잘 만드네. 이 많은 AI들이 모두 사회활동을 하는건 아니겠지만 이렇게 현실감 넘치게 만들다니…….'
대체 어떤식으로 만드는지 언젠가 자신의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는 실현 불가능한 소원을 하나 품게 된 그는 10분정도 길을 걷다가 자신이 알아야 하는 세가지 정보중 하나를 확인하게 되었다.
저 멀리서 서울역이라는 글씨와 함께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들어가는 모습을 발견한것이다.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게되었지만, 진우는 속으로 불만을 툴툴거렸다.
'옘병할. 한국인이라면 다 서울 사는줄 아냐? 28년 평생동안 살면서 서울 가본게 세 손가락에 들어갈까 말까 할 정도라고!'
하지만, 아무도 자신을 모르고, 자신또한 아무것도 모르는 여행을 좋아하는 그에겐 서울이라는 스타트 지점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인구가 많은만큼, 일거리와 사건이 넘칠테니 한가한 시골에 자리잡은것보단 나으리라.
'일단 내 상태부터 확인해볼까? 상태 창.'
언더 드림의 게임은 명령어가 대부분 똑같기 때문에 캐릭터의 상태를 확인하는 명령어를 생각하자, 뇌파가 시스템에 접속하면서 그의 앞에 반투명한 창이 떠올랐다.
반투명의 창에는 캐릭터의 이름과 레벨(1), 경험치 수치, 만복도 게이지, 초록색 바탕의 인체 모형이 그려져 있었다.
초록색의 인체 모형에는 다리, 몸통, 팔, 머리에 점선이 그어져 있었는데, 여러 게임을 플레이한 경험덕분에 그것이 각 부위에 대한 손상도를 나타내기 위함임을 파악할 수 있었다.
'HP가 없다? 그렇다는 것은 HP보단 인체의 손상도로 생사가 결정된다는건가? 아니면 HP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일수도 있어. 어찌됐든간에 HP에 관해선 좀 더 알아봐야겠군.'
기본적인 상태창을 확인한 그는 다음엔 아이템 창을 확인하였다.
'아이템 창.'
…….
'어라? 아이템 창.'
…….
'명령어가 바뀌었나? 인벤? 인벤토리? 보관함?'
자신이 아는 아이템 창을 불러올 수 있는 모든 명령어를 사용해봤지만, 감감무소식.
'아, 이것도냐.'
자신이 예전에 즐겼던 게임에서도 인벤토리 창이 없었던것을 상기한 진우는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바지 주머니를 뒤적이기 시작했다.
플레이어를 맨 몸으로 보낼리 없다고 판단한 그는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찾을 수 있었고, 그것을 펼쳐보니 세종대왕님 다섯분과 신분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신분증은…860705-12345678? 앞번호가 내 생년월일인걸 보니 플레이어의 정보가 어느정도 현실에 맞게 녹은듯 하군. 그건 그렇고 뒷자리는 이게 뭐야? 홍길동이냐?'
지금은 모두 사라졌지만, 그가 처음 신분증을 발급받았을땐 신분증의 예시를 보여주기 위해 홍길동이라는 예명과 함께 뒷자리가 12345678가 적혀있는 사진이 동사무소에 찍혀 있었다.
아릿한 추억을 잠시 되새긴 진우는 지갑을 다시 뒷주머니에 넣으며 가장 먼저 돈을 벌 궁리를 시작했다.
'그러고보니 서울에 꽤 많은 폭력조직이 있다고 했었지? 언더 드림에서 현실을 제대로 대응했다면…큭큭큭. 생각보다 일이 쉽게 풀릴지도 모르겠는걸.'
속으로 음침한 웃음을 터트린 그는 두번째와 세번째를 동시에 만족시킬 좋은 생각이 났다는듯이 서울역에서 멀어지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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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번화가는 사람이 쉴틈없이 오다닌다.
퇴근후의 한잔, 친구들과의 약속, 데이트, 가족들간의 외식, 기타 등등, 수많은 이유로 밤의 번화가는 낮보다 더 밝고 많은 사람들이 왕래한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도 수면을 취해야 피로를 풀고 다시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새벽이 되면 모두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면서 번화가는 사람이 거의 없는 무인지로 돌변한다.
그런 고요함을 이용한 불량배들은 번화가에서도 으슥한 장소에 자리잡으며 그곳을 자신의 영토인 마냥 무단으로 점령하고 자신들만의 파티를 펼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한 불량배 패거리가 그 골목길에서 선혈의 축제를 당하고 있었다.
파각!
"끄에에엑! 아파! 아파아파아파아아앗!"
건물 벽을 향해 안면이 강하게 부딪힌 거친 갈기머리를 금발로 염색한 불량배는 코뼈가 부러진듯, 피가 터져나오는 얼굴을 부여잡으며 발버둥을 쳤다.
주변을 둘러보니 그 뿐만이 아니라 십여명의 불량배들이 신체의 한 부분을 붙잡고 끙끙거리고 있고, 그들과 함께 놀던 짙은 화장의 화려한 차림을 한 여자들은 구석으로 모여 덜덜 떨고 있었다.
"씨…씨발! 넌 뭐야! 우리가 뭘했다고 이러는거냐고!"
유일하게 성한 불량배 하나가 잭 나이프를 치켜들며 자신을 습격한 남자를 향해 욕설을 퍼부으면서도 어째서 자신들이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술취한 이들을 상대로 퍽치기해서 운좋게 두둑한 지갑을 찾은 그들은 술집 -> 노래방을 간다는 판에 박힌 루트를 벗어나고자 술과 안주거리를 잔뜩 사고 골목길에서 웃고 떠들며 술에 거나하게 취해 들어갔다.
골목이지만, 전체적인 넓이를 따지자면 노래방의 좁은 방안보단 몇배나 넓은데다 오고가는 사람들도 없었기에 마치 번화가 전체를 자신들이 점령한듯한 정복감을 만끽한 그들은 자신들이 점령한 골목길로 들어가려는 남자를 발견하였다.
갑작스런 외부인의 등장으로 흥이 팍 식은 불량배들은 심기가 불편해져서 그에게 시비를 걸기 시작하였다.
"당신 뭐야아? 겁대가리를 상실했어?"
그 때, 이들의 리더격인 남자는 술에 덜 취해 있었던 덕분에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상식적으로 자신들이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데 겁없이 혼자서 다가왔다는 것은 자신들을 노리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혼자서도 자신감이 있다는 뜻.
이 근처에 있는 조폭이 시끄러운 자신들에게 주의를 주러왔다고 생각한 리더는 다른 불량배들에게 입을 열며 진정시키려 하였지만, 그와 동시에 남자의 주먹과 함께 그에게 껄렁하게 다가가던 불량배의 몸이 화살처럼 날라갔다.
동료가 당하자 사방에서 남자를 공격하였지만, 남자는 공격을 그대로 받으면서도 가소롭다는듯이 피식 웃더니 한방에 한명씩 확실하게 때려 눕혀, 결국 술에 덜 취해 이성을 가지고 있던 리더만이 남게 되었다.
"너…너 신체 강화자지!? 이…이능력 법규에 의하면 선제 공격을 받기 전까지 이능력자는 일반인을 공격하면 안된다고!"
남자를 공격한 이들중에서 각목으로 머리를 후려치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던 리더는 상대방이 신체 강화 이능력자임을 직감하고 평소 우습게 알고 있던 법규를 거들먹거렸다.
"호오, 너 공부좀 꽤 했나보다? 그런것도 알고? 이 기회에 법조계로 진학하는게 어떠냐?"
하지만, 남자는 비웃음 섞인 반응만을 내보이며 천천히 다가왔다.
"오…오지마! 오…오면 신고해버릴거야! 너보다 강한 이능력자들이 널 감옥에서 콩밥먹게 해줄거라고!"
"흐음~ 그거 꽤 무서운걸. 그런데 말이야, 너 내가 누군지 아냐?"
"씨발! 내가 그딴걸 어떻게 알…아……?"
"그치? 모르지? 내가 누군지 모르지? 여기서 니들이 말할 수 없게 만들어준다음 사라지면 과연 누가 신고를 할까? 과연 내가 범인임을 누가 알아줄까?"
"그…으윽……."
그렇다. 눈 앞의 남자는 생전 처음본다. 이름도 모르고, 뭐하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사이코 메트리라면 리더의 기억으로 남자의 얼굴을 확인하고, 거기에 따른 신분 조회를 하겠지만, 초능력에 대해선 그렇게까지 자세히 모르는 그는 자신도 모르고 신음성을 토해냈다.
게다가 남자는 철저하게 주먹만 사용했다. 손에 지문을 묻히지 않기 위해 자신의 동료들을 오로지 주먹으로만 때려눕혔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은 불량배는 끝까지 한번도 펴지 않은 피가 뚝뚝 흐르는 손등이 서서히 올라오자, 결국 의지가 꺽이고 말았다.
"워…원하는건 다 드릴께요!"
"이야~ 너 진짜 머리 좋다? 내가 원하는것도 딱딱 알고?"
남자는 비웃음 섞인 감탄사를 지어보이며 처음으로 주먹을 피며 박수를 쳐주었다.
불량배 리더는 빠르게 지갑에서 퍽치기해서 남은 돈을 모조리 건내주었고, 그것을 낚아채듯 가져간 남자는 뒤쪽에서 쓰러진 상태로 신음성을 토해내고 있는 불량배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야."
"예, 예!?"
"쟤네들 지갑까지 뒤져서 내놔."
"아, 예! 알겠습니다!"
남자는 불량배 리더가 동료들의 지갑에서 꺼낸 돈을 낚아채며 가져갔고, 마지막 불량배의 지갑엣 돈을 꺼내려던 찰나, 남자의 입이 열렸다.
"잠깐, 그 지갑 꽤 좋아보인다?"
"예! 저는 잘 모르겠는데 무슨 명품이라고 이 녀석이 자랑했었습니다!"
그리고선 돈을 제외한 카드, 신분증을 모두 빼내고 지갑을 통째로 건내주자, 남자는 처음으로 마음에 든다는 미소로 대답하였다.
"새끼, 존나 눈치 빨라서 마음에 드는데? 나중에 내가 유명해지면 지금 받은돈의 10배로 갚아주마."
'개새끼…퍽이나 갚겠다…….'
자신도 삥을 뜯을때 그런 말을 수십번도 넘게 해왔기에 얼마나 무의미한 약속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저기…그런데 이름도 모르는데 어떻게 찾아가야 할지……."
자신도 모르게 상대방의 정체를 물어본 불량배 리더는 이내 입을 다물고 말았다. 이대로 보내면 끝인데 굳이 문제거리를 만든 자신의 멍청한 입을 저주하면서.
"10년."
"예?"
"10년이 지나면 날 모르는 놈은 한국…아니, 지구 전체에 존재하지 않을거다. 그때 받으러 와."
"아…예에……."
'허세력 개쩌네 씨발 새끼. 삥이나 뜯는 새끼가 퍽이나 유명해지겠다.'
남자는 그렇게 어두운 골목길 안쪽으로 사라졌고, 불량배 리더는 그제서야 안도의 한 숨을 내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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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흥흥~"
새벽녘이 밝아오는 번화가 골목길 구석에 자리잡은 진우는 두둑한 지갑 3개를 한 손으로 저글링을 하며 기분좋은 콧소리를 흥얼거렸다.
"휘유~ 요거 꽤 수입이 짭잘한데?"
그는 서울에 관련된 지역명을 하나도 모르기 때문에 이름모를 번화가에서 불량배들을 사냥해서 얻은 전리금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게임이라서 그런가? 불량배들이 돈을 꽤 많이 가지고 다니네? 한탕 뛰어서 50만원이면 며칠 더 뛰어서 기초 자금 확실하게 잡아두는게 좋겠는걸?
번화가 어두운 골목길에 자리잡은 불량배들로부터 예상외의 거금을 손에 쥐게된 그는 당연한 소리지만, 겨우 삥이나 뜯으며 지낼 생각따윈 애초에 없었다.
"일단 정보를 얻는게 우선이겠지. 현대인이 정보를 얻으려면 인터넷이 진리란 말씀이야."
인터넷에 접속하여 기초적인 세계관 지식을 얻기로 결정한 진우는 오다가 눈에 띈 PC방으로 향하기로 결정하였다.
"정보를 얻으면 옷도 좀 사고, 상가에서 뭔가 들고 다니기 쉽게 스포츠용 크로스 백도 사야겠어. 뭘 하면서 돈을 벌지는 정보를 얻고 생각해보자고."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것은 첫째도 정보, 둘째도 정보다. 정보에 둔감한 자는 자신이 얻어야 할 것도 얻지 못하기 때문에 정보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PC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작품 후기 ============================
다음편에는 여러가지 설정들이 나올겁니다.
원래는 주인공이 처음부터 악의 조직에 취업(?)하는 스토리로 갈까 생각했는데, 일단은 용병으로서 활동하는게 수많은 선의 조직과 악의 조직과 만나면서 여러가지 이벤트가 일어나기 쉽다고 생각하여 중립으로 시작하다가 악의 조직으로 진로 변경할 예정.
PS:게임에서 컴퓨터를 만진다는게 제가 생각해봐도 넌센스 -_-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