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212화
난데없이 등장한 레가로스의 영혼 과 육체가 서로 중돌하자 중심 차원 이 크게 뒤흔들렸다.
-주인,저건 일곱 번째 통로다. 어 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가슴에 찔 려있는 꼴이…… 상태가 영 좋지 않 아 보여.
“그러게.”
크라서스는 얼마 가지 않아 레가로
스에게 쉽사리 제압되고 말았다. 하 지만 크라서스의 심장에 박혀있는 ‘일곱 번째 통로의 검’은 영혼 그 존재 자체를 차원의 틈새 사이로 추 방시켜버리는 아티팩트.
아무리 드래곤이라지만,드래곤이 만든 물건에 당한 이상 버티는 것이 고작이었다.
금색으로 이루어진 이 자그마한 차 원 전체에 불빛이 들어온다. 레가로 스는 힘겨운 얼굴로 크라서스의 영 혼을 자신의 본래 육체에다가 결합 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후후…… 왠지,계획이 조금 비틀 렸지만. 내가 영혼을 되찾는 순간,
레가로스가 이 와중에도 실실 웃어 대며 그리 말하자,천영은 갭싸게 드래곤 폼을 활성화시켜 있는 힘껏 입에다가 마나를 모았다.
짧은 딜레이,이후 드래곤 브레스 가 레가로스의 육체에 충돌한다.
쿠궁!
“으윽,뭐하는 짓이냐!”
레가로스의 외침에 천영이 황당하 다는 듯 말했다.
“히어로가 변신할 땐 악당도 안 때 린다지만,악당이 변신할 땐 때려도 되는 거잖아?"
레가로스는 너무 자신에 차있었다.
영혼만 결합되면,서천영 쯤은 간 단히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반대로 말하면 영혼이 결합되지 않 은 상태일 경우 서천영이 이길 가능 성이 조금쯤은 존재한다는 의미였 다.
천영은 계속해서 레가로스의 육체 를 가격했다. 온갖 마법이 총동원되 어,마나의 파장이 역류한다.
이곳에 존재하는 마나는,차원 그 자체에 떠돌고 있는 마나이기 때문 에 그리픈 대륙에 흐르는 마나와는 질 자체가 달랐다.
온몸에서 마나가 빠져나가면,더욱 강한 마나가 리필 된다.
“제로 칼로리 콜라를 마시는 기분 인 걸.”
이곳에서 마나를 쓰면 쓸수록 천영 의 신체 근본을 이루는 무언가가 점 점 단단해지고 굳어진다.
작은 차원계의 공간 그 자체가 폭 발적으로 팽창하였다.
이미 내부는 크라서스와 레가로스 의 충돌로 인해 만신창이가 되었지 만,천영이 거기에 마법까지 합세하 지■—.
벽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레가로스…….
파트라슈는 영혼과의 결합을 위해 애쓰는 레가로스와 그를 저지하기 위해 용언을 사용하는 서천영을 바 라보았다.
-레가로스,네가 죽기 직전 원했던 건 정말로 뭐였지?
크라서 스.
그것은 이미 이성이 존재하지 않았 다.
고통 때문일까 아니면 또 다른 어 떤 이유 때문일까.
심지어 모든 기억을 잃은 상태.
살아생전 파트라슈가 기적하던 레 가로스와 가장 흡사한 존재일 터인 크라서스였건만 기억이 없는 상태라 니.
파트라슈는 눈을 감았다.
레가로스가 진정으로 원하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어째서 지구에 넥스트라는 게임을 개발하여 다른 여섯 개의 차원에 흩 뿌렸으며,또한 어째서 아무것도 없 이 ‘공허’였을 이 중심 차원에 황금 색의 껍데기를 씌운 채 죽음을 맞이 하였을까.
죽는 순간까지도,크라서스는 끊임
없이 어떠한 목적을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그 이유를 찾아야해.’
쩌적,쩌저적!
공간에,시간에, 서서히 틈새가 벌 어진다.
드래곤의 육체와 영혼이 충돌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이 약하고 여린 공 간이 버티기엔 무리가 있었다. 거기 에 심지어 서천영까지 합류하니,벽 이 금방 허물어지는 것은 금방이었 다.
파캉!
작은 황금색의 알이 깨어진다.
레가로스와 서천영은 그대로 차원 바깥으로 튕겨져 나가고 말았다.
-……레가로스. 네 바람,내가 이 루어줄게.
공간이 찢어지고,산산조각이 나버 렸음에도 중심에는 황금색을 가진 무언가가 빛을 뿜어대고 있었다.
공간이 뒤집힌다.
천영은 날개를 활짝 펼친 채 위와 아래를 구분하기 위해 애썼지만,무
리였다.
‘뭐가 이렇게 금방 부서지는 거 야?’
황금색의 알처럼 생겼던 그 껍데기 는 아주 자그마한 충돌에서 쉽사리 박살났다. 마치 애초에 깨기 위해 존재했다는 것처럼.
그러나 어쨌든 껍데기는 껍데기.
무언가에 의해 보호받을 이유가 있 었다는 의미.
천영은 황금색의 알에서 생으로 빠 져나온 직후,무엇으로부터 보호받 기 위해 레가로스가 금색의 장막을 펼쳤었는지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이건,대체 뭐야?”
감히,드래곤이 아닌 다른 존재가 바라보았다면 그대로 뇌가 녹아내렸 을 광경이 펼쳐진다.
눈앞에 어느 빌딩숲이 서서히 기울 고 있었다. 또한 하늘 위에서 폭포 가 위로 떨어져 오른다. 그 저편에 는 이만 년 동안이나 추락하고 있던 대륙이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으 며,뒤쪽에는 어떤 기다란 벽이 갈 라지고 무너지는 것을 반복했다.
하늘 높이 휘영청 달이 떠올랐다.
천영은 아름답게 떠오른 달을 멍하 니 바라보았다. 어디서,본 적이 있
는 달이다. 지구나 그리픈의 달은 아니지만 그것만큼은 확실했다.
‘아니,잠깐……?’
빠아아앙!
천영은 황급하게 날개를 접었다. 그러자 날개가 있던 자리로 지하철 하나가 지나친다.
‘뭐야,지하…… 철?’
쿠,콰콰콰광!!
갑자기 화산이 폭발했다.
그것도 머리 위에서.
천영은 다급하게 몸을 굴려서 옆으 로 누워 있는 고성을 밟고 날아올라
하늘 위에 거꾸로 떠있던 에펠탑에 안착했다.
‘아니,뭔가 이상하잖아.’
일곱 개의 공간이 모두 일그러져, 합쳐지는 장소.
차원의 중심이란 애초에 그런 곳이 었다.
레가로스는 그것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얇은 장막을 쳐뒀던 것이고.
‘젠장,너무 어지러워. 일단 여기서 빠져나가야겠……
“적응하기 힘든가?”
바로 지척에서 레가로스의 목소리 가 들려왔다. 천영은 어느 화려한 궁전의 창문 너머로, 전부 파괴되어 아무것도 남지 않은 건물의 틈새를 지나,황금색의 날개를 펼친 채 날 고 있는 레가로스를 발견하였다.
물론 상태가 썩 괜찮지는 않았다.
‘후우…… 젠장,몸이…… 말을 듣 지 않는군.’
영혼이 결합된 것일까. 크라서스의 기운과 레가로스의 기운이 겹쳐서 느껴졌다. 영혼과 육체가 결합되었 음에도 불구하고 일곱 번째 통로의 검에 의한 타격인 것인지 레가로스
는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멋지지 않느냐? 시간과 공간이 모 두 합쳐지는 이 장소가. 오로지 드 래곤만이 만끽할 수 있는 광경이 지.”
그리 말한 뒤 레가로스는 표정을 구겼다.
“너는 저것들을 지키고 싶겠지.”
“나도 한 때는 그랬었다.”
숨이 잠깐 멈췄다. 한숨을 쉰 것 같기도 했다.
“백만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지
키고,또 지키며,끝없이 세계를 수 호하였다. 그리고 나는 죽음 직전에 의문을 느꼈지.”
의문.
그것을 느낀 것은 죽음 이후에 발 생한 또 다른 인격체였다.
“……대체 드래곤은 어째서 이렇게 까지 세계를 지켜야만 하는 것이
지?”
레가로스는 자신의 심장을 움켜쥐 었다.
“내 심장이 시켰다. 그래서 지켰다. 나의 양심이 자꾸만 요동치더군. 구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악행을 보
면 절대로 넘어갈 수가 없었고,조 금이라도 위기에 처한 생명체가 보 이면 그것이 아무리 작다한들 구해 내야만 직성이 풀렸다.”
그의 이야기를 듣는 도중,천영은 자그마한 의문을 가졌다.
“나는 그것에 지친 것이다. 드래곤 은 대체 왜 이렇게 태어났단 말인 가. 이 세상에 신은 정말로 존재하 는가?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우리 에게 대체 뭘 바라고 있는 것이지?”
천영은 대답하지 않았다.
신의 존재?
“그런 게 왜 궁금해?”
“네가 아직 어려서 모르는……
“그건 내가 학창시절에 하도 들어 서 지겨워. 그만 말해.”
아주 자그마한 의문.
천영은 그것을 말했다.
“근데,원래 모든 드래곤이 다 그 래? 막 뭐 보면 지켜주고 싶고,보 호해야 하고.”
“그렇다.”
레가로스가 긍정하자 천영은 표정 을 찌푸렸다.
“난 안 그런데.” “……뭐라고?”
“아니,뭐 꼭 없는 건 아니야. 뭘 보면 지켜주고는 싶지. 불쌍하잖아. 근데 그게 끝이야. 가끔가다 양심이 지랄하긴 해도 난 원래 나밖에 모르 는 이기적인 새끼라서 눈 꼭 감고 고개 돌리면 간단하더라고. 넌 그게 안 돼?”
“너는 수많은 드래곤들의 세포를 이어받아서 그 어떤 드래곤보다 완 벽한 육체를 가졌다. 그건 불가
“완벽한 드래곤이든,뭐든 무슨 상 관이야?”
레가로스는 입을 다물었다.
그들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 었다.
레가로스는 기나긴 세월 동안 어째 서 자신이 세상을 수호해야만 했는 지에 대해 의문을 강하게 품었지만 천영의 대답은 하나밖에 없었다.
“그냥 내가 살고 있는 곳이 박살나 면 기분 더러워서 지키는 거지.”
그리 말하며 천영은 웃었다.
“신이라……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지. 근데 그건 중요하지 않 아. 왜 그런지 알아?”
“뭐지?”
“우리처럼 멍청한 짱돌 아무리 굴 려봐야,알 수 없을 게 뻔하거든.”
있을 수도 있고,없을 수도 있다.
신은 그저 사람들의 상상 속에서 탄생했을 뿐인 하나의 상상일 뿐이 다.
천영은 신의 존재에 대해 담백한 결론을 내렸다.
“너도 마찬가지야. 그래,뭐 하고 싶은 일 하다보면 지칠 때도 있는 거지.”
“무슨 소리를 하려는 거냐?”
“생각해봐. 그 대단하신 대가리 굴
려서 기억을 떠올려보는 거야. 여태 까지 네가 대륙을 수호해오면서,네 의지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강제 당한 적은 있어?”
레가로스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 런 적,있을 리가 없다.
양심이 시켰다고? 그 양심은 결국 본인이다. 본인의 의지대로 지키고 싶은 것을 지켜왔을 뿐이고,그저 하고 싶은 일을 반복하다보니 조금 지친 것이다.
“드래곤은 선천적으로 다른 생명체 보다도 뛰어나. 그렇게 진화하면서,
양심이라는 것을 얻은 모양이지. 어 쩌다 이렇게 진화됐는지 네 양심의 근원이 궁금하면 타임머신이라도 타 고 우주의 탄생 시기로 돌아가 보시 던가. 어이가 없네. 지쳤다고 다 부 수려고 들어?”
“후후……
천영의 말을 듣더니,레가로스는 웃었다.
“그래,네 말이 맞을 수도 있어. 나는 좋아하는 일을 해왔을 뿐이고, 조금 지쳤을 수도 있지.”
그러나 이제 와서 그런 것들은 아 무래도 상관이 없어졌다.
레가로스의 또 다른 인격체는 이미 어떠한 목표에 의해 잠식되어갔다. 그리고 너무나도 오랜 세월이 흘렀 다.
“과거의 내가 어떠했든,지금의 나 와는 다르다.”
“그건 좀 소름끼치네.”
그는 아직까지도 역동적으로 회전 하고 있는 이 공간을 슬쩍 둘러보며 말했다.
“오랜만이구나.”
“뭐가?”
레가로스는 조금씩 날아올랐다. 시
시각각으로 사방에서 건물이 회전하 고 산맥이 솟구치고 바다가 출렁이 는 와중에도 레가로스는 전혀 당황 한 모습이 아니었다.
반면 천영은 중심을 잡기 위해 아 까부터 부단히도 애를 써야만 했다.
“드래곤과 드래곤이 싸울 경우,어 떻게 싸우는지 아느냐?”
“모르겠지.”
입을 꾹 다문 채 대답하지 않는 천영을 향해,레가로스가 눈웃음을 지었다.
“바로 이곳이다. 차원과 차원, 시간
과 시간의 틈새.”
슬쩍,시선을 내린다. 익숙한 도시 가 보인다.
서울.
그러나 시간의 흐름이 이상했다. 건물이 난데없이 허물어지더니 새로 세워지는가 하면 다시금 시간이 되 돌아가 건물이 모두 지어지고 한옥 이 세워지기도 했다.
“시간은 모든 차원에서 다르게 흐 르지. 그리고 차원의 경계에 들어선 지금 이곳은 엇갈린 시간 속이라는 의미이다.”
그리고.
“드래곤과 드래곤이 싸우게 될 경 우,바로 이곳에서 승패를 가른다.”
어느 한 쪽이 죽을 때까지.
“어때,계속 하겠느냐?”
이곳에 처음 들어왔다면,아무리 드래곤이라도 적응하지 못한 채 중 심을 잃고 떨어지기 마련이다.
하물며 천영은 고작해야 신체 나이 로는 300이 간신히 넘었으며 실제 의 삶은 반 백 년도 살지 못한 어 린 드래곤일 뿐이다.
그런 서천영이 레가로스의 경험을 이길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렇기에 레가로스는 숭리를 자신하고 있었던
것이고.
서천영은 웃었다.
“재밌네.”
상대방에게 유리한 공간.
이길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힘 을 가진 존재.
“이거 마치…… 보스 레이드 솔로 플레이라도 하는 느낌인걸.”
천영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그 들의 눈앞에 전혀 예상치도 못한 시 스템 메시지 하나가 나타났다.
[전장,‘엇갈린 시간과 공간의 틈
새’에 진입하였습니다!]
[최종 결투!]
[내가 걸어왔던 길을 부정하지 않 기 위해.]
[부디 일곱 다리를 연결해주길 바 라며…….]
[Lv. ???]
[골드 드래곤 레가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