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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202화 (201/219)

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202화

모든 싸움에서 항상 이길 수는 없 다.

그리픈은 사상 초유의 연합을 하였 고,대전투를 치를 때마다 적게는 2 개에서 많게는 5개까지 국가의 군대 가 모여 이형마법사들과 전투를 치 론다.

이 싸음 역시 그랬다.

군사국가라고 불리기도 하는 아무

웰 왕국과 서트레인 연합이 함께 모 여서 전선을 구축한 ‘팔랑비야 대협 곡 전투’는 누가 보아도 그리픈 쪽 이 훨씬 유리했다. 지형,전술,전투 력. 그 모든 것을 따져보았을 때 절 대 지려고 해도 질 수 없는 싸움.

하지만 여태까지 그리픈은 모르고 있었다.

일곱 다리의 연결자가 조용히 공격 을 받고 있었던 이유가,본인들의 힘을 제대로 이끌어내기 위해 무릎 을 꿇고 있었다는 사실을.

“저게 뭐야……

서트레인 측의 장군이 입을 쩍 벌

렸다. 전투 도중 적의 위용에 넘어 가는 것은 크나큰 실책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여태까지는 그저 마법사만 상대하 면 되었다. 혹은, 그 안에 속한 용 병 집단까지 더불어서.

그런데,그들이 왜 이계의 힘을 이 용하는 마법사였겠는가.

그것은 다른 차원의 문을 열어서 힘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었고, 또한 그곳의 생명체를 데려올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일곱 다리의 연결자에 소속된 ‘소 환술사’들은 비록 그 수가 적었지

만,그 압도적인 힘만큼은 똑똑히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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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 저편에서부터 먼지로 이루어 진 구름이 피어올랐다. 마치 하늘까 지 닿을 둣,쿵광거리는 소리와 함 께 땅이 갈라지고 무너지는 폭발음 이 사방에 진동하더니 괴수들이 서 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덩치가 성인 남성의 3배는 가뿐히 넘어가는 강철 이빨의 광견들.

어지간한 집채도 한 발로 가볍게 짓누를 것만 같은 새하얀 뿔을 가진 붉은 코뿔소들.

키가 어지간한 탑만큼이나 눈알 하 나를 가진 거인들.

피부 가죽이 거의 없는데다가 인간 의 얼굴이 달린,해골처럼 생긴 날 개 달린 괴조들.

보는 것만으로도 다리가 떨려오고, 심장이 옥죄일 것만 같은 위압감을 뿜어대는 괴수들이 괴성을 지르며 뛰어오고 있었다.

“이,이건 틀렸어……

누군가 한심스러운 말을 내뱉었다. 장군 역시 공감한다. 하지만 그렇다 고 해서. 여기서 물러날 수는 없었 다.

결국,그는 검을 치켜들었다.

연이어 들어오는 패전보에 벨레인 이 눈가를 찌푸렸다.

“아무래도 일곱 다리의 연결자들이 이계의 문을 열어서 괴수를 조종하 는 것 같습니다.”

“그게 가능합니까?”

“예,아주 극히 일부이지만 차원계 의 계약 마법을 습득한 일부 소환술 사들이 존재하는 모양입니다.”

“으 ”

벨레인은 심각한 표정으로 보고서 를 훌었다. 여태까지와는 전쟁의 양 상이 달라졌다.

그저 그리픈 연합이 단 하나의 세 력을 잡아먹는 듯한 구조였던 지금 까지와는 완전히 다르게,일곱 다리 의 연결자는 다른 차원을 열 수 있 다는 가장 강력한 무기를 마구잡이 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괴수들에게는 전략,전술이 전 혀 먹히지 않습니다. 난폭하게 전선 을 휘젓고,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 들을 파괴하고,진형을 찢어버립니

다.”

“전략이 먹히지 않는 상대는 없어 요,리플레인.”

황녀 벨레인의 지적에도 리플레인 이라 불린 노인은 표정변화 하나 없 이 말했다.

“그렇겠지요. 하지만 괴수들을 상 대로 빈틈없이 지휘를 할 만한 명장 이 현 시대에는 없습니다.”

전략? 전술? 다 좋다. 과거에 존재 했던 전략과 전술은 이미 현대에 이 르러서 개편,보완이 되어 더욱 완 벽해졌고 전설이라 칭송되는 이들의

책략 역시 지금에 와선 그저 학생들 이 공부하는 평범한 것들일 뿐이다.

그렇다면,그들이 전설이라 불린 이유가 대체 무엇이던가.

말 한 마디로 심장을 떨리게 하여 군심을 휘어잡는 카리스마와 명령을 내리는 즉시 부하들이 망설이지 않 고 칼 같이 수행하는 뛰어난 지휘 력,그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냉정함과 재앙이 닥쳐온들 눈 하나 깜짝이지 않고 즉시 대응법을 생각해낼 판단력.

그 모든 것들이 합쳐져 그들을 ‘전 설’로 만들어냈고,현 시대에는 그 런 인재가 없었다.

“어쩔 수 있겠습니까.”

“그렇지요.”

달리 방도가 없다. 아무리 상식이 통하지 않는 상대라 해서,손 놓고 당해주는 것이 더 어처구니없는 짓 이다.

벨레인은 서류를 짧게 정리하고 하 달 명령서를 내린 뒤 자리에서 일어 났다. 최근 들어 제대로 잠도 못 자 고 있는 벨레인이었기에 눈가에 짙 은 다크서클이 내려앉았다. 그러나 리플레인은 벨레인이 무리하고 있단 사실을 알면서도 쉬라고 말할 수 없 었다.

그녀에게 있어서,지금이 가장 중 요한 시기였으니.

“참,혹시 드래곤께서 주신 물건은 간직하고 계십니까?”

“제 서재에 보관 중입니다만.”

“예로부터 용이 전해준 선물은 영 험한 기운을 주인에게 준다고 하였 습니다. 품에 꼭 지니고 다니십시 오.”

리플레인이 그렇게까지 말하니,벨 레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서재에 잠깐 돌아온 벨레인 은 금고 안에서 큐브를 꺼내들었다. 어쩐지 이전보다 더욱 푸른빛이 반

짝이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마치,울고 있는 것 같기도 했고 흥 분한 것 같기도 했다.

솔렝 오르앙의 창백한 피부에 생기 가 조금씩 돌기 시작했다. 평상시의 감정이 전혀 없는 그 모습과는 전혀 매치가 되지 않았지만,그를 아는 주변인들은 즉시 몸을 피할 것이다.

그에게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는 것 은,삶의 유일한 낙인 ‘사냥개’로서 의 활동이 시작되기 직전이라는 의

미였으니까.

“왜,복수라도 하러 왔나?”

솔랭 오르앙이 물었다. 웨지스턴은 검을 빙글빙글 돌리며 어이가 없다 는 듯이 웃었다.

“복수를 할 거였으면, 진작 찾아왔 겠지. 이건 복수 같은 게 아니야. 그냥,그거다. 한 여름 밤에 자다가 모기가 앵앵거리면 짜증나서 밟아 죽이잖아? 그런 느낌이야. 넌 너무 시끄럽게 앵앵거렸어.”

“그 주둥이는 여전히 네 실력에 비 해 가볍군.”

“재미없는 너보단 낫지.”

웨지스턴은 어깨를 으쪽했다. 복수?

복수는 절대 아니다. 분명 어찌되 었든 웨지스턴은 솔랭 오르앙에 의 해 속아서 그와 가장 친했던 이들을 제 손으로 죽여 넘겼다.

하지만 그는 이제 남 탓을 하지 않는다.

그들이 죽은 이유는,오롯이 웨지 스턴의 탓이다. 그 누구에게도 잘못 을 떠넘길 생각은 없었다. 다만, 그 래. 웨지스턴은 그냥 솔랭 오르앙이 싫었을 뿐이다.

그것은 그 잘못이며,솔랭 오르앙

을 죽이면 모든 것이 속죄될 것이라 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은 하지 않는 다.

속죄를 할 방법 따위는, 이 세상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한 가닥 남아있는 미련일 뿐 이다.

솔랭 오르앙을 죽이는 것.

“이해가 가지 않는군.”

“뭐가?”

“왜 굳이 죽음을 자처하러 온 거 지? 이성적으로 생각해라,웨지스 턴. 너는 날 이길 수 없어.”

솔렝 오르앙의 말에 웨지스턴이 과 장스럽게 놀랐다.

“그거 RPG 보스가 죽기 직전에 내뱉는 대사인데!”

“……정신을 덜 차렸나보군. 죽이 진 않겠다,너는 나중에 우리와 함 께 대제국을 이끌어나갈 아주 훌륭 한 인재야.”

“이거 영광스러워서 몸이 아주 비 틀리는구만?”

웨지스턴이 손가락 마디 사이로 검 을 빙그르르 돌렸다.

“그럼 어디 위대하고 존엄하고 고 귀하신 솔랭 오르앙님의 가르침을 한번 구경해보실까요?”

조롱.

솔랭 오르앙이 가장 싫어하는 것 중 하나였고,덕분에 그는 웨지스턴 을 마음에 들어 하면서도 동시에 아 주 혐오하기도 했다.

“일단 주둥이부터 꿰매주마.”

사아아아.

공기가 얼어붙는다.

대지가 순수한 마나의 울림에 진동 하였고,공기가 떨렸으며,하늘이 갈

라지기 시작했다.

솔랭 오르앙의 양옆으로 겹겹이 마 법진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순수 마법사이면서,동시에 사냥개 라는 자리를 얻은 자.

그는 그리픈에서 가장 뛰어난 배틀 메이지 였다.

“가장 뛰어난 배틀 메이지…… 아니다.

웨지스턴은 피식 웃었다.

솔랭 오르앙은 가장 뛰어난 배틀 메이지 였‘었’다.

그가 아무리 강한들,서천영을 뛰

어넘을 순 없다.

“난 2인자한테까지 질 생각은 없거 든!”

그렇게 외친 뒤 검을 꼬나 쥔 웨 지스턴은 갑작스레 수십,수백 개로 늘어난 마법진을 보며 식은땀을 한 줄기 홀렸다.

“……우리 귀여운 똑순이,많이 화 났나보네?”

내내 아무런 표정조차 짓지 않고 있던 솔렝 오르앙이었다. 감정 변화 가 그다지 없을 것이라 생각했었지 만,사실 솔렝 오르앙의 속은 아주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화르르륵!

하늘 위에 도깨비불이 수를 놓기 시작하고,먹구름이 몰려와 천둥을 머금은 채 굉음을 울려댄다.

저런 대단찮은 마법, 웨지스턴은 사용할 줄 모른다.

다만.

이미 자신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압도적인 마법에 의해 한 번 당해본 경험이 있었다.

‘그때 이후로…… 항상 머릿속으로 생각했지.’

서천영에게 짓밟히던 때를 떠올리

처음에는 분노했다.

그 다음에는 절망했다.

그 후에는 분석을 했다.

서천영을 이길 방법을.

자신보다 강한 마법사에게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웨지스턴은 마법사였으며,동시에 검사였다. 다른 누구도 할 수 없는, 오로지 그만이 할 수 있는 방법.

“핫하! 잘 있으라구!”

……바로 도주하는 것이다.

이 개자식이?”

웨지스턴이 갑작스레 검을 팔랑팔 랑 휘두르며 먼지바람과 함께 멀어 지기 시작하자 솔렝 오르앙은 시전 하고 있던 마법을 모조리 취소할 수 밖에 없었다.

마법사와 마법사가 싸울 때의 기본 적인 마법전은 필드 위에 수많은 마 법을 펼쳐두고,누가 적절한 상황에 맞춰서 더 최상의 판단을 내리느냐 의 싸음이다.

즉,체스와 비슷하다는 의미.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마법사 대 마법사에게만 통용되는 이야기.

굳이 상대방이 짜둔 판에 뛰어들 필요가 없었다.

“꼴사납군.”

솔렝 오르앙은 이미 화가 머리끝까 지 단단히 나있는 상태였다. 그러므 로 웨지스턴이 도주하든 말든 쫓는 다. 비록 방금까지 캐스팅했던 마법 덕분에 마나가 일부 날아가긴 했지 만, 그 정도야 별로 큰 손해도 아니 었다.

즉시 도약해서 쫓으려 하자마자, 웨지스턴이 급브레이크를 밟더니 솔 렝 오르앙에게 달려들었다. 그에게 당장 준비된 마법이 없을 때 공격하

려는 것이었다.

웨지스턴의 속셈은 뻔했다.

솔랭 오르앙이 최대한 마법을 사용 하지 못하게 하면서,자신에게 유리 한 근접전을 유도하는 것. 비열하고 야비했지만,웨지스턴이 솔랭 오르 앙에게 이길 수 있는 유일한 전략이 기도 했다.

상대방의 공격 수단을 최소화하면 서,동시에 자신이 유리한 위치를 잡는다.

웨지스턴은 이곳까지 오면서 주변 의 지형지물을 완벽하게 파악해둔 상태였다.

절벽,협곡,강,호수,산맥,나무.

그 모든 것들을 머릿속에 그대로 복사해둔 채였다.

그는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뭐가 있는지 알고 있었고,덕택에 솔랭 오르앙보다 훨씬 유동적인 옴직임을 펼칠 수 있었다.

그들의 싸움은 일종의 턴제 게임처 럼 흘러갔다.

웨지스턴이 공격하고,솔렝 오르앙 이 반격한다.

그렇게 되면 필드가 뒤바뀌어 호수 로 이동한다.

솔렝 오르앙이 추격하고,웨지스턴 이 방어한다.

또다시 필드가 뒤바뀌어 협곡으로 이동한다.

그런 식으로 공방을 주고받았고, 싸움은 웨지스턴에게 유리하게 흘러 갔지만.

‘……생각보다 괴물이군.’

웨지스턴은 온몸 곳곳에 그을린 자 국을 툭툭 털어내며 입가에 고인 피 를 뱉었다. 웨지스턴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했지만 솔렝 오르 앙에게는 큰 피해를 입힐 수 없었 다.

과연 최고의 배틀 메이지답게,그 는 근접전에서도 강했다. 실드 마법 이 나이트급의 초인적인 반응 속도 보다도 더욱 빠르게 반사적으로 발 동되었다. 그리고 짧은 틈새를 놓치 지 않고 초고속의 마법이 캐스팅되 어 웨지스턴을 공격했다.

마법사의 강점이라는 필드전의 우 위를 완전히 봉했음에도,이 정도까 지나 수준 차이가 났다.

‘아니지……

생각해보면 서천영 때도 그랬다.

애초에 서천영과 싸울 때는 마법사 의 특기인 필드 캐스팅 자체를 하지

도 않았다. 그는 순수하게 근접 결 투로 웨지스턴을 완벽하게 쓰러뜨렸 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 상황은 양 반이다.

“내가 뒤질 때 뒤지더라도……

솔랭 오르앙의 깔끔한 옷깃이 바람 에 펄럭인다. 그는 여전히 싸우기 전과 똑같은 모습으로,고요하게 날 고 있었다.

“네 재수 없는 송곳니 두 개는 뽑 아가야겠다.”

그 말에 조금 특이할 정도로 뾰족 한 솔렝 오르앙의 송곳니가 반짝였 다. 그의 표정이 불편하다는 듯 꿈

틀거렸다. 아무래도,그에게 있어서 가장 역린이 되는 부분을 건드린 모 양이었다.

“그 말…… 후회하게 해주지.”

솔랭 오르앙이 손바닥을 펼쳤고, 그 직후 온 세상이 새까맣게 물들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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