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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192화 (191/219)

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192화

일렁.

솔랭 오르앙은 ‘영체(靈體)’가 차원 과 차원의 틈새 사이에서 서서히 빠 져나오는 것을 두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었다.

당연하지만 평범한 영체는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허나,저 영체 가 어디 평범한 영혼이던가.

무려,용의 영혼.

그것이 차원의 틈새를 찢고,가르 며 그것을 원동력으로 삼아 길르텐 펄 리쉬의 몸에 서서히 흡수되고 있 었다.

이것은 일종의 강렬술.

혹은,빙의.

용의 빙의가 완전히 성공하게 되 면,길르텐 펄 리쉬는 지금까지는 없었던 차원이 다른 권능을 가지게 될 것이다.

‘여파로,차원이 찢겨져 나가는 모 양이군.’

그리픈을 비롯하여,이 차원계를 구성하는 ‘그랜드 디멘션’ 7개는 서

로가 보이지 않는 다리로 모두 연결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다리를 이 용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드래곤 뿐. 드래곤이 아닌 존재가 그곳을 통하려면,강제로 찢는 수밖에는 없 었다.

길르텐 펄 리쉬는 강제로 다리를 찢는 것을 선택했고,그 과정에서 용의 영혼을 자신의 몸에 빙의시키 면 차원계의 권능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솔랭 오르앙은 최초의 ‘차원 역사 서’에 기록될 법한 순간이 바로 지 금 이 순간 펼쳐지고 있다고 생각했 다.

비록 길르텐 펄 리쉬는 그 누구에 게도 자신의 얼굴을 공개하지 않아, 솔렝 오르앙 역시 원격으로 지켜보 는 것밖에는 할 수 없었지만 그것은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원격이 던 아니던 그의 충성심에는 변화가 없었으니까.

‘완성되기까지 시간은 좀 걸리겠 어. 역시 차원계 그 자체를 건드리 는 일은 쉽지가 않군.’

지금 이 순간에도 이 의식을 위해 차원은 지속적으로 금이 가고 있었 고, 수많은 영혼이 제물로 바쳐지고 있었다. 추측컨대,대륙 여기저기에 구멍이 송송 뚫려서 다른 차원과 연

결이 되었을 수도 있다.

서로 시간의 개념도 다르고,공간 의 개념도 다른 차원이 서로 연결되 면 혼란이 크게 발생할 것이지만, 이 또한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가까 운 미래,길르텐 펄 리쉬가 일곱 차 원의 지배자가 된다면 그런 것쯤은 당연한 일이 될 테니까.

‘……근데,뭐가 이렇게 미심쩍은 거지?’

분명 계획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을 터인데.

자꾸만 뭔가가 그를 불안하게 만들 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저 그의 본능이 자꾸만 위험을 경고하였다.

탁탁탁탁!

“ ᄋ ■舌、

누군가가 복도 건너편에서 허겁지 겁 달려오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솔렝 오르앙이 손을 올려서 신호하 자,문이 열리며 흑색 복장을 입은 암살자 한 명이 들어왔다.

“허억,헉.”

“무슨 일이지?”

“치,침입자가,왔습,니다.”

“침입자라고? 몇 명이지?”

“하,한 명 털썩!

암살자는 거기까지 말한 채,바닥 으로 무너졌다. 등에는 고드름으로 이루어진 가시가 박혀있었다.

‘고작 한 명조차 막지 못했다고?’

솔랭 오르앙은 표정을 찡그리며 자 리에서 일어났다. 신성스러운 의식 이 진행되는 와중에 방해받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싫었지만 부하들이 무능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가 나서야만 했다.

“짜증나게 구는군.”

적이 한 명이든,백 명이든 솔직히 그에게는 상관없는 일이다.

솔렝 오르앙은 암살자의 시체를 옆 으로 치운 다음 복도를 걸어 나갔 다. 온 사방이 불타고 있었고,마법 방진이 찢어져 있었으며 계도 위측 항마진 역시 모두 파괴되었다.

“누군진 모르겠지만,아주 독하게 마음먹고 온 모양인데.”

“누군지 모르겠다니,벌써 날 잊은 거야?”

흠칫. 솔랭 오르앙은 익숙한 목소 리에 몸을 움찔 떨었다. 그리고 웃 음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

몸을 돌리자,아주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웨지스턴.

자신에게 처음으로 속아 넘어간, 멍청한 넥스터.

“후후후,오랜만에 보니 반갑군.”

“그래,나도 상당히 반갑거든.”

웨지스턴은 싸늘하게 내려앉은 눈 으로 솔랭 오르앙을 노려보았다.

“그러니까,인사가 살짝 격렬해도 이해 좀 해줘라?”

-지직!

_포인트…… 제……! 응답…… 라!

박한길은 이어폰에서 울리는 잡음 에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이거 우리한테 일부러 쓰레기 장 비 준 거 맞지?”

“헛소리 하지 마.”

“아니,뭔 말이 들려야 대답을 하 든 말든 하지.”

박한길이 그렇게 투덜대는 것을 무 시한 채 이선은 무전을 시도했다.

“수신양호. 현재 구 마포대교에 도 착했다.”

수신 양호는 개뿔이.

“재들도 우리 말 안 들릴 걸?”

끽해야 원격 카메라 정도로 이곳을 지켜보는 게 고작일 것이다.

박한길이 그렇게 투덜대자 김현영 이 눈초리를 줬다.

“오빠,그만 좀 해. 여기 상황 열 악한 거 몰라? 애초에 저 ‘이상 게 이트’가 발생한 시점에서 무전이 되 는 것 자체가 기적이야.”

반쯤 무너진 마포대교를 건너며 김

현영이 그리 말하자 이선 역시 고개 를 끄덕였다. 그뿐만이 아니라,다른 동료들 역시 동감은 했다. 그렇다고 해서 박한길이 투덜대는 것을 공감 하지 못한 것도 아니었다. 사실,머 리는 김현영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 지만 몸은 박한길처럼 비명을 지르 고 싶어 했다. 여간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후우…… 저건 대체 뭔지.”

결국 투덜대는 것을 멈춘 박한길은 자신의 총을 만지작대며 전방을 응 시했다. 사실,초능력을 각성한 박한 길에게 있어서 총은 별 의미가 없었 지만 그것을 몸에 지니고 있는 그

자체로 마음의 안정감을 가져다주었 다. 그는 천성 군인이었으니까.

“그러게요. 정말,미쳤네요.”

누군가가 그리 말한다.

일행은 모두 이미 도시 자체가 깡 그리 쓸려 나가버린 구 신촌의 상공 을 응시했다.

그곳에는 거대한 게이트 하나가 열 려있었다. 여태까지 가끔 ‘던전’ 형 식으로 열리던 게이트와는 차원이 다른,전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이 상 현상.

“어떻게든 해결 되지 않것수?”

“일본의 ‘사무라이’와 영국의 ‘팔라

딘’ 그룹까지 지원해주겠다고 나섰 고.”

“우리나라 대기업 클랜들도 대거 투입됐다던데.”

펄럭,펄럭!

일행들의 시선에, 신촌의 상공에 펼쳐진 이상 현상이 비춰졌다. 그리 고,그 아래를 날고 있는 거대한 괴 조 한 마리. 그 새는 거의 항공모함 만큼이나 거대한데다가 상상을 아득 히 초월한 강함을 가지고 있어서 쉽 사리 사냥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 었다.

그러니 저것이 출몰한지 일주일이

지난 지금에서야 레이드가 시작되는 것이고.

“살다살다,꽃 달린 괴수는 또 처 음 보네.”

신촌을 중심으로 해서 온갖 도시를 헤집고 있는 저 괴조는 온몸에 아름 다운 꽃을 달고 있었다. 파괴적이고, 이성이 없는 행동과의 괴리가 느껴 지는 외모였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그럼 뭐가 또 중요한데?”

“얼마 전부터 무너진 도시 재건축 한답시고 정부가 발표했을 때 신촌 에다가 부동산 투기한 아저씨들이

엿 됐다는 것 정도?”

“나 참……

이선은 일행들의 농담에 깊은 한숨 을 내쉬었다.

그러고선 다시 하늘을 쳐다본다.

30년 전,갑작스레 게임 넥스트의 서버가 내려감과 동시에 전 세계에 동시다발적으로 괴수가 출현했을 때 에도 저것처럼 기괴한 현상이 나타 나지는 않았다.

지금은 이상 현상이 모두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뻔하고 흔한 패턴을 가 지고 있을 터인데,저 정체불명의 게이트는 여태까지와는 차원이 달랐

다.

형태도 없고,크기는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있다. 에너지 파장 역시 지 속적으로 바뀌고 있어 슈퍼컴퓨터 ‘새멀’조차 저것을 제대로 관측하지 못한다고 한다.

신촌의 상공에 갑작스레 나타난 저 괴조의 통칭은 ‘s-or로써,3〇년 전 대규모 이상 현상이 발생한 이래로 처음 s랭크에 등극된 괴수였다.

지금껏 수많은 초능력자들이 괴수 를 사냥해왔고 그들만의 방식을 일 궈냈다고는 하지만 s랭크는 다를 것 이다.

……라고,언론에서 보도가 되곤 했다.

아무도 믿지 않았다.

사람들은 이번에도 인류가 가볍게 승리해낼 것이라는 사실을 전혀 의 심하지 않았다. 전 세계에 재앙처럼 발생한 괴수들은 준비된 군대와 어 느 순간부터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 한 초능력자들에 의해 가볍게 제압 되었고,지금은 그저 가벼운 해프닝 정도였으니까.

S랭크라지만,괴수는 괴수. 사냥감 일 뿐이다.

그러니 ‘프로 사냥꾼’들이 나서서

해결하면 별 문제는 없을 것이다.

박한길과 이선 일행 역시 같은 생 각이 었고,

그 믿음은 잠시 뒤.

철저히 깨져나갔다.

“끼이이에에에에!!”

괴조가 비명을 지르자 충격파가 터 져나가더니 근처를 배회하고 있던 전투기가 모조리 추락해버렸다. 비 행 능력자 역시 고막을 틀어막으며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마법사 클 래스를 가진 초능력자들 역시 정신 력이 뒤흔들려 마나를 역류당했다.

“미,미친. 저게 뭐야!”

S 랭크.

괜히 S랭크에 등극된 것이 아니었 다.

A랭크까지만 해도 어지간한 작은 도시는 무너뜨릴 수 있을 정도의 강 함을 가졌다. 하지만 아무리 강해도 A랭크는 A랭크. S랭크는 여태껏 단 한 번도 등장한 사례가 없었다.

무지는 곧 용기가 되었고,대책 없 는 용기는 곧 목숨을 대가로 치러야 만 했다.

“……슈퍼컴퓨터 ‘새멀’이 괜히 저 괴수를 S랭크로 지정한 게 아니군.”

처음엔 모두가 오작동이라 생각했

다. 고작해야 저 정도의 크기를 가 진 괴수가 S랭크씩이나 될 리가 없 다며.

하지만 그들은 직접 겪어보고서 깨 달을 수 있었다.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서 ‘최초의 s 랭크 괴수’에게 숟가락을 얹기 위해 쟁쟁하고 유명한 사냥꾼들을 파견해 왔다. 그들은 나름 뛰어난 명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 분야에 있어서 스페셜 리스트나 다름없는 자들이었다.

그런 그들이 떼거지로 몰려있는 이 장소에서.

저 괴수는 상처 하나 입지 않고 건재했다.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미사일,하 늘에서 떨어지는 폭격,지상에 설치 된 기관총과 대포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마법사들의 강력한 한 방 마법 공격도 무의미했고 전사들이 하늘을 날며 칼질 도끼질을 수십 번 씩 갈겨대도 생채기 하나 남지 않았 다.

마치,무적인 것처럼.

-지지지직!

_정보…….

-적은…… 를 원천으로…… 꾸준

히 성장…….

“젠장,뭐라는 거야! 중요한 부분 이 하나도 안 들리잖아.”

박한길이 반쯤 먹통이 된 무전기를 톡톡 건드리며 그리 외치자,현영이 중얼거렸다.

“지금 그게 무슨 소용이야……

이제 와서 적이 힘을 어떤 식으로 얻는지,어떻게 강해지는지,약점이 무엇인지.

알아봐야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쟁쟁한 네임드 사냥꾼들은 모두 괴 조에 의해 굴복한 상태였으며 절반 이상의 병력이 전투불능이 되었고

마법사들은 모두 캐스팅조차 포기한 채 도망치고 있었다.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다.

전 세계 탑급의 사냥꾼들이 어느 정도 모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 게 속수무책으로 당한다니.

도저히 말이 되지 않았다.

“믿을 수가 없군……

이선은 반쯤 가라앉은 얼굴로 괴조 를 바라보았다. 저건, 상식 밖의 존 재였다. 저런 말도 안 되는 생물체 는 지구에 존재해서는 안 되었다. 여태까지 등장한 괴수들은 그나마 상식 내의 강함을 가지고 있었고,

또한 대응하는 것이 가능했으며 과 학적으로 설명도 가능했다.

인간의 과학 기술은 발전했고,30 년 전부터는 마법과 초능력마저 발 달하고 있는 시대.

하지만.

저 괴조는 재앙이었고.

인간은 여전히 재앙에게 대응할 수 단이 없다.

“대장…… 어떻게 합니까?”

솔직히 승산이 없는 싸움이다. 그 들은 어쨌든 이익 하나만을 위해 모 인 집단. 여기서 갑작스레 영웅심리 가 발동되어서 ‘우리는,죽을 것을

알더라도 싸우러 간다!’같은 명대사 를 바라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은 그저 돌아가고 싶었다.

재앙에게서 아주 잠시라도 벗어나, 조금이라도 생명을 부지할 수 있도 록.

결국 이선은 그들의 눈살을 이기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이 작은 클랜의 리더라지만,이런 상황에서 리더에게 무슨 힘이 있단 말인가. 책임은 책임대로 뒤집어쓰고,정작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전원,후퇴……

이선은 후퇴를 명령하려고 했다.

박한길이 갑작스레 팔을 번쩍 들어 서 이상 게이트를 가리키기 직전까 지는.

“혀,형! 저기,저거 뭐야!”

“뭐?”

이상 게이트가 일렁거리더니,또 다시 무언가가 빠져나오고 있었다.

처음에는 희고 고운 뿔 달린 말 한 마리였다. 괴조의 크기에 비해 너무나도 작고 약해 보여서 존재감 조차 희미할 정도로 별 것 없는 ‘날 아다닐 뿐인 말’ 한 마리. 애초에 말이 날아다니는 것부터 상식 밖의 일이지만,그들은 이제 저런 것에는

감흥조차 오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 순간에 등장한 것을 보고서 놀라지 않은 이들은 없을 것 이다.

덩치는 거의 작은 주택만한 크기를 가지고 있었고,그보다도 더욱 커다 란 악마 같은 날개를 가진 생명체.

금색의 뿔과,흰색의 줄무늬,어두 운 피부 톤을 가지고 있는 그것은.

흡사 전설 속에서나 보던 ‘드래곤’ 과 굉장히 홉사했다.

“……드래곤?”

누군가가 그렇게 말했고,동시에 신촌의 상공에 나타난 드래곤이 괴

조를 향해 레이저를 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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