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17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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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을 거의 내지 않는 프로펠러가 회전하며 부유석이 반짝인다. 하늘 에는 30여대가 넘는 프로펠러 달린 구체 덩어리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픽셀,6번 조. 대기권 진입 완료.
-캐치,수신 양호. 상황을 보고하 기 바란다.
아주 작은 1인용 비행선 여러 대
가 록 제국의 수도 블랭시움의 하늘 위를 부유하고 있었다. 구름에 가려 진 채로 그들은 최대한 몸을 숨기며 지상에서 벌어지는 일을 영상 저장 아티팩트 ‘카메라’에 담기 위해 분 주히 노력했다.
하지만 그들의 목적이 그리 쉽게 성사될 리는 없었다.
파직,파지직.
-맙소사 카메라가 제대로 기능하 지 않는다!
-픽셀 3번 조. 카메라 4대가 모두 고장났다.
-지직,이건…… 너무 강렬한 파장
이--. 파지지지직!
전 세계의 국가에서 다급히 1인용 스텔스 기능이 담긴 비행선을 보내 어 최대한 정보를 얻으려 했지만 대 부분은 무산되었다. 너무나도 압도 적인 파장에 의해 마법 도구들이 제 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 다.
심지어는 강력한 마나파동 차단 마 법에 의해 보호받고 있을 터인 통신 기조차 먹통이 되어버렸다.
그렇다 해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무려 록 제국을 단 30분 만에 멸
망시킨 존재가 아직도 저곳에 남아 있었다. 정체를 최대한 밝혀내야만 했다. 혹시 아는가. 록 제국이 대상 에 대한 정보가 터무니없이 적어서 허무하게 무너져 내렸을지. 대처법 만 알아낸다면 손쉽게 상대할 수 있 는 존재일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픽셀,8번 조. 골덴 메르시옴이 보인다! ……오 마이 갓. 저게 대체 뭐야.
-수신 양호. 촬영은 가능한가?
픽셀 8번 조는 심각한 얼굴로 카 메라를 조작했다. 그는 비록 마법을 배우지는 않았지만 선천적인 재능으 로 마나를 아주 유연하게 다룰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 재능이 빛 을 발한다. 카메라 속을 흐르는 마 나를 자신의 의지로 조작해 간신히 기능이 정지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 다.
최대한의 집중력을 발휘해 그것을 들어 지상을 향해 겨눈다.
찰칵!
파직!
- ……오케이,한 장 찍었다. 허나 카메라를 사용하는 순간 바로 고장 이 나서 더 이상의 촬영은 어렵다.
하지만 그 정도로도 충분했다. 대 상의 사진 한 장이라도 그 가치는
어마어마하다. 픽셀 8번 조가 촬영 한 그 사진은 이제 전 세계의 모든 국가와 정보 기관 이종족에게까지 뿌려질 것이다. 대륙 전체가 위험한 마당에 사진을 독차지하려하는 무식 한 인간은 없었다.
-사진을 전송하기 전,마지막으로 놈에 대해 묘사를 해줄 수 있겠나?
관제탑의 질문에 한참이나 침묵하 던 픽셀 8번 조는 간신히 입을 열 수 있었다.
-……묘사할 것도 없겠군.
괴물이다.
그리 말한다. 그것 외에는 달리 묘
사할 말이 없었다.
그것은 괴물 혹은 재앙이었다.
픽셀 8번 조의 각막에 처참한 광 경이 드리웠다. 30미터가 넘는 거체 를 음속으로 움직이며 두 마리의 어 린 용과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를 유린하고 있는 장면은 도저히 두 눈 을 뜨고 볼 수가 없었다.
-정말 세상이 멸망할 지도 모르겠 이—.
퍼억!
“커흑!”
스피루나가 주먹을 가볍게 휘두르 자 천영의 복부에 자국이 생기며 벽 에 날아가 쳐박혔다. 돌덩어리 몇 개를 가볍게 깨부수며 집 안에 틀어 박힌 천영은 고개를 돌렸다. 반즘 깨진 주전자가 시야에 들어온다.
“〇으”
- 一! •
힘겹게 몸을 일으킨다. 정상이 아 니었다. 날개 한쪽이 너덜거렸다. 아 까 전,직격당한 탓인지 이마가 얼 얼했다. 머리가 어지럽고 마나가 제 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이길 수 없어.
이길 수 없다. 그 단어가 천영의 가슴을 후벼 팠다. 사실이었다. 너무 나도 당연한 사실이었기에 오히려 가슴이 더욱 아팠다. 천영은 입을 꽉 깨물었다.
-도망쳐. 멀리. 날아서. 주인이 살 아남으면,언젠가는 진정한 용이 되 어서 녀석을 이길 수 있어.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고작 이무기와 어린 용이 상대할 만한 존재가 아니야 저 놈은.
“나도 알아.”
햇!
입가에서 고인 피를 뱉어낸다. 무 려 용의 피가 바닥에 흩뿌려지고 있 었다.
뚜지지직!
마치 공간이 갈라지는 듯한 소리가 들리더니 무언가의 비명이 울려퍼졌 다. 네청이었다. 천영은 방금 전까지 파트라슈가 하던 이야기조차 잊어버 린 채 황급히 날아올랐다.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거대한 이무기가 바 닥으로 쓰러져 내리고 있었다.
“안 돼!”
날개를 휘둘러 작은 폭풍을 일으킨 다. 하지만 그것은 스피루나에게 아
무런 피해를 입히지 못한다. 그저 시선을 끄는 정도만이 유일하게 천 영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스피루 나는 천영을 싸늘한 눈으로 쳐다보 더니 마치 순간이동을 하듯 다가와 그의 목을 움켜쥐었다.
“커헉……
“정말 이상하군. 대체 왜 용언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 거지? 너무 어려서 용언조차 제대로 쓰지 못하 는 거냐?”
“……끄윽
목이 졸려올 수록 버티기가 더욱
힘들었다. 하지만 정신을 아슬아슬 하게 잃지 않은 채 천영은 자신의 몸에 새겨놓았던 마법을 발동했다.
‘터져라!’
용언이 꿈틀대며 몸에서 빛이 분사 된다.
스피루나는 이마를 찡그리며 천영 의 몸을 바닥에 후려쳤다. 그러자 폭발의 반동이 바닥을 향해 모든 피 해를 천영이 입게 되었다.
“드래곤 씩이나 되어서 허튼 수작 따위나 부리다니.”
바닥에 박힌 채 몸을 꿈틀대던 천 영은 눈을 빛내며 몸을 황급히 굴려
서 날았다. “응?”
띠띠띠띠!
천영이 방금 전까지 엎드려 있던 바닥에서 무언가 빨간 점이 빛나고 있었다. 스피루나가 의문을 가질 무 렵 그것이 갑작스레 폭발하여 그의 몸을 완벽하게 뒤덮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스피루나에게 피해를 입혔다 고는 볼 수 없었다.
천영은 최대한 입체 마법진을 구현 하여 스피루나가 있던 자리를 뒤덮 었다.
공간이 비틀리고 그 안에는 닿기만
해도 피부가 원자단위로 분해되는 마법이 발동되었다. 공간 절개 구현 마법. 인간들이 만들어낸 4차원 입 체 공간 학문을 독파해낸 뒤,천영 이 만들어낸 독자적인 마법이었으 나.
“우습구나.”
쨍그랑!
스피루나는 그 마법조차 간단히도 주먹을 휘둘러 박살내더니 밖으로 빠져나왔다. 하지만 천영은 실망하 지 않았다. 자신의 마법이 깨진 횟 수는 이제 일일이 따지기도 힘들 정 도로 많았으니까.
하늘 높이 날아오른 천영은 입에다 가 마나를 머금은 채,가볍게 브레 스를 발사했다. 그러면서도 트리플 캐스팅을 하여 바닥에서는 죽음의 나무를 소환하고,사방에서 무형의 채찍을 만들어 스피루나의 몸을 옥 죄였으며 마지막으로 영혼 자체에 타격을 입히는 금지된 주술까지 날 렸다.
다른 마법사들은 단 하나만 보아도 제발 전수해 달라며 무릎을 꿇고 빌 법한 굉장한 마법들의 향연.
천영은 절대로 평범한 마법을 구사 하지 않는다. 하나를 사용하더라도 제대로 된 아주 효과적인 마법만을
골라서 사용했다.
수많은 일대일 전투 감각이 깨어난 다.
천영은 강한 자를 상대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그리픈에 온 뒤로 천 영은 너무나도 강했었다. 그래서 그 재능과 경험을 살릴 길이 없었다. 허나,그는 원래 약자였다.
약자의 입장에서 수십,수백 번을 죽어가며 상대를 공략하는 법을 파 헤치고 적절한 마법을 적당한 순간 에 사용하는 법을 알았으며 어떻게 해야 약자가 강자에게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본능으로 알고 있었다.
‘이놈 드래곤 주제에 인간처럼 싸 우는■군.’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더 거슬렸다.
당장이라도 죽일 수 있을 것처럼 약한 존재였다. 허나 죽일 수가 없 었다. 상대방은 고결하고 고귀하고 위대하고 자존심 강한 드래곤일 터. 스피루나에게 있어서 그 점은 드래 곤에게 있어서 꽤나 약점이라고 생 각했다.
허나 이 어린 드래곤은 벌써부터 그 모든 약점을 극복해낸 상태였다. 절대 자만하지 않으며 스스로가 위 대하다 생각하지 않았고 오히려 추
잡하다 생각하였으며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자존심을 세우는 것 대신에 바닥을 한번이라도 더 굴렀다.
드래곤이 싸우는 것이라고 보기엔 너무나도 눈물겹고 처참한 몰골이라 서 스피루나는 더욱 열이 받을 수밖 에 없었다.
“네가 그러고도 드래곤인가?”
스피루나가 그리 물었다. 천영은 혀를 차며 웃었다.
“당연하지.”
“너는 드래곤이 아니야. 드래곤은 너처럼 자존감이 낮지 않지.”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네가 드
래곤이라도 되는 것도 아니면서.”
천영이 숨을 몰아쉬며 그리 말하 자,어째서인지 스피루나는 이를 까 득 깨물었다.
“한때는.”
“..<?,,
“한때는 용을 동경한 적도 있었 지.”
난데없는 그 말에 천영은 표정을 굳혔다. 너무나도 뜬금없는 말이었 다.
“허나 이제는 용을 동정할 뿐이다. 운명에 갇힌 채 쳇바퀴를 굴리며 살 아가는 행스터와 별 다를 바가 없
지. 넌 여기에 어째서 찾아왔지?”
“그야……
“날 죽이기 위해서겠지. 하지만 어 째서? 네가 굳이 나서서 날 죽일 필요가 있었나? 이 점에 대해 고찰 해본 적은 있나? 너는 어째서 대륙 의 기둥이 되어야만 하는 거지? 왜 희망을 부여해야만 하지?”
스피루나가 용에게 묻는다. 아주 근본적인 질문이었다. 천영조차 제 대로 고려해본적 없었던 질문. 그러 나,언제나 마음 속에 의구심을 품 고 있었던 질문.
“용은 통제받고 억압받고 있다.
‘양심’이라는 말도 안 되는 억제력 에 의해서 말이다. 그들은 본능적으 로 반드시 착한 일을 해야만 해. 무 조건 선해야만 하지. 고귀하고,고결 하고,자존심 높은 그들이지만 모든 것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악행 을 보면 반드시 저지해야만 했고, 위험에 처한 이들을 반드시 구해내 야만 했으며,세상의 기둥이 되어 단단히 서있을 필요가 있었지.”
그리고 그건 삶이 아니라 그저 끝 없는 고통의 반복일 뿐이다.
그의 말에 천영이 입을 다물었다. 스피루나는 천영이 반박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야 당연하다.
여태껏 그 어떤 드래곤도 자신의 말 에 대답하지 못했다. 동시에 스스로 의 존재에 대해 의심을 가지기 시작 한다.
스피루나는 용의 마음을 뒤흔들어 약하게 만드는 전략을 아주 효율적 으로 이용하곤 했다. 자신보다도 월 등히 강한 용을 이기기 위해서라면 어떤 방법이라도 사용할 준비가 되 어 있었다.
“……그래?”
하지만 천영이 대답하지 않은 이유 는 그런 사소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애초부터 알고 있었다.
“근데 네가 하나 모르는 게 있는 데.”
“뭐?”
“난 원래 착하지 않거든.”
짤랑.
천영이 한손을 흔들었다. 그곳에는 수많은 핀이 들려있었다.
마법 수류탄의 핀이었다.
“하도 칭얼대기에 수월했다. 원래 남 괴롭히는 게 내 취미야. 넌 그냥 죽이고 싶어서 찾아온 거고.”
“너 지금……
턱,짤칵!
뭔가가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직후 고막을 찢어버릴 듯한 굉음과 동시에 세상을 녹여버릴 듯한 열기 가 스피루나를 뒤덮었다.
“사람이 언제까지 정정당당하게 주 먹으로 싸울 거야? 치사하게 무기도 쓸 줄 알고 그래야지. 안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