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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161화 (160/219)

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161 화

42장 고양이가 생선가게를 지나칠 수는 없지

레이븐이 다시 마탑으로 귀환했을 땐 이미 사건이 종료된 이후였다. 그는 황급히 자신의 집무실로 돌아 가 정보원을 불렀다.

“제이나는?”

“귀환 중입니다.”

“그래,다치지는 않았더냐?”

“기력이 많이 약해보였지만 목숨에 지장이 갈 정도로 큰 상처는 없었습 니다.”

“나 없는 동안 별 일 없었지?”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금색 별 마탑주와의 연락을 원하고 있습니 다.”

“싹 다 보류해.”

이미 신문이 났을 정도로 큰 사건 이었다. 현재 전 세계가 이 게이트 발생 건으로 인해 떠들썩했다. 일부

사이비 종교 단체는 세계의 멸망이 다가왔다며 자신들의 종교를 믿어야 만 한다며 단체로 들고 일어나기도 했다.

물론 그런 부정적인 영향이 있는가 하면 긍정적인 면도 있었다. 사람들 은 희망을 믿었다. 게이트라는 이변 이 발생할 때마다 등장해서 그것들 을 막아주는 뛰어난 존재들을 경외 하며 ‘영웅’이라 부르기도 했다.

사람들은 영웅을 칭송하고 그들에 게 기대어 용기를 얻는다.

“일단 게이트 발생 지점 다섯 곳의 상황을 모두 보고해봐.”

정보원은 하나하나 자신이 들고 온 정보를 레이븐에게 브리핑 해주었 다. 평야 한복판에 나타난 게이트 그러나 그곳에서 대기하고 있던 삼 만의 성기사들. 그랜토리를 피해가 거의 없이 수비해낸 서천영이나 거 의 몰살 직전까지 갔음에도 불구하 고 사람들을 이끌어 도시를 구해내 고 게이트를 봉인해낸 로서진의 이 야기까지 총 네 군데의 이야기를 모 두 마쳤다.

“……거기에 웨지스턴이 있었다 고?”

“예,틀림없습니다.”

로서진은 몰라도,제이나는 웨지스 턴을 알아봤을 것이다. 제이나가 절 대로 웨지스턴 같은 월척을 가만히 내버려뒀을 리는 없다.

“현장에 있던 요원 J가 접촉에 시 도를 여러 번 했습니다만…… 번번 이 무산으로 돌아간 모양입니다. 거 절 멘트가 대부분이 ‘죽여 버린다.’ 였답니다. 하여튼 살벌한 친구인 것 은 틀림없습니다.”

“후우. 적의 적은 0}군이라는 말은 현실에서 써먹기 참 힘들단 말이지. 하여튼 제이나도 힘들 겠어 그래. 그 나이 먹고 새파랗게 어린놈한테 죽인다는 말이나 듣고 다니다니.”

“……나이 이야기 꺼냈다는 사실을 요원 J가 알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겁 니다.”

“너야말로. 요원 그라는 호칭,제이 나가 끔찍하게 싫어하는 거 알잖아. 노땅냄새 난다면서.”

솔직히 말해서 지금 이 자리에 찾 아온 정보원이나 레이븐이나 ‘나이’ 혹은 ‘요원 고라는 단어를 그녀의 앞 에서 꺼낼 수는 없었다. 그것은 일 종의 금지어였으니까.

세상 두려울 것 없는 마탑주 레이

븐 조차 역린이라 불리는 ‘나이’에 관한 사실을 들은 제이나를 막을 수 가 없었다. 그는 자신의 언동에 꽤 나 조심스러운 편이었다. 꽤 많이.

“그래서 남은 한 군데는?”

“서쪽 끝자락에 위치한 국가 울라 할의 수도 룬라입니다. 게이트의 습 격을 막지 못해 완전히 침식당했습 니다.”

“……인명 피해가 엄청나겠군.”

울라할의 수도 툰라는 그 주변에만 대도시가 세 군데나 있었고 북동쪽 으로 끝없이 산맥이 이어져 있어 수 많은 야생 동물들이 살아가는 생명

의 터전이었다.

그곳에 가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자연에 의해 정화된다는 느낌을 받 는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자연의 경관이 굉장히 아름다운 장소. 그런 장소가 게이트에 의해 침식당했다.

“현재 주변 국가에서 모두 군대를 파견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 만 게이트가 열린 채 시간이 지나 면……

“아무래도 더욱 싸우기 힘들어지겠 지. 그래서 게이트는 열리자마자 막 아야해.”

레이븐은 당장 종이와 마법펜을 꺼

내 숙숙 무언가를 써내려갔다.

“이 편지를 ‘세이펌’에게 전해. 당 장 그쪽의 전장에 합류하라는 내용 이다.”

“알겠습니다.”

중앙 대륙 쪽은 발 빠른 대처로 인해 게이트에 완전히 잠식당하는 것을 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만약 그 자리에 그들이 없었더라면? 영웅 이라 칭송받는 이들이,용기가 없었 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평원은 완전히 괴물들의 본거 지가 되었을 거고 제이나가 있던 곳 도 무사하지는 못했겠지.’

도시의 멸망을 막아낸 것보다도 제 이나를 구해냈다는 점이 레이븐의 마음에 크게 와닿았다. 그는 로서진 에 관한 서류를 만지작댔다. 그녀에 게 큰 포상을 줄 생각이다.

“보너스를 줘야겠군.”

월급쟁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역 시 돈이라고 생각한 레이븐이었다.

이래서 서천영은 어딜 가든 본인의 이름을 숨기려는 것이다.

“하하하,드래곤께서 저희 도시를 수호해주시니 영광스러울 따름입니 다! 자자,한 잔 더 받으시죠.”

“시퍼런 술은 별로 입에 안 맞는 데.”

“이런! 레드 와인을 준비하도록 하 겠습니다.”

물론 그의 앞에는 흰색부터 시작해 서 알록달록한 색상의 술이 늘어서 있었지만 영 전부 입맛에 맞지 않았 다.

서천영을 자신의 저택으로 초대한 그랜토리의 시장 무르틴스는 평소에 서 꽤나 값비싼 술을 선호하는 편이

었는지 한 잔의 가격만 해도 눈이 돌아가는 어마어마한 컬렉션을 모두 꺼내서 뽐냈으나 안타깝게도 천영의 입맛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드래곤 브레스나 마시고 싶은 데…….,

마치 자랑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진 열되어있는 수백 가지의 와인들 중 그 어디에도 드래곤 브레스는 보이 지 않았다.

시장은 이 수많은 비싼 와인 중 설마 천영의 입맛에 맞는 술 하나가 없으랴 생각했겠지만. 천영은 그저 길거리에서 파는 싸구려 와인을 마 시고 싶었다.

“허허,그나저나…… 크홈흠. 미색 이 전부…… 제 눈에 감히 담는 것 이 송구스러울 정도로 아름다우시군 요.”

슬쩍 시장 옆자리에 앉아있는 그 아들내미를 쳐다본다. 20대 초중반 으로 보이는 그 청년은 금색의 머리 카락을 아주 신경 써서 꼿꼿이 세운 채였는데 이 자리에 나오기 위해 꽤 나 신경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손짓 하나하나부터 입을 움직이는 것조차 마치 계산된 것처럼 행동했 다.

‘재수 없게 생겼군.’

천영 언어를 번역하자면 잘생겼다 는 의미이다.

시장의 아들내미는 대충 바퀴벌레 랑 비슷한 느낌의 이름을 가지고 있 었다. 사실 이름도 기억이 안 날 정 도로 그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시장 아들은 어떻게든 백화 연이나 네청에게 잘 보이고 싶었는 지 평상시에 갈고 닦은 언변을 늘어 놓거나 느끼한 눈빛을 던졌으나 그 에 눈깜짝이도 하지 않을 그녀들이 었다.

심지어 시장 아들은 천영에게조차 그런 눈빛을 하곤 했다. 천영은 그 가 무슨 오해를 하고 있는지 알았으

나,별 달리 말을 하지는 않았다. -재 한 대만 쳐봐도 돼?

파트라슈도 분명 여성체일 건데, 어째서인지 저 시장 아들내미한테는 호감이 가지 않는 모양이다. 여러모 로 불쌍한 친구였다.

“신문 보셨습니까? 전 세계 각지에 서 발생한 게이트를 막은 영웅들을 칭송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들이 서 천영님의 동료들이었다는 사실이 또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과연 용 의 동료답게 대단한 분들입니다! 역 시 이번 게이트 사건 역시 모두 예

상하고 그들을 보내셨겠지요?”

세간에서는 그렇게 추측하고 있었 다. 드래곤이 또다시 위기를 모두 감지하여 자신과 함께하던 이들을 보낸 것이라고. 세상을 구원하기 위 해 자신이 직접 움직였다고. 그렇지 않고서야 난데없이 서천영이 그랜토 리에 체류하는 것이 설명되지 않았 다.

또한 이유도 없이 셀라임이 3만의 성기사를 이끌고 그런 평지로 가서 뒹굴고 있는 것이 설명되지 않았다.

그저 서천영은 모든 것을 예측했을 뿐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다. -당연히 뽀록이지.

물론 그럴 리가 없었다. 셀라임은 그저 천영이 알려준 ‘대한민국식 군 인 굴리는 방법’을 실천하기 위해 드넓은 평야로 향했을 뿐이고,천영 은 비행선이 없어서 이곳에 머물 뿐 이었다.

로서진은 천영의 논문을 발표하기 위해 그곳에 찾아갔고 하성과 백하 란은 그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함이 었을 뿐이다.

"그렇다고 칩시다."

일일이 저런 것들을 설명해봐야 멋 만 빠진다. 그래서 그냥 그렇게 생 각하도록 내버려두기로 했다.

시장은 천영을 온갖 미사여구로 칭 찬하더니 이번에는 뜬금없이 그랜토 리를 자랑하기 시작했다. 주제를 물 흐르듯이 바꾸는 것이,역시 시장직 을 가위,바위,보로 따낸 것은 아 닌 모양이다.

“그랜토리에는 볼거리가 상당히 많 습니다. 리유례나의 벚꽃 거리라고 들어보셨습니까? 그녀의 마법으로 인해 신기하게도 365일 벚꽃을 볼 수가 있거든요. 겨울에 오면 정말 좋은데 하필 지금이 늦여름이라 아

쉽게 됐습니다. 아,쿠왈타의 마지막 성소도 있습니다. 그저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 낌……

시장이 주저리주저리 떠들기 시작 했다. 천영은 반쯤 죽은 얼굴로 케 이크를 다 먹고 남은 빈 접시만 포 크로 툭툭 쳤다. 눈치가 빠른 시장 은 자신의 이야기를 천영이 별로 좋 아하지 않는단 사실을 깨달았다.

“아,혹시 이 도시에 언제까지 체 류하실 생각이십니까?”

그의 말에 천영이 고개를 들었다.

“혹시 ‘룰렌 평원’으로 가는 비행

선이 있습니까?”

“으흠. 비행선이라……

아무래도 시장 역시 마더 하피가 골칫거리란 사실을 알고 있는 모양 이다. 하지만 무려 드래곤의 부탁이 다. 고작 마더 하피 따위에 겁먹어 서 비행선을 내주지 못하겠다는 말 은 차마 할 수 없었다.

“요새 비행형 몬스터가 왕성하긴 합니다만 철저히 무장시켜서 출발하 면 문제는 없습니다.”

당연하지만 고작 룰 렌 평원 같은 오지로 가는 비행선에 무려 하피를 상대할만한 병력을 무장시키면,남

는 게 없다. 하지만 병력과 금전적 인 손해를 조금 보더라도 천영에게 잘 보이는 것이 무조건적인 이득이 라고 생각했는지 시장은 고민도 하 지 않고 흔쾌히 수락했다.

“그럼 그걸로 주세요. 최대한 빨 리.”

그렇게 해서, 천영은 지체 없이 룰 렌 평원으로 출발할 수 있게 되었 다.

“다섯 개의 게이트 중,네 군데가

즉시 봉인 당했다고?”

주황색의 신비스러우며 몽환적인 빛이 은은하게 내리고 있는 커다란 공간. 그 중심에는 낡은 의자에 착 석해있는 여인 하나가 있었다. 그녀 는 허공을 향해 말을 걸었다. 그러 자,대답이 들려왔다.

-……그렇습니다.

“과연……

그녀의 이름은 길르텐 펄 리쉬. 수 백 년을 살아온 존재이자, 일곱 다 리의 연결자를 조종하고 있는 수장 이었다.

길르텐은 자신이 쓰고 있는 가면을

어루만졌다. 아무도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없도록 가린데다가 부하들이 보고를 올릴 때조차 원격으로 받을 정도로 길르텐은 자신의 얼굴을 꽁 꽁 감추고 있었다.

-게이트를 막은 자들을 조사해봤 습니다. 전부 ‘서천영’과 관련된 자 들이라고 합니다.

“그 어린 드래곤 말이더냐?”

-예,아무래도 서천영을 만만하게 보면 안 될 것 같습니다.

허공 속 그 목소리는 길르텐에게 그렇게 말했다.

-예로부터 용은 세상에 닥칠 위험

을 감지하는 능력이 있다고 했습니 다. 비록 서천영은 아직 어린 용이 고 성숙하려면 몇 백 년은 더 걸릴 것으로 추정되지만…….

“……용이라고 해서 전부 같지는 않겠지.”

같은 인간이라도 그 능력은 천차만 별이다. 용이라고 해서 다를 건 없 다. 길르텐은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의 의도를 눈치 챘다.

“서천영이라는 어린 용이 천재라도 된다는 말이냐?”

-그렇지 않고서야 게이트 발생을 모조리 감지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내부에 스파이가 있다고 생각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스파이가 존 재했었더라면 셀라임이 3만의 성기 사를 이끌고 차린투리스 월드를 막 은 것이 설명되지 않는다.

원래 챠린투리스 월드와 연결되는 게이트는 근처에 있던 대도시로 설 정해놓았다. 하지만 챠린투리스 월 드에서 그것을 거부하고 게이트가 열리는 장소를 바꾸었다.

“그래,우리 말고도 차원학에 능숙 한 다른 세계가 있는 것은 당연하니 어쩔 수 없다.”

-지금 당장 차린투리스 월드와 다

시 연결합니까?

“아니다. 그럴 필요는 없다. 우린 그 차원과 더 이상 관련될 일이 없 을 터이니.”

게이트 4개가 모두 봉인당한 것은 꽤나 놀라운 일이었으나 사실 아무 런 상관이 없었다. 대도시에 게이트 를 풀어놓은 이유도 그저 무력이 집 중되는 장소를 조금 파괴해놓을 필 요성이 있었기 때문이지 그조차도 그저 큰 의미는 없었으니까.

게이트가 열린 것 자체에 의의가 있었다. 그게 다시 닫히든,닫히지 않든 문제는 되지 않았다.

허공에서 길르텐에게 말을 걸고 있 는 목소리의 주인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앞으로도 이렇게 진행하면 되겠 습니까?

“그래,‘그랜드 디멘션’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저런 사소한 차원들은 그 저 연결 다리에 불과하니까.”

-그럼 서천영은 어떻게 하시겠습 니까?

남자의 목소리에는 아주 살짝 적의 가 드러났다. 서천영이라는 존재가 자신들에게 위협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그를 배제하고 싶어 했다.

“서천영의 암살 시도는 지속되고 있느냐?”

-예,……허나,믿었던 그림자들이 모두 배신을 하여 어딘가로 떠나버 렸고 의뢰를 맡겼던 그룹들 역시 자 신들의 요원이 사라져서 상당히 골 치가 아픈 모양입니다.

“그래,그럼 그 의뢰를 취소하거 라.”

-알겠습니다.

남자는 그저 서천영이 너무 강력하 기 때문에 길르텐이 암살에 의미가 없을 것이라 판단하여 취소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길르텐은 그러한

이유 때문에 취소한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잠시 눈을 감았다.

“용이라……

너무나도 그리운 단어의 울림이 아 니던가. 그 단어를 입에 담을 때마 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떨려왔다.

그녀는 금색의 머리칼을 한 누군가 를 떠올렸다. 그 남자를 생각할 때 마다 눈물이 핑 돌 것만 같았다.

“레가로스…… 내가 금방 찾아갈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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