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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127화 (126/219)

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127화

이튿날 신성대회의장.

거대한 원의 형태로 생긴 테이블에 는 1〇개의 좌석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놓여 있었다. 또한 이 거대한 회의장의 가장자리에는 서기 및 참 관자들이 착석해 있었고 각각의 모 서리에는 각 교단의 성기사가 제복 을 입은 채 우두커니 서 있었다.

10개의 좌석 그러나 1개의 좌석은 공석이었다. 칼라할 교단의 성녀좌

석이었다.

“칼라할 교단의 성녀는 오늘 불참 하였습니까?”

성녀 중 한 명의 물음에 리우펠리 우스가 무슨 소리냐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저희 교단에는 아직 성녀가 없습 니다.”

“……그렇다면 어제 보았던 그 아 이는 누구란 말이요?”

하에안 교단의 교황 말베슨이 묻자 리우펠리우스가 고개를 저었다.

“저희 교단의……

거기까지 말한 다음 리우펠리우스 는 말을 삼켰다.

그는 어젯밤 난데없이 자신을 찾아 온 유니콘에게 뒤늦게 이야기를 전 해 들었다. 인간들에게 절대 쉽사리 고개를 숙이지 않는 그 신성스러운 생명체는 교황에게 고개를 숙여 진 심으로 사죄했다. 자신의 부탁으로 인해,그대들의 구원자는 지금 머나 먼 타지로 그리픈을 보호하기 위해 떠났다고.

하지만 리우펠리우스는 유니콘도, 천영도 원망하지 않았다. 아니,오히 려 천영이 자신들을 제쳐두고 해야 만 할 일을 하기 위해 떠나가서 다

행이라고 생각했다. 자신들이 숭배 하는 드래곤이 시간을 내서 이 신성 대회의장까지 직접 찾아와준 것만으 로도 이미 감사할 일이다. 거기에 자신의 원하는 바람을 모두 드래곤 이 채워주길 바라는 것은 그저 욕심 이다.

당시 자신을 찾아온 유니콘에게 리 우펠리우스가 말했다.

‘드래곤이란 본디 이 세상을 수호 하고 또한 희망을 부여하기 위해 나 타나는 존재.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일분일초라도 아까운 분의 소중한 시간을 저 같은 것이 감히 빼앗은 것만으로도 이미 송구스러운 일이지

요. 지금이라도 서천영 님께서 세상 을 구원하는 일을 하러 떠나셔서 저 도 마음이 편할 따름입니다.’

그 말에 유니콘의 표정이 굉장히 미묘해졌지만 리우펠리우스는 눈치 채지 못했다.

“홈홈,대답하기 싫으신 모양이니 넘어가도록 하지요.”

다른 교황들은 구태여 칼라할 교단 의 성녀에 대해 캐묻지 않았다. 오 히려 성녀가 이 자리에 참석했으면 더 곤란할 뻔했다. 성녀가 없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교단의 힘이 상당 히 약해졌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기도 하니까.

하지만 어쩐지 그들의 표정에 아쉬 움이 섞였다. 이 자리에 천영이 참 석하면 그들에게 있어서 상당히 곤 란한 일이 되었을 것을 알고 있음에 도 불구하고 어쩐지 한 번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버린 것이다. 비록 교황들은 티를 내지 않았지만 성녀 들은 표정을 제대로 숨기지 못해 아 쉬우면서도 다행이라는 모순된 감정 을 얼굴로 그대로 드러냈다.

리우펠리우스는 그런 그들을 보며 그저 웃을 뿐이다.

회의가 시작되고 각 교단의 교황들 은 의례적인 말을 꺼냈다.

“서남 만리자카 연합국에서는 한 시간에 9명의 아이가 굶어 죽고 있 소. 그들을 구제할 방안을 생각해왔 으니 이것의 의견에 대해 여쯤고 싶 소.”

“오호라. 5개의 교단이 모두 구호 활동을 하러 간다면 아주 좋을 것 같소.”

“각 교단에서는 신성기사 시험의 난이도를 낮춰야한다고 봅니다. 여 태까지의 성기사는 그저 기사 지망 생들에게 꿈이나 다름없었고 너무나 도 높은 장벽을 가진 나머지 많은 지망생들이 신을 믿으면서도 포기하 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물이 흐려질까 걱정 이오."

“그건 문제없소. 오히려 더욱 신앙 심 깊은 자들을 선별할 수 있는 방 법을 생각해뒀소. 기사 시험해서 가 장 중요한 과목인 무기술과 전술의 난이도를 낮추고 대신 신앙심을 더 욱 높게 평가하는 것이오. 성기사에 게는 무기술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도 신앙심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보 여줄 수 있지요.”

“마법사 연합에서 마탑과의 교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달라는 전언이 있었습니다.”

“흐음,4년 전 이후로 처음이지

요.”

“신조차도 과학과 마법으로 탐구하 려 하는 그 오만한 자들과 교류를 하란 말입니까?”

“저는 반대합니다.”

교황들의 토론은 매번 하던 것들과 비슷했다. 가엾은 자들에게 구원을, 죄를 지은 자들에게 천벌을. 전 대 륙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 다 섯 교단의 모임은 어찌 보면 금색 별 마탑보다도 그 장악력이 더 넓다 고 볼 수도 있었다. 금색 별 마탑은 그저 존재하는 것으로 규율이 무너

지지 않도록 버티는 기둥이라면,다 섯 교단은 이 세상의 사람들이 서있 을 수 있게 해주는 받침대였다.

대륙의 모든 자들에게 영향을 끼치 기에 빠질 수 없는 주제가 하나 있 었다.

“……‘넥스트’ 출신 사제들에 대해 서는 어떻게 생각하시오?”

그 주제가 나오자 교황들은 말할 것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받아들일 수 없소.”

“그렇습니다.”

“그들은 이단이나 다름없는 존재 들. 용납할 수 없지요.”

그것은 다섯 교단의 자존심이나 마 찬가지였다. 다른 차원에서 나타난 수천 명의 신성력을 다루는 자들. 하지만 그들은 신을 믿지 않는다. 그것이 사람들에게 어떤 식으로 인 식될 것인가. 신을 믿지 않고서도 신성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존재는 여 태 그리픈에서 성자와 성녀뿐이었 다.

하지만 그들은 극소수였고 그들의 ‘재능’을 알아본 교단에서 직접 파 견을 나가 신에게 직접 선택받았기 때문에 신성력을 사용할 수 있는 것 이라고 알린 다음 데려와서 교육시 킨다.

현 자리에 있는 4명의 성녀 또한 그런 식으로 데려온 것이다. 그녀들 은 애초에 신을 믿지 않았다. 하지 만 강렬한 신념,무언가에 대한 믿 음만으로 신성력을 개화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수천 명이나 있다면? 사람들은 교단의 신을 의심 하게 될 터이다. 그렇기에 교단은 판단한다. 그들은 이단이라고. 존재 하지 않는 또 다른 신을 숭배하고 있다고. 그렇게 얻은 ‘가짜’ 힘의 말 로는 결국 나락으로 떨어질 뿐이라 고,

허나.”

거의 만장일치로 넥스터들을 내치 자는 의견이 또다시 내세워질 때, 단 한 사람만이 반대했다. 칼라할 교단의 리우펠리우스였다.

“그들은 단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하 지 않습니다. 그들을 직접 보았습니 까? 넥스트에서 찾아온 사제들 역시 우리들 못지않게 강한 신념을 가지 고 있습니다. 또한 그들 역시 우리 들의 신을 믿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습니다.”

리우펠리우스는 실제로 안시르엘이 라는 여자를 만나보았다. 그리고 그 녀와 함께하던 수많은 사제들 역시. 그들의 눈빛을 아직까지 잊을 수 없

다. 무언가에 대한 강렬한 믿음. 남 을 돕고자 하는 그 선한 마음가짐. 그들의 신성력은 ‘진짜’였고,그러한 사실을 알기 때문에 리우펠리우스는 그들을 이단이라고 치부할 수 없었 다.

하지만 그들을 보지 못한 다른 교 황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기레알-희릴 교의 교황 기루지네 스가 입을 열었다.

“그 ‘이단’ 집단의 우두머리가 누 군지나 아시오? 고작해야 20대의 여인일 뿐이오. 그리고 그 여자를 수호하는 성기사에 대해서도 들었겠 지.”

이름 없는 종교 집단을 이끄는 여 인,한때 다른 차원에서는 ‘성녀’라 고도 불렸던 여자 ‘안시르엘’에게는 언제나 수호 성기사가 따라다닌다.

그녀의 이름은 셀라임.

빛을 잃어버린 성기사이다.

“신성력을 잃었다는 것은 즉,자신 의 신념을 저버렸다는 것. 그런 자 를 성기사람시고 데리고 다니는 그 집단을 두둔할 수는 없소,리우펠리 우스.”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이야기이지 만, 교황들의 정보 수집력은 아주 뛰어났기에 전해들을 수 있었다. 신

성력을 잃은 성기사 셀라임. 그녀는 어떠한 이유로 신성력을 모조리 잃 었고,그것은 곧 자신의 신념을 저 버렸다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리 고 성직자들에게 있어서 신념을 저 버리는 것은 이 세상에서 가장 부끄 러운 일이었다.

리우펠리우스는 짧게 웃음을 터뜨 렸다.

“무릇,누군가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는 한쪽만 보고 평해서는 안 되는 법이오. 그 자의 모든 면을 아울러 서 봐야지 그래서야 쓰겠소?”

“제가 한쪽 면만 본다니 그게

리우펠리우스는 기루지네스의 말을 끊었다.

“그녀는 사람을 죽였소.”

“허어.”

“그게 무슨……

성직자들이 가장 해서는 안 되는 일이 한 가지 존재한다. 그것은 죄 없는 자를 살생하지 않는 것. 무고 한 살인은 성직자가 저지르는 수많 은 죄들 중에서 가장 지독하고 잔악 한 죄였고 그것을 저지르는 순간 성 직자는 타락하고 만다.

“그렇게 끔찍할 수가……

하지만 리우펠리우스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녀는 사람을 죽였소. 한 사람을 죽임으로써,백 명의 사람을 구하기 위해.”

그것은 오래된 이야기이다. 그것은 안시르엘도 알지 못하는 이야기이 며,서천영 또한 알지 못하는 이야 기이다.

넥스트에서 그리픈으로 막 도착해 셀라임이 자신과 가장 친했던 동료 인 안시르엘과 합류하기 이전의 이 야기. 그 누구에게도 이야기 하지 않았던 것 셀라임은 그것을 교황 리

우펠리우스에게 울면서 내뱉었다.

“깊은 숲속,작은 마을이었소.”

넥스터들이 그리픈에 떨어지는 장 소는 랜덤이다. 도시에 떨어지는 사 람도 있었고 오지에 떨어지는 사람 도 있었으며 정신을 차려보니 바다 에 둥둥 떠 있었다는 사람도 있었고 절벽에 걸려있었다는 사람도 있었 다.

셀라임은 운이 좋은 편이었다. 숲 속에 있는 작은 마을에 떨어진 셀라 임은 짧은 며칠 간 새로운 세상에 적응을 하기도 전에 낯선 이들에게 너무나도 많은 사랑과 정을 받아버 렸다.

그녀는 어렸을 때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혼자 살았다고 한다. 셀라임 에게 남은 것은 부모님이 남겨준 거 액의 금액 뿐. 사촌들은 그녀에게 돈을 원했고 주변인들도 돈을 원했 으며 낯선 이들조차 찾아와 돈을 관 리해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람 들은 그녀를 원하지 않았다. 그렇기 에,그녀는 애써 밝은 티를 내며 세 상을 마주했다. 자신을 봐달라며.

그런 셀라임에게 ‘정’이라는 것은 소설이나 드라마 속에서나 존재하는 그저 망상에 불과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그리 픈에 도착하자 그토록 사무치던 정

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돈 도 없고 그녀에게서 얻을 것도 없었 다. 그럼에도 그 깊은 숲속 작은 마 을 만난 여인은 셀라임에게 마치 여 태 느껴보지 못한 ‘부모의 정’을 모 조리 쏟아부어주겠다는 듯 아낌없이 사랑을 퍼부었다. 마을 사람들 또한 그녀를 사랑했다. 그녀는 그것이 눈 물 나도록 고마웠고 또한 보답하기 를 원했다.

그러나.

“세상은 참으로 가혹하더군.”

숲속에는 작은 마을만 존재하는 것 이 아니었다. 어디선가 이주해온 산 적들은 그 작은 마을을 표적으로 삼

았다는 이야기는 정말 동화책에도 쓰기 미안할 정도로 흔한 클리셰였 다. 하지만 그것은 셀라임에게 닥친 냉혹한 현실이었다.

그녀는 강했다. 넥스트에서 건너온 300레벨의 성기사로서 몇 십에 해 당하는 산적쯤이야 얼마든지 쉽게 상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세상을 몰랐다. 산적들은 비록 약했지만 지독하게 살아남는 법을 아는 사회악이었다.

그들이 하는 선택은 뻔 하게도 인 질을 잡는 것.

그리고 그들이 잡은 인질은 잔혹하

게도 셀라임을 처음으로 자식처럼 대해준 여인이었다.

인질이 잡힌 이상 셀라임은 음직일 수 없다. 산적들은 셀라임이 인질 하나에 움직일 수 없게 되자,자신 들이 방금 전까지 당하던 것은 생각 치도 않고 아예 마을 사람들 모두를 잡아가려고 했다. 셀라임은 선택해 야만 했다.

인질을 포기하고 마을 사람들을 구 해낼 것인가,모조리 포기해버리고 그녀를 스스로의 선택으로 죽게 두 지 않았다는 자기위로에 빠져 ‘죄책 감’ 덜어낼 것인가.

고민은 길지 않았다.

그날 셀라임은 신념을 잃었고,마 을에서 죽은 이는 단 한명 뿐이었 다.

“커흠.”

“흠……

리우펠리우스의 긴 이야기가 끝나 자 교황들이 서로의 눈치만 보며 헛 기침을 해댔다. 설마 그런 사연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하고 앞 다뤄 비판만 할 뿐이었다. 굳이 깊게 생 각할 필요도 없었다. 사실 넥스트 줄신 성직자들 역시 그들과 별반 다 르지 않았다. 비록 같은 신을 모시 고 있지 않을 뿐 신념도,선행도 그

모든 것이 비슷했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그들의 자존 심이 용납하지 못했다.

잠시 간의 정적.

리우펠리우스의 말을 마지막으로 한동안 고요했던 그 침묵을 깬 것은 다른 교황의 목소리였다.

쿵!

테이블을 내려친 늙은 교황 한 명 이 외쳤다.

“그런 사연과 그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른 문제요.”

“뭐가 다르오?”

“그런 인간 극장 같은 사연 하나만 듣고서,지금 신을 믿지도 않는 불 경스러운 자들에게 우리들의 신을 믿게 하라는 말이오?”

그 말에 리우펠리우스가 웃었다.

“지금도 그러고 있지 않소? 다섯 교단에는 매년 수백에서 수천 명씩 새로운 신도들이 신의 존재를 깨우 치는 것을 받아들입니다.”

“그것과 이 건은 다르지요.”

“뭐가 다르더랍니까? 그들은 한 명 한 명이 이 자리에 있는 4명의 성 녀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신을 믿기 전 신성력을 개화했을 뿐이지요. 그

토록 재능 있는 자들이 이 대륙에 그만큼이나 넘어온 것은 어찌 보면 축복이나 다름없지 않겠습니까?”

그래,축복일 수도 있다. 대륙이 혼란스럽고 사제가 정말 급한 시기 라면. 하지만 지금은 평화에 찌들어 버린 시대였고,교단에서는 그런 타 차원의 사제들이 별로 아쉽지 않았 다.

‘큰일이로다. 이토록이나 사람을 의심하는 눈빛만 날카로워지고 타인 의 마음을 담는 가슴이 좁아진 자들 을 어찌 신의 자식이라 칭하겠는 가.’

리우펠리우스는 안시르엘과 만나봤

기에 알고 있었다. 그녀는 이 자리 에 있는 4명의 성녀를 전부 합친 것보다도 더욱 많은 신성력을 보유 하고 있었다. 또한 그녀가 이끌던 사제들 역시 어떠한가. 한 명,한 명이 고위신관급 신성력을 가지고 있었다. 비록 말투가 거칠고 행동이 되바라지긴 했지만 마음씀씀이 하나 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 다.

리우펠리우스가 말을 끝마치자 잠 시 정적이 감돌았다. 이내 교황 한 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 잘 들었소. 하지만 저 역 시도 의견은 같소. 그들을 받아들일

수는 없소.”

“……그렇군.”

당연히 5명이 모인 만큼 모든 일 은 과반수로 처리된다. 넥스터 사제 를 받아들이는 일은 찬성 1표,반대 4표로 무효일 것이다. 하지만 투표 를 하기도 전에 그들은 이미 이 사 안에 대해서는 볼 것도 없다는 듯 그렇게 못 박았다. 잠시간 교황 리 우펠리우스의 눈빛과 기백에 짓눌렸 던 다른 4명의 교황들은 이내 그랬 다는 사실 자체가 부끄럽고 자존심 이 상했는지 더욱 공격적으로 돌변 했다.

“그들을 받아들인다고 칩시다. 그

럼 어느 교단에서 그들을 받을 것이 오? 난데없이 나타난 신성력만 괴물 처럼 보유하고 있는 그 이방인들 을?”

분명 큰 혼란이 태풍처럼 발생할 것이다. 어지간한 고위 신관급의 신 성력을 넥스터들에겐 어린 소년과 소녀마저도 가질 수 있을 정도로 흔 했다.

교황급은 아니어도 그 바로 아랫단 계의 신성력을 가진 이들도 즐비해 있었다. 그런 그들을 대체 어떻게 받아들이고 관리한단 말인가? 새로 운 교단을 세우게 둘 수는 없으니 결국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선택지밖

에 없는데 4대 교단에서는 그런 선 택을 하기는 죽어도 싫었다.

‘뻔한 노인네들이군. 잡은 밥그릇 은 절대 놓지 않겠다고 짖어대는 모 습이 퍽 개새끼와도 같구나.’

신성력이 높은 교황이 힘이 센 것 이 아니라 정치를 잘 하는 교황의 힘이 세다. 마찬가지로 고위 신관들 역시 정치를 잘해야만 높은 직책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런 그들을 고작 이방인들 때문에 물릴 수는 없으니 결국 거부해야만 할 것이다.

그렇기에 리우펠리우스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궁지에 몰리게 되어 결 국 말한다.

“……칼라할 교단에서 전부 받아들 이겠소.”

그 말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이다. 4대 교단과 척을 져서라도 넥스터들 을 내칠 수는 없겠다고 리우펠리우 스는 지금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리우펠리우스는 자 신이 이런 주장을 했을 때 4대 교 단에서 어떻게 나올지도 이미 예상 하고 있었다.

“지금 칼라할 교단에서 그런 말을 할 힘이 있다고 생각하시오?”

썬 제스트 교단의 교황 모클제나의 그 싸늘한 말에 대회의장에 차갑고

날카로운 칼바람이 휘몰아치는 듯한 냉랭한 느낌이 일었다.

5대 교단은 모두 동등하다. 감히 서로에게 ‘힘’이니 ‘권력’이니 언급 할 수 없고 서로를 존중해줘야 마땅 하다. 그렇기에 물 밑에서 칼라할 교단을 깎아 내리던 4대 교단은 단 한 번도 수면 위에서는 직접적인 지 적을 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처음으로 ‘눈에 보이는 공격’이 시 도되었고 그것은 성공적으로 먹힌 듯 보였다.

한 명이 먼저 도화선에 불을 붙이 자 다른 교황들 역시 너도나도 이야 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리우펠리우스,지금 당신은 이방 인들 걱정할 때가 아닌 것 같소.”

“마지막 드래곤이 사라진 뒤 천 년 이라는 세월이 지났습니다. 그들은 이 세상에서 영영 발자취를 감추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그들이 남겨 둔 유물 또한 모두 빛을 잃은 지 오래됐지. 그러한 상황에서 용을 승 배하는 교단에게 존재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까?”

맞는 말이었다. 용의 성물은 모조 리 힘을 잃어버렸으며 또한 세상 여 기저기에 흩어진 그것들은 도저히 인간의 힘으로는 찾을 수가 없었고 용의 흔적은 아예 말끔히 지워졌다.

그에 비해 4대 교단의 성물은 여전 히 신성력을 잃지 않은 채 건재했으 며,지금도 역사 속에서 신들이 존 재했었다는 고대 문헌이 지속적으로 발굴되고 있었다.

“리우펠리우스. 그 총명하던 눈빛 이 흐려지고 판단력이 흐트러진 것 은 안타깝게 생각하오. 그러나……

단단하게 쐐기를 박는다.

“이제 슬슬 은퇴를 할 때라 생각되

오.”

5대 교단은 서로의 신을 부정할 수 없다. 아무리 각자의 신이 유일 한 신앙이라고 믿는 그들일지라도,

그것만큼은 절대로 해선 안 된다. 하지만 4대 교단은 지금 ‘드래곤’의 존재 자체를 부정한다. 그것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또한 그것을 믿 는 교단의 의미가 사라졌다고 말한 다.

“리우펠리우스,더 이상 드래곤은 없소.”

그렇게 말하며. 4명이 모여 한 사 람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놓은 채, 급소만을 남겨둔 그들은 한 발자국 물러난다. 비록 지금은 공격을 하고 있지만 여태까지 함께 해왔기에. 마 지막 예우를 차려준다는 것처럼.

“……이번 삼대월식 때 오랜 예언

이 이행되기를 진심으로 빌겠소.”

그 말을 마지막으로 4대 교단의 교황과 성녀들이 모두 일어났다. 서 기관과 관리자들 역시 퇴장하고 마 지막까지 대회의장에 남은 사람은 칼라할 교단의 교황 리우펠리우스 단 한명 뿐이었다.

리우펠리우스는 한참이나 그 자리 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그렇게 이윽고.

“하하하!”

리우펠리우스가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 웃음소리를 들은 자는 아 무도 없었다. 공허한 웃음소리는 그

저 적막한 대회의장의 새하얀 벽을 때릴 뿐이었다.

그는 그 자리에서 한참이나 웃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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