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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122화 (121/219)

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122화

30장 용을 모시는 신전

북대륙,아이올피아 지방에는 하나 의 신화가 전해져 내려온다.

‘약속된 자가 찾아오는 날,용의 선물이 깨어날 것이다.’

용의 유물이 잠들어있다는 그 전설 에 천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수많

은 탐험가들이 아이을피아 지방을 탐험했다. 우거진 정글,창공을 날아 다니는 요새,지하 깊숙이 잠들어있 는 유적,문명의 꽃을 피웠던 멸망 한 도시까지.

하지만 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누구도 용의 선물,즉 천 년 전의 유물을 찾았다는 이야기가 들려오지 못했다. 결국 전설은 그저 전설로 치부될 뿐이었고 현대에 이르러서는 그 용의 선물은 어린이 동화책에나 나올 법한 우스갯소리일 뿐이다.

아이올피아 지방 북서쪽 분지.

람테르필 숲의 깊숙한 곳 어딘가.

그곳에는 황금색 용 문양이 새겨진 갑옷을 입은 기사 2명과 후미에서 따라오는 100여명의 병사들이 숲을 헤쳐가고 있었다.

습하고 덥고 험하고 심지어는 대형 몬스터까지 출몰하는 이 숲은 한 번 들어가면 절대로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한 지역이라 ‘금역’으로 정해진 곳이었건만 이 인원들은 그 런 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듯 살짝 지친 얼굴일 뿐 그 누구도 상 처입거나 힘들어 보이지 않았다.

선두에서 걷고 있던 마그아티온 제

국의 3황자 호셈블이 살짝 지쳤다는 둣 중얼거렸다.

“형님,정말 이쪽이 맞습니까?”

그러자 2황자 러셸 리가 무뚝뚝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틀림없다.”

누군가가 들으면 ‘네가 애야? 아직 도 그런 전설이나 쫓게.’라며 비웃 을 이야기. 국가 관계자가 보면 체 통을 지켜달라며 애원할 이야기. 아 무도 믿지 않을 용의 선물에 관한 이야기.

2황자 러셀 리가 직접 이 머나먼 타지까지 기사들을 이끌고 나온 이

유는 단 하나. 천 년 전부터 찾고 있던 ‘용의 선물’에 관한 소식을 지 금에 이르러서야 파악했다는 정보 하나뿐이었다. 정확한 것은 없다. 자 세한 내막 또한 없다. 그저 ‘용의 선물이 람테르필 유적지에 실존한 다.’라는 정보 단 하나만을 믿은 채 러셀 리는 이곳까지 찾아왔다.

당연하지만 람테르필 유적지의 존 재 또한 미신이다. 그저 전설 속의 유적지. 천 년 전,찬란하고 위대했 던 대도시 람테르필은 용이 사라지 는 순간 함께 자취를 감추었다. 그 뒤로 수많은 탐험가들이 나섰지만 그 누구도 찾지 못했던 것을 간신히

찾았다는 정보가 러셀 리의 귀에 들 려온 것이다.

아직까지는 극비 사항이다. 아는 사람 또한 굉장히 적다. 그렇기에, 러셀 리는 자신이 직접 나서서 용의 선물을 찾아갈 생각이다.

이유는 단 하나.

천 년 전,마그아티온 제국을 건국 했던 영웅 리오폰드 3세가 바로 ‘드 래곤의 가호’를 받던 인물이기 때문 이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는 더 이 상 찾을 수 없게 된 ‘용의 선물’은 드래곤의 가호를 그리워하는 현 제 국에게 있어서 그것은 계승권을 강 력하게 주장할 수 있는 일종의 무기

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어째서 지금에 와서 용의 선물이 갑작스레 깨어난 것인지는 알 수 없 다. 다만 그것을 손에 넣어야 만이 러셀 리가 황제가 될 수 있다.

그런 이유 하나 때문에 모든 일을 내던지고서 직접 여기까지 찾아온 것이다.

“하유,더워 뒤지겠네!”

비록 어떻게 알았는지는 몰라도 자 신의 동생까지 따라와 버렸지만.

러셀 리는 묵묵히 걸어가며 생각했 다. 겉보기에는 방정맞고 불량스러

우며 매사에 관심이 없어 보이는 이 귀차니즘 동생이 자신을 따라온 이 유를.

‘……아무리 생각해도 하나밖에 없 군.’

그저 말없이 정면을 응시한다. 호 셈블은 본인이 직접 따라온 주제에 지금도 온갖 불평불만을 하며 기사 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지만 러셀 리는 그 모습조차 그저 광대가 가면을 쓰고 있다는 생각밖에는 들 지 않았다. 그의 속내에 시커먼 어 둠이 있다는 사실은 러셀 리가 누구 보다 잘 알고 있으니까.

“서두르지.”

러셀 리가 발걸음을 빨리 하자 호 셈블이 더욱 더 짜증을 부린다. 기 사들은 물론 러셀 리 또한 그런 호 셈블의 불평을 애써 무시한다. 지금 은 저런 투정을 받아줄 때가 아니 다.

‘네가 무슨 수를 쓰려는 건지는 몰 라도 그렇게는 안 된다 동생아:

드높이 솟은 15개의 흰색 첨탑 그 리고 그 위에서 울부짖는 15마리의 드래곤들. 그 첨탑을 중심으로 하여

새하얗고 황금빛에 푸르며 붉은기를 띠고 있는 신전이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그 신전으로부터 사방으로 거대한 대도시가 펼쳐진다.

“나는 신전이라기에 그리스 신전 같은 거 상상했는데 말이야.”

천영이 그렇게 말하자 백화연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나 어마어 마한 규모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신전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는 누 구도 관리하지 않아 반파되고 녹슬 었으며 그 규모도 그저 저택만한 크 기였지만 이 ‘칼라할 신전’은 그 차 원이 남달랐다.

최초로 역사에 기록된 드래곤,칼

라할의 이름을 따서 만든 이 교단의 신전은 어지간한 제국의 성 만큼이 나 큰 규모에 또한 도시의 규모조차 대도시를 훌쩍 뛰어넘는다.

그렇다. 이곳은 신전이다. 그것도 용을 모시는 신전. 게다가 그 규모 가 굉장히 어마어마하다.

“드래곤을 모시는 신전이라기에 한 번쯤 와보고는 싶었지.”

파트라슈는 정신없이 칼라할 신전 의 주변으로 펼쳐진 도시 ‘흘렘’을 둘러보았다. 그녀의 눈빛이 어쩐지 굉장하게 반짝였다.

-세상에…… 전대 주인이 이 광경

을 보면 뭐라고 할까•

“전대? 아,레가로스가 네 전대 주 인이었겠네.”

전설의 영웅 리오폰드 3세를 비호 했던 골드 드래곤 레가로스. 그들은 힘을 합쳐 이 세상을 구해냈고,마 그아티온 제국을 건국했다. 그와 함 께 생겨난 신전이 바로 이곳 칼라할 신전이다.

사방에 드래곤 장식품들이 널려 있 었다. 드래곤 막대 사탕,드래곤 인 형,드래곤 석상,드래곤 모양 케이 크에 드래곤 모양 스테이크까지. 우 동에도 드래곤 캐릭터가 들어가며 집 곳곳에는 드래곤 깃발이 꽂혀 있

었고 그 어디에도 드래곤과 관련되 지 않은 것을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 였다.

“헌데…… 용을 모셔서 신성력을 얻을 수 있는 건가?”

백화연이 그런 의문을 가지자 천영 은 피식 웃었다. 아직 이 여자는 세 상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날}긴 그리픈에 오고 나서 1년 내 내 속세와 떨어져 살았으니까.’

“그리픈의 사제들도 넥스터들과 똑 같아.”

“그 말은……

“응, 신을 믿기에 신성력이 생기는

게 아니라 그저 무언가를 ‘믿는다.’ 는 그 마음가짐으로 신성력이 생기 는 거야. 선한 마음으로 무언가를 숭배하며 자기 자신을 갈고 닦으며 스스로가 믿는 것을 믿어주는 것. 그게 신성력이 생성되는 조건이지.”

분명 게임 넥스트에도 교단이 있긴 했었다. 하지만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 중 신을 정말로 믿는 사람 은 드물었다. 하지만 그들이 신성력 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 그저 무언 가를 믿는다는 마음 하나 때문이었 다.

“그래도 대부분의 사제들은 교단에 속해있어. 신을 믿는 것만이 신성력

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인 이유 가 그런 ‘믿음’이라는 가르침을 줄 수 있는 곳이 교단밖에는 없거든. 스스로의 신념 하나로 무언가를 믿 는 것은 정말 힘들지.”

그렇다. 굳이 신이 아니어도 문제 는 없다. 자기 자신을 믿어도 신성 력이 생길 수도 있고 평범하게 아버 지를 믿어도 신성력이 생길 수도 있 다. 그런 경우는 아주 특별한 일이 라 ‘성녀’나 ‘성자’라며 모셔갈 정도 로 드물긴 했지만.

-뭔가 감회가 새로워…… 어흐흑.

파트라슈가 눈물을 훔쳤다. 비록 그녀의 기억은 아주 오래 전 기억부

터 천천히 지워지고 리셋되었지만 가장 최근의 일이었던 레가로스의 일만큼은 아직까지도 기억이 남아있 는 모양이다.

-레가로스가 이 광경을 봤으면 좋 겠어…….

비록 레가로스 덕분에 생겨난 신전 이긴 하지만 사방을 둘러보면 꼭 골 드 드래곤의 캐릭터만 있는 것은 아 니었다. 동양풍의 뱀처럼 생긴 용의 형상을 그리는 화가도 있었고,여의 주를 물고 있는 초록색 용으로 과자 를 굽는 이도 있었다.

천영은 드래곤 사탕을 하나 구입했 다. 왠지 검은색에 금색 뿔을 가지

고 있어서 굉장히 먹기가 찜찜했다. “이거 꼭 나 먹는 거 같아.”

“맛있겠네.”

천영은 백화연에게 그것을 줬다.

“먹을래?”

“응.”

그러자 맛있게도 잘 받아먹는다.

시장을 돌아다니며 천영은 여러 간 식거리를 사들였다. 마침 출출하기 도 했고,이런 대도시가 신기하기도 했으니까. 돌아가면서 백하란이나 하성,로서진에게 줄 기념품도 샀다.

그것은 파트라슈의 추천대로 서천영 과 똑 닮은 드래곤 형상의 인형이었 다. 왜 그런 선물을 주라는지 모르 겠으나 하여튼 그러라니까 그냥 그 렇게 했다.

인형을 구입하고 돌아서려는데 왠 지 인형장수가 한숨을 푹 내쉰다. 하지만 크게 신경 쓸 일이 아니기에 그냥 돌아섰다. 관심을 주지는 않았 지만 말소리가 들려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나저나 요새 어떡한대요.”

“그러게 말이야…… 자꾸 그 교단 에서……

“예언이 정말……

하지만 이내 그 소리는 묻혔다.

파트라슈는 잔뜩 흥분한 얼굴로 외 쳤다.

一주인! 여기 교황을 만나러 가자!

“……만나러 가긴 해야지.”

그래, 만나러 가긴 해야 한다.

천영은 잔뜩 귀찮다는 둣 막내 드 래곤 사탕을 우물거리며 신전을 올 려다보았다.

“하필이면 용의 큐브를 이곳에서 보관하고 있을 건 뭐람……

청색 멜빵바지의 주머니에 손을 꽂

아 넣은 채 신전을 을려다보던 천영 은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이내 고 개를 젓는다. 여기서 고민해봐야 뭐 하나. 직접 만나봐야지.

하는 수 없이 천영은 백화연을 데 리고 터덜터덜 신전으로 접근했다. 그곳으로 다가가기까지는 수많은 경 비를 통과해야만 했다.

드래곤이 자취를 감춘 지 벌써 천 년이나 지났지만 그들의 신념은 메 마를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매 년 수많은 신도들이 새로이 가입했으며 그 위세 또한 대륙의 5대 교단답게 굉장했으나 천영은 뭔가가 찜찜했 다.

금색 별 마탑의 마법사,서천영이 손님으로 찾아왔다는 말에 교황은 직접 시간을 내어주기로 했다. 새하 얀 바탕에 금색의 용무늬가 수놓아 져 있는 사제복을 입은 남자가 천영 과 화연을 안내했다.

“하하,금색 별 마탑분께서 찾아오 신 적은 정말 드뭅니다. 마법사가 이쪽 지방에서는 흔치 않거든요. 마 탑 지부도 몇 개 없고요.”

“그래도 방위 시설에는 문제가 없

나요?”

“당연하죠. 금색 별 마탑과의 동맹 관계를 구축한 덕분입니다. 거기에 저희 성기사들 또한 만만찮습니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자들이 몰려들 어,나이트의 자격증을 가진 젊은이 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대단하네요.”

그러고 보면 교단에 소속된 성기사 가 나이트의 자격증을 따내는 경우 가 꽤나 잦은 일이라고 들었다. ‘신 념’을 가진 이들이 미친 둣이 수행 이 몰두할 때마다 체내에 신성력이 그 믿음에 비례하여 아주 자연스레 쌓임과 동시에 성취감이 파도처럼

솟구치기 때문. 본인의 믿음에 따라 강해지니,이 얼마나 편리한 시스템 이란 말인가.

‘비록 그 신념을 잃는 순간…… 타 락하고 모든 힘을 잃어버리겠지만.’

사제는 제일 안쪽의 응접실까지 천 영을 데려갔다.

“이쪽에서 기다려주시면 됩니다. 헌데 어쩐 일로 찾아왔는지 여쭤 봐 도 되겠습니까?”

은근 친밀도가 있는 남자였다. 본 래라면 귀중한 손님에게 이런 질문 을 하지는 않겠지만 이런저런 대화 를 나누며 천영과 친해졌기 때문인

지 사제는 스스럼없이 그런 것을 물 었다. 그에 천영 또한 답했다.

“예,용의 성물을 가지러 왔습니 다.”

“……예?”

잘못 들었다는 둣,사제가 되묻자 천영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러자 사제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 더니,이내 입을 꾹 다물어버렸다.

“아,알겠,습니다……

어이가 없을 것이다. 용의 큐브는 이 교단의 ‘유일한’ 성물이다. 다른 교단에 몇 개씩이나 있는 것에 비하 면 정말 터무니없이 적은 숫자. 하

지만 그럼에도 성물이 있기에 이 교 단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 을 가지러 왔다니. 사고가 정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천영 또한 그런 그의 반응을 이해 했기에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았다. 사제는 그 뒤로 말을 단 한 마디도 꺼내지 않은 채 사라져버렸다.

-주인,그냥 드래곤이라는 사실을 밝히는 게 어땠나?

“그러게.”

사실 여기까지 오면서 많은 고민을 하긴 했다. 이곳의 모두에게 자신이 드래곤이라는 사실을 밝힐지 말지

룰. 분명 밝히게 된다면,교황은 아 예 무릎까지 꿇고 천영을 모시려고 들지도 모른다. 다만 문제점이 있다 면.

‘……신전은 성물들을 다 자기들이 보관하려는 경향이 있단 말이지.’

이 경우 성물은 용의 큐브이며 곧 서천영이기도 했다. 아마 평범한 금 색 별 마탑의 서천영이 찾아와 용의 큐브를 냅다 달라고 하면 아마 절대 로 주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서천 영은 자신이 드래곤이라는 사실을 밝히는 것까지 생각했다. 그럼 교단 에서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부탁이니 금색 별 마탑을 그만두고

이곳으로 와서 살라고.

아마 천영은 평생을 호의호식하며 먹고 놀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에 게 숭배되며 찬양받고 신처럼 모셔 지며 그렇게 영원히. 하지만 그런 호사를 누리기에 천영은 아직까지 그 힘이 너무 미약했다.

‘아직 해결해야하는 일도 있고 적 어도 성체는 되어야겠지.’

꼴에 드래곤이면 뭐하는가. 그에게 는 아직 무언가를 지킬 힘이 없다. 전설 속,신화 속의 드래곤은 그 힘 이 신에 필적할 정도로 강력하기 때 문에 숭배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막상 현대에 이르러 등장한 드래곤,

서천영이 너무나도 힘이 미약하다 면? 개나 소나 그의 목숨을 노리려 고 들 것이고 드래곤에 대한 믿음이 옅어진 교단의 사제들 또한 그 신성 력이 약해질 수도 있다.

그러므로 아직은 때가 아니다.

‘밝히게 된다면 교황 정도면 족하 겠지. 그 외에는 누구도 믿지 않는 다.’

그런 생각을 하며 천영은 눈을 감 고 잠자코 교황을 기다렸다.

얼마쯤 시간이 흘렀을까. 문 너머 복도에서 누군가가 발소리를 내며 걸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발소

리가 꽤나 거친 것이 화난 것처럼 들리기도 했다. 천영은 그 모든 것 을 이해했다. 그는 머릿속으로 수십 가지의 변명거리와 설명할 논점을 정리했다. 여차하면 드래곤이라는 사실을 믿게 만들기 위해 본체로 변 신할 타이밍까지 재고 있었다.

그렇게,잠시 뒤 복도의 문이 열리 고,희게 센 백발의 노인이 등장했 다.

천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교황과 눈을 마주친 그는 먼저 다가가 선뜻 악수를 건넸다.

“금색 별 마탑의 마법사,서천영이 라고 합니다.”

그러자 교황이 갑작스레 눈을 부릅 뜨더니 몸을 으슬으슬 떨었다. 뭔가 믿지 못할 것을 보았다는 것처럼. 감격에 젖은 어린애처럼. 그 반응에 놀란 것은 천영 뿐만이 아니라 뒤따 라 들어오던 사제들 또한 마찬가지 였는지 급히 다가와 교황을 부축했 다.

“괘,괜찮으십니까!”

허둥지둥 다가온 사제들을 물리며 교황은 그들에게 나가볼 것을 지시 했다. 그러면서 서천영을 향해 고개 를 뚝 떨어트렸다.

그러더니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

기 시작했다. 그 울음이 너무나도 서러워서 천영은 어떻게 반응해야할 지 알 수가 없었다.

설움. 교황을 서럽게 만드는 것이 대체 뭐가 있단 말인가. 알 수가 없 다. 하지만 교황은 지금 이 순간 아 무도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세상 속 에서 오릇이 자신만을 바라봐주는 부모님을 만난 아이처럼 서럽게도 흐느꼈다.

그렇게 교황은 그 자리에서 한참이 나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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