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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116화 (115/219)

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116화

명!

초췌한 몰골로 서류를 보던 레이 본은 갑작스레 울리는 ‘알람’에 고 개를 슬쩍 들었다. 제이나 역시 서 류의 산에 파묻힌 상태로 알람을 확인할만한 모습은 아니었다. 결국 주섬주섬 자리에서 일어난 레이븐 은 슬쩍 마법진에 힘을 불어넣었 다. 그러자 아공간이 열리며 성인 남자의 상체만한 크기를 가진 하

얀새 한 마리가 튀어나왔다.

“흠? 마법 전령?”

고개를 갸웃하며 하얀새가 물어 온 거대한 두루마리 뭉치를 받은 레이븐은 그것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지는 것을 깨달았다. 제이나 역시 그것을 느끼고 고개 를 슬쩍 들었다.

“그거…… 누가 보냈습니까?”

레이븐은 두루마리 뭉치를 뒤집 었다. 아기자기한 리본의 틈새 사 이로 쪽지 하나가 끼워져 있었다. 그것을 빼내어 읽은 레이븐이 피 식 웃었다.

“서천영이네. 임무 보고인 모양이 야.”

서천영의 임무. 그것은 ‘악귀가 울부짖는 절벽’에 발생한 던전을 확인해달라는 것이었다. 그저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만 해달라는 그저 그런 임무였다. 그렇게 생각 하며 레이븐은 임무를 보고받기 위해 두루마리를 펼쳤지만 안에는 임무 보고가 아닌 괴상한 마법진 이 한가득 자리하고 있었다. 이것 을 금세 알아본 레이븐은 눈을 부 릅뜨고선 다시 한 번 쪽지를 확인 했다.

“뭐가 적혀있기에 그럽니까?”

제이나가 물었지만 레이븐은 대 답하지 않았다. 결국 답답해진 제 이나는 자기가 직접 일어나 두루 마리의 내용을 확인했다. 복잡한 마법진 몇 개가 새겨져 있었지만 아직 제이나의 수준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마탑주 님은 뭔가 이해하신 모양 인데……

뭐지? 그런 생각에 제이나는 서 천영이 보내온 쪽지를 집었다. 그 안에 적혀있는 짧은 내용.

[임무 보고 : 던전 뜯어서 첨부했

으니 알아서 확인하시길!]

“..<?,,

이게 무슨 소리지? 제이나의 정 상적인 정신구조로는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문장이 적혀있어 레이 븐에게 물었다.

“마탑주 님,이 두루마리의 마법 이 대체 뭐죠?”

그녀의 말에 정신을 퍼뜩 차린 레이븐이 약간 울상을 지으며 답 했다.

“……던전.”

“네?”

“던전이라고. 던전.”

“자,잠깐만요. 설마……

제이나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 자,레이븐이 뭐 이런 놈이 다 있 냐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던전 조사하라고 보냈더니,던전 을 그대로 뜯어서 훔쳤어…… 진짜 미친놈이야……

한참이나 멍하니 있던 레이븐은 두루마리를 연구실로 보내기 위해 그것을 둘둘 뭉쳤다. 그 다음 리본 으로 다시 묶으려는데 쪽지 하나 가 더 떨어졌다.

“응?”

공중에서 떨어지던 쪽지를 잡은 제이나가 그것을 펼쳤다.

제이나와 레이븐은 아무런 반응 도 할 수 없었다.

[P.S - 안에다가 만추의 기둥 8 개도 뽑아놨으니까 알아서 처리 해!]

“연동되는 다른 차원은 못 찾았 나?”

검은색 로브를 뒤집어쓴 마법사 가 그렇게 묻자 키가 작은 다른 마법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도중에 ‘금륜계’라는 차원을 찾았습니다만 그리픈과의 성분 구 조가 판이하게 달라 도저히 연결 이 불가능했습니다. 또한 ‘선렴력 계’라고…… ‘보스’께서 말씀하신 차원 또한 찾았습니다만 아직 저 희의 마법으로는 연결이 불가능합

“흐음. 그건 너희의 마법이고.”

마법사가 그렇게 말하자 부하가 머리를 조아렸다. 부하는 마법사의 발밑에 슬쩍 시선을 둔다. 마법사 의 발아래에는 붉은색의 문자가 여섯 방향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거대한 공동을 타 고 올라갔다가 다시금 내려와 하 나의 원을 완성시켰다.

이곳은 일종의 용맥이라고 불리 는 장소와도 아주 홉사한 장소였 다. 차원계의 틈새가 매우 약해지 는 공간. 그리고 그것을 자신의 마 나로 유지한다는 말도 안 되는 짓

을 몇 년째 하고 있는 마법사와 감히 어떻게 눈을 마주치겠는가.

“‘보스’의 마법이면 충분히 가능 하다. 가서 당장 문을 열어보라고 지시해.”

“예.”

부하가 나가자 가만히 의자에 앉 아있던 마법사가 얼굴을 찌푸렸다.

“하여튼 도움 안 되는 놈들……

차원이라는 것은 애초에 다루기 힘든 영역에 있는 과제였으나 마 법사의 ‘보스’는 그것을 아주 간단 히도 해내고 있었다. 그리고 마법 사는 그런 보스에게 능력을 인정

받은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였 다.

대마법사,‘쿨론 무이시막스.’

타차원의 기운을 받아들여 젊은 나이에 높은 경지를 이룩했기 때 문일까. 그의 눈에 다른 마법사들 은 전부 벌레로밖에 보이지 않았 다.

“지루하신 모양이군요.”

쿨론은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 리에 짐짓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는 아주 어리고 젊은 마법사가 저 벅저벅 걸어오고 있었다.

“예런,내가 지시한 일은 다 처리

했나?”

“물론입니다.”

“그래,차원문을 열어본 소감은 어떠하더냐?”

그 질문에 예런이 눈을 감고 그 기억을 상기해냈다. 정말 마약을 하면 그런 느낌이 들까 싶을 정도 로 환상적인 감각이었다. 온몸 구 석구석에 강력한 마나를 받아들이 고,그것을 오릇이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을 땐 정신을 차리지도 못 할 쾌감이 전신을 뒤덮었다.

다른 마법사들을 벌레 보듯 하는 쿨론이라도 예런의 그 차원 기운

을 받아들이는 재능만큼은 인정하 고 또 두려워했다.

‘설마 그 고통스러운 차원기운 흡 수의 과정을 모조리 쾌락으로 전 환시켜버리다니.’

고통이 무서워서라도 타차원의 기운을 받아들이는 것은 힘든 일 일지언데 예런은 그 과정을 모두 쾌락으로 돌려버렸다. 그 재능은 그의 ‘보스’조차도 인정했기에 쿨 론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 다.

“후후,그대로 계속 진행해.”

“감사합니다.”

손가락으로 의자를 두드리던 쿨 론은 무엇인가가 생각났는지 예런 에게 말을 꺼냈다.

“예런. ‘사충계’에는 가봤나?”

“아직 안 가봤습니다.”

“시간 나면 한 번 접속해보도록. 그리픈 전역에 8개나 열어두었으 니 말이다.”

차원, 사충계. 그것에 얼마나 많 은 돈과 인력,제물을 쏟아 부었던 가. 장장 5년에 걸친 대규모의 작 업이었다. 비록 시험작으로 열었던 바람의 숲의 차원이 닫혀버렸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들에게는

아직 8개의 만추의 기둥이 남아있 었고 그것들은 모두 완벽히 사충 계와의 게이트를 열어둔 채 ‘혼란’ 의 기운을 가져오고 있었다.

‘저 예런이 사충계까지 다녀오면, 지금보다 훨씬 강해질지도 모르겠 어.’

그렇게 생각하며 예런을 지정위 치로 보내려는 순간 전방의 마법 진이 반짝였다. 그것은 ‘간이 이송 게이트’가 쿨론에게 허락을 맡는 신호였다. 쿨론이 고개를 끄덕이 자,마법진에서 붉은 로브를 쓴 마 법사가 불쑥 등장하더니 살짝 당 황한 얼굴로 말했다.

“쿠,쿨론 무이시막스 님을 뵙습 니다.”

“그래,용건은?”

“……그, 그게. 비상사태가 발생했 습니다.”

부하의 말에 쿨론이 인상을 찌푸 렸다. 그들의 계획은 차질 없이 진 행되고 있을 것인데 비상사태라 니? 어지간한 일로는 절대 ‘비상사 태’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기에 쿨 론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무슨 일이지?”

부하는 슬쩍 예런을 쳐다보더니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사충계와 연결되어있던 만추의 기둥이 완벽하게 봉인되었습니

다……

사실,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부분 이다. 그리픈 전역에 만추의 기둥 을 8개나 심어놓으면 금색 별 마 탑에서 눈치 채지 못할 리가 없었 다.

‘그에 대비해서 미끼를 만들어둔 참이지.’

그 미끼라고 함은, 악귀가 울부짖 는 절벽에 위치한 던전 ‘악귀의 주 둥이’에 설치한 만추의 기둥이었

다. 그곳에서는 지금도 끊임없이 사충계의 존재들이 흘러나올 것이 고 주변 일대는 아마 쑥대밭이 되 어있을 것이다. 게이트를 과격하게 열어놓으면 자연히 이목이 그곳으 로 주목될 것이고 금색 별 마탑의 마법사 중 한 명이 파견 나가 봉 인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문제없다.”

쿨론은 간단하게 말하며 나가보 라며 지시했지만 부하가 얼떨떨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저,정말 괜찮으십니까?”

“그래,하나쯤은 아무런 상관도

그 말에 부하가 침을 힘겹게 삼 키더니 말을 억지로 토해냈다.

“그,그것이……

“홈?”

“8개의 차원이 모두 동시에 봉인 되었습니다.”

“……뭐라고?”

당황한 것은 쿨론 뿐 아니라 예 런도 마찬가지였는지 눈을 크게 떴다. 예런이 부하를 재촉하였다.

“다,다시 말해보십시오. 그게 지 금 말이 되는 소리요?”

아무리 간땡이가 부은 마법사라 도 쿨론의 앞에서 거짓을 고할 수 는 없다. 부하 역시 이 상황을 이 해할 수 없다는 듯 다시 한 번 말 했다.

“예,틀림없습니다. 맨 처음 사충 계의 차원 하나가 임시로 ‘봉쇄’된 듯한 신호가 발생하더니 이윽고 남은 7개의 게이트를 포함하여 8 개의 기둥 전부가 완벽하게 봉인 되었습니다.”

“……말도 안 된다. 그 게이트들이 지금 어디에 숨어있는지 잘 알고 있지 않느냐?”

당연히 알고말고.

“……예,모두 저희 연합의 은신처 에 숨겨둔 상태입니다.”

“그럼 누군가가 그 은신처를 모조 리 뚫고 들어가서 만추의 기둥을 봉인했다고?”

쿨론은 자신이 그렇게 말하면서 도 절대 말이 안 된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만추의 기둥 중 하나는 자신들의 ‘보스’가 머무는 장소에 도 있을 터. 누군가가 봉인하러 찾 아왔더라면 분명 개죽음을 당했을 것이다.

“반응을 검색해본 결과…… 아무

래도 만추의 기둥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봉인을 진행한 것 같습 니다.”

“……내부라고? 사충계에 직접 들 어갈 수 있는 마법사는 극히 드물 다. 절대 불가능해.”

“하,하지만 틀림없습니다.”

이를 으드득 간 클론은 이마를 꾹꾹 누르며 물었다.

“그래서 범인은 색출해냈나?”

“저희가 세뇌시킨 사충계의 소형 괴수가 마지막으로 보내온 신호에 의하면 체구가 엄청 작은 아이라 고 했습니다.”

•아이라고?”

“예,흑색 머리카락에 은색 브릿 지를 가진 여자아이 였습니다.”

부하의 말에 예런이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 들 어갈 정도로 강하게. 그는 손바닥 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도 개의 치 않고 분노를 곱씹었다.

‘……서천영,또다시 내 앞길을 방 해하는구나.’

사충계의 기운을 흡수했더라면, 얼마나 더 강한 힘을 얻었을지 상 상조차 할 수 없을 지언데 그것을 방해해버리다니. 쿨론 또한 그 인

상착의를 듣고 누군지 예상했는지 부하보고 돌아가라고 지시했다. 그 다음 눈을 감고 잠시 무언가를 생 각하더니 예런에게 말했다.

“너로는 아직 무리다.”

“하지만……

“무리라고 했다. 금색 별 마탑의 마법사는 아무리 우리라도 쉬이 건들 수가 없어.”

그들의 존재가 금색 별 마탑에게 발각되는 순간 전면전이 펼쳐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아무리 그들의 ‘보스’라도 쉽사리 숭산을 장담할 수 없었다. 금색 별 마탑의 세력은

대륙 전역에 퍼져있는 상태였으니 까.

‘대륙의 그림자 속으로 숨어드는 데 얼마나 걸렸던가. 쉽사리 몸을 노출할 수는 없어. 그렇다면……

쿨론이 바닥을 한 번 구르자,검 은색 복면을 쓴 남자가 바닥에서 솟아올랐다. 그는 복면의 남자에게 지시했다.

“안테오테의 길드장 ‘기르슈’에게 연락해라. 목표는 서천영. 깔끔하 게 처리하거나……

“……생포해서 데려오면,더욱 좋 겠지요.”

마지막 말은 예런이 대신 꺼냈다. 예런은 지금 당장이라도 자신이 직접 서천영을 죽이러 가고 싶다 는 표정이었지만 그럴 수 없음에 한탄하고 있었다.

아마 지금쯤 예런은 이미 머릿속 에서 생포당한 서천영을 어떻게 괴롭힐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그 분노가 너를 키워주겠 지.’

쿨론은 눈을 조용히 감았다.

기르슈가 검은색의 우중충한 종 이를 읽고 있자 번개모양 붉은 머 리칼의 남자가 슬쩍 물었다.

“그거 혹시 러브레터?”

이런 저질 농담따위 받아치지 않 겠다는 듯 기르슈는 깔끔히 무시 했다. 붉은 머리칼의 남자는 ‘쳇, 재미없기는.’이라고 중얼거리더니 소파에 드러누웠다. 당장은 할 일 도 없으니 기르슈의 옆에서 농땡 이나 피울 생각이었다.

하지만 기르슈는 그를 가만히 쉬 게 해줄 생각이 없었다.

“할 일이 생겼다.”

“어엉?”

붉은 머리의 남자가 의문을 표하 며 고개를 들었다. 기르슈는 무뚝 뚝한 표정을 유지한 채 검은 종이 를 그대로 접어서 허공에 던졌다. 그러자 화록 불타며 완전히 소멸 된다.

“……서천영이 또 우리의 물건을 홈쳐간 모양이군.”

“이번엔 또 뭘 홈쳐가셨대냐. 우 리의 서천영 씨는?”

그가 장난스럽게 말하자 기르슈 가 딱딱하게 살짝 짜증이 섞인 목

소리로 답했다.

“만추의 기둥 8개를 모조리 훔쳐 갔다더군.”

잠시 침묵.

이윽고 붉은 머리의 남자가 박장 대소를 터뜨렸다.

“푸,푸하하핫! 크하하하! 완전 웃기잖아 그거! 으하하! 그 놈들 표정 참 가관이겠는걸! 하하하!”

붉은 머리의 남자가 웃음을 터뜨 리던 말든 기르슈는 신경조차 쓰 지 않고 그에게 임무를 부여했다. 기르슈는 종이 한 장을 꺼내 아주 의례적인 절차를 적어내린 다음

그에게 던졌다.

“네 임무다. 가서 서천영을 암살 하고 와라.”

그렇게 덧붙인다.

“……이전에 서천영을 일대일로 죽인 적이 있는 네게는 간단하겠 지? 마검사 웨지스턴.”

그 질문에 번개 모양 붉은 머리 의 마검사,웨지스턴은 한참이나 웃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서 이 임무는 그 무엇보다도 쉬웠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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