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111화
노클렌은 침을 꿀쩍 삼키며 대검을 양손으로 들었다. 그의 바로 10m 전방에는 노클렌보다도 키가 훨씬 작고 힘도 약해보이는 여인,백화연 이 앞장서고 있었다. 자존심이 상하 는 일이지만 넥스터에게 있어서 보 이는 신체가 전부는 아니었다. ‘스 텟’이라는 신비로운 힘이 체내에 쌓 이고 그로 인해 괴력이나 상상을 초 월하는 스피드를 낼 수 있기에 겉모
습만 보고서 판단해선 안 된다.
‘그렇다고는 해도 저 여자가 그 유 명한 백화연이라니.’
쌀쌀하고 차가워 보이는 외모라지 만,2~300대 넥스터 100명을 단신 으로 학살했다는 그 소문의 주인공 과는 전혀 이미지가 매치되지 않았 다. 노클렌 또한 넥스터였기에 내심 그녀에 대한 소문을 듣고서 무서워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와 유텐, 멜레인이 머물던 지역의 바로 근처 에서 벌어진 일이라 헛소문이라고 치부할 수도 없었다.
소문에 의하면 백화연은 피도 눈물 도 없는 잔혹한 살인마라고 했다.
하지만 실제로 그녀와 마주하고 보 니 그런 느낌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 다. 아니,오히려 노클텐의 감이 말 해주고 있었다. 이해할 수 없는 일 이지만,그녀는 선했다. 그저 그런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도 그의 일행을 구해주기 위 해 백화연이 가장 먼저 달려들지 않 았던가? 그것도 흑기사를 상대로.
‘……암만 그래도 흑기사를 직접 상대하겠다니.’
한참을 걷다보니 몸을 가려주던 나 무와 바위가 사라지고 다시 절벽지 대가 드러난다. 노클렌은 자신의 뒤 쪽에서 쫓아오는 유텐을 확인했다.
그녀 역시 긴장한 표정이었지만,그 렇다고 겁을 먹지는 않았다.
노클렌은 서천영이 전달해준 작전 을 상기해낸다.
“5분이면 충분해.”
“……5분이라고?”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되묻자,천 영이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멜레 인이 얼떨떨한 얼굴로 말했다.
“공간 하나를 접어서 이동시키는 마법을 고작 5분만에 완성시키겠다 고?”
하지만 천영은 어제 새벽부터 계속 해서 마법 스크롤에 무언가를 적어
내리고 있었다. 그것은 한두 장이 아니라 벌써 수십 장에 달했다. 천 영은 그 마법 스크롤 하나를 멜레인 에게 슬쩍 보여주었다.
“당연히 던전을 어디로 옮기려면 그 자리에서 좌표를 검색하고 지정 마법을 설치해야 돼서 오래 걸리겠 지만 이건 아니야.”
스크롤에는 흡사 ‘새장’과도 비숫 한 무언가가 그려져 있었다. 마법 스크롤에 적혀있는 수많은 문자들 중 유일하게 노클텐이 이해할 수 있 는 것이기도 했다.
“나는 던전을 흠쳐갈 거야. 어디로 옮기는게 아니란 말이지.”
그러니까,
“화연,할 수 있겠어? 5분만 버텨 주면,그 이후로는 수월할 거야.”
……노클렌은 솔직히 아직까지도 이 작전을 완벽하게 신뢰하고 있지 않았다. 그래,준비된 백화연이 만전 의 상태에서 숨어있는 유텐의 각종 축복 버프와 서천영이 미리 준비해 준 마법 스크롤 및 아티팩트까지 장 전하고 전투를 벌이면 5분은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서천영이 던전을 홈친 다는 상식을 파괴하는 말도 안 되는
일을 5분 만에 해낼 수 있을까? 그 런 의문이 들었다.
‘아니,지금은 믿을 수밖에 없어.’
섬뜩한 감각에 노클렌은 고개를 치 켜든다. 그곳에는 흑기사가 붉은 안 광을 흉흉하게 빛내며 백화연을 내 려 보고 있었다. 그녀 역시,흑기사 를 올려다본다. 노클텐은 허탈하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저런 걸 흑기사라고 칭하다니.” 저건 흑기사도 뭣도 아니다.
“저건 그냥 커다란 바퀴벌레야.”
멜레인은 불안한 눈빛으로 서천영 의 뒤를 바짝 쫓았다. 그는 (마법) 몽둥이 하나를 손에 쥔 채로 거침없 이 절벽 위를 나아갔다.
“몬스터가 너무 많아……
그녀가 그렇게 말하자 서천영이 고 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의 주변으 로 접근하는 몬스터는 이상하리만치 적었다. 가끔가다 덩치가 크고 레벨 이 높으며 겁을 상실해버린 몬스터 몇몇이 다가오긴 했지만 멜레인이 나서기도 전에 모두 해결되었다.
서천영이 지팡이를 휘두를 때마다 대지가 뒤흔들리고,폭풍이 몰아쳤 으며, 난데없이 마른하늘에 날벼락 이 떨어지고, 불꽃의 소용돌이가 펼 쳐진다. 대지가 얼어붙다가도 녹아 내렸으며 물에 잠겼다가 증발해버리 기도 한다. 그야말로 작은 재앙이 서천영의 근처에서 펼쳐졌다.
‘……이게 바로 준비된 마법사.’
어제 처음 서천영을 보았을 때는 그가 생각보다 약하다는 생각을 했 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서천영 은 흑기사에게서 도망치는 것도 버 거워보였고 제대로 된 마법은 보여 주지도 못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서천영에게 는 준비할 시간이 충분했고 마법사 가 준비된 이상 상황은 이미 종료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만약 서천영이 지금처럼 만전의 상태에서 백화연이라는 여자와 합동 공격을 했다면?’
서천영이 선제 공격을 허용하지 않 고 후방에 숨어서 이렇게 대규모 마 법을 펼치면서 흑기사를 대응했다 면?
비록 이제는 볼 수 없는 광경이라 지만 멜레인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두근거렸다.
키에에에에!!
주먹이 자신의 덩치보다도 거대한 괴수가 나타나 바닥을 내려친다. 서 천영은 가볍게 움직여 바닥에 손을 짚으며 백텀블링을 했다.
그의 손길이 닿은 곳에 작은 마법 진이 새겨지더니 부서진 바위 조각 이 허공에서 밀집되어 발리스타가 완성된다. 마치 화살처럼 쏘아진 그 것은 괴수의 어깨,머리,허리를 강 타했다. 직후 하늘 위에 커다란 바 위 덩어리가 생성되더니 그대로 그 것을 짓뭉개버린다.
도대체 언제 저런 마법을? 이라는
의문이 연속으로 펼쳐진다. 서천영 은 마치 모든 상황을 예견하는 것처 럼 마법을 연계해나갔다. 다른 마법 사들이 강력한 A라는 마법에 한 방 을 집중해 먹이는 것에 그친다면 서 천영은 A의 위력을 작게,즉 a로 만들어서 날리지만 b와 c를 연계한 다. 그것의 충격은 몇 배가 되어 적 은 마나로도 적을 효율적으로 제압 할 수 있게 되었다.
서천영은 분명 남들보다도 많은 마 나량을 보유하고 있었다. 300레벨대 인 멜레인보다도 훨씬 많은 마나량 에 높은 경지를 이룩한데다가 더욱 복잡한 마법을 구사할 수 있을 것이
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서천영은 마법이라는 것을 남용하 지 않는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을 누구보다도 효율적으로 사용 해서 절대 지치지 않도록. 그러나 적은 서서히 무너져가도록.
‘이것이 마법사라는 걸까……
멜레인은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소문으로만 들었을 땐 그저 그런가 보다,대단하나보네 하는 식으로 넘 겼다. 하지만 두 눈으로 직접 그 광 경을 보니 절대 그렇게 넘길 수가 없었다. 서천영은 멜레인이 사용하
는 마법보다도 수준이 낮은 것들만 을 골라서 사용했지만 오히려 멜레 인은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최대 위력의 마법을 사용하더라도 쓰러뜨 리기 힘든 것들을 간단하게 무력화 시켜나간다.
어느 순간부턴가 서천영이 아름답 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외모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멜레인의 눈으 로 보았을 때 서천영의 등에는 날개 하나가 달려있었다. 그것은 마법사 의 아름다움이었다.
쿵, 쿠광!
갑작스레 서쪽에서 굉음이 울리며 천지가 진동한다. 멜레인이 속삭였
다.
“……저쪽은 시작한 것 같네.”
서천영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더 니 허공으로 둥실 떠올랐다. 멜레인 은 잔뜩 경직된 얼굴로 바닥에 마법 진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는 멜레인의 시간이다. 그녀의 임무 는 단 하나. 서천영이 5분 동안 마 법을 발동하는 도중 다른 몬스터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아내는 것.
휘이오오오!!
끼이이이!!!!
“으옥?!”
그것은 비명소리였다.
그 무엇보다도 구슬프고 고통스럽 고 원망스럽고 원통하고 저주와 한 이 가득 담긴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정이 동화되게 만드는 그런. 가슴 아픈 비명소리가.
“허억…… 헉.”
- 이봐,정신차려.
멜레인이 바닥으로 무너져 내리자 금빛의 정령이 그녀의 등을 토닥였 다. 서천영이 데리고 다니는 정령 파트라슈였다.
-지금부터가 중요해.
파트라슈가 멜레인의 등을 살살 쓰 다듬자 점차 감정의 폭풍이 가라앉
았다. 멜레인은 덜덜 떨리는 몸을 간신히 일으켜 절벽의 끄트머리까지 걸어갔다.
그곳에.
악귀가 있었다.
“아…… 아아……
세상의 끝인 것처럼 구름으로 휩싸 인 공간.
그곳에는 단 하나의 절벽만이 자리 하고 있었다. 마치 이곳을 넘어가지 말라는 것처럼 단단하게 세워진 높 고,뾰족하고,뜨겁고,차가우며,분 노하고 있는 절벽이.
그리고 그 절벽에는 표정이 있었
다.
단어,문장 그대로의 의미다.
그것은 악귀였다.
악귀는 입을 쩌억 벌린 채 분노하 고 있었다. 회색의 절벽이 꿈틀대며 ‘인간’과 흡사한 표정으로 입을 벌 려 비명을 질러대니 불쾌한 감각이 온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멜레인은 눈물이 찔끔 나올 것 같 았다. 다리가 풀렸다. 하지만 그녀의 손은 쉴 새 없이 마법을 캐스팅하고 있었다.
트랩,봉쇄,폭파,실드. 6서클의 경지에 거의 다다른 그녀의 본능은
끊임없이 마법을 캐스팅하도록 도와 주었다. 그리고 그것은 심신의 안정 을 돌려놓도록 만드는 효과도 있었 다.
문득 고개를 들어 절벽을 올려다본 다. 허공에 둥실 떠있는 서천영은 한복자락을 휘날리며 악귀와 눈을 마주하고 있었다. 이렇게 멀리서 그 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다리가 풀 릴 지경인데 저 악귀를 표정변화 하 나 없이 마주하고 있는 정신력이라 니.
쉬이이잉!
멜레인의 머리 위로 날개가 달린 잠자리 형태의 몬스터가 떼거지로 지나간다.
“그럴 수는 없,지!”
바닥에 손을 짚은 채 마법진을 발 동시키자 붉은 불꽃으로 이루어진 그물망이 펼쳐지며 거대한 잠자리들 을 모두 낚아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절벽 아래에서 기어오고 있는 사마귀 형태의 몬스터를 향해 낙석 을 날려댔다.
‘내 남은 마나를 모두 쥐어짜내서 라도 서천영을 지켜야해.’
지징,칭!
순간 멜레인의 심장에 맺혀있는 서 클이 일렁일 정도로 엄청난 마나의 흐름이 유동했다. 서천영의 몸 주변 에 3겹,5겹,아니,10겹 이상으로 이루어진 ‘입체’적인 마법진이 펼쳐 졌다. 그것은 직육면체로도 보였고 구의 형태이기도 했다. 그것에는 색 이 없었다. 그저 마나의 형태 그대 로 이곳을 흐르고 있었다.
서천영이 손을 뻗어 악귀를 향한 다. 의지를 가진 악귀의 얼굴은 비 명을 질러대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 는 일이다. 그가 손을 움켜쥐자,악 귀의 얼굴 주변에 금색의 자그마한
원 하나가 완성되었다.
악귀가 입을 쩌억 벌린다. 그 입속 에는 검은색의 공간이 자리하고 있 었다.
‘저게 바로 던전……
평소라면 저곳에서 끊임없이 사충 계의 몬스터가 흘러나오겠지만 지금 은 아니다.
던전과 그리픈의 차원을 나누고 있 는 경계가 서서히 굳어진다. 그곳에 서 누구도 나오지 못하도록. 그곳으 로 누구도 들어가지 못하도록. 악귀 의 주둥이가 더욱 더 검은색으로 물 들었다.
쿵,쿵,쿠쿵!!
가까운 곳에서는 계속해서 싸움의 소리가 들려왔다. 백화연과 노클렌 그리고 유텐이 흑기사를 상대고 버 티고 있는 중이리라. 그들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다 만,서천영이 조금이라도 늦는다면 그들의 목숨이 위험했다.
끼야아아아아!!
“아악!”
멜레인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줄 줄 흘러나왔다.
악귀가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그
리고 그 고통은,주변에 있는 모든 생명체에게 영향을 끼쳤다.
-정신 차려!
파트라슈의 말에 멜레인이 이를 악 물고 일어났다. 눈을 질끈 감고 하 늘을 향해 손바닥을 펼친다. 그러자 우산처럼 붉은 파동이 퍼져나간다. 그 여파로 인해,사람 팔뚝만한 벌 떼가 모두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젠장,젠장…… 다신 이런데 오나 봐라!”
어느덧 서천영은 허공을 쥐어뜯고 있었다. 그러자 악귀의 얼굴 또한 절벽에서 조금씩 빠져나오고 있었
다. 금색 테두리를 기준으로 그 ‘공 간’자체가 뜯겨져 나온다.
‘이번만이야 이번만……
멜레인은 눈을 감고 마나의 흐름에 집중했다.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을 퍼붓기로 결심했다. 하늘을 떠도는 수많은 곤충,바닥 속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땅거미들, 절벽의 구멍 속에 숨어서 주둥이를 내밀고 있는 거대한 애벌레들까지. 모든 것을 감지하고 그 모든 방향을 향해 마법을 퍼붓는다.
그녀의 마법 또한 서천영에게 뒤지 지 않았다. 아니,오히려 그녀는 불 꽃 계열 히든 클래스로 전직했기 때
문에 지금 당장 사용하는 마법만 보 면 서천영보다도 화려했다. 불의 비 가 내리고,땅을 녹이고,불의 파도 가 세상을 휩쓸며,불의 화살이 사 방으로 퍼져나간다. 그녀의 공격에 는 한계가 없었다. 상대가 땅속에 숨어있든,하늘을 날아다니든,모조 리 불태워버린다.
그것이 바로 멜레인의 능력이었으 니까.
“죽어! 죽으라고!”
정신없이 모든 것들을 불태운다. 마나가 들끓으며 그녀의 정신마저 도,새하얗게 불태우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깨닫는다. 멜레인은 서서히 감았던 눈을 떴다. 그녀의 바로 앞에,거대한 무언가가 기어 올라오고 있었다.
끼록,크르륵.
거대한 장수풍뎅이와 눈을 마주친 다. 멜레인은 덜덜 떨리는 손을 간 신히 들어 장수풍뎅이를 향해 불덩 어리를 마구 발사했다. 하지만 그것 은 전혀 미동도 하지 않고 아주 천 천히 조금씩 먹잇감을 구석에 몰아 넣겠다는 듯 느린 걸음으로 다가왔 다.
‘저, 저리가!”
화록! 광!
장수풍뎅이의 바닥에 마법진을 설 치하여 폭파시키기도 하고,하늘 위 에서 불꽃 레이저를 소환해 내리치 고,불의 망치를 소환해 후려치기도 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오히 려 그것의 화만 돋운 둣 했다.
그 거대한 뿔이 멜레인을 향해 다 가왔다. 저것에 찔리면,정말 죽는 다.
저항의 여지조차 할 겨를도 없이 멜레인은 눈을 질끈 감았다.
……콰직!
직후 들리는 끔찍한 소리에 멜레인
은 살짝 실눈을 떴다. 서천영이 굉 장히 시원한 얼굴로 둘둘 말아 올린 마법 스크롤을 품에 껴안은 채 장수 풍뎅이의 머리를 짓밟고 있었다.
조금 피곤해 보이지만 그럼에도 상 쾌하다는 얼굴로 서천영이 미소지으 며 말한다.
“고생했어. 이제 돌아가자.”
슬쩍 고개를 돌려 악귀의 얼굴이 있던 곳을 쳐다본다. 그곳은 텅 비 어있는 상태였다. 공간 그 자체가 잡아 뜯긴 것처럼 깔끔한 절단면만 이 자리하고 있었다.
“하,하하……
그녀는 살짝 눈물을 홀리며 긴장이 탁 풀렸다. 그와 동시에 자리에 주 저앉았다. 다리에 힘이 전혀 들어가 지 않았다. 더 이상 움직일 기력이 없었다.
“서천영……
“응?”
“이 미친놈……
“하하.”
정말 던전을 홈칠 생각을 하다니. 그것도 성공해버리다니.
서천영은 이전과 똑같은 얼굴이었 다. 저 자신만만함. 그 당당함.
멜레인은 문득 이곳에 출발하기 직 전 서천영이 그녀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했던 말을 생각해낸다.
‘호랑이 굴에 잡혀 들어가면 어떻 게 해야할까?’
‘글쎄 정신을 차리면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러자 서천영이 말했다.
‘아니,정신 바짝 차리면 호랑이 이빨도 훔칠 수 있어. 그게 사람이 야.’
신념을 가진 미친놈이 무서운 이유 지.
“하하.”
멜레인이 문득 내뱉었다.
“넌 정말 또라이야.”
그러자 서천영이 그걸 이제 알았냐 며 환히 웃었다. 그 모습이 얄미우 면서도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