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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104화 (103/219)

레벨1부터 시작하는 드래곤 라이프 104화

뜨거운 하늘,내리쬐는 햇볕,사막 의 오아시스마냥 찾아보기 힘든 시 원한 바람까지. 무더운 날씨에 만년 설조차 녹아내릴 것만 같았지만,사 람들의 활기는 여전히 살아 숨 쉰 다.

최근 던전이 발생했다는 소문 때문 인지 북서쪽 끝에 있는 도시 ‘뮤쿠 니움’에는 모험가들이 북적였다. 덕 분에 좋다며 모험가 연합이나 상점,

마법 도구 장인들은 난리법석이라지 만 호빵 장수 3년차 생푸할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이야기였다.

“아…… 모험가 양반들 호빵 하나 쯤 안 사가주려나……

모험가들은 호빵을 좋아하지 않는 다. 왜냐고 묻는다면 그냥 별로 안 좋아하는 모양이다. 그들이 좋아하 는 건 술과 함께 나오는 질긴 고기 였고 호빵은 그저 뒷전이었다.

심지어 가끔 호빵을 먹겠다고 나서 는 모험가들도 생푸할의 가게에는 오지 않았다. 그의 가게는 골목과 골목 사이에 나있는 매우 비좁은 틈 을 이용해 만들어진 곳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앉아서 호빵을 먹을 공간 이 없었다.

그의 가게는 포장마차와 별 다를 것 없는 구조였다. 그저 ‘만들고,판 매하는’ 정도의 역할 밖에는 수행하 지 못한다. 기껏 해봐야 가게 앞에 서 손님들이 일어서서 먹을 수 있게 해주는 최소한의 공간밖에는 없었 다.

오늘도 글렀구만. 생푸할은 의욕 없이 중얼거렸다.

“장사 접고 싶다……

마른 쥐포마냥 축 늘어진 채 하늘 을 바라보고 있는데 근처에서 응성

대는 소리가 들린다. 생푸할은 귀를 종긋 세웠다. 이곳에서 모험가들의 싸움은 몇 없는 구경거리 중 하나이 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그들이 한번 다투기 시작하면 자신에게 피해가 오지 않는단 전제하에 꽤 재미있으 니까.

“아니,글쎄 진짜라니까!”

“진정해 이 친구야.”

“하,참 나. 도대체 어떻게 된 일 인지……

광장에는 수십의 사람에게 둘러싸 여있는 상처투성이의 모험가가 바닥

에 주저앉은 채 눈을 시뻘겋게 뜨고 소리치고 있었다.

“정말 있었다니까! ‘흑기사’가! 우 리 파티가 5분도 안 돼서 저,전부 전멸했다고!”

“쯧쯧,저런 파티는 흔하지.”

“흉악한 괴수들한테 친했던 동료들 이 잡아먹히는 걸 보면 아무리 강한 모험가라도 정신이 나간다는 건

가……

주변에 있던 장사꾼들이 혀를 찬 다. 자세히 보면 모험가의 몸 여기 저기에는 뭔가에 긁히고 베인 듯한 상처가 나있었다. 생푸할은 그 남자

를 기억해냈다.

‘루즈렉 파티의 리더 아냐?’

루즈렉 파티라고 하면 이 근방에서 는 꽤나 유명하다. 뮤쿠니움에 정착 한지 반년도 안 돼서 무시무시한 괴 수들을 연달아 격파하고 다녔기 때 문에 모르고 싶어도 모를 수가 없 다. 심지어는 최근 던전의 게이트가 열려서 마을이 연달아 피해를 입고 다닌다는 소문이 들려왔을 때 마치 구세주처럼 사람들을 구출해오기도 해서 영웅으로 칭송받기도 했다.

“아저씨.”

그런 파티가 루즈렉 파티의 리더

인,그 루즈렉조차도 정신이 나간 것처럼 저렇게 횡설수설을 할 정도 로 강한 몬스터가 있단 말인가?

‘흐음,나는 모르겠지만 팀워크도 꽤나 좋다고 들었는데……

사람들은 루즈렉보고 기억조차 왜 곡되어버린 모양이라고 말했지만 어 찐지 거짓말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크,크흑. 그,그곳으로 갈 생각은 하지마! 진짜 다 죽을지도 몰라!”

“어허,이보게 진정해. 우리 모험가 들이 이곳을 정리해주지 않으면,이 도시도 끝장난다구.”

“그,그딴 영웅 놀음을 언제까지

하려고! 정말 다 죽을지도 몰라! 그 냥 도망치라고!”

“아저씨.”

“이봐,어디까지 더 실망하게 만들 셈이지? 후우,빨리 루즈렉 씨를 돌 려보냅시다.”

“아저씨!”

화들짝.

멍하니 루즈렉이 다른 모험가들에 의해 끌려가는 것을 보던 생푸할은 갑작스레 귓가에 울려 퍼지는 듣기 좋은 미성에 고개를 번쩍 들었다. 혹시 누군가 왔나 싶어서 두리번거 렸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잘 못 들었나 싶은 생각에 마음을 놓으려는 순간 갑작스레 전방에 무 언가 폴짝 뛰어오르더니 간이 테이 블에 누군가가 팔을 턱 걸치고 상체 를 이쪽으로 들이밀었다.

생푸할은 그 무언가의 얼굴을 확인 한 순간 뒤로 넘어갔다.

쿠당탕!

“우와악?!”

그릇에 담겨있던 밀가루가 휘날리 고 소스가 엎어진다. 생푸할은 두근 대는 심장을 간신히 진정시키며 다 시 몸을 일으켰다. 그 소녀는 여전 히 간이 테이블에 양팔을 걸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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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를 보아버리면 여러모로 심장이 위태롭다.

반곱슬의 풍성한 흑발머리칼이 찰 랑이며 소녀는 뭔가 미심쩍다는 듯 눈을 가름하게 떴다.

“흐음…… 그나저나 이거 너무 높 은 거 아녜요?”

소녀의 말에 생푸할은 슬쩍 아래쪽 을 쳐다보았다. 이 꼬맹이는 발이 땅에 닿지 않아서 테이블에 팔을 걸 쳐놓아야 간신히 안쪽에 있는 생푸 할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모양이 다.

“그게 이 근처로는 꼬맹이들이 잘

오지 않아서 말이야.”

“저 꼬마 아닌데요.”

“그래,꼬마들은 다 그렇게 말하지. 하여튼 성인 모험가들은 낮으면 불 편하다고 불평해대서 높여놓았단 말 이지.”

그러면서 주변을 둘러보라 말한다. 하나같이 죄다 덩치가 큰 떡대들만 돌아다니는 것이 보인다.

그래서.

“주문할 거냐?”

“네.”

간만에 찾아온 손님이다. 상대방이

예쁘든 어리든 그건 아무 상관이 없 다. 장사만 하면 그만이니까. 생푸할 이 밀가루와 야채,고기 등을 정리 하기 시작하자 어린 손님,서천영이 말했다.

“야채 호빵에서 야채 빼고 주세 요.”

“네.”

다시 말해주겠니?”

“야채 호빵에서 야채 빼고 주세 요.”

호빵 장사 경력은 3년밖에 안 되 지만 이런 주문은 처음 들어본다. 예상컨대 앞으로 평생 이런 주문을 하는 손님을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 다.

“진심이니?”

“네.”

“……뭔 맛으로 먹어 그걸?”

“맛있어요.”

“아니,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아,싫음 말구요. 딴 곳 갈래요.” “아니야,해줄게. 해준다고!”

간만에 찾아온 손님이 떠나가게 생 기자 생푸할은 황급히 자신의 가치 관을 접었다. 그래,취향은 존중해야 지. 어쨌든 손님이니까!

야채 호빵에서 야채를 빼고 나니 안에는 든 게 없다. 그래도 호빵을 다 만들어서 주니 손님은 뭐가 그리 행복한지 맛있게도 찜껍대며 먹는 다. 비록 간이 테이블 위에 몸을 반 쯤 걸쳐놓은 위태로운 상태였지만.

“그나저나,너 그 옷은 무복이니?”

“무복이요?”

빵을 우물거리며 의문을 표하는 천 영을 보며 생푸할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래,무복! 가끔이지만 찾아온단 말이지,수련하는 무인들이.”

“무인이라.”

하지만 생푸할의 예상은 틀렸다.

“이건 그냥 한복이에요.”

“한복? 그건 또 뭐냐?”

“어,뭐 그냥 무복이랑 비슷한 일 상복?”

애초에 한복의 한(韓)이라는 글자 자체가 이곳에서는 설명하기 힘들기 때문에 그렇게 얼버무렸다.

“특이한 옷이네. 그러고 보면 약간

다른 것 같기도 하고.”

검은색의 외투는 팔 끝까지 굉장히 펑퍼짐하고 바람에 잘 휘날릴 것 같 은 시원한 느낌을 주는데다가 안쪽 에 입은 흰색의 옷은 아예 그 재질 이 얇아서 여름에도 별 문제가 없어 보였다.

허리는 끈으로 단단히 묶여있고, 그 아래로는 엉덩이까지 살짝 내려 가다 멈춘다. 하의는 한복과는 관계 없는 짧은 바지를 입은 모양이었지 만 한복에 의해 거의 가려져서 패션 을 망치지는 않았다.

“흐음,한복. 기억해 두겠어. 여러 모험가들이 찾아왔을 때 아는 척을

해주면 좋아한다고 이웃집 로랭스 씨가 그랬거든.”

“하하,뭐 거의 볼 일은 적을 걸

요.”

한복을 입는 사람은 솔직히 이 그 리픈에 얼마나 남아있을지 알 수가 없는 일이니까.

“그나저나 너는 이곳엔 무슨 일이 니?”

생푸할은 별 생각을 담지 않고 그 렇게 물었다. 이곳에 꼬마가 찾아오 는 일은 드무니 조금은 궁금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대답은 생푸할을 깜짝 놀라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악귀가 울부짖는 절벽으로 가요.”

“……뭐라고?”

잘못 들었나 싶어서 되물었지만 그 는 호빵을 먹으며 맞다는 둣 고개를 끄덕인다.

“거긴,엄청 위험해. 너 같은 꼬맹 이가 갈만한 곳이 아니야.”

“괜찮아요. 저 이래 봐도 마법사니 까.”

“그러냐…… 그 나이에 마법사인 건 신기하지만……

기껏 해야 열 셋에서 열 넷쯤 되 어 보이는 꼬마가 마법사라는 말에

생푸할은 살짝 감탄했다. 기초가 되 는 1클래스의 마법서를 아주 잠깐 본 적이 있었는데 생푸할은 그 즉시 머리가 깨지는 줄 알았다. 그 정도 로 어려운 공부를 저런 꼬마가 하고 있다니.

“하긴 세상에 신기한 사람은 많 지.”

“그죠.”

“그래,얼마 전엔 웬 젊은 여인이 이 근방의 조폭들을 모조리 반 죽여 놔서 깜짝 놀랐다니까?”

“그래요?”

“그래,흰색 머리카락이 인상적인

엄청 예쁜 여자였지. 분위기가 무진 장 차갑고 도도한데다가 무지막지하 게 강해서 모험가들이 감히 접근하 지는 못했지만 말이야. 후,진짜 꿈 에 나올 정도로 아름답긴 한데

생푸할은 자신의 코앞에서 호빵을 우물거리는 소녀로 추정되는 천영을 바라본다.

“그래도 한 3년만 자라면 네가 더 예쁘겠다.”

하지만 그런 칭찬에도 눈앞의 손님 은 어찐지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둣 표정을 찜그린다. 생푸할은 거기 까지는 신경 쓰지 않고 고개를 절레 절레 저었다.

“네가 아무리 마법사라도 거긴 위 험해. 아무리 강한 동료들이 있다고 해도 말이야.”

“저 혼잔데.”

“……그럼 더욱 더 안 되지.”

게다가 애초에 절벽으로 가기 이전 에 이 도시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이 아이가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여긴 하도 모험가들이 많이 모여서…… 범법 행위도 묵인되는

곳이란 걸 명심해.”

“왜요?”

“너처럼 눈에 띄는 외모를 그냥 당 당하게 노출하고 다녔다가는 안 좋 은 일이라도……

생푸할이 그렇게 충고를 주려는데 뒤쪽에서 빡빡머리를 한 근육질의 남자 여섯 명이 어슬렁어슬렁 천영 에게 접근했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천영이 천 연덕스런 표정으로 호빵을 씹고 있 자 생푸할은 입을 꾹 다물었다.

‘이,일났다!’

입이 벌어지지 않았다. 호빵 장사

경력 3년차 생푸할은 개업한 이후 모험가들이 자신의 가게에 찾아온 손님에게 시비를 털러 오는 것은 처 음 경험해본다. 세상에 이런 일 저 런 일 다 경험 해봐야 한다지만 하 기 싫은 경험도 있지 않겠는가?

하지만 천영은 호빵 하나를 냉큼 입에 쑤셔 넣더니 씩 웃었다.

“친절하시네요,충고 고마워요.”

아풀싸. 저 양아치들은 애초에 눈 앞의 소녀와 대화를 나늘 생각도 없 어 보인다. 방망이를 살짝 치켜드는 것을 보면 그대로 기절시켜서 어디 론가 데려갈 생각인 모양이다. 대낮 에 납치 범죄를 저지를 정도로 깡이

큰 미친놈들이었다니! 빡빡이의 양 아치가 소녀를 향해 방망이를 휘두 르는 장면을 마지막으로 생푸할은 눈을 질끈 감았다.

파지지직!

그렇게 몇 초가 흘렀을까. 생푸할 은 슬쩍 눈을 떴다. 왠지 퍽 하는 효과음이 들리지 않았다. 설마 저 모험가들이 그 정도로 고수란 말인 가?

이내 눈을 뜬 직후 생푸할은 입을 쩌억 벌렸다.

“이……게 무슨……

그 소녀는 사라지고 없었다. 그리

고 모험가 여섯 명이 아주 깔끔하게 상처 하나 없이 기절한 상태로 길거 리에 널브러진 상태였다. 간이 테이 블에는 야채 없는 야채 호빵 하나가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마치 생푸할 에게 맛이나 보라는 둣.

멍하니 야채 호빵을 쳐다보고 있는 데 경비원들이 황급히 달려왔다. 그 러더니 바닥에 널브러진 모험가들을 보고 경악한다.

“이보게. 이거 자네가 한 짓인가?”

“아뇨,제 가게에 왔던 손님이

“그래?”

그러자 경비원 중 한명이 경비대장 에게 슬쩍 물었다.

“그럼,현상금은 어떻게 하죠?”

“가끔 이런 경우가 있긴 해. 가게 에서 다툼이 벌어져서 현상수배 된 범죄자들을 검거해놓고 사라지는 모 험가들이.”

“그,그럼요?”

“그럼 가게 주인이 현상금을 대신 받아. 이야,자네 횡재 봤어. 이 놈 들 꽤나 질 나쁜 놈들이라 현상금 장난 아닌데.”

상황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둣 생푸할이 되묻자 경비대장이 다 가와 그의 어깨를 툭툭 쳤다.

“총합 7,000골드. 자네 가게 증축 좀 해도 되겠군.”

“어……

생푸할이 여전히 어리바리한 채로 가만히 있을 때 경비대장은 자신의 부하들과 함께 범죄자들을 체포해서 사라졌다. 그는 멍하니 자신의 손에 쥐여진 7,000골드 보증 수표’를 바 라보았다. 이것은 언제든 은행에 찾 아가면 현찰로 환전할 수 있으리라.

생푸할은 멍하니 마치 폭풍처럼 왔

다가 사라진 그 소녀의 얼굴을 상기 해낸다. 눈을 감기 직전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그 얼굴. 범죄자들에게 습 격당하는 그 순간까지도 그는 정말 자신만만한 시원스러운 웃음을 지어 보였다.

‘……고작 야채 호빵 6개의 값 치 고는 너무 많이 받아버렸는데.’

문득 간이 테이블에 놓여 있는 야 채 없는 야채 호빵 하나에 눈이 간 다. 흘린 둣 야채 없는 야채 호빵을 집어든 생푸할은 침을 꿀끽 삼켰다. 그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야채 호빵에서 야채를 빼면 맛이 없을 것 이란 편견. 그것은 그의 생각을 잠

그고 있는 일종의 ‘틀’이나 마찬가 지였다.

하지만 지금 그 틀은 이미 한 번 깨지지 않았는가?

작고,어리고,여리여리한 소녀가 악질의 범죄자 6명을 단번에 제압한 뒤 홀연히 사라진 것은 이미 생푸할 에게 있어서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 왔다. 그는 침을 꿀꺽 삼키고 야채 없는 야채 호빵을 서서히 입게 가져 다 대어 한 입 깨물었다.

그래,이건,생각대로…….

“……뭔 맛이야.”

……더럽게 맛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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